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모츠마 이야기 - 살인사건 편
타케모토 노바라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시모츠마 이야기에서 보았던 주인공들이 등장했던 주인공들을 다시 보게되어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물론 새로 등장한 인물들도 있었다. 그 중 주인공들과 자주 등장했던 인물이라면 쟈스코에서 일하는 젊은 경비원 이라는 이치고가 짝사랑하는 상대이다. 죽은 류지의 친구이기도 한...이 남자는 폼잡기를 좋아하는 인물이다. 폼잡을때면 모모코가 속으로 하는말들이 재미있었다. 경비원이라는 새로운 인물 덕에 이야기의 재미가 더 해졌다.
살인사건편이라 진지하고 묵직한 분위기가 연상될 줄 알았는데 역시나 시모츠마 이야기 답다. 유쾌 발랄한 이야기속에 살인사건이야기는 아무 꺼리낌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처음엔 살인사건편부터 보는 사람의 이해를 돕기위해 시모츠마 이야기에서 나온 내용들이 잠시 나온다. 전편을 읽은 나에겐 그 부분이 지루했다.
달라진 내용이 있다면 모모코가 좋아하는 로리타패션의 브랜드인 BaBy Stars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되었다. 그리고 사장인 이소베가 모모코에게 직원으로 입사해주기를 바란다는 제안을 했다. 손님의 입장에서 본 옷과 직원 입장에서 옷을 보는 관점이 달라질까봐 거절했지만..
- “나는 옷의 세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라. 하지만 말이야 모모코, 너라면 대단한 디저이너가 되지 않을까? 될 수 있어. 꼭 그렇게 될 거야. 될 수 있다고 믿는 자기 자신과, 될 수 있다고 믿어주는 친구가 있다면 재능이라든가 운 따위는 상관없다구. 되고 싶은대로 될 수 있어. 나는 모모코가 최고의 베비스타 라멘스를 만들 수 있다고 믿어.” -p218
어리버리하고 폼잡기만 좋아하는 세이지(경비원)가 모모코에게 이런말을 할 때 의외라는 생각에 놀라웠다. 그가 한말은 모모코가 베비 스타의 디자이너가 될지 안 될지 희미한 결심을 다져준 말이다. 결국 모모코는 세이지가 베비 스타의 디자이너가 되어 일을하게될 결정적인 말을해서 베비 스타의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다.. 짝짝짝.
책을 읽으며 궁금한 내용이 있었다. 주인공들이 사춘기 시기의 청소년들이라 일본의 문화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그 중 일본에선 모모코의 아버지처럼 딸이 유흥업소에서 일하면 그저 그러려니 생각하고 손님에게 바가지 씌우는 데선 일하지 마라면서 충고까지 하는 아버지가 많을까? 물론 그렇다고 모모코가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는건 아니지만. (모모코의 아버지가 모모코가 유흥업소에서 일한다고 착각한 것.) 아마 한국에서라면 상상도 못할 것이다. 한국 아버지는 딸이 그런데서 일한다고하면 노발대발하면서 당장 그만두라고 할 것이다. 이런것이 문화차이인가? 한국인인 나로썬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 “쓸쓸하잖아. 네가 없으면.”
나직이 중얼거린 그 말에, 저는 허를 찔려 순간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습니다. 낯간지러운 소리 하지 말라구, 어리광쟁이 왕 맹꽁이. 나는 쓸쓸해 하지 않을 거야, 너 같은 거 없어도. 그렇게 대놓고 말하지 마. 울렁거려……. 이상한 기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저는 그만, 이치고와 똑같이 바이크를 걷어차고 말았습니다. -p270
모모코가 베비스타에 파리컬렉션을 목표로 베비스타의 디자이너로 일하기 위해 도쿄로 떠난다는 소식을 들은 이치고가 쓸쓸하잖아라고 한 말에 모모코는 이치고가 없어도 외롭지 않다는 말의 속마음이 마치 나도 네가 없으면 외로워 라고 말하는 것 같다. 사실 그런게 아닌데 표현하기 쑥스러워서 일부러 반대로 말하는 초등학생같은 모습에 귀여워서 풋하고 웃음이 나온다. 이상한 기분을...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기분. 나도 동감한다. 그런기분을 느낄때가 종종있다. 동감한다는건 모모코처럼 내가 아직 덜 성장하고 사춘기라는게 증명되는 것일까? 두 사람을 모습을 보니 정말 사춘기때의 소녀라는 느낌이 든다.
살인사건편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 오리엔트 특급 살인 이라는 소설에서 일어난 일을 비슷하게 짜맞추어서 표정했다는게 당황했다. 어떻게 소설속의 일을 표절할 생각을 한 것이지? 그리고 살인사건에 휘말려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는 이치고를 위해 모모코가 범인을 밝히고 트릭을 생각해 냈다. 범인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놀라웠다. 내 나름대로 범인을 생각하며 추리해보았지만 결말은 다른방향이었다. 추리소설의 범인은 항상 의외의 인물인 것 같다. 아키미가 범인이라는게 밝혀지면서 이치고는 분개했다. 분개한 이유가 표절을 싫어하는 이치고였기에 아키미가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표절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것 때문이었다. 하하...진지한 분위기로 잘 나가다 엉뚱한 소리를 하는것이 역시 이치고답다.
