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허기
정능소 지음 / 메이킹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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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관계의허기 #정능소 #메이킹북스 #도서제공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생의 의지를 노래할 때는 밝음과 긍정의 언어로서 맺음 하는 것이라고만 여겼던 나는 정능소 시인의 시집 <관계의 허기>에서 좁다란 내 원칙 안에서는 너무나 이례적인 구사 방식을 느꼈고 배웠다. 정능소 시인은 인생의 역경과 허무, 관계의 회의 등을 특유의 비관적 언어로 노래한다. 하지만 마치 욕쟁이 할머니의 정이 듣는 이의 마음을 더 후벼 파듯 시인의 표현방식은 삶에 대한 의욕과 열정을 더 적나라하게 툭툭 보여준다. 어쩌면 그가 시를 쓰는 것도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느끼는 ’허기‘를 달래어 가며 다시금 살아내자는 다짐이며 세상에 옛다 하고 건네는 욕쟁이 할머니의 맵디 찬 비빔냉면과 비슷할까 싶다.

그의 시 한 줄 한 줄은 세상의 구석구석 관심을 갖지 않는 곳이 없으며 작은 것에서, 스치듯 지나간 것에서,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은 것에서 조차 아픔의 이치를 발굴하고 분석한 후 관조한다.

어릴 적에나 있었던, 현대에는 마주치기 힘든 단어나 사물들이 많이 언급되어 잊고 있었던 것들을 상기할 수 있는 재미는 시인의 세계를 이해하기 조금은 어려울 수 있는 와중의 단물과 같다.

‘여린 가지 바람 막아 줄
벽이 없어

옹기 깨져 피 말라붙을 뻔한 적이 몇 번이던가

별들 울음 머리에다
얹고

서리, 서리 이슬에 적셔져 지샌 밤

질겨진 몸으로 뒷짐 지고
헛기침할 때쯤

그릇을 비워야 한다니 과정이 전부라면 시작은 누가
할까

의미로 집 짓고 변명으로 담장 둘러
들어앉아도

끝내 베이지 않던가
나무’

-‘생각하는 나무‘, 116p

소중한 도서 제공해주신 메이킹 북스 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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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28km의 사랑 - 나폴리와 나의 이야기, 그리고 축구에 관하여
김필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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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8928km의사랑 #김필진 #미다스북스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도서제공

책 한 권을 그 자리에서 다 읽기는 참 오랜만인 것 같다. 책 <8928km의 사랑>은 저자 김필진의 나폴리를 향한 진한 사랑에 관한 내용이다. 나폴리 축구팀을 좋아하면서 시작된 나폴리 이야기는 그곳의 사람들, 도시의 분위기와 역사에 이르기까지 관심과 애정의 폭이 넓어져 결국 그의 제2의 고향이 되어버리는 과정을 순수하면서도 열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책의 표지에 쓰인 '사랑은 언제나 그렇듯, 아주 사소한 우연에서 시작된다.'라는 문구는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열렬히 덕질해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한 줄이다. 저자 역시 나폴리 축구팀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하여 마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듯 나폴리의 모든 것에 빠져들어버리는데, 여행을 좋아하는 나도 그 느낌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의 행복감은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경험이다. 일본의 히로시마라는 작은 도시를 처음 여행했던 때 그곳의 화려하지 않은 고즈넉함, 그리고 역사의 아픔에 숙연하면서도 너무 심각하지 않으려는 그들의 조용한 노력들, 평화에의 밝은 추구가 느껴져 점차 그곳을 많이 좋아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폴리에도 한번 깊이 빠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중간중간에 그곳의 음식과 즐기는 문화, 역사적 유적지 등을 사진과 함께 안내해 주어 읽는 재미를 더하였다.

축구 경기를 보러 간 나폴리에서 만난 축구팬 친구들이 저자에게 베푸는 구수한 인정과 배려를 보며 인간의 공통된 감정과 선한 본성은 분명히 있으며 그것이 토대가 된 진심 담긴 감정의 향유가 오작교가 된다면 언어와 국경, 더 나아가 이데올로기 마저 거뜬히 넘나들어 '인류'라는 하나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가 바라는 세계의 모습 역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커다란 한 가지 진리를 저자는 꾸밈없이 스스로를 던지고 서로를 느꼈던 자신과 나폴리 사람들에게서 알아버린 것이다.

