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아이들 - 개정판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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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펼치면 맨 처음 세 줄의 글이 나온다.


“참된 상냥함은 절망을 헤치고 나온 사람만이 지닐 수 있습니다.”


이 기록은 내가 아이들을 살게 한 기록이 아니다.

아이들로 인해 내가 살게 된 기록이다.


라는 글이 나온다. 그 짧은 구절을 읽었더니 가슴이 찡해져왔다. 아직 책을 읽지 않아 무엇을 두고 하는 말인지는 몰랐지만 왠지 가슴이 뭉클해졌었다. 그렇게 나는 감동을 시작으로 이 책을 펼쳤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엔 하이 타니 겐지로 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다. 우연히 학교 도서관에서 책 정리를 하다 발견된 책이었는데 <내가 만난 아이들> 이라는 제목에 관심이 생겨 읽게 된 책이었다.

 

하이 타니 선생은 여느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다른 것 같다. 아이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마음을 교류하는 편지를 주고받는 것...내가 초등학생 땐 꿈꿀 수 없는 것이었는데...선생님께 관심 받지 못한 쓸쓸한 초등시절을 보낸 나로 써는 부럽기도 하고 그 때 나는 그럴 수 없어서 아쉬움이 들었다.


이 책은 결코 아이들과의 이야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선 처음엔 하이 타니 선생의 전쟁으로 인해 굶주린 생활을 하며 힘겨웠던 어린 시절, 조선소에서 일하는 가족, 형의 죽음. 상냥한 그에게도 이런 절망적인 과거가 있었다.


하이 타니 선생은 처음부터 선생님이 된 것이 아니었다. 세상에 차별을 받고 밑바닥 인생으로 굴욕을 맛보는 등의 인생의 쓴맛을 두루 본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기에 아이들의 아픔과 절망을 이해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책을 읽는 내내 참된 상냥함은 절망을 헤치고 나온 사람만이 지닐 수 있다는 구절이 머릿속에서 자꾸 떠올랐다. 아마 그도 그런 절망을 헤치고 나왔기에 상냥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그가 아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과 방황의 시기 모든 것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전쟁의 아픔이 드러난 시대적 배경에 우리나라 또한 그 아픔을 겪었기에 결코 그냥 볼 수 없었다. 못살고 못 먹었던 시대에 살았던 하이 타니 선생. 그의 어린 시절은 나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그는 분명 아이들을 존중하고 이해한다. 아이들에게서 배우려 하기에 마음을 교류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솔직히 나는 아이들을 싫어한다. 말도 안통하고 귀찮고 1살이라도 어리면 나이의 차이가 엄청나게 나는 듯 거리가 느껴진다. 게다가 꼬마들은 말도 잘 안 듣기 때문에 싫어했다. 이 책을 보니 아이들을 그렇게 생각한 내가 부끄럽다..그런 아이들에게도 배울 점이 있구나. 책을 보면서 나도 그 처 럼 아이들과 마음을 교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의 어두운 시절을 떠올리며 입장을 바꿔 아이들의 심정을 이해하려 한다. 그는 말한다. 아이들이 나를 구원 해 주었다고. 글을 보며 그가 초등학교를 교사로 근무하며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을 떠올리니 그가 고백한대로 그는 아이들로 인해 구원받은 것 같다. 아이들의 어떤 점이 그를 구원해주었을까. 절망에서 이겨내 상냥함을 가진 것 에서? 그는 그런 아이들을 보며 충격을 받고 본받는다. 추악하고 비겁하며 탐욕으로 물든 내 마음도 순수한 아이들에게 구원 받을 수 있을까...?


부끄럽지만 나의 초등학생 시절은 잘 씻지 않고 머리도 일주일 이상 안 깜고 다니고 꾀죄죄했다. 부모님이 장사하시느라 나를 돌봐줄 여념이 없으셔서 나는 나 스스로 일어나야 했다. 매일 늦게 자고 컴퓨터만 하다 보니 매일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학교로 갔다. 매번 늦게 학교로 가며 아무도 없는...쓸쓸한 운동장을 걸으며 교실로 다가 갈 때 부끄러웠다. 창문 쪽에서 아이들이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고 째 이제와요~~ 쟤 좀 봐요. 라고 수근 거릴까봐 고개를 푹 숙이고 갔다. 그런 고통스러운 생활임에도 나의 그 버릇은 고쳐질 줄 몰랐다. 나중에 6학년 땐  학교도 자주 빼먹었다. 그땐 누구라도 나를 지탱해주었더라면 좋을 텐데...결과는 참혹하게도  나에게 다가올 친구는 없었다. 그렇게 나의 초등시절은 고독했다.


