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We started talking about The Executioner‘s Song and it became clear, from his argument, that he believed the closer he stuck to the facts of Gilmore‘s story, the more fictional it became. Then he hit on something that I think is pretty important, if one is to enter into the spirit of the book. ‘The feeling I had with The Executioner‘s Song,‘ he said, ‘was that these facts, if very closely examined and reexamined and reduced and refined, would begin to create a manifest of the give that I would call fictional. Fictional because it breathed, and there‘s the difference. If you put facts together in such a way that they truly breathe for the reader, then you‘re writing fiction.‘ - P-1

54p.
..It was seven miles and more from Vern‘s home in Provo to the shop in Lindon, seven miles along State Street with all the one-story buildings. The first morning Vern drove him there. After that, Gary left at 6 to be sure of getting to work by 8 A.M. in case he wasn‘t able to find a hitch. Once, after catching a ride right off, he came in at 6:30, an hour and a half early. Other times it was not so fast. Once, a dawn cloudburst came in off the mountains, and he had to walk in the rain. At night he would often trudge home without a ride. It was a lot of traveling to get to a shop that was hardly more than a big shed with nothing to see but trucks and heavy equipment parked all over a muddy yard. - P-1

87p.
...The twilight came down slowly. It was as if you were taking one breath and then another from a cluster of roses. The air was good as marijuana then. - P-1

140p.
...There was one grave that had no flowers. A little boy‘s grave. Gary went around and took a flower from each of a number of other graves and put them in a rusty little vase by the boy‘s headstone. Then they turned on to some good pot. Right away, Gary had to get out of the cemetery. Told Sterling he was seeing himself in a tomb. - P-1

151p.
..Nicole heard about the lunch. There was a piece of him, she decided, that liked to tell crazy stories to grown-ups. It must have gotten locked in at the age of eight. - P-1

202p.
..She said, "Nobody is ever really free, Gary. As long as you live with another human being, you‘re not free."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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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건은 호감이 가지 않네. 아주 싫어. 너무나 어린아이스러운 요소가 많아. 아이들이란 태어나면서부터 늙은이고 정신병 환자야. 무언가 불길한 정신착란 증세가 있어." - P-1

.."제발 좀 참게. 내가 온 것은 존엄한 정의의 기치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봉사를 하기 위함일세. 이 세상의 정의를 위해서지, 알겠나. 철학적으로 말하면, 물론 정의 같은 건 없네. 정말로 정의라는 게 있다면, 우리는 우주라는 큰 오두막 안에 다시금 또 하나의 지붕을 만드는 일에 열중하는 셈이 되겠지." - P-1

.."그야 그렇겠지. 그러나 매컴, 나는 자네보다 훨씬 나이를 먹었네. 자네가 대수며 역대수로 괴로움을 당하고 있던 소년 시절에 나는 이미 머리가 반백이 되어 있었지. 인간은 나이를 먹으면 우주의 진정한 균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네. 비율이 완전히 달라져서 전에는 여러 가지에 대하여 지니고 있던 가치가 의미를 잃어 버리고 만다네. 노인의 마음이 너그러운 것은 그 때문일세. 노인은 인간이 만든 가치 같은 것을 중요시하지 않네.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세." - P-1

"...이 세 가지 살인 사건에서 어느 경우이건 이 참극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모두 그 현장에 있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해 주기 바라네. 아무도 알리바이가 성립되지 않는단 말일세. 그러니까 모두 교묘한 계산에 따라 이루어졌단 말이네. 범인은 모든 배역진이 이른바 무대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시간을 선택했던 것일세...." - P-1

.."억압당한 충동은 언제나 익살을 낳기에 유리한 상태를 만들어 낸다네. 듀거스는 유머를 detente--긴장에서 해방되는 것이라고 말했네. 벤은 스펜서의 뒤를 이어 유머는 억압에서 구제되는 것이라고 부르고 있지. 유머가 발휘되기에 가장 적절한 바탕은 억눌린 잠재력--프로이트가 Besetzungsenergie라고 부른 것--이며 그것은 마침내 제멋대로 발산되기를 요구한다네. 이 마더 구스의 범죄에서 우리가 맞닥뜨린 것은 너무나도 진지한 이론적 사색과 균형을 잡기 위해 그 반동으로서 가장 공상적이고도 변덕스러운 행동을 하게 된 수학자이네. 마치 ‘보아라, 이것이 너희들이 사뭇 진지하게 다루고 있는 세계이다. 너희들은 무한하고 한층 더 광대한 추상 세계에 대하여는 아무것도 모르지 않는가. 지구상의 생활 같은 것은 아이들의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농담거리로 삼을 만한 가치밖에 없단 말이다‘ 하며 비꼬고 있는 것 같네...." - P-1

