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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28km의 사랑 - 나폴리와 나의 이야기, 그리고 축구에 관하여
김필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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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을 그 자리에서 다 읽기는 참 오랜만인 것 같다. 책 <8928km의 사랑>은 저자 김필진의 나폴리를 향한 진한 사랑에 관한 내용이다. 나폴리 축구팀을 좋아하면서 시작된 나폴리 이야기는 그곳의 사람들, 도시의 분위기와 역사에 이르기까지 관심과 애정의 폭이 넓어져 결국 그의 제2의 고향이 되어버리는 과정을 순수하면서도 열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책의 표지에 쓰인 '사랑은 언제나 그렇듯, 아주 사소한 우연에서 시작된다.'라는 문구는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열렬히 덕질해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한 줄이다. 저자 역시 나폴리 축구팀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하여 마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듯 나폴리의 모든 것에 빠져들어버리는데, 여행을 좋아하는 나도 그 느낌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의 행복감은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경험이다. 일본의 히로시마라는 작은 도시를 처음 여행했던 때 그곳의 화려하지 않은 고즈넉함, 그리고 역사의 아픔에 숙연하면서도 너무 심각하지 않으려는 그들의 조용한 노력들, 평화에의 밝은 추구가 느껴져 점차 그곳을 많이 좋아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폴리에도 한번 깊이 빠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중간중간에 그곳의 음식과 즐기는 문화, 역사적 유적지 등을 사진과 함께 안내해 주어 읽는 재미를 더하였다.
축구 경기를 보러 간 나폴리에서 만난 축구팬 친구들이 저자에게 베푸는 구수한 인정과 배려를 보며 인간의 공통된 감정과 선한 본성은 분명히 있으며 그것이 토대가 된 진심 담긴 감정의 향유가 오작교가 된다면 언어와 국경, 더 나아가 이데올로기 마저 거뜬히 넘나들어 '인류'라는 하나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가 바라는 세계의 모습 역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커다란 한 가지 진리를 저자는 꾸밈없이 스스로를 던지고 서로를 느꼈던 자신과 나폴리 사람들에게서 알아버린 것이다.
철학을 전공한 저자가 들려주는 나폴리 경험 이야기는 그저 축구팬으로서의 열정뿐 아니라 그 과정의 소중함, 좋은 사람들과의 연대, 나아가 경계 없는 지구를 염원하는 그만의 철학이 더욱 견고히 구축되어 가는 과정을 함께 들려주고 있었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물질적, 경제적 토대로서의 이 계급-메커니즘을 많은 사람들이 망각하고 살아간다. 예컨대, 문화나 민족, 국가나 언어 등이 세계의 무산계급을 갈라놓는다. 나는 이 분리와 파편화를 극복하고, 무산계급의 연대와 융합으로 가는 길의 단초를 나폴리에서, 그리고 축구에서 발견했다.' -p187
'본질적 계급구조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도록 우리를 방해하는 수많은 이데올로기적 현혹들은 사실 단순한 것들에 의해 연기처럼 사라졌다. 축구 경기에서 같은 팀을 응원하고, 골이 들어가면 기뻐하는 단순한 행위와 이의 반복은 동질감을 형성했고, 우리가 서로 간의 '다름'보다 '같음'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 -p188
좋은 책 제공해주신 출판사 미다스북스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