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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 SE (2disc)
마츠오카 조지 감독, 키키 키린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오다기리조의 도쿄타워>라고 제목을 지은 건

순전히 오다기리조 팬들을 영입하기 위한 마케팅이었지만

난 온전히 이 영화의 부제를 보고 끌렸다.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나도 그렇지만 한국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해당사항이 아닐까?

엄마와 나 사이의 한없는 애정과 이해할 수 없는 관계의 부잡함,

그리고 그 사이에 어색하게 존재하는 아버지.

나이가 들면서 어느 순간부터 난 엄마라는 단어만 들어도 눈물이 맺혔다.

왜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나는 걸까?



영화의 주인공인 오다기리조는 토끼 두 마리를 키운다.

빵과 포도.

영화 속에서 토끼 이야기가 비중있게 다뤄지는 건 아니지만

딱 두 번 내 마음을 울리는 장면이 있었다.



암이 재발하여 병원에 입원하러 가는 엄마가 토끼를 안고 울면서 이렇게 울부짖는다.

“포도가 얼마나 외롭고 무서웠을까. 미안하다. 미안해.”

포도는 두 마리 토끼 중 사고로 죽은 한 마리의 토끼이다.

또 결국 엄마가 죽고 장례식을 치른 후 아들이 아버지에게 자고 가라고 말하자, 아버지가 이렇게 말한다.

“됐다, 난 빵한테 인사나 하고 갈란다.”



반려동물과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아마 생뚱 맞은 장면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또는 남에게 건네기 힘든 말을 동물들을 빌어 한다는 것을.



엄마는 죽음이 무서웠던 것이다.

그래서 죽은 토끼인 포도를 빌어 자신의 두려움과 외로움을 아들 앞에서 토해내고 있었다.

또 아버지는 살갑지 않은 어색한 아들과의 인사를 토끼와의 인사로 대신하고 있었다.



영화 초반, 가난한 탄광촌의 아이들이

철로 위에 가재와 개구리를 꼼짝 못하게 묶어

달려오는 기차 바퀴에 터져 죽이는 것을 놀이 삼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끔찍한 장면만 아니었다면 도쿄타워는 가족의 관계란 무엇인지 새삼 성찰하게 하는 괜찮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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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선비, 귀신과 通하다 - 조선에서 현대까지, 귀신론과 귀신담 조선의 작은 이야기 1
장윤선 지음 / 이숲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공포 영화 절대로 안 본다.

사람들이 모여서 귀신 얘기 하면 귀 막고 도망간다.

남들이 이런 나를 보고 덩치 값도 못한다고, 귀신이 너 보고 도망가겠다고 놀리지만 어쩌랴, 무서운 걸…ㅠ,ㅜ



내가 이렇게 귀신 이야기를 무서워하는 건

내가 귀신을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들처럼 낄낄~거리며 판타지 소설 이야기하듯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집어든 건 다분히 인문학적인 호기심 때문이었다.

과연 우리 조상들은 귀신을 어떻게 분석하고 받아들였는지,

그것도 유교가 강했던 조선시대라면 어떠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 놈의 호기심이 뭔지,,,덕분에 나는 이 책을 읽었던 며칠 내내 꿈자리가 뒤숭숭했다 ^^*



이 책은 조선의 귀신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백제의 귀신부터 빌리 홀리데이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귀신이라는 주제 하나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런 귀신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참으로 다종다양한 귀신 이야기가 있구나 하며 혀를 내둘렀지만

읽다 보니 그 수 많은 귀신 이야기가 결국 하나의 주제로 모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귀신이 된 사람들은 뭔가 억울한 것이 있었던 사람들이었고

그들이 원하는 건 결국 ‘사랑’과 ‘대화’였다는 것.



글쎄, 과연 그럴까?

억울한 귀신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 주는 누군가만 있다면 다 용서하고 이승을 뜰 수 있는 것일까?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적 억압,

특히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폭압을 두고서 말이다.



관두자, 내가 귀신한테 너무 많은 걸 바라는구만! ^^;;;



TV에서는 <전설의 고향>이 부활해서 방영되고,

2008년 봄, 한국은 거대한 소통 부재를 겪었다.