채팅만이 유일한 나의 대화를 터주는 장소였다. 거기선 누구든 가리지 않고 대화를 할 수 있고 즐거울 수 있었다. 나는 대화에 굶주렸기에 채팅에 몇 년을 매달렸었다. 채팅에 빠져 학교도 안 나가고...그런 어두운 시절 때 나를 바로 잡아줄 하이 타니 선생님 같은 분을 만났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하이 타니 선생님에게서 뉘우치고 개선된 학생이 부럽다. 나는 그런 성생님을 만나지 못하고 선생님이 내게 관심조차 가져주시지 않아 조금 안 좋은 시각으로 선생님을 보았었다. 선생님을 믿지 못했다. 나를 귀찮아하던 선생님들...슬펐다. 어쩌면 나는 선생님의 관심을 더 끌어보려고 더욱 발작 했던 지도 모른다.


책속에 나온 아이들은 나보다 더한 어두움과 고독함, 절망을 맛본 것 같다. 나 따위는 견 줄만도 못하는 깊은 슬픔을...그럼에도 아이들은 상냥함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왜..절망을 맛본 아이일수록 더 상냥할 수 있을까.


아이들의 시가 꽤 나온다. 유치하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아이들이 쓴 시에는 순수함과 생각이 그대로 들어나 있었다. 그런 점 에서 아이들의 시는 괜찮았다. 나는 무조건 멋져보이 기 위해, 짧은 구절이지만 많은 뜻이 담긴 깊이 있는 시를 쓰려 노력했었다. 가끔은 아이들처럼 솔직한 시도 괜찮은 것 같다.


소의 다리를 짚으로 문질러 주니까 눈물이 마음속에서 울고 있었다는 소와 나 라는 시를 쓴 마사히코,


뼈야, 너는 나한테 다리가 있는 줄 알고 자라주었구나 라는 나의 다리라는 시를 쓴 다카하시 사토루,


선생님은 왜 나를 예뻐 해주나요? 라고 물었던 사사오 스스무도.


모두 고독과 절망을 가지고 있었지만 상냥함을 잊지 않았던 아이들. 한자 한자에 아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글이 담겨있어서 끝내 내 눈에서 뜨거운 눈물방울이 나오게 했던 순수함 그 자체였던 아이들......아이들의 순수함이 나를 울렸다.


그가 아이들에게 구원 받은 것처럼 나도 이 책으로 인해 구원받은 기분이다...아이들은 참으로 이상한 존재다...가슴이 마구 요동친다.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서로 용트림을 한다.


한 사람의 인간이 되기 위해선 혼자의 힘으로 불가능하다. 하이 타니 그 역시 살아가며 자신에게 본보기가 되어준 하야시 선생이나 사카모토 선생을 보며 본받았기에, 자신에게 상냥함을 베풀어준 닷짱과 도시봉. 그를 스쳐지나갔던 모든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그가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오키나와에서, 그리고 아이들에게서 생명의 의미를 배웠다. 하나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다른 무수한 생명이 그 생명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상, 내 생명 또한 다른 생명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상이 인간의 성실함을 낳고 상냥함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배웠다. 하나의 '생명'속에는 수많은 '죽음'이 살아 있으며 온갖 고통과 번민이 깃들여 있다. 그것이 흙 속의 양분처럼 새로운 생명을 길러 내고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 생명에는 끝이 없다는 생각이 이제야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내 반평생은 회한의 반평생이다. 내게 용기라고 할 만한 것이 있다면, 나 자신을 응시할 수 있다는 것과 내 고통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리라. - p228


책을 다 읽으니 맨 첫 장의 구절이 이제 서야 이해가 가기 시작했었다. 나의 주변에 힘든 아이가 있다면, 이젠 내가 하이 타니 선생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 해야겠다. 참된 상냥함은 절망을 이겨낸 사람만이 지닐 수 있습니다...


