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허기
정능소 지음 / 메이킹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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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의지를 노래할 때는 밝음과 긍정의 언어로서 맺음 하는 것이라고만 여겼던 나는 정능소 시인의 시집 <관계의 허기>에서 좁다란 내 원칙 안에서는 너무나 이례적인 구사 방식을 느꼈고 배웠다. 정능소 시인은 인생의 역경과 허무, 관계의 회의 등을 특유의 비관적 언어로 노래한다. 하지만 마치 욕쟁이 할머니의 정이 듣는 이의 마음을 더 후벼 파듯 시인의 표현방식은 삶에 대한 의욕과 열정을 더 적나라하게 툭툭 보여준다. 어쩌면 그가 시를 쓰는 것도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느끼는 ’허기‘를 달래어 가며 다시금 살아내자는 다짐이며 세상에 옛다 하고 건네는 욕쟁이 할머니의 맵디 찬 비빔냉면과 비슷할까 싶다.

그의 시 한 줄 한 줄은 세상의 구석구석 관심을 갖지 않는 곳이 없으며 작은 것에서, 스치듯 지나간 것에서,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은 것에서 조차 아픔의 이치를 발굴하고 분석한 후 관조한다.

어릴 적에나 있었던, 현대에는 마주치기 힘든 단어나 사물들이 많이 언급되어 잊고 있었던 것들을 상기할 수 있는 재미는 시인의 세계를 이해하기 조금은 어려울 수 있는 와중의 단물과 같다.

‘여린 가지 바람 막아 줄
벽이 없어

옹기 깨져 피 말라붙을 뻔한 적이 몇 번이던가

별들 울음 머리에다
얹고

서리, 서리 이슬에 적셔져 지샌 밤

질겨진 몸으로 뒷짐 지고
헛기침할 때쯤

그릇을 비워야 한다니 과정이 전부라면 시작은 누가
할까

의미로 집 짓고 변명으로 담장 둘러
들어앉아도

끝내 베이지 않던가
나무’

-‘생각하는 나무‘, 116p

소중한 도서 제공해주신 메이킹 북스 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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