그래서 이렇게,

귀신의 이야기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모양이다.


밑줄긋기

*영혼을 인정한다는 것은 살아 있는 모든 존재에 대한 고민의 결과이기도 하다.

*율곡 : 죽으면 기가 흩어지지만 자손이 제사를 지내면 죽어 흩어졌던 기가 일시적으로 다시 모일 수 있다. 그러니 제사에 조상의 혼을 부를 수 있고, 이런 제사를 통해 조상과 자손이 소통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율곡을 비롯한 귀신을 부정했던 대다수 유학자들의 견해로 조상과 자손을 같은 기를 가졌기에 제사를 지내면 조상의 기가 다시 뭉친다는 것이다.

*오로지 도덕적이거나 교훈적이지만은 않은 솔직한 욕망의 발로가 귀신담의 또 다른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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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 할인행사
임순례 감독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현실은 항상 해피엔딩이 아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결승전.

사실 저는 스포츠를 좋아해서 2004년의 그 경기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줌마 선수인 오성옥, 임오경, 오영란 선수가 정말 죽을만큼 힘들어 하면서도 코트를 뛰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경기가 끝나고 같이 보던 사람들과 펑펑 울었어요.

경기에 졌지만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러워서요.

근데 그런 저도 올림픽 때만 그렇죠.

잘하는 선수들이 다 외국으로 빠져나간 핸드볼 실업경기는 남자나 여자 모두 재미없어서 관심이 금방 사라집니다.

아마 핸드볼은 한국에서 영원히 소외된 종목으로 남을 거에요.

그러니 이 영화가 그들에게는(이외에도 소외된 종목의 선수들은 많거든요) 많은 위로가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을 때 관객들은 그런 사실을 잘 모르는지

"뭐야 진 거야?"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많더라구요.

아마도 금메달을 따는 해피엔딩을 기다렸겠죠.

아니면 그녀들이 돌아와서 멋지게 현역복귀를 하는 해피엔딩을요.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해피엔딩이 아니죠.

최선을 다한다고 항상 이기는 게 아닌 게 현실인 거죠.



저는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죠.

‘삶은 절대 해피엔딩이 아니다.

드라마에서 현실로 어여 돌아오라.’

는 임순례 감독님을 목소리를 들은 것 같으니까요.

영화 내내 상업영화(?)^^* 속에서도 빛나는 감독님의 고집을 지속적으로 엿볼 수 있는데 마지막 엔딩은 그 중 최고였습니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언제일까?

문소리, 김정은, 김지영, 조은지, 엄태웅 등 연기자들의 빛나는 연기에

울기도 여러 번 울었지만

웃기도 정말 많이 웃었습니다.

제 앞에 앉은 남자분도 불이 켜지고 한참이 지나도 일어나지 못하고 계속 울더군요.

콧물 질질 짜며 울다가 실실 웃다가 미친년처럼 본 영화였습니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을까?

반복되고 가슴 저린 일상 속에서 순간순간 이어지는 기쁨과 행복을 부여잡고 사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중에서 최고의 순간은 언제 였을까?

딱히 생각나지 않더군요.

그래서 어처구니없는 대우를 받으며 여전히 소외된 선수 생활을 하고 있지만 누가 봐도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멋진 순간을 맛본 선수들이 살짝 부럽더군요.

제게도 생애 최고의 순간이 오겠죠?

물론 그런 순간 한 번 없이 밋밋할 수 있는게 또 인생이기도 하지만요.



임순례 감독의 상업영화 나들이

이 영화는 <세 친구>, <와이키키 브라더스>, <다섯 개의 시선>의 임순례 감독님 작품입니다.

감독님 작품들 볼 때마다 내 삶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곤 했는데

이번 작품은 ‘상업영화라 과연?’ 이런 못된 마음으로 봤는데 ‘역시나!’ 였습니다.

주목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찬란했던 순간에 관심을 가져준 감독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__)



여자감독과 배우가 여자의 우정을 얘기하다

그리고 이 영화가 온통 여자 배우에 여자 감독이잖아요.

그들이 그리는 여자들의 우정에 또 울컥했습니다.

