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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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 선생님이 2000년에 중국어를 배우기 배우기 위해 중국에서 1년간 머무르며 있었던 이야기들을 묶은 책이다.

 

이 책이 나온 후 한비야샘을 만났던 날이 기억난다.

샘은 예쁜 중국옷을 입고서 더운 여름날 서울역사박물관 앞 큰 길가에 앉아 계셨다.

언제나 봐도 상큼한 예의 그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시면서...

 

이때쯤이었다.

나도 이제 새로운 길을 떠나고 싶다는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샘이 좋은 조언을 주셨다.

일단 길이 하나 온전히 끝나야 다음 길이 보인다고.

덕분에 잡지기자쟁이를 덜컥 끝낼 수 있었다 ^^;;;

 

그리고 근처 카페에 가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나오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샘을 알아보시고

"아, 글쎄, 우리 딸년이 당신 책을 읽고 중국엘 가겠다고 난리지 뭡니까. 내가 못 살아~~"

하시며 살짝 원망어린 눈빛을 보내셨다.

카페를 나와 촬영을 위해 장소를 옮기던 중 샘이 갑자기 뒤로 돌아 가시더니 그 카페에 다시 들어가시는 게 아닌가.

그리고 잠시 후에 나타난 샘께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따님을 꼭 중국에 가게 놔두라고 말하고 왔지."

하신다.

ㅋㅋㅋ, 또, 또, 한 명의 대한민국 여성을 지도밖으로 행군하게 만드셨구나 ^^;;;; 

 

이전에 나온 다른 책들과 달리 한 곳에 오래 머무르며 쓰신 글이라

한비야 샘의 일상적인 모습들과 생각들을 만날 수 있는 귀한 책이다. 

 

 

- 정상까지 가려면 반드시 자기 속도로 가야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느리고 답답하게 보여도 정상으로 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 공짜가 생길 때마다 등골이 오싹하다. 주역 풀이도 횡재는 운수대통이 아니라 급살이라고.

 

- 오늘이 쌓여 내일이 되는 건데 불만스러운 오늘이 어떻게 만족한 내일을 만들 수 있겠는가.

 

- 눈썹도 빼놓고 가야하는 여행길의 배낭에도 가족과 친구들의 사진은 빼놓지 않는다.

 

- 수영을 잘하려면 물과 싸우지 말고 물과 놀아야 한다.

 

- 내가 진정으로 무슨 일이 하고 싶은지 알려면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아는 것이 순서다. 그러려면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 자기 자신과도 잘 사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좋은 방법은 일기, 자기에게 편지 쓰기, 혼자 떠나는 여행,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일이다.

 

- 완벽한 지도를 가져야 길을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같인 평범한 사람들은 하나의 길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다음 길이 보이는 거니까.

 

- 제일 하고 싶은 일을 우선으로 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모래같이 작은 일에 시간을 다 뺏기고 만다. 순서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 새로 시작하는 길, 이 길도 나는 거친 약도와 나침반만 가지고 떠난다. 길을 모르면 물으면 될 것이고, 길을 잃으면 헤매면 그만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지도란 없다. 중요한 것은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늘 잊지 않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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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F 동물병원일지 1
미치 타라사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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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만화는 주로 작가를 보고 선택하는 편인데
이 책은 ‘동물병원’이 주제라는 이유만으로 구입했다.
물론 대부분의 만화가 그렇듯 동물병원은 소재이고
주인공 남녀들이 만들어가는 로맨스 만화일 거라 생각했다.
물론 그런 내 생각은 맞았지만
의외로 작가 Michi Tarasawa는
동물병원 수의사 샘에게 꼼꼼히 취재하여
생동감있는 동물병원을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이게 일본 만화의 경쟁력이다!!)
더불어 강쥐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 관한 육아 정보도 간간히 선사하면서.
물론 각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극적인 화해와 갈등의 해소(보호소로 간 유기견이 극적으로 혼자만 안락사를 면했다든가 하는)가 현실에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글쎄 뭐 별 수 있나, 만화로 대리만족이라도 할 밖에.

