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벼랑에서 살다
조은 지음, 김홍희 사진 / 마음산책 / 2001년 2월
평점 :
품절
가난한 시인과 버려진 개의 동거라,
그 사연을 알고 싶어서
조은 시인의 산문집 <벼랑에서 살다>를 집어 들었다.
함축되고 상징적인 말들로 머릿 속을 괴롭히는 시보다
산문은 훨씬 친절해서 좋다.
이제 시인과 함께 사는 개 또또는
주인집의 개였고
분열증이 있는 개를 주인은 버리려 했고,
치료를 위해 데려간 병원에선 의사가 비용을 깎아줄 테니 안락사를 권했다.
무슨 놈의 삶이 그 모양인지
시인의 말대로 목숨이 축복은 아닌 모양이다.
시인과 살며 많이 상태가 좋아졌지만
또또는 잊을만하면 시인을 문다.
물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제 힘으로는 통제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또를 보면서
시인은 죽음을 생각하고,
죽음과 맞닿은 생을 또렷이 응시한다.
이름은 ‘또또’인데
또또에게 삶은
당첨돼 돈벼락을 맞은 운수대통의 무엇이 아니라
보너스 하나 없는, 반전이라곤 없는 지지리도 구질구질한 무엇인 것이다.
아니 또또에겐 시인을 만난 것이
그 인생 나름의 복권당첨이었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삶을 이었으니…
시인의 어머니는 시인에게
“또또는 네 인생의 ‘업’이야”
란 말을 하신다.
어찌 생각하면 또또에게도 시인은 업이다.
아니,
동물과 함께 삶을 나누고 사는 사람들에게
그들과 나누는 인연의 행보는 모두 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