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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안 수업 - 어떻게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보는가
윤광준 지음 / 지와인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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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어서 나름대로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있을 것이란 막연한 자만심(?)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심미안 수업>이라는 책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는 저자 윤광준의 모습을 보며 상대적으로 나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져 부끄러웠다. 특히나 나의 분야인 미술에서 나는 따라갈 수 조차 없는 저자의 폭넓은 지식과 알아내고자 하는 끝없는 움직임은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미술, 음악, 건축, 사진, 디자인 이렇게 다섯 분야에서 각각 가치와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심미안을 기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심미안을 기르려면 자신이 잘 모르는 낯선 대상과 마주했을 때의 첫 느낌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무 배경정보 없이 순수하게 그 대상을 볼 때 떠오르거나 느껴지는 감정이 어쩌면 자신도 예기치 않은 새로운 나의 일부를 발견하는 신호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한때 팝송에 빠져 허우적댔던 시기가 있었다. 오래전의 일이지만 어느 날 우연히 어떤 노래를 듣게 되었는데 그 순간부터 마치 마법에 빠져든 듯 그 노래를 수만 번 반복재생 하며 그 가수의 다른 노래들을 마치 며칠 굶은 사람이 음식 앞에 손을 떨듯 마구 찾아 듣기 시작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4~5년간 다양한 팝송과 함께 깊은 시간을 살았다. 지금도 노래를 좋아하지만 그 기간만큼은 있는 힘껏 흠뻑 취했었다. 어떤 대상의 의미를 발굴해 내는데 자신의 첫 느낌, 첫인상은 무시할 수 없다.
스페인 여행에서 본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의 대하소설 같은 외벽과 내부의 구조는 아직도 잊을 수 없이 생생하고도 그것이 구현되었다는 게 믿을 수 없다. 그야말로 인류 정신의 위대함이 녹아있는 종합예술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베네치아에 있는 산 마르코 대성당의 아치와 뉴욕의 플랫 아이언 빌딩의 날렵함도 내 여행 시의 뜻깊은 행으로써 자리하고 있다. 건축 미학의 본질은 감탄이라고 저자가 말했듯, 사람들의 마음을 마구 흔들어놓는 건축의 거대함, 절제, 유머, 대담함은 인간에게 건축의 가치를 소리 없이 깨닫게 해 준다.
사진을 감상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그 사진이 가둔 시간을 생각해 보는 것(p257)이라는 부분에서, 어쩌면 사진은 시간을 가둠으로써 오히려 과거, 현재, 미래를 한 화면에 소환할 수 있게 해 주어 내면적 자유를 제공하는 아주 영검한 예술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작품은 아니지만 나의 어느 사진을 가만히 보면서 늘 그때의 그리운 사람이 지금 내 옆에 있고 그때의 즐거웠던 이벤트 속에 지금 내가 있다는 상상을 하는데, 갤러리에서 명작의 사진을 가만히 볼 때도 찍힌 순간의 작가가 마치 내 관점이고 내가 그 순간 거기에 있다는 최면 비슷한 상태에 들어가면 시제의 경계를 벗어나 4차원의 시공간을 맘껏 유영한다. 어떤 문이 닫히면 새로운 문이 열리는 것처럼 그 순간만을 담아내니 담기지 않은 세계들이 나를 초대하고 내가 그것들을 여기로 소환한다.
‘우리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진의 역할(p233)은 사실 예술 전반에 적용할 만하다. 미술, 음악, 건축, 디자인 등 모든 분야에서 우리가 파악하거나 보는 것 너머의 것을 구현하려는 시도는 계속된다. 그 앞에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예술의 힘은 아마도 예술가에게 쉽게 허락되지 않는 ‘그 너머의 경계’를 넘어버린 환희에서 나오는 듯하다. 작가들의 투철함을 유념하며 비범한 작품들과 사소한 순간들의 가치를 탐구해 나가자.
좋은 책 제공해주신 지와인 출판사 @jiwain_ 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