중성화 수술과 비만 등 도시에 사는 반려동물들의 문제를 가볍게 건드리며 등장인물 소개를 하고 있는 1화 <이리로 오세요>,
도시에서 버림받은 반려동물들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만 그것보단 주인공들의 로맨스 위주인 2화 <애인찾기>,
기르던 개의 출산을 통해 인간의 중절 수술에 대해 비난하고 있는 3화 <해피 버스데이>,
기르던 개를 버리는 사람과 떠돌던 그 개가 보호소에 가고 안락사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4화 <7일째의 공>
1권은 이렇게 4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Animal health technician(수의간호사)라는 직업의 공식 이름도 처음 알게 되었고,
개의 종에 따라 아연결핍증이라는 피부병(입 언저리부터 피부 염증이 생긴단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심장사상충이라고 말하는 필라리아증은 한 해 한 해 진행되어 가는데 주로 나이가 들어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먹이고 있는 약을 한 달 마다 꼬박꼬박 잘 먹이리라 결심도 하고.
인간의 자궁은 하나라 소파 수술이 가능하지만 개는 자궁이 두 개로 나뉘어져 있어서 기술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도 하고.
개와 고양이의 당뇨병에 대한 가이드와 백내장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나쁘지 않은 그림체와 스토리 구성력에
만화 읽는 재미도 있고,
정보도 얻을 수 있으니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는 책이다.

1권에 보면
컴패니언 애니멀(companion animal)이란 종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우리말로 하면 '반려동물'이다.
어떤 사람들은 “개는 개답게 키워야지!” 란 말을 하지만
이미 인간과 함께 살아가도록 수천만년 전에 길들여져버린 이 동물들은
인간과 서로 책임지고 사랑을 나누는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이 도시에서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건 도시가 아닌 공간에서 사는 개들도, 이 시대를 살고 있다면 다 마찬가지다.
‘야생’이란 말에 인간들은 상당히 묘한 매력을 느끼고
왠지모를 책임감을 느끼는 모양이지만
경우에 따라선
그건 지들이 길들여놓은 것에 대한 일종의 책임 회피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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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무의 고양이방
달나무 지음 / 북키앙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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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구청에서 집집마다 나눠줬다는 음식물쓰레기 용기를 보면서
길고양이들은 이제 어디서 밥을 얻나?
사는 게 더 고단해 지겠구나
싶었다.
물론 음식물쓰레기 봉투에서 얻는 음식이
양질의 음식도 아니고
가끔 상한 음식으로 배앓이를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주린 배를 일단 채우기엔
그만한 음식창고도 없을 터였을텐데….

여기 ‘훔친’ 고양이 한 마리와 ‘길’ 고양이 한 마리,
이렇게 두 마리 고양이 가족과 사는
만화가의 이야기가 있다.
사람들이 스노우캣에 열광하지만
(나도 가끔 들러 다이어리를 훔쳐 보고, 그 캐릭터를 좋아라 하긴 하지만^^)
그건 고양이 캐릭터 몸을 빌린 권윤주라는 만화가 자신의 이야기라
스토리엔 별반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달나무라는 만화가의 이야기엔
인간과 고양이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관한 얘기가 나오고
또 자신의 이야기라
솔직하고, 감성적이고, 현실적이면서 때론 비현실적이다.
그게 이 만화의 매력일지니.

비천한 계급 출신인 두 고양이와
‘미유’와 ‘초코봉’의 하녀가 된(이건 자발적인 계급하락이다!) 달나무.
뭐 별반 특별한 이야기기 있는 건 아니다.
엄마들의 인간 아가 키우기 육아일기장처럼
그 두 놈들 때문에
웃고, 울고, 가슴 아팠다가, 속상했다가, 감동 먹는,,,
그저 생활적인 사는 얘기가 전부인데
그게 순정만화식 구성과
작가의 멜랑꼴리한 감성이 합해져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그래서 고양이를 만나는 순간이라곤
울 찡이와 산책하다가 골목에서 만나는 길고양이뿐인 나 같은 사람도
순식간에 책을 섭렵하게 만드는 지 모른다.