"..해학과 짓궂은 이야기를 입 밖으로 표현하는 태도는 갑작스러운 살인 충동과 같은 심리라네. 냉소하는 버릇을 마음껏 발휘하는 것은 억제당한 감정에 돌파구를 열어 주는 거나 다름없기 때문에 정서의 평형을 유지할 수 있는 거지. 짓궂게 굴고 조롱하는 버릇이 있는 사람은 늘 안정되어 있다네. 이따금 육체의 이변을 일으키는 일은 좀처럼 없네. 그와 반대로 자기의 해학을 억누르고 안으로 쌓으면서 겉으로는 진지한 금욕주의자처럼 꾸미고 있는 사람은 언제 폭발할는지 알 수 없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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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p.
..나는 느긋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얼마간 노력도 기울인다. 이를테면, 만나자는 친구의 연락을 거절하기도 한다. - P-1

45p.
..이사를 앞두고 가구를 보러 다니는 중이다. 예산 안에서 원하는 물건을 고르는 일은 소풍 가서 먹을 간식을 고르는 어린 시절처럼 즐겁다. - P-1

56~57p.
..물건을 잔뜩 소유하는 것은 왠지 서글프게 느껴진다. 왜 그럴까? 자신에게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 모르는 것만 같아서 불안해진다. - P-1

87p.
..좋아, 심어보자.
..근처 쇼핑몰에서 화분과 흙을 사서 알뿌리를 묻고 베란다에 쭉 놓았다. 봄이 되기까지 반년 가까이 남았으니 정신이 아득해지는 이야기다.
..그러다가 퍼뜩 놀랐다. 나는 내가 내년 봄에도 건강히 여기 살아있으리라고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건강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 행복을, 나는 자꾸만 잊고 산다. 몇 달이나 지난 후의 튤립을 기대하는 마음은 사실 대단한 행복이다. 알뿌리가 잠든 화분에 물을 주며, 가만히 고마움을 느끼는 나다. - P-1

105p.
..자, 내년의 나는 대체 뭘 배우고 싶어 할까? 꾸준히 하는 것은 대단하지만, 시작하는 것 또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P-1

114~115p.
..내 젊음을 자랑했고, 내 인생에는 성장만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비로소 인생은 늙어가는 것도 한 세트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 ‘노화‘를 존귀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누구나 다 늙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노화를 완수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이 있으니까. - P-1

157p.
..아무튼 나는 아주 건강하다. 그래서 예전에는 종종, "몸 하나는 건강해요~"라며 우스갯소리처럼 말하곤 했는데, 요즘은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건강을 농담 삼아 말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은 구내염 하나만 생겨도 하루 종일 우울해지니까. 그 몇 배나 되는 아픔과 투쟁하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고, 나 자신에게 충고하고 다짐한다. - P-1

194p.
..나는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진 않았지만, 역시 속으로는 ‘다시는 못 올지도 몰라‘라고 생각하며 동물을 봤다. 최대한 즐겨야 한다는 생각에 초조했다.
..언젠가, 언젠가는, 이라고 생각만 하다가 시간이 흐르는 것을 나도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했다. 서른일곱 살은 아직 젊지, 이렇게 말하며 내 어깨를 두드리고 웃는 사람도 있지만, 서른일곱 살인 나 나름대로 늙어가는 불안이 있다.
..인기 만점 동물원을 여행하며 문득 그런 감정을 느꼈다. - P-1

199p.
..일부러 말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고맙다는 말을 듣고서 비로소 깨달았다. - P-1

209p.
..싫은 사람이 처음부터 싫었던 게 아닐 때 특히 곤란하다. 그 차이가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 P-1

216p.
..나를 크게 보이려고 하면 나중에 반드시 힘들어진다. - P-1

223p.
..디자인이 단순한 물건을 살 때면 내 마음속에 ‘아까워‘라는 감정이 차곡차곡 차오른다. 모처럼 돈을 쓰는데 디자인에 공을 안 들인 물건을 사는 건 너무 아깝다. 이왕이면 여기에 주머니가 달리고 저기쯤에 하늘거리는 레이스가 달려야 이득이지 않나? 또 단순한 물건이라면 대량생산하는 저가 매장에서 사도 되지 않을까…….
..그래서 디자인이 단순하고 가격이 좀 나가는 물건을 몸에 지닌 사람을 보면 감탄한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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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p.
..So it was that with the apocalypse looming—possibly caused by an alien life-form—I stood in front of a bunch of kids and taught them basic science. Because what‘s the point of even having a world if you‘re not going to pass it on to the next generation? - P-1

