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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선비, 귀신과 通하다 - 조선에서 현대까지, 귀신론과 귀신담 ㅣ 조선의 작은 이야기 1
장윤선 지음 / 이숲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공포 영화 절대로 안 본다.
사람들이 모여서 귀신 얘기 하면 귀 막고 도망간다.
남들이 이런 나를 보고 덩치 값도 못한다고, 귀신이 너 보고 도망가겠다고 놀리지만 어쩌랴, 무서운 걸…ㅠ,ㅜ
내가 이렇게 귀신 이야기를 무서워하는 건
내가 귀신을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들처럼 낄낄~거리며 판타지 소설 이야기하듯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집어든 건 다분히 인문학적인 호기심 때문이었다.
과연 우리 조상들은 귀신을 어떻게 분석하고 받아들였는지,
그것도 유교가 강했던 조선시대라면 어떠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 놈의 호기심이 뭔지,,,덕분에 나는 이 책을 읽었던 며칠 내내 꿈자리가 뒤숭숭했다 ^^*
이 책은 조선의 귀신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백제의 귀신부터 빌리 홀리데이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귀신이라는 주제 하나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런 귀신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참으로 다종다양한 귀신 이야기가 있구나 하며 혀를 내둘렀지만
읽다 보니 그 수 많은 귀신 이야기가 결국 하나의 주제로 모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귀신이 된 사람들은 뭔가 억울한 것이 있었던 사람들이었고
그들이 원하는 건 결국 ‘사랑’과 ‘대화’였다는 것.
글쎄, 과연 그럴까?
억울한 귀신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 주는 누군가만 있다면 다 용서하고 이승을 뜰 수 있는 것일까?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적 억압,
특히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폭압을 두고서 말이다.
관두자, 내가 귀신한테 너무 많은 걸 바라는구만! ^^;;;
TV에서는 <전설의 고향>이 부활해서 방영되고,
2008년 봄, 한국은 거대한 소통 부재를 겪었다.
그래서 이렇게,
귀신의 이야기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모양이다.
밑줄긋기
*영혼을 인정한다는 것은 살아 있는 모든 존재에 대한 고민의 결과이기도 하다.
*율곡 : 죽으면 기가 흩어지지만 자손이 제사를 지내면 죽어 흩어졌던 기가 일시적으로 다시 모일 수 있다. 그러니 제사에 조상의 혼을 부를 수 있고, 이런 제사를 통해 조상과 자손이 소통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율곡을 비롯한 귀신을 부정했던 대다수 유학자들의 견해로 조상과 자손을 같은 기를 가졌기에 제사를 지내면 조상의 기가 다시 뭉친다는 것이다.
*오로지 도덕적이거나 교훈적이지만은 않은 솔직한 욕망의 발로가 귀신담의 또 다른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