전 사실 남자들의 “마이 묵었다. 그만해라!” 식의 우정엔 도대체 감정이입이 되질 않았거든요.

섬세하지만 우직한 여자들의 우정과 의리가 그려지는 영화라 더 소중해지더군요.

뭐, 그런 게 있잖아요, 동업자의식!



(*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여자 핸드볼팀이

금메달보다 더 값진 동메달을 따는 것을 보면서

이 영화가 다시 생각났습니다.

임 감독님, <우생순2> 찍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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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탱이 2008-09-03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영철감독의 마지막 작전타임 말이죠. 바로 이게 우생순이 있게된 동력이 아닌가해요.감독과 선수,선수와 선수의 끈끈한 정이 투혼을 발휘한 거죠. 때론 그 경기 자체가 우생순2가 아닌가 싶습니다.
 
개를 위한 스테이크
에프라임 키숀 지음, 프리드리히 콜사트 그림, 최경은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마감 중이던 나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 책

2001년 10월, 패션 잡지 기자로 마감 중.

잠이 부족해 모든 기자들의 얼굴이 다크서클로 인해 팬더화 돼가고 있던 무렵, 내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든 책이 한 권 있었다.

≪개를 위한 스테이크≫

당시 8살 개와 동거중이던 나는 ‘개와 고양이, 기타 동물’에 관한 모든 책을 섭렵하고 있었으니 제목에 ‘개’라는 글자가 박힌 이 책을 그냥 넘어갔을 리가 없다. 물론 이 책의 저자인 에프라임 키숀이 노벨 문학상 후보라는 건 내가 이 책을 구입하는데 하등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책을 선택하는 기준치고는 참으로 저급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읽은 후의 평은? 수면부족으로 세상이 다 까칠하게 보이는 시점에서 그 부족한 잠을 쪼개어 읽었으니 평이 사근사근할 리가 없다. 그 옛날의 책을 찾아 첫 장을 펼치니 이런 글을 끄적여 놓은 게 보인다.


‘단지 개가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구입한 책. 게다가 디자인 하우스의 거니 신뢰가 생기고. 음, 역시 강아지 그림은 귀엽다. 글은 뭐 그저 그럼. 2001.10.13. 마감 중 일주일 만에 다 읽다.’

역시 평이 까칠하다. 그래도 수 많은 에피소드 중에서 하나의 역사를 획득한 초콜릿에 대한 글은 두고두고 머리에 남는 명작이다. 왜냐하면 나도 가끔 쓸모 없는 선물을 받았을 때 ‘이거 어떻게 재활용 안될까?’란 생각을 했었으니까.



출판 명가, 디자인하우스와 마음산책에서 나온 같은 책

그런데 얼마 전 이 책의 개정판이 나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것도 다른 출판사에서. 디자인하우스에서는 절판된 모양이었다. 며칠 후 도착한 개정판. 그때는 잡지 기자였지만 지금은 꼴랑 책 한 권을 내긴 했지만 그래도 1인출판 대표로서 ‘개정판이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란 생각을 하며 꼼꼼히 살펴 보았다.

우연인지 디자인하우스와 마음산책은 두 곳 다 여성이 대표를 맡고 있는 곳으로 좋은 책을 많이 내는 출판사이다. 지난 해 웅진 출판사의 잡지 부문을 인수해 공격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는 디자인하우스도, ≪편집자 분투기≫라는 책을 줄 그으면 읽게 만든 정은숙 대표의 마음산책도 책을 구입할 때 출판사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 큰 역할을 하는 곳이다. 출판 일을 시작했다면 적어도 이 정도의 브랜드 신뢰도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의미에서 두 출판사에서 나온 같은 책은 내 흥미를 끌었다.

먼저 표지. 두 책 다 프리드리히 콜사트의 원화가 표지를 장식했다. 내가 디자인은 잘 볼 줄 모르지만 2001년에 나온 디자인하우스의 표지가 심플함을 강조했다면 마음산책의 2006년 표지는 붉은 원색으로 발랄함을 강조했다.