철학을 전공한 저자가 들려주는 나폴리 경험 이야기는 그저 축구팬으로서의 열정뿐 아니라 그 과정의 소중함, 좋은 사람들과의 연대, 나아가 경계 없는 지구를 염원하는 그만의 철학이 더욱 견고히 구축되어 가는 과정을 함께 들려주고 있었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물질적, 경제적 토대로서의 이 계급-메커니즘을 많은 사람들이 망각하고 살아간다. 예컨대, 문화나 민족, 국가나 언어 등이 세계의 무산계급을 갈라놓는다. 나는 이 분리와 파편화를 극복하고, 무산계급의 연대와 융합으로 가는 길의 단초를 나폴리에서, 그리고 축구에서 발견했다.' -p187

'본질적 계급구조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도록 우리를 방해하는 수많은 이데올로기적 현혹들은 사실 단순한 것들에 의해 연기처럼 사라졌다. 축구 경기에서 같은 팀을 응원하고, 골이 들어가면 기뻐하는 단순한 행위와 이의 반복은 동질감을 형성했고, 우리가 서로 간의 '다름'보다 '같음'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 -p188

좋은 책 제공해주신 출판사 미다스북스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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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사랑이 없다면, 그 무엇이 의미 있으랴 - 에리히 프롬편 ㅣ 세계철학전집 4
에리히 프롬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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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도서제공 #모티브 #삶에사랑이없다면그무엇이의미있으랴 #에리히프롬 #이근오 #강한엄마 #단단한맘 #책스타그램

이 책은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우리의 삶 전반에 적용할 만한 내용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가장 가슴에 새겨지는 부분은 책의 초반부에 있다.
‘인간의 잠재력을 온전히 펼칠 수 있는 삶은 ‘소유 방식’이 아니라 ‘존재 방식’ 안에서만 가능하다.’
자신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기준을 두고 무엇이든 선택하고 추진해야 그 과정과 수확은 의미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보다 주변의 눈, 상대의 생각, 사회의 틀에 맞춰 삶을 움직여 간다면 결국 겉만 보기 좋은, 그러나 나의 내면은 풍요롭지 못한 삶이 될 것이다.

사랑도 결국 자신의 본성을 깨달아 가는 여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사랑을 하는 동안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고 가치를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인가, 얼마나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인가를 느낀다면 과정이 비록 괴롭거나 어지러웠어도, 그리고 사랑의 결과가 어떻든 그 사랑은 자신에게 아름답고 값진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삶에 사랑이 없다면 그 무엇이 의미 있으랴>에서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올바른 모습과 방식, 그리고 이별에 대한 대처에 대해 굉장히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챕터 4에서 성숙한 사랑의 방식에 대해 데이트 비용, 서로의 다름에 대한 이해심, 서로에게 나다울 수 있는 관계의 소중함, 성숙한 사랑의 네 가지 요소 -보살핌, 책임, 존중, 지식- 의 필요성을 들어 어려울 수 있는 철학적, 심리학적 관점을 이해가 쉽도록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끝난 사랑에 대한 ‘미련’도 결국 존재가 아닌 소유의 방식으로 사랑을 하는 사람이 이별을 맞는 모습이라고 했다. 이별해야 했던 상대는 자신과 인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다시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 그런 방향으로 눈을 돌려야 하며 지난 사랑은 나와 상대가 성숙해지기 위한 경험이었다고 여길 수 있어야 함을 마지막에서 강조하고 있다.

챕터의 사이사이에 독자에게 사랑을 하는 태도에 대한 질문지, 체크리스트 등을 제시하여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는 것이 또한 유익하다.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 사랑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 모두 이 책을 통해 사랑에 대한, 삶에 대한, 그리고 자신에 대한 습관적 태도를 되돌아보고 더 성숙하고 독립적으로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좋은 책 제공해주신 출판사 #모티브 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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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안 수업 - 어떻게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보는가
윤광준 지음 / 지와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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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안수업 #윤광준 #지와인 #서평 #도서제공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추천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어서 나름대로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있을 것이란 막연한 자만심(?)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심미안 수업>이라는 책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는 저자 윤광준의 모습을 보며 상대적으로 나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져 부끄러웠다. 특히나 나의 분야인 미술에서 나는 따라갈 수 조차 없는 저자의 폭넓은 지식과 알아내고자 하는 끝없는 움직임은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미술, 음악, 건축, 사진, 디자인 이렇게 다섯 분야에서 각각 가치와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심미안을 기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심미안을 기르려면 자신이 잘 모르는 낯선 대상과 마주했을 때의 첫 느낌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무 배경정보 없이 순수하게 그 대상을 볼 때 떠오르거나 느껴지는 감정이 어쩌면 자신도 예기치 않은 새로운 나의 일부를 발견하는 신호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한때 팝송에 빠져 허우적댔던 시기가 있었다. 오래전의 일이지만 어느 날 우연히 어떤 노래를 듣게 되었는데 그 순간부터 마치 마법에 빠져든 듯 그 노래를 수만 번 반복재생 하며 그 가수의 다른 노래들을 마치 며칠 굶은 사람이 음식 앞에 손을 떨듯 마구 찾아 듣기 시작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4~5년간 다양한 팝송과 함께 깊은 시간을 살았다. 지금도 노래를 좋아하지만 그 기간만큼은 있는 힘껏 흠뻑 취했었다. 어떤 대상의 의미를 발굴해 내는데 자신의 첫 느낌, 첫인상은 무시할 수 없다.

