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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 읽는 노인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제목을 보고 특이한 제목이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표지는 아마존의 열대밀림과 그곳에 사는 동물들을 연상시키는데 제목은 표지와 딴판이니 이거 뭔가 싶었다. 도대체 어떤책일까? 궁금함과 기대감에 이 책장을 펼치게 되었다.
사실 작년 열음 6월달에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었다. 그 당시 책 읽기를 접한지 얼마 안 된 초기때라 쉽고 재미있는 책만 좋아했던 터라 이런 책은 처음부터 콱 막혀 도통 진도를 나갈 생각을 안 했다. 결국 기한이 다되서 반납하고 그 이후로 이 책을 잊고 살았었는데 얼마전 책 카페에서 어떤 분이 이 책 찜해뒀다면서 꼭 읽고싶다고 올린 글을 보고 내 기억속에 묻혀있던 이 책이 다시 생각났다. 읽다 만 책이라 아쉬웠던 터라 그래, 다시 읽자 꼭 완독하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다시 빌리게 되었다. 그땐 10분의 1도 못 읽었는데 1년간 다양한 책을 접하며 책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 사라져 이번엔 다 읽게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책을 펼치니 상상했던 것과 달리 후끈후끈한 아마존 열대의 열기와 치과의사가 나와서 어리둥절해 했다. 혹시 이 치과의사가 주인공 일까 하는 마음으로 계속 읽었는데 곧 이어 주인공인 연애 소설을 읽는 노인 안토니오가 등장했다.
노인은 왜 연애소설을 읽게 되었는지, 어째서 연애소설을 즐겨 읽게 되었는지 나는 곧 알게되었다. 늙어서 삶에 적적함을 느낀 노인은 책을 읽기로 결심한다. 다양한 책들 가운데 노인은 주인공들이 눈물나도록 가슴 아픈 사랑을 하는 연애 소설을 좋아하게 된다 그 이유는 사랑하는 아내과 엘 이딜리오라는곳인 아마존에 와서 살다 우기로 인해 아내가 목숨을 잃게 된다. 어쩜 주인공들이 이런 자신과 닮은 모습때문에 그런 것 이리라. 치과의사를 통해 연애소설을 전달받아 즐겨 읽게된다. 왜 하필 연애소설을 읽을까? 노인이라면 시집이나 인생에 관한 책을 읽을 것 같았는데 예상 외였다.
책을 읽는동안의 노인의 삶은 여유롭고 평화롭다. 책에 빠져있다가도 오후의 졸음이 찾아오면 책을 덮고 그물그네에 누워 잠을 청한다. 상상만해도 평온한 기분이다. 노인과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나는 노인의 삶이 무척 부러웠다. 공부의 압박감에 시달리는 나와 다른 느긋하고 아늑한 삶을 사는 노인이 지독시리 부러웠다.
처음 부분까진 평화로웠는데 중반에 접어들면서 사건이 시작되었다. 한 백인이 살쾡이의 습격을 받아 죽어있었던 것이다 그게 끝이 아니라 몇일 뒤 또 다시 마을 사람 중 한 사람이 죽었다. 마을은 혼란스러워진다. 곧 현명한 노인 안토니오가 나타나 왜 살쾡이가 사람을 습격했는지 알려준다. 백인이 살쾡이의 새끼를 죽여서 암살쾡이라 새끼를 잃은 분노로 사람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멍청이가 따로없다. 아마존에서 사냥금지로 보호받는 동물을 죽여 규칙을 어긴 백인은 스스로 죽음을 자처했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규정을 어기는 어리석은자. 말 못하는 동물이라고 사람은 너무 함부러 하는 것 같다. 눈앞에서 제 새끼 죽이면 가슴이 찢어지지 않을까? 동물이라고 막대하는 인간이 마음에 안 든다. 탐욕에 사로잡힌 자들. 죽은 백인도 그 사람들에 속한다. 이 책에 나오는 백인들은 대부분 이런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순수한 아마존이 더렵혀 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이 대담한 살쾡이는 점점 더 사람을 죽인다. 사건이 커지자 이장은 수색대를 데리고 숲에 들어가 암살쾡이를 죽일 작전을 벌인다. 바로 여기서 부터 긴장감이 조성된다. 주변은 키가 크고 넓직한 잎사귀가 달린 나무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아마존 밀림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살쾡이와의 승부. 짜릿하다. 비겁하고 욕심많은 읍장은 제 목슴을 위해 노인을 자유롭게 해준다는 계약을 하고 노인만 남겨두고 떠나버린다. 밀림속에서 노인은 혼자가된다.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 두근두근 심장이 뛰고 긴장된다.