혹시 선생님이 될 사람이나 선생님인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선생님께 구원받지 못했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 써 아이들을 좀 더 이해하는 선생님이 나타나 선생님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아이가 구원받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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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끝이 없는 이야기 푸른숲 어린이 문학 3
노경실 지음, 김호민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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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초등학생의 수준인 책이라 길래 처음엔 이 책을 얕봤다. 초등용 책이 다 거기서 거기겠지- 설마 유치한 거 아냐? 라며 글씨도 크네. 금방 읽겠네 라며 이런 마음으로 책을 펼쳤는데 펼치면서 읽는 순간 그게 아니었다.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 이 책은...중3인 나를 힘들게 한다. 내용이 너무 가슴 아프다...사회의 밑바닥의 암울한 곳을 훔쳐본 기분. 내용은 초등용이 아니라 중학생용이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명훈이네 가족은 2칸짜리 방이 있는 어두컴컴한 지하에서 산다. 옛날 명훈이네도 아버지가 대기업 건설회사의 아파트 건설 소장으로 일할 땐 누구 못지않게 아주 잘 살았다. 넓은 아파트와 은색 자가용, 여름엔 해수욕장에서 방학을 보내고 겨울엔 겨울에서 방학을 보내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 행복한 가족이었지만 아버지의 사고로 다리 한 쪽을 잃은 후로 퇴직금과 보상금으로 사업을 해보려다 나쁜 사람들에게 돈을 빼앗겨 빚쟁이들을 피해 지하방으로 이사 온 것이었다. 아버지는 매일 술에 절어서 사시고 어머니는 대형 할인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시며 근근 히 식구들 입에 풀칠을 하신다. 이런 가족이 우리 사회엔 아직 많을 것 같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뿐이지...이렇게 생각을 할수록 명훈이네처럼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하니 슬프다. 

 


책을 읽는 동안 명훈이가 사는 삶 은 하루하루를 어둠속에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내 기분까지 암울해진다. 할 수만 있다면 도와주고 싶은 심정이다. 이렇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많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프다.

 


매일 술에 절어 살며 술 가져 오라고 소리치는 집에서 두려움과 걱정으로 살아가는 명훈이가 가엾다. 생각해보면 나는 부모님 두 분 건강하시고 좋은 아파트에 살며 용돈도 많이 받고 좋은 컴퓨터, 하고 싶은 거면 노력해서 거의 할 수 있는 환경이다. 공부도 실컷 할 수 있도록 제공된 환경. 명훈 이는 나 같은 환경을 부러워해 안달인데 나는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에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걸 모른 내가 처음에 명훈이의 생활을 보고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는 듯 했다.

 


중학교 2학년인 동철 이는 초등학교 6학년짜리 후배(명훈 이를 비롯해)들을 앉혀놓고 돈을 많이 모아 백화점 사장이 되어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줄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주유소 사장의 금고를 터는데 같이 하자며 백화점 세울 때 높은 자리를 준다고 한다. 허 참. 코웃음이 난다. 나 같으면 절대 그 말을 믿지 않을 텐데 순진하고도 어리석은 이 6학년짜리들은 믿는다. 세상이 그렇게 쉬울까? 아니다. 돈 몇 십 만원, 몇 백 만원 벌어도 백화점 하나 짓는 거 쉬운 일은 아니다. 아직 6학년들이라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그리고 주유소를 털어 돈을 모으는 건 더러운 짓이다. 결국 그렇게 돈을 모으는 동철이 또한 부정을 저질러 더러운 돈을 가진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게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 우리가 부자가 되면 사람들은 쩔쩔 맨단 말이야. 니네들은 뉴스도 안 보냐? 돈 있으면 무죄! 돈 없으면 유죄! 만날 그런 이야기들이 뉴스에 나오더라. 내 말 알겠어?(동철 대사) -p27

 


결국 돈이면 뭐든지 해결되는 세상이 참 씁쓸하다. 이 구절을 볼 때 어찌나 가슴이 저릿한지... 사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돈이면 뭐든지 해결되는 사회였다. 아무리 죄를 지어도 돈만 있으면 해결되는 더러운 사회..매일 같은 정치인들 밥그릇 싸움, 돈에 눈이 멀어 부정을 저지르는 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 세상에 정당성은 존재하지 않는 걸까?