스페인 여행에서 본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의 대하소설 같은 외벽과 내부의 구조는 아직도 잊을 수 없이 생생하고도 그것이 구현되었다는 게 믿을 수 없다. 그야말로 인류 정신의 위대함이 녹아있는 종합예술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베네치아에 있는 산 마르코 대성당의 아치와 뉴욕의 플랫 아이언 빌딩의 날렵함도 내 여행 시의 뜻깊은 행으로써 자리하고 있다. 건축 미학의 본질은 감탄이라고 저자가 말했듯, 사람들의 마음을 마구 흔들어놓는 건축의 거대함, 절제, 유머, 대담함은 인간에게 건축의 가치를 소리 없이 깨닫게 해 준다.

사진을 감상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그 사진이 가둔 시간을 생각해 보는 것(p257)이라는 부분에서, 어쩌면 사진은 시간을 가둠으로써 오히려 과거, 현재, 미래를 한 화면에 소환할 수 있게 해 주어 내면적 자유를 제공하는 아주 영검한 예술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작품은 아니지만 나의 어느 사진을 가만히 보면서 늘 그때의 그리운 사람이 지금 내 옆에 있고 그때의 즐거웠던 이벤트 속에 지금 내가 있다는 상상을 하는데, 갤러리에서 명작의 사진을 가만히 볼 때도 찍힌 순간의 작가가 마치 내 관점이고 내가 그 순간 거기에 있다는 최면 비슷한 상태에 들어가면 시제의 경계를 벗어나 4차원의 시공간을 맘껏 유영한다. 어떤 문이 닫히면 새로운 문이 열리는 것처럼 그 순간만을 담아내니 담기지 않은 세계들이 나를 초대하고 내가 그것들을 여기로 소환한다.

‘우리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진의 역할(p233)은 사실 예술 전반에 적용할 만하다. 미술, 음악, 건축, 디자인 등 모든 분야에서 우리가 파악하거나 보는 것 너머의 것을 구현하려는 시도는 계속된다. 그 앞에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예술의 힘은 아마도 예술가에게 쉽게 허락되지 않는 ‘그 너머의 경계’를 넘어버린 환희에서 나오는 듯하다. 작가들의 투철함을 유념하며 비범한 작품들과 사소한 순간들의 가치를 탐구해 나가자.

좋은 책 제공해주신 지와인 출판사 @jiwain_ 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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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도로시 스트레이치 지음, 이영주 옮김 / 초코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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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서평 #도서제공 #초코 #도로시스트레이치 @choco_publishing

처음에는 표지에 끌려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읽고 나서 표지의 소녀를 다시 보니, 어리고 순수하면서도 작은 송곳에도 내리 꽂히기 쉬운 여린 눈빛을 잘 표현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감정을 요령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회오리에 흠뻑 휘둘리는 경험을 인생에 한 번이라도 했다면 그것도 축복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어렸기에 가능한 특권을 제대로 누렸다는 것, 아무리 그때가 괴로웠어도 고통만큼 이 세상은 더욱 신비로워지고 심오해지고도 가벼워지니 축복이 아니고 무엇일까. 특히 그 대상이 누구이든 ‘사랑’이라는 깊은 해구는 단순히 사랑의 경험을 넘어 인간관계에 관한, 자연의 일부로써의 인간에 관한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한다.

올리비아는 동성의 선생님을 사랑했고 자신의 그 옳지 않은 것 같은 감정을 부정하거나 거부할 연륜도 없이 그것에 온몸과 정신을 맡겨버렸다. 작가 도로시 스트레이치는 분명 그 경험 후 자신은 강해 졌겠지만 그것을 소설 ‘올리비아’로 남길 정도로 강렬한 매혹이었음을 생동감 있게 잘 표현하였고, 독자로써도 그 내적 격렬이 읽는 내내 실시간으로 잘 전달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선생님과 올비아가 문학작품의 글귀들을 읊으며 독서의 시간을 갖는 장면들은 올리비아의 변화무쌍한 감정의 폭을 에둘러 전달하기에 매우 충분하였다.

어린 시절 한 번쯤은 보편적이지 않은 사랑의 감정을 느껴보았다면 이 책은 그때의 부서지기 쉬웠던 자신을 다시금 솔솔 떠올릴 수 있겠다.

늘 방법을 강구하고 만물에 대해 분투했던, 그러나 지금은 포근하기만 한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게 해 주신 출판사 초코 @choco_publishing 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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