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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 성장과 변화를 위한 도약 ㅣ 십대를 위한 눈높이 문학 5
파올라 잔논네르 지음, 김효정 옮김, 노석미 그림 / 대교출판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그동안 나의 청소년기를 위해 꽤 많은 성장소설을 읽었지만 이런 성장소설은 처음이다. 주로 내가 일본 성장 소설을 읽다가 서양의 성장소설을 읽어서 그런 것이리라. 이 책은 춤에 관한 성장소설이다. 주인공들은 나 보다 몇살이나 어린 14살. 14살짜리 꼬맹이들이 뭘 알까 생각하면서 코웃음을 치며 책장을 펼쳤다.
지금까지 내가 접해보지 못한 성장소설이라 과연 내가 빨리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의혹심도 들었지만 어제 4분의 1정도 읽고 오늘 그 나머지를 싹다 해치웠다. 결론은 나의 착각. 이 책은 내 생각과는 다르게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아마 내 또래의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다. 서양에서 14살이면 한국에선 15살 정도...난 16살. 고작 1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공감이 되는 내용도 많았다.
책 내용은 특이했는데 목차는 4개의 장으로 나뉘어져있다. 그 장마다 애티튜드, 샹쥬망, 데벨로페, 앙레르 이렇게 4가지로 나뉜다. 장의 이름은 발레의 동작 단어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리고 주인공 소개를 하자면 아빠와 할아버지와 함께살고 힙합을 좋아하는 헐렁한 티와 질질끄는 바지를 입고다니는 소녀같지 않는 소녀 로빈, 무용학원에서 만난 로빈의 친구 귀도. 무용수가 꿈인 이 친구는 예의바르고 교양이 있는 그야말로 귀공자이다. 뭔가 이상하다. 오히려 여자아이인 로빈이 교양과 예의가 있어야하고 남자아이가 힙합을 좋아하며 옷을 그렇게 입는게 낫지 않을까? 서로의 모습이 바뀐 것 같다. 그것들은 나의 고정관념이기도 하지만...
처음엔 힙합을 좋아하는 로빈이 이해가 안 갔다. 아니, 힙합을 좋아한다 쳐도 옷차림 만이라도 여성스럽게 입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나 처럼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기에 로빈이 앞머리를 길러 시선을 가리는 걸까? 2살배기 어릴때 로빈의 어머니 쉐인은 로빈을 내버려두고 저기 먼 파키스탄에 자원봉사자로 간다. 어릴때부터 엄마의 손길을 받으며 자라지 못한 로빈이 가엾다. 몇년전만에도 일년에 한 번씩 로빈이 엄마를 만나는 것을 좋아했지만 이젠 더 이상 엄말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나라도 나르라 내버려두고 외국에 자원봉사자로 나가버린 엄마가 미울 것 같다. 이 어린 아이는 벌써부터 그런 것들을 이해한 걸까? 엄마에 관한 말이 나올면 성숙한 느낌이 든다.
아버지의 친구에게서 춤에 재능이 있단 소리를 듣고 무용학원에 다니게 된 로빈은 그곳에서 춤을 배운다. 사람들은 로빈이 춤을 이해한다고 말한다. 과연 춤을 이해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나는 심각한 몸치이다. 그런 탓에 이 책에 나오는 춤을 추는 아이들이 먼 세상의 존재같다. 춤을 이해한다는 로빈을 보고 과연 내가 춤을 춰도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기도 했다. 춤에 대한 열정이 있는 로빈은 춤을 열심히 춘다. 그 곳에서 고전무용발레를 배우는 귀도와 만나게 된다. 고슴도치처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를 지니고 다니는 로빈에게도 친구가 생기게 된 것이다. 그렇게 둘은 우정을 쌓아간다.
나를 이해못하는 어른들을 생각하는 로빈의 마음이 왠지 공감이 갔다. 왜 어른들은 우릴 이해하지 못하지? 왜 우리들을 자신들의 틀에 가둬놓으려고 할까. 시선에서 자유롭고 싶다. 이게 내가 로빈에게서 느낀 감정이다. 헐렁한 티와 질질끄는 바지를 입으면 안 되나? 개인 취향의 문제지만 내가 로빈이었다면 그런 시선들이 지긋지긋할 것 같다.
작가는 우리가 어떻게 만나서 서로를 알게 되고, 서로를 존중해 주고 어떻게 친구가 되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특히 겉모습이 아니라 생각과 감정을 교류하고 가까워지는 과정을...덕분에 나는 겉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겉모습이 다가 아닌건 알지만 몇마디 말보다 이렇게 책으로 간접경험을 통해 깨닫는게 더욱 효과적으로 다가온다.
춤에 대한 열정을 통해 서로 감수성이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은 특이했다. 발레와 힙합. 이상한 조화이지 않는가? 마치 물과 기름이 섞인 듯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가 다르다고해서 연연해 하지 않고 자신쪽으로 끌어들이려고도, 다른 종족을 보듯 날카로운 눈빛으로 보지도 않는다. 그저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공존하는 모습이다.
- 그 순간 로빈은 순수한 힘을 느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나는 영원히 춤을 추고 싶어. 로빈은 이 순간을 끝없이 잡아들여 영원히 춤을 추고 싶었따. 바로 그 순간 로빈은 하늘과 땅 사이에 떠 있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작은 별이 된 것 같았다.-p266
마지막 장면에서 예쁘게 화장하고 힙합이 아닌 새로운 무용을 배우기 위해 로빈과 샹탈과 함께 스텝을 맞추어 춤을 추는 로빈의 아름다운 모습이 연상되었다. 로빈의 춤에 대한 열정은 내 마음 속 깊이 파고 들어와 뜨거운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