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츠마 이야기 - 양키 소녀와 로리타 소녀
타케모토 노바라 지음, 기린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내가 보아오던 책들과는 다른 책 인것 같다. 새로운 느낌이 난다. 동화책 마냥 가로가 길쭉한 것과 일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였다. 처음부분에는 로코코의 역사이야기가 나와서 무척 지루했다. 역시 참는자에게 복이 온다는 말이 맞았나? 한 15장을 지나쳐가니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흥미로운 내용들이 쏙쏙 내비쳤다. 간단하게 이 책을 설명하자면...고2 두 소녀의 성장소설이다.

서로 티격태격 하면서 우정이 돈독해지며 서로를 이해하는 스토리. 로코코를 동경하며 로리타를 정말 사랑하는 소녀 모모코와 양키를 숭배하며 오로지 양키의 정신으로 살아가는 시골 촌뜨기 양키 이치고.  이치고는 겉으론 요란스럽게 양키처럼 입고 다니지만 성격은 솔직하고 건드리면 화들짝하는 그런성격같다. 속은 착하다. 역시 겉모습이 다가 아니군. 모모코의 성격은 겉으론 귀엽고 발랄한 옷을 입으면서 행동이나 성격은 전혀 그렇지 않다. 냉철하고 자기주의적이며 싸가지 없으면서도 또박또박 말하는 성격이랄까?

내용은 모모코의 일인칭으로 진행된다.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뱉어내지만 그 말속에는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는 내용들이 많았다. 내용 중에서 일본 문화가 자세히 나타났다. 빠칭코, 양키(폭주족), 로리타 등. 여러가지 일본 문화를 나타내는것들이 많이 등장했다. 줄곧 만화로만 접했던 일본의 문화를 책으로 접하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로리타라는 패션스타일은 작년에 우연히 인터넷으로 보았는데 옷이 너무너무 귀여워서 푹빠졌었다. 앙증맞은 프릴과 깜찍한 패션도구들...구경하면 구경할 수록 무아지경속으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한번도 구입해 본적이 없지만 나도 한때 좋아한적이 있었는지라 로리타라는 단어가 친숙하게 다가왔고 로리타를 사랑하는 모모코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모코처럼 엄청나게 사다나르고 평상복으로 입는 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괴상하게 느껴진다. 

모모코는 자신에 대해서 잘 안다. 자신은 악녀라는 둥, 못된아이라는 둥...로리타 옷을 사기위해 아버지에게 돈을 뜯어낼때 반 친구들을 난치병이나 불치병 환자로 둔갑시켜 성금을 모은다며 돈을 20만원을 뜯어낼땐 어이가 없었다. 아버지는 울먹이며 돈을 쥐어주셨는데 자신은 로리타 옷을 사기위해 상대의 진심을 속인거나 다름없다. 아마 이런일은 학창시절 누구나 다 해본것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저렇게 수위가 높은 거짓말은 하지 않았지만 준비물 산다, 학용품 산다며 이천원, 삼천원어치 돈을 받은적이 있다.

“부모한테 돈 꾸는 건 절대 싫어. 들골 빼먹는 거 같아서.”

“빼먹으면 되잖아. 부모님 등골 같은 건 빼먹으면 빼먹을수록 좋은 거야. 등골을 뽑히는 게 부모의 역할이니까. 빼먹을 만큼의 등골이없는 부모는 부모될 자격도 없어. 그러니까 부모님한테 빌린 돈은 갚지 않아도 돼. 갚으라도 해도 갚으면 안 된다고. 부모님에게 빚을 지는 것도 효도의 하나니까” -  p143

헉!  이런 아이는 처음보았다. 특이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괘씸한 생각이 든다. 모모코는 처음부터 내게 강펀치를 날렸다. 정말 자기주의적이다. 남에대한 배려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그런 모모코가 이치고를 만난 뒤 부터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은 볼만하다.

“어른이 되고 싶어. 도대체 언제가 되면,  어떻게 하면 어른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잔뜩 괴로워하고, 잔뜩 고민하고, 잔뜩 웃고, 잔뜩 실패하고, 잔뜩 화내고, 잔뜩 슬퍼하고, 잔뜩 울면 분명히 어른이 될 수 있을 거야.” - p264

실연으로 인해 가슴 아파하며 눈물을 흘리는 이치고를 생각하며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걸까 싶었다. 정말 모모코의 말처럼 잔뜩 울고 잔뜩 괴로워하며 아픔을 겪고 성장해서 어른이 되는걸까? 어른이 된다는건 그 만큼 상처투성이가 되어야 하는 걸까? 복잡한 실타래같다. 아직 나는 어린애라 도통 모르겠다.

처음엔 자기 자신밖에 몰랐던 철저한 자기주의인 모모코가 이치고를 걱정하고 이치고를 구하러 가는 모습은 꽤나 감동적이었고 두 사람이 서서히 변화하며 성장해가는 모습이 흐뭇했다.

어찌보면 물과 기름이 섞이듯 최악의 궁합인 두 사람이 친구로 지내며 우정을 다져가는 모습은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의외로 어울렸다. 마지막에 위기에 처한 이치고를 위해 힘껏 싸우는 모모코의 모습에 아, 우정이란 이런걸까? 소중한 사람이 위기에 처하면 자신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이 그 사람을 위해 맹목적으로 싸우는 모습....정말 감동적이었다.

사실 이 책을 읽은 목적은 속편인 시모츠마 이야기 살인사건편을 읽기전에 내용이해를 돕기위한 것이었다. 속편먼저 읽으면 전편을 본것만큼 친숙하지 않을 것 같았다. 결과는 재미있는 책 한권을 읽게 되었고 속편 이해도 돕고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대만족.

기분좋은 바람이 몸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만약 BABY THE STARS SHINE가 BRIGHT  VIVA YOU처럼 더블네임으로 스쿠터 디자인에도 손을 댄다면, 저도 스쿠터 면허를 따야겠어요. ƒZ고 천사가 탈 듯한 날개가 달린 새하얀 바이크로 이치고와 함게 시모츠마의 거리를 달릴 거예요. 이치고, 너무 좋아하는 이치고. 나도 너에게 여러 가지 빚을 가득 졌어. 하지만 돌려주지 않을 거야. 하나라도. 어른이 되는 것이 그렇게 나쁜것만은 아닐 거라고 내게 가르쳐 준 것도 이치고 너야. 고마워. 부끄러워서 절대로 말하지 않을 테지만 너는 나의 최고의 친구야. 언인에게 그렇게 하듯, 저는 바람을 느끼며 이치고의 등에 살며시 머리를 기대었습니다. - p331 

책을 읽으며 줄곧 흥미진진한 마음으로 즐겁게 읽었지만 마지막까지 다 읽고 책장을 덮고나선 마음속에서 뜨거운 감동이 벅차올랐다. 깊은 환열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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