 


위의 구절을 읽으니 몇 일전 읽었던 인터넷 기사가 생각났다. 그 기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페리스 호텔의 상속 녀 인 페리스 힐튼이 음주운전 단속에 걸려 40일간 감옥에 있는 다는 기사였다. 놀랐다. 우리나라라면 뒷돈을 써서 어떻게든 풀려났을 텐데 미국 이라는 나라는 저리도 정당하니...우리 나라였다면 생각을 하니 피식-하고 웃음이 났다.

 


예전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라는 책을 읽었었다. 은수의 집은 가난했는데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다 동생을 위해 구걸도 하고 온갖 일을 다 한다. 그러다 어른이 되어 아는 형의 한번 혹한 말에 살인을 저지르는 것을 돕다가 누명을 쓰고 사람 하나를 죽이게 되어 감옥에 간다. 이 처럼 은수의 환경과 명훈이의 환경은 다른 바 없는 것 같다. 가난한 사람은 명훈이나 은수처럼 어쩔 수 없이 어두운 길로 빠져들 수 밖에 없다는 현실에 가슴이 아렸다.

 


마지막엔 명훈이가 주유소를 털기 위해 집을 나서기로 한 새벽에 문 앞에서 망설이다가 부모님의 대화를 엿듣게 된다. 아버지가 동회에서 나오는 전동휠체어 덕분에 다시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명훈이로선 희망적인 소식이지만 어쩐 일인지 명훈 이는 손잡이를 꽉 잡고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런 명훈 이를 보고 이렇게 한 마디 해주고 싶었다. 명훈아, 그냥 손잡이에서 손을 떼고 방안에 들어가서 자...

 


- 명훈 이는 그 말들을 피하려는 듯 손잡이를 잡은 오른손에 다시 한 번 힘을 주었다. 그러자 사라졌던 어둠이 무너지는 흙무더기처럼 확 쏟아져 내렸다. -p149

 


맨 마지막의 구절이다. 과연 명훈 이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작가는 내게 궁금증을 잔뜩 안겨두고 뒷이야기는 알아서 상상하라는 듯이  미완성의 이야기로 끝내버렸다. 아니, 어쩌면 제목처럼 끝이 없는 이야기 같다. 이야기는 계속될 것 이다. 쭈욱-

 


이 책은 초등용이지만 초등학생이 이해하기엔 조금 난해한 것 같다. 초등 때 읽는 다면 내용은 잘 파악 못하더라도 동철이 처 럼 막연한 상상을 가져볼 수 있겠지만 중3인 내가 이 책을 읽기엔 세상의 어두운 면을, 현실을 어느 정도 알기 때문에 밝은 상상을 하지 못하겠다. 마음이 몹시 무거웠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 번도 이런 책은 읽어보지 못했는데 막상 읽으니 가난한 아이들의 힘든 삶이 뼈저리게 느껴져서 가슴이 묵직하다. 나까지 슬퍼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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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후를 기다리며
하라다 마하 지음, 오근영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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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일본소설을 읽게 되었다. 가히 2달 만인 것 같다. 얼마만의 일본소설인지 곧 나는 일본소설 특유의 매력에 푹 빠져 술술 읽었다. 아, 역시 일본소설이다. 지극히 일상적인 내용...그리고 잔잔한 감동. 일본소설은 주로 일상적인 내용이 많은 것 같다. 일상적인 내용이라고 해서 전혀 지루하지 않다. 한국소설에선 맛볼 수 없는 담백한 문체의 느낌이랄까..그런게 있다. 글로 나타낸 일상은 편안했다.

이 책은 예전에 내가 읽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티티새>라는 책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티티새>라는 책 또한 바닷가를 배경으로 나오는 소녀들의 이야기인데 이 책은 섬을 배경으로 아픔을 가진 남녀의 순수한 사랑이야기다.

주인공 아키오는 오키나와라는 섬에서 조그만 구멍가게를 운영하며 강아지 카후와 같이산다. 그리고 몇년째 가족처럼 지내는 뒷집 무당할머니도 함께. 매일 오전 10시 가게를 열고 점심시간엔 낮잠을 자며 마치고 저녁먹기전 강아지 카후와 산책을 하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아키오의 삶에 큰 전환점이 생긴다. 어느날 아키오에게 편지한통이 도착한다. [에마에 쓰여 있는 기원문이 진심이라면 저를 당신의 아내로 받아주시겠어요? - 사치] 라는 갑작스런 편지로 인해 아키오에겐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몇일 뒤 그의 집에 방문한다고 한다. 

