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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을 예약할 때 나미 이모는 큰 테이블에 거대한 유리 회전판이 있는 방을 잡았다. 회전판 위에는 식초와 간장이 담긴 미니 자기 주전자와 대리석 문양의 호출 버튼이 놓여 있었다. 우리는 조미료와 기름 범벅으로 만들어져 언제 먹어도 입에 착착 달라붙는 짜장면, 진한 육수에만두가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을 정도로 많이 들어간 만둣국, 버섯과피망을 곁들인 돼지고기 탕수육, 그리고 물컹물컹한 해삼에 오징어 · 새우 · 호박을 넣어 만든 유산슬을 주문했다. 식사가 끝나고 나면 할머니는 줄담배를 피우면서 자신이 외면하고 떠났던 아이들의 근황을 따라잡기 바쁜 할아버지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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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완벽함은 짜증이 날 정도였고 그 빈틈없음은 내겐 완전히 수수께끼였다. 대체 어떻게 관리를 한 건지, 엄마의 10년 된 옷은 개시도 안 한 새 옷처럼 보였다. 코트와 스웨터에는 보풀 하나 없었고, 에나멜 구두에는 긁힌 자국 하나 없었다. 나는 내가 가장 아끼는 물건조차 망가뜨리거나 느닷없이 잃어버리는 통에 만날 혼나기 바빴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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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엄마만이 너한테진실을 말해줄 수 있어. 왜냐면 진짜로 너를 사랑하는 사람은 엄마뿐이니까"
같은 말들을 엄마가 일찌감치 나에게 가르쳤던 것 중에 지금 생각나는 말은이런 거다. "너의 10퍼센트는 따로 남겨두어라." 누군가를 아무리 깊이 사랑하더라도, 혹은 깊이 사랑받는다고 믿더라도 절대 네 전부를 내주어서는 안된다. 항상 10퍼센트는 남겨두어라. 네 자신이 언제든 기댈 곳이 있도록 "나도 네 아빠한테 내 맘을 온전히 다 내어주진 않는단다." 엄마는 이렇게 덧붙였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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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 소녀』는 앨리스 먼로가 1978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최초의 작품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 (1968)부터 절필 선언 직전에 나온 ‘디어 라이프 (2012)까지 수십 년간 이어진 창작 활동에서 비교적 초기에 자리한 단편집이다. 먼로의 고국 캐나다에서는 ‘넌 도대체 네가 뭐라고 생각하니?‘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그 외 지역에서는 ‘거지 소녀‘로발표되었다. 첫번째 제목은 상대의 존재를 단숨에 하찮은 것으로 깔아뭉개는 질문 아닌 질문이며 두번째 제목은 왕에게 구조되는 거지 소녀의 그림 제목에서 따온 것으로, 두 가지 모두 먼로 작품에서 자주 변주되어 나타나는 소재. 즉 체념적 동화를 강제하는 시골의 폐쇄적 공동체와 거기에서 벗어나려 안간힘 쓰는 여성 인물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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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2014년 10월 18일에 눈을 감으셨는데 나는 매번 이 날짜를 잊어버린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날을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우리가 함께 견뎌낸 어마어마한 시간에 비하면 정확한 사망일 따위는 너무 하찮게 느껴져서인지. 엄마는 나이 쉰여섯에 돌아가셨다. 당시에 나는 스물다섯이었는데, 엄마는 그전부터 수년간 내게 이 나이 때가 인생에서 얼마나 특별한시절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엄마가 아버지를 만난 것도 그 나이 때였다. 스물다섯은 두 분이 결혼식을 올린 나이였고, 엄마가 자신의 나라와 어머니와 두자매를 떠나 독립한 성인으로서 삶에 첫발을 내디딘 나이였다. 앞으로 자신을규정하게 될 가정을 처음으로 일군 나이였다. 그리고 내게는 내 인생의 밑그림을 그려야 했던 나이였다. 불행하게도 엄마의 인생이 끝장나고 내 인생이갈기갈기 찢겨버린 나이가 되고 말았지만.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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