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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뮤지엄 - 디자인으로 읽는 인간 욕망의 역사
김신 지음 / 북트리거 / 2026년 7월
평점 :
#디자인뮤지엄 #김신 #북트리거 #서평
책에서 디자이너 디터 람스 Dieter Rams는 이렇게 말했다.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고, 유용하며, 아름답고, 이해할 수 있고, 야단스럽지 않으며, 정직하고, 오래 지속되며, 마지막 디테일까지 철저하고, 환경을 생각하며, 가능한 최소한으로 디자인한 것이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고 좋은 예술의 조건이 좋은 디자인의 조건과 모두 같지는 않지만 오히려 좋은 예술의 조건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순수 예술은 작업에 작가 자신이 강하게 서있어야 하는 반면,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철학과 대중의 니즈가 잘 어우러져야 하는 것 같다.
책 '디자인 뮤지엄'은 인류의 공통된 니즈의 변화에 따른 디자인의 변화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분량이 적지 않은데도 전혀 지루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변천사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에 대해 들려주어 내가 관심 갖지 않았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 좋았다.
우리와 너무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그래서 무심할 수 있는 젓가락, 수저, 포크, 나이프 등의 식기의 역사는 아주 사소하거나 작은 물건들에도 인류 문명의 진화의 흔적이 숨어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한국의 수저와 젓가락은 각자의 기능이 분명하게 있어서 늘 함께 쓰이기에 한 세트로 비슷하게 디자인되지만, 중국의 수저는 국물용으로만 쓰이기에 젓가락과 별개로 인식되고 디자인도 재질부터 다르다고 하는 부분이 재밌다. 같은 수저이지만 디테일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 곧 각 민족 특유의 문화이고, 작게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디테일의 차이가 한 사람 한 사람을 고유하게 만드는 것 같다.
유용함에 중점을 두기 위해서는 심플한 디자인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장식이 많거나 부피가 큰 디자인은 멋있거나 과시용으로 좋을지는 몰라도 사용에 편리하진 않기에 수요가 오래가지는 못한다. 어떤 물건이든 건축이든 모던하고 심플해지는 시기가 디자인에 있어서 과도기이고 커다란 전환점인 것을 보면 결국 인간은 점점 더 유용하고 편리함을 극대화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는 아무 무늬도 표시도 단서도 없는 작은 물건이 삶의 모든 기능을 다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아니면 만져지는 물건이 없이 의식과 생각만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아니, 그보다 더 심플한, 어쩌면 인간조차도 형태가 없는, 지금은 상상도 못 할 방식의 세상이 펼쳐질 수 있다.
지금은 어디에나 있는 종이가 기록을 위한 수단에서 심플함을 추구한 결과물로서 가장 오래 이용되고 있다는 것은 인류의 의지와 도전정신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 준다. 벽이나 나무에 새기거나 가죽에 새겼던 여러 문서들을 종이에 기록하게 됨으로써 보관도 용이하고 보관 가능한 문서의 양도 방대해지고 문자가 보편화될 수 있었다. 한 사람은 종이와 같다. 오랜 선조들의 정신적 기록이 축적되어 있는 아주 귀중한 실체다.
로고의 변천사에서 문장의 여러 그림들은 마치 예술을 보는 듯하다. 각 지역의 기사들이 자신의 영주를 대표하는 문장을 고안한 것인데, 현대적이거나 세련된 맛은 없지만 둔탁하면서도 순수한 기사도 정신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기업의 로고는 사람들의 눈에 익을수록 유리하다. 기억되기 쉬우려면 강렬하면서도 심플해야 하기에 로고의 디자인 역시 점점 기하학적이고 상징적으로 변화했다. 갑자기 든 생각은 나의 이름을 나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각인될 수 있도록 로고화 해보는 것은 어떨까.
많은 용감한 사람들의 도전에 의해 지금의 환상적인 세계가 펼쳐졌다.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 없지만, 나 역시 이 세계의 정신을 거듭 디자인하는데 일조하는 사람이길 소망해 본다.
좋은 책 제공해 주신 북트리거 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