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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후를 기다리며
하라다 마하 지음, 오근영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7년 3월
평점 :
오랜만에 일본소설을 읽게 되었다. 가히 2달 만인 것 같다. 얼마만의 일본소설인지 곧 나는 일본소설 특유의 매력에 푹 빠져 술술 읽었다. 아, 역시 일본소설이다. 지극히 일상적인 내용...그리고 잔잔한 감동. 일본소설은 주로 일상적인 내용이 많은 것 같다. 일상적인 내용이라고 해서 전혀 지루하지 않다. 한국소설에선 맛볼 수 없는 담백한 문체의 느낌이랄까..그런게 있다. 글로 나타낸 일상은 편안했다.
이 책은 예전에 내가 읽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티티새>라는 책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티티새>라는 책 또한 바닷가를 배경으로 나오는 소녀들의 이야기인데 이 책은 섬을 배경으로 아픔을 가진 남녀의 순수한 사랑이야기다.
주인공 아키오는 오키나와라는 섬에서 조그만 구멍가게를 운영하며 강아지 카후와 같이산다. 그리고 몇년째 가족처럼 지내는 뒷집 무당할머니도 함께. 매일 오전 10시 가게를 열고 점심시간엔 낮잠을 자며 마치고 저녁먹기전 강아지 카후와 산책을 하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아키오의 삶에 큰 전환점이 생긴다. 어느날 아키오에게 편지한통이 도착한다. [에마에 쓰여 있는 기원문이 진심이라면 저를 당신의 아내로 받아주시겠어요? - 사치] 라는 갑작스런 편지로 인해 아키오에겐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몇일 뒤 그의 집에 방문한다고 한다.
사치, 그녀는 매우 아름다웠다. 그렇기에 아키오는 보잘 것 없는 자신에게 정말 이 여자가 나의 아내가 되는 건가하고 불안해 하지만 하루하루 둘의 생활은 지켜보는 내게 미소를 짓게 했다. 사치로 인해 아키오에게 가족이 생기고 기쁨이 넘치게 된다.
두 사람의 사랑은 참으로 순결하고 깨끗했다. 보는이의 마음까지 감동으로 물들이며 순수해지는 기분을 느끼게끔...하지만 밝음속에는 과거의 어두운 아픔이 있었다. 사치에겐 낙태된 아이, 아키오에겐 자신을 떠난 어머니...사람은 누구나 아픔을 가지고 살지만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의 서로를 사랑하는 두 사람이 멋졌다. 특히 아키오는 사치가 겉으론 밝아도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는 걸 짐작했지만 어떤 과거인지 묻지않고 그저 곁에서 지켜보는 사랑이 내 마음을 감동시켰다. 세상에 아키오같은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의 나만 바라봐주는 남자 없으려나??
나중에 반전도 있었다. 러브스토리에 왠 반전? 깜짝 놀란 반전이었지만 사실 그건 오해였다. 그 뒤에 또 다른 작은 반전도 함께 숨어있었다. 내가 반전이라고 해서 추리소설의 반전을 상상하면 곤란하다^^;; 추리소설만큼 짜릿한 반전은 아니지만 그래도 반전은 반전이니 그렇게 써둔다. 그렇지만 그 반전에 꽤 놀랐다.
첫번째 반전은 곧 오해였지만 그것으로 인해 결혼까지 다다른 사치와 아키오는 헤어진다. 사치가 떠나고 나서야 그것이 오해였다는 것을 안 아키오는 사치를 찾으러 섬을 떠난다. 그리고 끝이난다. 뒷부분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겨진 건가? 아키오가 사치를 찾아서 무사히 섬에 돌아오는 해피엔딩을 머릿속으로나마 그려보았다.
- 사치를 다시 만나면 제일 먼저 말해야지.
-카후가 기다리고 있어요.
-섬으로 갑시다.
그날 무지개가 떠 있던 가민야를 멀리 바라보며 아키오는 오래오래 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 -p294
음...결국 제목 카후를 기다리며 란 강아지 카후가 기다린라는 말인가 아니면 카후의 뜻인 좋은소식과 행복이라는 두가지 뜻일까..아마 내 생각엔 '카후를' 이라는 말을 보면 후자인 듯 싶다.
처음엔 이 책의 독후감을 쓸때 어찌 시작해야할지 어떤 내용을 쓸지 고민했다. 나는 하는데까지 열심히 썼지만 왠지 다 못보여준 것 같아 찜찜하다. 이래서 일본소설은 나를 당혹하게 만든다. 읽을 땐 잘 읽히지만 서평을 쓰려하면 일상적인 소재들의 소설이라 나를 곤란하게 만들어 버린다.
책을 다 읽고 난 소감은 일본의 작은 섬나라를 여행하고 온 듯한 기분이다. 맑은 바닷물, 잔잔한 일상, 두 남녀의 깨끗한 사랑. 모든게 바로 방금전까지 내가 그곳을 직접 촉감하며 느끼고 본 듯한 기분인데 책을 덮으니 꿈에서 깬 듯 나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달콤한 꿈에서 깨어난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