사치, 그녀는 매우 아름다웠다. 그렇기에 아키오는 보잘 것 없는 자신에게 정말 이 여자가 나의 아내가 되는 건가하고 불안해 하지만 하루하루 둘의 생활은 지켜보는 내게 미소를 짓게 했다. 사치로 인해 아키오에게 가족이 생기고 기쁨이 넘치게 된다.

두 사람의 사랑은 참으로 순결하고 깨끗했다. 보는이의 마음까지 감동으로 물들이며 순수해지는 기분을 느끼게끔...하지만 밝음속에는 과거의 어두운 아픔이 있었다. 사치에겐 낙태된 아이, 아키오에겐 자신을 떠난 어머니...사람은 누구나 아픔을 가지고 살지만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의 서로를 사랑하는 두 사람이 멋졌다. 특히 아키오는 사치가 겉으론 밝아도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는 걸 짐작했지만 어떤 과거인지 묻지않고 그저 곁에서 지켜보는 사랑이 내 마음을 감동시켰다. 세상에 아키오같은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의 나만 바라봐주는 남자 없으려나??

나중에 반전도 있었다. 러브스토리에 왠 반전? 깜짝 놀란 반전이었지만 사실 그건 오해였다. 그 뒤에 또 다른 작은 반전도 함께 숨어있었다. 내가 반전이라고 해서 추리소설의 반전을 상상하면 곤란하다^^;; 추리소설만큼 짜릿한 반전은 아니지만 그래도 반전은 반전이니 그렇게 써둔다. 그렇지만 그 반전에 꽤 놀랐다.

첫번째 반전은 곧 오해였지만 그것으로 인해 결혼까지 다다른 사치와 아키오는 헤어진다. 사치가 떠나고 나서야 그것이 오해였다는 것을 안 아키오는 사치를 찾으러 섬을 떠난다. 그리고 끝이난다. 뒷부분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겨진 건가? 아키오가 사치를 찾아서 무사히 섬에 돌아오는 해피엔딩을 머릿속으로나마 그려보았다.

- 사치를 다시 만나면 제일 먼저 말해야지.

-카후가 기다리고 있어요.

-섬으로 갑시다.

그날 무지개가 떠 있던 가민야를 멀리 바라보며 아키오는 오래오래 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 -p294

음...결국 제목 카후를 기다리며 란 강아지 카후가 기다린라는 말인가 아니면 카후의 뜻인 좋은소식과 행복이라는 두가지 뜻일까..아마 내 생각엔 '카후를' 이라는 말을 보면 후자인 듯 싶다.

처음엔 이 책의 독후감을 쓸때 어찌 시작해야할지 어떤 내용을 쓸지 고민했다. 나는 하는데까지 열심히 썼지만 왠지 다 못보여준 것 같아 찜찜하다. 이래서 일본소설은 나를 당혹하게 만든다. 읽을 땐 잘 읽히지만 서평을 쓰려하면 일상적인 소재들의 소설이라 나를 곤란하게 만들어 버린다.

책을 다 읽고 난 소감은 일본의 작은 섬나라를 여행하고 온 듯한 기분이다. 맑은 바닷물, 잔잔한 일상, 두 남녀의 깨끗한 사랑. 모든게 바로 방금전까지 내가 그곳을 직접 촉감하며 느끼고 본 듯한 기분인데 책을 덮으니 꿈에서 깬 듯 나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달콤한 꿈에서 깨어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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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 읽는 노인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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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특이한 제목이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표지는 아마존의 열대밀림과 그곳에 사는 동물들을 연상시키는데 제목은 표지와 딴판이니 이거 뭔가 싶었다. 도대체 어떤책일까? 궁금함과 기대감에 이 책장을 펼치게 되었다.

