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2014년 10월 18일에 눈을 감으셨는데 나는 매번 이 날짜를 잊어버린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날을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우리가 함께 견뎌낸 어마어마한 시간에 비하면 정확한 사망일 따위는 너무 하찮게 느껴져서인지. 엄마는 나이 쉰여섯에 돌아가셨다. 당시에 나는 스물다섯이었는데, 엄마는 그전부터 수년간 내게 이 나이 때가 인생에서 얼마나 특별한시절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엄마가 아버지를 만난 것도 그 나이 때였다. 스물다섯은 두 분이 결혼식을 올린 나이였고, 엄마가 자신의 나라와 어머니와 두자매를 떠나 독립한 성인으로서 삶에 첫발을 내디딘 나이였다. 앞으로 자신을규정하게 될 가정을 처음으로 일군 나이였다. 그리고 내게는 내 인생의 밑그림을 그려야 했던 나이였다. 불행하게도 엄마의 인생이 끝장나고 내 인생이갈기갈기 찢겨버린 나이가 되고 말았지만.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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