내지 편집이야 최근의 추세에 맞춰 마음산책의 개정판이 훨씬 시원시원해졌다. 면의 여백을 줄이고 글자의 크기를 키워서 읽기 쉽게 편집되었다. 행간도, 자간도 널찍널찍. 아마 요즘 독자들에게 인문서도 아닌 소설류의 책을 빡빡하게 편집해서 읽게 한다면 첫 장도 읽기 전에 던져 버릴 테니 그런 분위기를 100% 반영한 편집이라고 할 것이다.

번역은 같은 번역가가 담당하다 보니 개정판에서 더 많이 손을 봤고 덕분에 마음산책의 개정판이 훨씬 읽는 재미가 있었다. 콩트의 맛깔스러움이 더 많이 살아났는데 아마도 세 번째 개정판이 나온다면 더 나아지겠지. 같은 번역자에 의해 번역된 책인데 두 번째 글이 첫 번째 보다 나은 건 당연지사이다.

내지 일러스트는 2001년의 첫 책은 컬러인 반면 개정판은 단색이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첫 번째 책을 만들 때 단색인 원화를 우리나라에서 컬러링을 한 것. 컬러링이란 것이 잘못하면 촌스러워지기 일쑤인데 다행히 첫 책에서는 마치 원작가가 컬러링을 한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러다 보니 개정판은 첫 책과 비교하면 조금 심심하다. 원화를 살리고 싶은 출판사의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웃다 보면 인생을 음미하게 된다고?

내가 2001년의 책을 읽고 ‘…글은 뭐 그저 그럼’이라는 성의 없는 혹평을 했던 건 아마도 당시의 상황 때문이었을 것이다. 잠이 부족해 머리가 띵해 있는 나에게 유머가 먹힐 리 없었다. 유머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생기는 것일지니.

그래서 이번에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개정판을 보고 싶었으나 여전히 마감에 허덕이는 인생. 하지만 마감의 강도가 잡지 때와 같이 살인적이지 않은 탓인지 첫 경험 때와는 다른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책의 표지에 적힌 부제처럼 ‘웃다 보면 인생을 음미하게 되고 인생을 음미하다 보면 웃게 된다’는 것을 느껴보고 싶었는데 뭐 비슷하게 느껴진 것 같다. 일상의 고만고만한 일들을 유심히 관찰한 다음 ‘부풀리기, 과장하기’ 하여 일상의 작은 재미를 놓치지 말고 살 것을 강조하는 글쓰기가 재미있었다. 유머작가의 글을 읽기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꽤 여러 번 키득키득 거리기도 했으니.

에피소드마다 사건의 발단은 대부분 ‘남의 시선 의식하기’이다. 남이 나를 이렇게 볼까봐, 저렇게 볼까 봐 다급해진 마음에 둘러대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일이 점점 커지는 공식. 코미디의 전형적인 공식이지만 그게 일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 보니 씁쓸하기도 하고 마음 한 구석을 들킨 것 같아 불편하기도 하다.

하지만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주는 재미는 제 각각이다. 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싸달라는 말을 하기 어려워 “개에게 주려고…” 둘러대다가 낭패를 보는 에피소드에서는 내내 미소를 짓게 됐고, 국산 제품을 고집해서 산 세탁기의 성능이 너무(?) 좋아 세탁기가 나들이까지 하는 에피소드에서는 삶의 소소한 부분에서 작가 나름의 철학을 보기도 했다.

또한 첫 책을 읽을 당시에는 내 스스로의 글쓰기에 대해 자신감이 넘칠 때였다. 그래서 남의 글을 ‘후졌다, 수준 미달이다…’ 식으로 주로 혹평으로 재단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들고 점점 글쓰기가 무서워지면서 이젠 웬만한 글도 다 대단해 보인다. 게다가 짧은 글에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게다가 각박한 세상살이에 마음이 굳을 대로 굳은 사람들을 한 번 웃게 만드는 건 아마 부시가 하루에 한 번이라도 사라들로부터 욕을 먹지 않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의 교훈이 뭐냐고?’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바보다. 유머는 그저 유머로 받아들여야 하는 법!



개정판아, 네가 여행을 떠나거라!

