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 할인행사
임순례 감독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현실은 항상 해피엔딩이 아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결승전.

사실 저는 스포츠를 좋아해서 2004년의 그 경기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줌마 선수인 오성옥, 임오경, 오영란 선수가 정말 죽을만큼 힘들어 하면서도 코트를 뛰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경기가 끝나고 같이 보던 사람들과 펑펑 울었어요.

경기에 졌지만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러워서요.

근데 그런 저도 올림픽 때만 그렇죠.

잘하는 선수들이 다 외국으로 빠져나간 핸드볼 실업경기는 남자나 여자 모두 재미없어서 관심이 금방 사라집니다.

아마 핸드볼은 한국에서 영원히 소외된 종목으로 남을 거에요.

그러니 이 영화가 그들에게는(이외에도 소외된 종목의 선수들은 많거든요) 많은 위로가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을 때 관객들은 그런 사실을 잘 모르는지

"뭐야 진 거야?"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많더라구요.

아마도 금메달을 따는 해피엔딩을 기다렸겠죠.

아니면 그녀들이 돌아와서 멋지게 현역복귀를 하는 해피엔딩을요.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해피엔딩이 아니죠.

최선을 다한다고 항상 이기는 게 아닌 게 현실인 거죠.



저는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죠.

‘삶은 절대 해피엔딩이 아니다.

드라마에서 현실로 어여 돌아오라.’

는 임순례 감독님을 목소리를 들은 것 같으니까요.

영화 내내 상업영화(?)^^* 속에서도 빛나는 감독님의 고집을 지속적으로 엿볼 수 있는데 마지막 엔딩은 그 중 최고였습니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언제일까?

문소리, 김정은, 김지영, 조은지, 엄태웅 등 연기자들의 빛나는 연기에

울기도 여러 번 울었지만

웃기도 정말 많이 웃었습니다.

제 앞에 앉은 남자분도 불이 켜지고 한참이 지나도 일어나지 못하고 계속 울더군요.

콧물 질질 짜며 울다가 실실 웃다가 미친년처럼 본 영화였습니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을까?

반복되고 가슴 저린 일상 속에서 순간순간 이어지는 기쁨과 행복을 부여잡고 사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중에서 최고의 순간은 언제 였을까?

딱히 생각나지 않더군요.

그래서 어처구니없는 대우를 받으며 여전히 소외된 선수 생활을 하고 있지만 누가 봐도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멋진 순간을 맛본 선수들이 살짝 부럽더군요.

제게도 생애 최고의 순간이 오겠죠?

물론 그런 순간 한 번 없이 밋밋할 수 있는게 또 인생이기도 하지만요.



임순례 감독의 상업영화 나들이

이 영화는 <세 친구>, <와이키키 브라더스>, <다섯 개의 시선>의 임순례 감독님 작품입니다.

감독님 작품들 볼 때마다 내 삶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곤 했는데

이번 작품은 ‘상업영화라 과연?’ 이런 못된 마음으로 봤는데 ‘역시나!’ 였습니다.

주목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찬란했던 순간에 관심을 가져준 감독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__)



여자감독과 배우가 여자의 우정을 얘기하다

그리고 이 영화가 온통 여자 배우에 여자 감독이잖아요.

그들이 그리는 여자들의 우정에 또 울컥했습니다.

전 사실 남자들의 “마이 묵었다. 그만해라!” 식의 우정엔 도대체 감정이입이 되질 않았거든요.

섬세하지만 우직한 여자들의 우정과 의리가 그려지는 영화라 더 소중해지더군요.

뭐, 그런 게 있잖아요, 동업자의식!



(*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여자 핸드볼팀이

금메달보다 더 값진 동메달을 따는 것을 보면서

이 영화가 다시 생각났습니다.

임 감독님, <우생순2> 찍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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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탱이 2008-09-03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영철감독의 마지막 작전타임 말이죠. 바로 이게 우생순이 있게된 동력이 아닌가해요.감독과 선수,선수와 선수의 끈끈한 정이 투혼을 발휘한 거죠. 때론 그 경기 자체가 우생순2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