사실 작년 열음 6월달에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었다. 그 당시 책 읽기를 접한지 얼마 안 된 초기때라 쉽고 재미있는 책만 좋아했던 터라 이런 책은 처음부터 콱 막혀 도통 진도를 나갈 생각을 안 했다. 결국 기한이 다되서 반납하고 그 이후로 이 책을 잊고 살았었는데 얼마전 책 카페에서 어떤 분이 이 책 찜해뒀다면서 꼭 읽고싶다고 올린 글을 보고 내 기억속에 묻혀있던 이 책이 다시 생각났다. 읽다 만 책이라 아쉬웠던 터라 그래, 다시 읽자 꼭 완독하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다시 빌리게 되었다. 그땐 10분의 1도 못 읽었는데 1년간 다양한 책을 접하며 책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 사라져 이번엔 다 읽게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책을 펼치니 상상했던 것과 달리 후끈후끈한 아마존 열대의 열기와 치과의사가 나와서 어리둥절해 했다. 혹시 이 치과의사가 주인공 일까 하는 마음으로 계속 읽었는데 곧 이어 주인공인 연애 소설을 읽는 노인 안토니오가 등장했다.

노인은 왜 연애소설을 읽게 되었는지, 어째서 연애소설을 즐겨 읽게 되었는지 나는 곧 알게되었다. 늙어서 삶에 적적함을 느낀 노인은 책을 읽기로 결심한다. 다양한 책들 가운데 노인은 주인공들이 눈물나도록 가슴 아픈 사랑을 하는 연애 소설을 좋아하게 된다 그 이유는 사랑하는 아내과 엘 이딜리오라는곳인 아마존에 와서 살다 우기로 인해 아내가 목숨을 잃게 된다. 어쩜 주인공들이 이런 자신과 닮은 모습때문에 그런 것 이리라. 치과의사를 통해 연애소설을 전달받아 즐겨 읽게된다. 왜 하필 연애소설을 읽을까? 노인이라면 시집이나 인생에 관한 책을 읽을 것 같았는데 예상 외였다.

책을 읽는동안의 노인의 삶은 여유롭고 평화롭다. 책에 빠져있다가도 오후의 졸음이 찾아오면 책을 덮고 그물그네에 누워 잠을 청한다. 상상만해도 평온한 기분이다. 노인과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나는 노인의 삶이 무척 부러웠다. 공부의 압박감에 시달리는 나와 다른 느긋하고 아늑한 삶을 사는 노인이 지독시리 부러웠다.

처음 부분까진 평화로웠는데 중반에 접어들면서 사건이 시작되었다. 한 백인이 살쾡이의 습격을 받아 죽어있었던 것이다 그게 끝이 아니라 몇일 뒤 또 다시 마을 사람 중 한 사람이 죽었다. 마을은 혼란스러워진다. 곧 현명한 노인 안토니오가 나타나 왜 살쾡이가 사람을 습격했는지 알려준다. 백인이 살쾡이의 새끼를 죽여서 암살쾡이라 새끼를 잃은 분노로 사람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멍청이가 따로없다. 아마존에서 사냥금지로 보호받는 동물을 죽여 규칙을 어긴 백인은 스스로 죽음을 자처했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규정을 어기는 어리석은자. 말 못하는 동물이라고 사람은 너무 함부러 하는 것 같다. 눈앞에서 제 새끼 죽이면 가슴이 찢어지지 않을까? 동물이라고 막대하는 인간이 마음에 안 든다. 탐욕에 사로잡힌 자들. 죽은 백인도 그 사람들에 속한다. 이 책에 나오는 백인들은 대부분 이런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순수한 아마존이 더렵혀 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이 대담한 살쾡이는 점점 더 사람을 죽인다. 사건이 커지자 이장은 수색대를 데리고 숲에 들어가 암살쾡이를 죽일 작전을 벌인다. 바로 여기서 부터 긴장감이 조성된다. 주변은 키가 크고 넓직한 잎사귀가 달린 나무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아마존 밀림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살쾡이와의 승부. 짜릿하다. 비겁하고 욕심많은 읍장은 제 목슴을 위해 노인을 자유롭게 해준다는 계약을 하고 노인만 남겨두고 떠나버린다. 밀림속에서 노인은 혼자가된다.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  두근두근  심장이 뛰고 긴장된다.

젊은시절 인디언부족과 생활을 한 경험이 있던 노인은 인디언들에게 야생에서 사는법과 지혜를 배웠던 터라 요즘사람들이 갔더라면 어찌할 바를 모르며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게 아니라 밀림에서 잘 살아남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살쾡이와의 승부의 칼을 간다. 나는 결말이 어떻게 될까 하고 궁금했는데 예상외로 결말은 슬펐다. 눈물이 전혀 안 나올 것 같은 책이었는데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살쾡이는 인간이 자기를 새끼를 죽였기에 이성을 잃고 마구 인간을 죽인다. 어쩜 그렇게 살쾡이가 날뛰는건 인간에게 그냥 목슴을 내어주는 것이 아닌 한판 승부를 해서 죽는게 살쾡이가 원하는 것이었다. 인간이 끝장을 내주기를 바랬다. 노인은 살쾡이와 승부를 벌인다.