책을 덮으며 하나의 고민이 생겼다. 같은 책이 두 권이니 두 권을 모두 갖고 있을 필요는 없을 테고 결국 한 권은 다른 이에게로 여행을 보내야 할 것이다. 어떤 것을 보낼까? 고민하다가 개정판을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다른 이유는 없다. 책 욕심이 많아 다른 디자인의 두 책을 모두 갖고 싶지만 이중 한 권을 선택해야 한다면 2001년 잡지 마감의 수렁에 빠져 허덕이던 때의 추억이 담겨 있는 책을 갖고 싶을 뿐이다.

예전 서준식 선생의 <서준식 옥중서한>을 읽으며 서준식 선생이 조카에게 책을 읽은 후에는 책을 읽은 느낌과 마음에 남는 글귀를 담을 수 있는 독서노트를 작성하라고 권하는 것을 본 이후 나도 독서 노트를 마련해서 쓰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보태 책의 앞이나 뒤에는 짤막한 소감을 적는 버릇이 있다. 물론 별 느낌 없는 책에는 빠뜨리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렇게 적은 것들이 훗날 다시 책을 꺼내봤을 때 추억이 되는 것 같다.

지긋지긋한 마감의 추억이지만 그래도 내게 옛 시절의 추억을 꺼내게 해준 고마움. 그게 내가 두 책 중 개정판을 여행 보내기로 한 다분히 주관적인 이유이다.
[출처] 웃다보면 인생을 음미하게 된다고?|작성자 책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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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간 고양이
피터 게더스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개나 고양이,

자기의 인생을 바꿔준 동물들과 살았던 이야기를

글이나 만화로 쓴 책은 많다.

그런 책은 많고,

우리집엔 그런 책들이 가득하며,

많이 읽는다.

그래서 요즘은 그런 책에 좀 심드렁했는데…



이 책을 또 집어든 이유는

저자가 피터 게더스이기 때문이다.

작가이고, 게다가 방송, 시나리오 작가이면서 랜덤하우스의 편집장이기 때문이다.

분명 똑같은 상황을

기가 막히게 다르게 표현해줄 수 있을 것만 같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기대감은 어느 정도 맞았고, 어느 정도 틀렸다.



그의 글은 솔직하고,

그래서 cool하고, 마치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스피디하게 책장이 넘어간다.

또한 중간중간 예의 그 촌철살인의 메타포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피터 게더스라도 별 수 없는 게 있었다.

동물들과 살면서 느끼는 감정이란

누구나 종이 한 장 차이였고,

그래서 어떤 표현은 다분히 상투적이고 신파조다.

그런데 그게 더 와 닿은 이유는 뭘까?



게다가

그의 고양이 노튼 시리즈의 천번째인 《파리에 간 고양이》는 

한 마디로 야옹이판 《섹스 앤 더 시티》이다.

사람들이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며

화려한 뉴요커의 생활을 꿈꾸고,

그 화려한 명품들의 향연을 보며 침 흘리면서도

결국은 네 여자의 우정과 연대감에 감동하는 것처럼,

《파리에 간 고양이》도

뉴욕서 상류층에 속하는 저자의 생활을 엿보는 재미,

그의 쿨한 러브러브 스토리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과 친구인 이야기,

저자를 따라 비행기를(그것도 퍼스트 클래스에!) 밥 먹듯 타는 고양이 이야기는 역시 아무나 들려줄 수 있는 얘기는 아니었다.

허나, 역쉬나 결론은 그 또한 다르지 않다는 것,

노튼과 어떻게 사랑했고,

그 사랑이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한 얘기에선 감동이 넘친다.



‘침대에서 손을 뻗는 곳에 노튼이 없는 밤이면 나는 내가 노튼에게 뭐 잘못한 게 없는지 정말로 걱정한다’

‘고양이는 생각도 없고 감정도 없다고 말하면, 그에게 아픈 고양이와 함께 침대에서 밤을 새보라고 하라’



뒤이어 《프로방스에 간 고양이》와 《마지막 여행을 떠난 고양이》가 나와 있는데

아직 읽지 못하고 있다.

나이 들어 피터를 떠나는 노튼 이야기를 어찌 읽을 수 있을까?

용기가 생기면 그때는 볼 수 있을까?

열두살 찡이와 살아서 그런가, 아직 그 마음을 받아들이기엔 내 용기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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