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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해방
피터 싱어 지음, 김성한 옮김 / 인간사랑 / 199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동물을 애호(love)하는 이면에는
반드시 동물의 권리 찾기에 대한 인식이 깔려있다고 믿기 때문에,
아니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잡은 책이다.
우리에게 ‘해방’이라는 말은 낯설지는 않지만 친근하지 않다.
노동자 해방, 여성 해방, 식민지 조국 해방 등 ‘해방’이라는 단어를 주로 운동권 용어에서 접한 첫경험의 탓일 것이다.
그러나 첫경험의 시작이 어디였든 간에
‘억압받고 있는 곳이 어디든 불합리한 억압은 해방되어야 한다’
는 명제에 합의만 된다면 낯선 용어 문제는 넘어가기로 하자.
저자인 피터싱어는 철학자이자 윤리학자이다.
그래서 동물해방을 요구하는 그의 글은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다.
이성에 요구한다.
물론 그래서 ‘읽기 너무 어려운 글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글이 너무나 선정적(?)이라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200년 전 ‘여성에게도 권리가 있다!’라고 외치는 여성해방론자에게 캠브리지대학의 저명한 철학 교수는 ‘뭐? 여성에게도 권리가 있다고? 그럼 개나 돼지에게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지, 왜?’라고 반박했다는 성차별주의(sexism)에 관한 문제제기로 시작하여,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가축이 태어나 자라다가 도살되어 우리 식탁 위에 오르기까지의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과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
실험용 동물들에 대해 인간들이 저지르는 상상력을 뛰어넘는 악랄함까지.
어찌나 선정적인지 지루할 틈도 없이 숨가쁘게 책장을 넘기게 된다.
인간이 뭐 별건가
다른 동물보다 사고력이 조금 뛰어나다고
그들의 신체를 맘대로 쓰고 고통을 줄 권리는 없다.
인간의 생명만이 존엄하다는 믿음은 일종의 종차별주의(speciesism)라는 저자의 말에 절대 동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