- 아키미 씨가 잡히고, 우구대불 뒷편 묘지에 류지 씨의 무덤이 서고, 봄 햇살은 힘을 더하고, 할머님은 도쿄의 클럽에 간 것을 계기로 시모다테의 할아버지와 결혼하시겠다는 말을 꺼내셨으며, 내친 김에 이치고와 경비원 아저씨도 아키미 씨의 아이를 거두어 둘이서 키우고 싶으니까 조만간 결혼 하겠다며, 속도 위반 결혼도 아니고, 여태 야한 짓은 커녕 키스 한 번 안 한 주제에 ‘그래도 애는 있답니다 결혼’ 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결혼을 할 것을 약속했고, 벚꽃 마쯔리는 결국 참가하지 못한 채 지나갔으며 벚꽃도 졌으나 못난 아버지만은 변하 없이 못난 아버지인 채로 이럭저럭 지내는 동안 드디어, 제가 도쿄로 이사 가는 날이 찾아왔습니다. -p320
모든일이 해결되고 이치고와 모모코가 이별하게 될 날이 찾아왔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이 서서히 다가 옴이 느껴졌다. 이치고와 모모코의 추억이 가득한 시모츠마 이야기와 헤어질 생각을 하니 쓸쓸하다. 이 책을 읽어온 동안 이치고와 모모코가 친구처럼 느껴졌는데 이렇게 끝이난다니...아쉬운 생각만 그윽하다.
- 마침내 전차는 속도를 높였고, 이치고의 스쿠터는 쫓아올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따라오기를 포기한 이치고는 선로에 스쿠터를 넘어뜨린 채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꼼짝 않고 서 있었습니다. 원가 아직 고함을 지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더 이상 들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창문을 닫고 작아져만 가는 이치고의 모습에서 등을 돌렸습니다. 그랬는데, 어째서? 이건 뭐지?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나와서, 멈추지 않아서, 저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p325
매일 티격태격 싸운 두 사람인데, 마지막엔 서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싸운만큼 정이 듬뿍든 하나뿐인 단짝과 이별하게 되어서....왜일까. 내가 더 눈물이 나는건..이치고를 친구로서 사랑하지만 그걸 모르는 모모코의 혼란스러운 기분이 이해가간다. 나도 모모코처럼 그런 시기의 나이이기 때문에. 그리고 전차안에서 모모코의 고백이 이어진다.
- 세상을 꽤 삐딱하게 보고, 로리타나 로코코주의의 미의식이라는 허들을 자신앞에 세워놓은 다음, 그 안에서만 감동할 수 있었던 불손한 나이지만, 이치고, 너의 그 바보를 넘어선 놀랄만한 순수함에,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순수함에 그만 넘어가서 감동해 버렸다구.
순수한 공밖에 던지지 않는 너. 무시하고 또 무시해도 언제나 직구로 승부를 노리는 너. 집요하게 원 패턴 공격만 받다보니 나는 손을 대지 않을 수가 없었어. 그치만 그런 모든 것의 초월하여 호소해 오는 절대적이고 압도적인 귀여움, 순수함, 사랑스러움이야말로 소중히 다루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겠지. 교양 없는 네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그 정도. 그, 그정도라는 게 가장 필요한 것이었지만 말이야.
빚은 반드시 갚는다더니 갚지 못한 이치고. 갚지 않아도 너는 많은 것들을 나에게 주었어. 시원시원하게. 많이, 많이, 많이, 아주 많이……주었어. 빌려주는 것이라는 째째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 p328~329
모모코가 이치고에대한 감정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모츠마 이야기 속편. 참 잘 읽었다. 이런 감동을 느끼게 된건 아마 시모츠마 이야기를 읽고 이 책을 읽어서 일 것이다. 이 책을 읽은게 잘했다고 느껴진건 모모코와 이치고의 성장한 모습을 보게되어서 이다.
시모츠마 이야기 두편을 읽고 겉으론 냉철하고 무서워 보이는 사람이라도 모모코와 이치고처럼 속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마지막까지 읽고 이 혼란스러운, 이상한 기분은 대체 뭘까.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마음이 뜨겁다.
마지막은 전차안에서의 모모코의 눈물나고 감동적인 고백으로 장식하기로 한다. 이 부분을 읽고 끝내 나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 나 있지, 이치고. 네가 나에게 준 그런 감동을 그대로 줄 수 있는 옷을 반드시 만들 거야. 디자이너가 되어 세계를 겨냥하겠노라고 결심한 것은 어쩌면, 세이지 씨가 계기이지만 실은 너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 너처럼 나도 촌스럽거나 진부하다 해도, 마음먹은 길을 한결같이 달려 볼 거야.
그러니까 이치고. 이치고가 입을 웨딩드레스 ― 로브 드 마리에는, 오트쿠튀르. 내가 말도 못하게 귀여운 걸로 만들어 줄게. 특별한 마음을 하늘만큼 땅만큼 깃들이고 억지로, 강제로 꽉꽉 채워 넣어서 만들어 줄게. 최대한 로코코스러운 드레스를 싫다고 해도 입힐 테니까 알아서 해. 너라면 꼭 입어주겠지. 받아들여 주겠지. 그리고는 누구보다도 로리타다운 로브 드 마리에를 입으면서 눈물을 줄줄 흘릴 테지/ 단순하니까. 너는 역시 내 인생에 하나뿐인 최고의 단짝 이라는 둥 하면서……말이야.
이치고, 고마워. 솔직하게 똑 부러지게 말하지 못해서 미안. 하지만 파리 컬렉션에 진출할 때는 이 바보 같은 특공복을 반드시, 반드시 입고 갈 테니까.
한바탕 눈물을 쏟은 뒤, 저는 일어서서 이제 두 번 다시 볼 일 없을 논, 논, 논, 논만이 영원처럼 펼쳐진 차 밖 풍경을 바라보여, 얼굴을 다부지게 들어올리고 “파리 컬렉션 와방.” 이라고 중얼거렸습니다. - p329
모모코, 이치고. 정말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