- 죽은 짐승의 털을 어루만지던 노인은 자신이 입은 상처의 고통을 잊은 채 명예롭지 못한 그 싸움에서 어느 쪽도 승리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부끄러움의 눈물을 흘렷다. 이윽고 노인은 눈물과 빗문에 뒤범벅이 된 얼굴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짐승의 시체를 끌고서 강가로 나갔다. 그는 그 짐승의 시체가 우기에 불어난 하천을 따라 다시는 백인들의 더러운 발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 거대한 아마존 강이 합류하느 저 깊은 곳으로 흘러가길 바라면서, 그리하여 영예롭지 못한 해충이나 짐승의 눈에 띄기 전에 갈기갈기 찢어지길 기원함녀서 강물 속으로 밀어너었다. 그리고 한참동안 무엇인가를 생각하던 노인은 느닷없이 화가 난 사람처럼 손에 들고있던 엽총을 강물에 던져 버렸고,세상의 모든 창조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그 금속성의 짐승이 가라앉는 모습을 하염없이 지켜보았다. -p179

노인은 살쾡이를 죽이고 왜 울었을까. 살쾡이가 불쌍해서? 살쾡이가 그렇게 된 것과 자신이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에 화가 나서? 그것은 나에게 아직까지 의문으로 남았다.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 그런 아마존이 백인들의 손에 처녀성을 유린당하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참으로 안타깝다.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지 않고 무분한 개발로 자연을 파괴시키는 인간들 때문에 지구종말을 초래한다. 지금도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고 기상이변이 일어나 지구종말을 연상시키는데 제발 지구를 그냥 두면 안 될까?... 저자는 환경 운동가 라고 한다. 그렇기에 이 책에 환경 문제에 관한 소재를 심어놓고 독자가 환경 문제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길 바라는 것 같다.

-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는 틀니를 꺼내 손수건으로 감쌌다. 그는 그 비극을 시작하게 만든 백인에게, 읍장에게, 금을 찾는 노다지꾼들에게, 아니 아마존의 처녀성을 유린하는 모든 이득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낫칼로 쳐낸 긴 나뭇가지에 몸을 의지한 채 엘 이딜리오를 향해, 이따금 인간들의 야만성을 잊게 해주는, 세상의 아름다운 언어로 사랑을 얘기하는, 연애 소설이 있는 그의 오두막을 향해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p180

언뜻 보면 재미있고 그냥 즐길 수 있는 책 같지만 그 속에는 환경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문제들이 숨어있다. 재미를 느끼면서도 현실의 여러가지 문제를 생각할 수 있는 점에서 이 책은 '괜찮은 책' 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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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 성장과 변화를 위한 도약 십대를 위한 눈높이 문학 5
파올라 잔논네르 지음, 김효정 옮김, 노석미 그림 / 대교출판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그동안 나의 청소년기를 위해 꽤 많은 성장소설을 읽었지만 이런 성장소설은 처음이다. 주로 내가 일본 성장 소설을 읽다가 서양의 성장소설을 읽어서 그런 것이리라. 이 책은 춤에 관한 성장소설이다. 주인공들은 나 보다 몇살이나 어린 14살. 14살짜리 꼬맹이들이 뭘 알까 생각하면서 코웃음을 치며 책장을 펼쳤다.

지금까지 내가 접해보지 못한 성장소설이라 과연 내가 빨리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의혹심도 들었지만 어제 4분의 1정도 읽고 오늘 그 나머지를 싹다 해치웠다. 결론은 나의 착각. 이 책은 내 생각과는 다르게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아마 내 또래의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다. 서양에서 14살이면 한국에선 15살 정도...난 16살. 고작 1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공감이 되는 내용도 많았다.