그리고,
‘생명에 우선 순위가 없는 세상이면 좋겠다..’
는 달나무의 말에도 절대공감!!!하면서.

애묘인이 아니더라도
동물과 더불어 살맞대고 살아본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what’s Michael》의 마이클,
《묘한 고양이 쿠로》의 쿠로.
《동물의사 닥터 스크루》의 나비,
《스노우캣》의 스노우캣
《아즈망가 大王》의 길고양이
……
와는 또 다른 고양이를 만나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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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기르다 청년사 작가주의 1
다니구치 지로 지음, 박숙경 옮김 / 청년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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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본 만화계에서 작가주의 작품을 하는 사람, 다니구치 지로
그의 만화다.
개를 만나고, 기르고, 나이 들어 죽어가는 모습을
기록하고 그렸다.

단편이다.
짧은 내용 속에 탐탐의 얘기가 있다.
그러나 작가 부부가 개 탐탐을 만나
크고 성장하고 행복했던
과거의 기억은 이 책에 없다.
이 책에선 오롯이 늙고 죽어가는 탐탐의 모습만을 기록한다.
그래서 읽는 사람들은 그들의 과거를 모르지만
그들이 늙어가는 탐탐을 돌보고, 뒷바라지 하는 모습에서
그들이 과거에 얼마나 충분히 탐탐과 행복했었는지를 짐작한다.

인연을 맺음은 곧 고통의 시작이다.
사랑은 이별로 가는 시작이고,
소소한 감정의 문제가 모여서 사랑을 이룬다.
생명과 생명이 만나서 이루는 인연은 다 비슷하게 그러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도
사람과 개가 만나도
별반 달라지는 건 없다.

개와 만화가 만나면
주로 스토리는 행복하다
보기만 해도 행복한 객체인 개와
행복을 그리기에 안성맞춤의 기제인 만화가 만났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개도 생명이고
늙고 죽어감은 당연한 자연적인 현상이다.
그래서 다니구치 지로의 시도는 옳았지만
탐탐을 보내는 태도엔 그리 동감되지 않는다.
이 작가에게 탐탐이 어느 정도의 의미였는지가 그대로 느껴지는데
그걸 탓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결국 관계의 문제일진데…작가에겐 책임으로의 관계가 강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그건 반려동물이 자기에게 어떤 의미였는지의 차이일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 삶의 각각 다른 위치에 반려동물의 의미를 짓는 법이니까.
그래서 탐탐의 죽음을 보며 둘 사이의 관계를 정리하는 씬이 없다는 건 나로선 아쉬운 부분이었다.

“좀처럼 죽어지지가 않아. 좀처럼 갈 수가 없어.”
늙은 탐탐을 보며 이런 말을 하는 할머니가 등장한다.
거기에 포인트가 있지 않을까.
할머니도 그렇게 말은 하지만 죽고 싶지 않은 것처럼
건강하게 더 살고 싶은 것처럼
탐탐도 가족들과 더 ‘살아 있고’ 싶었을 게다.
사랑했던 가족과, 행복했던 가족과,,,,,자연이 목숨을 허락할 때까지.

몇 년 전 《뽀삐》라는 독립영화를 봤다.
강아지가 죽고 끝도 없이 슬퍼하는 아들을 보며 엄마가 한 마디 한다.
“개 하나 죽었다고 언제까지 이럴래, 응??”
그러자 아들의 대답.
“뽀삐가 왜 그냥 개야. 뽀삐는 뽀삐지. 엄마는 엄마 죽었는데 그냥 사람이 죽었다고 그러면 좋겠어?”

이런 문제인 게다.
그저 하나의 몸짓이 나에게로 와서 꽃의 되듯이
개는 그냥 개지만
함께 살면 탐탐이 되고, 뽀삐가 되고,,,,,그리고 찡이가 되는 것이다.
울 찡이도 열두살, 나도 두렵지만
내가 내 죽음을 기다리듯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의 생명이 다른 곳으로 옮아감을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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