젊은시절 인디언부족과 생활을 한 경험이 있던 노인은 인디언들에게 야생에서 사는법과 지혜를 배웠던 터라 요즘사람들이 갔더라면 어찌할 바를 모르며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게 아니라 밀림에서 잘 살아남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살쾡이와의 승부의 칼을 간다. 나는 결말이 어떻게 될까 하고 궁금했는데 예상외로 결말은 슬펐다. 눈물이 전혀 안 나올 것 같은 책이었는데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살쾡이는 인간이 자기를 새끼를 죽였기에 이성을 잃고 마구 인간을 죽인다. 어쩜 그렇게 살쾡이가 날뛰는건 인간에게 그냥 목슴을 내어주는 것이 아닌 한판 승부를 해서 죽는게 살쾡이가 원하는 것이었다. 인간이 끝장을 내주기를 바랬다. 노인은 살쾡이와 승부를 벌인다.
- 죽은 짐승의 털을 어루만지던 노인은 자신이 입은 상처의 고통을 잊은 채 명예롭지 못한 그 싸움에서 어느 쪽도 승리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부끄러움의 눈물을 흘렷다. 이윽고 노인은 눈물과 빗문에 뒤범벅이 된 얼굴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짐승의 시체를 끌고서 강가로 나갔다. 그는 그 짐승의 시체가 우기에 불어난 하천을 따라 다시는 백인들의 더러운 발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 거대한 아마존 강이 합류하느 저 깊은 곳으로 흘러가길 바라면서, 그리하여 영예롭지 못한 해충이나 짐승의 눈에 띄기 전에 갈기갈기 찢어지길 기원함녀서 강물 속으로 밀어너었다. 그리고 한참동안 무엇인가를 생각하던 노인은 느닷없이 화가 난 사람처럼 손에 들고있던 엽총을 강물에 던져 버렸고,세상의 모든 창조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그 금속성의 짐승이 가라앉는 모습을 하염없이 지켜보았다. -p179
노인은 살쾡이를 죽이고 왜 울었을까. 살쾡이가 불쌍해서? 살쾡이가 그렇게 된 것과 자신이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에 화가 나서? 그것은 나에게 아직까지 의문으로 남았다.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 그런 아마존이 백인들의 손에 처녀성을 유린당하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참으로 안타깝다.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지 않고 무분한 개발로 자연을 파괴시키는 인간들 때문에 지구종말을 초래한다. 지금도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고 기상이변이 일어나 지구종말을 연상시키는데 제발 지구를 그냥 두면 안 될까?... 저자는 환경 운동가 라고 한다. 그렇기에 이 책에 환경 문제에 관한 소재를 심어놓고 독자가 환경 문제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길 바라는 것 같다.
-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는 틀니를 꺼내 손수건으로 감쌌다. 그는 그 비극을 시작하게 만든 백인에게, 읍장에게, 금을 찾는 노다지꾼들에게, 아니 아마존의 처녀성을 유린하는 모든 이득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낫칼로 쳐낸 긴 나뭇가지에 몸을 의지한 채 엘 이딜리오를 향해, 이따금 인간들의 야만성을 잊게 해주는, 세상의 아름다운 언어로 사랑을 얘기하는, 연애 소설이 있는 그의 오두막을 향해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p180
언뜻 보면 재미있고 그냥 즐길 수 있는 책 같지만 그 속에는 환경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문제들이 숨어있다. 재미를 느끼면서도 현실의 여러가지 문제를 생각할 수 있는 점에서 이 책은 '괜찮은 책' 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