책 내용은 특이했는데 목차는 4개의 장으로 나뉘어져있다. 그 장마다 애티튜드, 샹쥬망, 데벨로페, 앙레르 이렇게 4가지로 나뉜다. 장의 이름은 발레의 동작 단어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리고 주인공 소개를 하자면 아빠와 할아버지와 함께살고 힙합을 좋아하는 헐렁한 티와 질질끄는 바지를 입고다니는 소녀같지 않는 소녀 로빈, 무용학원에서 만난 로빈의 친구 귀도. 무용수가 꿈인 이 친구는 예의바르고 교양이 있는 그야말로 귀공자이다. 뭔가 이상하다. 오히려 여자아이인 로빈이 교양과 예의가 있어야하고 남자아이가 힙합을 좋아하며 옷을 그렇게 입는게 낫지 않을까? 서로의 모습이 바뀐 것 같다. 그것들은 나의 고정관념이기도 하지만...

처음엔 힙합을 좋아하는 로빈이 이해가 안 갔다. 아니, 힙합을 좋아한다 쳐도 옷차림 만이라도 여성스럽게 입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나 처럼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기에 로빈이 앞머리를 길러 시선을 가리는 걸까? 2살배기 어릴때 로빈의 어머니 쉐인은 로빈을 내버려두고 저기 먼 파키스탄에 자원봉사자로 간다. 어릴때부터 엄마의 손길을 받으며 자라지 못한 로빈이 가엾다. 몇년전만에도 일년에 한 번씩 로빈이 엄마를 만나는 것을 좋아했지만 이젠 더 이상 엄말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나라도 나르라 내버려두고 외국에 자원봉사자로 나가버린 엄마가 미울 것 같다. 이 어린 아이는 벌써부터 그런 것들을 이해한 걸까? 엄마에 관한 말이 나올‹š면 성숙한 느낌이 든다.

아버지의 친구에게서 춤에 재능이 있단 소리를 듣고 무용학원에 다니게 된 로빈은 그곳에서 춤을 배운다. 사람들은 로빈이 춤을 이해한다고 말한다. 과연 춤을 이해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나는 심각한 몸치이다. 그런 탓에 이 책에 나오는 춤을 추는 아이들이 먼 세상의 존재같다. 춤을 이해한다는 로빈을 보고 과연 내가 춤을 춰도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기도 했다. 춤에 대한 열정이 있는 로빈은 춤을 열심히 춘다. 그 곳에서 고전무용발레를 배우는 귀도와 만나게 된다. 고슴도치처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를 지니고 다니는 로빈에게도 친구가 생기게 된 것이다. 그렇게 둘은 우정을 쌓아간다.

나를 이해못하는 어른들을 생각하는 로빈의 마음이 왠지 공감이 갔다. 왜 어른들은 우릴 이해하지 못하지? 왜 우리들을 자신들의 틀에 가둬놓으려고 할까. 시선에서 자유롭고 싶다. 이게 내가 로빈에게서 느낀 감정이다.  헐렁한 티와 질질끄는 바지를 입으면 안 되나? 개인 취향의 문제지만 내가 로빈이었다면 그런 시선들이 지긋지긋할 것 같다.

작가는 우리가 어떻게 만나서 서로를 알게 되고, 서로를 존중해 주고 어떻게 친구가 되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특히 겉모습이 아니라 생각과 감정을 교류하고 가까워지는 과정을...덕분에 나는 겉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겉모습이 다가 아닌건 알지만 몇마디 말보다 이렇게 책으로 간접경험을 통해 깨닫는게 더욱 효과적으로 다가온다.

춤에 대한 열정을 통해 서로 감수성이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은 특이했다.  발레와 힙합. 이상한 조화이지 않는가? 마치 물과 기름이 섞인 듯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가 다르다고해서 연연해 하지 않고 자신쪽으로 끌어들이려고도, 다른 종족을 보듯 날카로운 눈빛으로 보지도 않는다. 그저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공존하는 모습이다.

- 그 순간 로빈은 순수한 힘을 느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나는 영원히 춤을 추고 싶어. 로빈은 이 순간을 끝없이 잡아들여 영원히 춤을 추고 싶었따. 바로 그 순간 로빈은 하늘과 땅 사이에 떠 있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작은 별이 된 것 같았다.-p266

마지막 장면에서 예쁘게 화장하고 힙합이 아닌 새로운 무용을 배우기 위해 로빈과 샹탈과 함께 스텝을 맞추어 춤을 추는 로빈의 아름다운 모습이 연상되었다. 로빈의 춤에 대한 열정은 내 마음 속 깊이 파고 들어와 뜨거운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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