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눈사람
조영훈 지음 / 마음향기(책소리)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처음 책 표지를 보고 두 부부가 동시에 암 말기를 선고받고 살아가는 이야기라길래 늙은 50대들 부부가 소박하게 죽음에 무릎꿇지 않고 살아가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왠말. 주인공들은 30대, 아직 인생이 창창한 시기였다. 늙어서 병에 걸리면 덜 억울할텐데...죽음이란 무엇일까. 어느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찾아온 죽음에 대해 나는 어떻게 대처할까. 어떻게 살아갈까. 어떻게 죽음을 준비할까. 머릿속으로 질문들이 끊임없이 나온다. 내가 죽는다니.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과연 나는 꿋꿋하게 살아갈 자신이 있을까. 두렵다. 나는 겁쟁이라서 죽음이 찾아오면 현실을 외면하려 들것이다. 매일 울음과 증오의 날로 허황없을 세월을 살아가겠지. 내게 죽음이란 한없이 두려운 상대이다. 내가 이렇게 발버둥쳐도 그래도 죽음이 찾아온다면, 평범한 내 인생이 시한부 인생이 된다면. 여행을 떠나고 싶다. 주인공들이 그랬던 것 처럼 자연의 모습이 한 껏 들어난 바닷가 산자락 같은 곳에서...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며 책한권을 읽으며 소박하게 살다 떠나고 싶다. 아직 결혼을 안 해서 모르지만 내가 사랑하는 남편이 암말기라면 내 죽음보다 더 슬플 것 같다. 사랑하는 이를 잃는건 언제나 슬프고 괴롭다. 부모가 제대로 된 부모역활을 수행하지 못했지만 의젓하고 속이 깊은 아이로 자란 두 사람의 아이 꽃별이가 대견스럽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다. 평범한 아이들처럼이 아닌 부모의 사랑을 받고 떼를쓰고 가족들끼리 단란한 시간들을 보낸 시간들이 결핍되었기 때문에 일찍이 철이든 아이라 안타깝다. 아이가 아이같아야지 벌써 철이들다니. 책 내용에서 이모인 정화가 물었다. 꽃별이는 엄마 아빠 보고싶지 않냐고. 그러자 꽃별이가 말했다. 보고 싶다고 볼 수 있는게 아니니까요...이 말에 눈물이 핑돈다. 새삼 내가 평범한 아이들처럼 사람을 듬뿍받고 떼를쓰고 철없이 굴며 자란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일었다. 부부가 암 말기로 살아가는 이야기라 눈물이 많은 이야기 인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주인공들은 담담했다. 그리고 처음 암 말기를 선고받았을 때의 심리묘사가 뛰어났다. 주인공의 혼란스러운 심정이 아주 잘 표현되어서 마치 내가 암에 걸린 듯 혼란의 구렁텅이로 살짝 빠져들었었다. 주인공들이 죽을때 어제의 일처럼 일상적으로 끝이났다. 독자의 눈물 콧물 짜내며 죽음을 맞이하는 소설보다 차라리 이런 소설이 낫다.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결국 죽음은 온다. 어차피 죽을 생. 하루라도 더 살아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삶을 정리하는 기분으로 하지 못했던 것을 해보며 사는게 더 풍요롭지 않을까. 끝으로 작가의 친필 싸인이 들어간 책을 소장하게 되어 무척 기쁘다. 내 생에 처음인 작가의 친필 싸인이 들어간 책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더욱 특별하게 와 닿는다. 초록 눈사람이라는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왜 초록 눈사람이라는 제목을 가지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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