45p.
..It‘s a mission crest. I‘ve seen enough NASA documentaries to know one when I see one. The circular crest has an outer ring of blue with white text. The text reads HAIL MARY across the top and EARTH across the bottom. The name and "port of call" for this vessel.
..I didn‘t think the ship came from somewhere other than Earth, but okay. Anyway, I guess I finally know the name of this ship I‘m on.
..I‘m aboard the Hail Mary. - P-1

115p.
..I clench my teeth. I clench my fists. I clench my butt. I clench every part of me that I know how to clench. It gives me a feeling of control. I‘m doing something by aggressively doing nothing. - P-1

123p.
...Interesting that they have the same propulsion tech as we do. But considering it‘s the best energy-storage medium possible, that‘s not a surprise. When European mariners first came across Asian mariners, no one was surprised they both used sails. - P-1

157p.
..Their move is taking a long time and I‘m getting bored.
..Wow. I‘m sitting here in a spaceship in the Tau Ceti system waiting for the intelligent aliens I just met to continue our conversation… and I‘m bored. Human beings have a remarkable ability to accept the abnormal and make it normal. - P-1

234p.
..Lokken cleared her throat. "I heard there were tornadoes in Europe?"
.."Yes," he said. "And they‘re happening more and more often. European languages didn‘t even have a word for tornado until Spanish conquistadors saw them in North America. Now they‘re happening in Italy, Spain, and Greece." - P-1

253p.
.."You sleep alone, question?"
.."Yes."
.."I also sleep alone many times. Sad sad sad."
..He just doesn‘t get it. A fear of sleeping alone is probably hardwired in his brain. Interesting… that might have been the beginning of their pack instinct. And a pack instinct is required for a species to become intelligent. That weird (to me) sleep pattern could be the reason I‘m talking to Rocky right now! - P-1

337p.
..I rub my eyes. Between the pain from my burns and the dopiness from the painkillers, it‘s hard to concentrate. And I‘m tired. One thing I learned back in my graduate school days: When you‘re stupid tired, accept that you‘re stupid tired. Don‘t try to solve things right then.... - P-1

349p.
.."That is sound of predator approaching you. That is sound of prey running away. Sound of object touching object very important. Evolve to hear."
.."Ah! Yes."
..It‘s obvious now that he points it out. Voices, instruments, birdcalls, whatever—they can all be wildly different sounds. But the sound of objects colliding isn‘t going to have much variance from planet to planet. If I bang two rocks together on Earth, they‘re going to make the same noise as if I bang them together on Erid. So we‘re all selected-for by being able to hear it. - P-1

350p.
.."Our intelligence is based on the animals‘ intelligences. So what is animal intelligence based on? How smart do animals have to be?"
.."Smart enough to identify threat or prey in time to act."
.."Yes, exactly!" I say. "But how long is that time? How long does an animal have to react? How long will the threat or prey take to kill the animal or escape? I think it‘s based on gravity."
.."Gravity, question?" He sets the device down entirely. I‘ve got his undivided attention.
.."Yeah! Think about it. Gravity is what determines how fast an animal can run. Higher gravity, more time spent in contact with the ground. Faster movement. I think animal intelligence, ultimately, has to be faster than gravity." - P-1

398p.
..He‘s completely right, of course. I‘m risking my life and maybe the structural integrity of the Hail Mary. But I can‘t just sit around for eleven days when there‘s so much work to do. How do I explain "impatience" to someone who lives seven hundred years?
.."Human thing," I say.
.."Understand. Not actually understand, but… understand." - P-1

448p.
..We tend to think of solid materials as magical barriers. But at the molecular scale they‘re not. They‘re strands of molecules or lattices of atoms or both. When you get down to the teeny, tiny realm, solid objects are more like thick jungles than brick walls.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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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의식 안쪽에 단단하게 붙어 그의 삶과 문학을 지배해온 질기고 억센 몇 개의 큰 흉터가 내게 발견되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그것들에 매달리게 될 것이다. 어차피 지금의 그는 자신이 살아낸 이제까지의 삶의 흔적들을 끌어안고 있는 하나의 표정이다. 표정에는 층이 있지만, 흔적들은 질서를 알지 못한다. 그것들은 서로 몸을 섞고 있다. - P-1

.."아버지가 누구입니까?"
..내 물음은 이렇게 생긴 사람과 저렇게 생긴 사람, 또 여기 있는 사람과 저기 있는 사람 가운데 누가 내 아버지냐는 뜻이 아니었다. 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들 그렇게 받아들였지만, 아니었다. 나는 진정으로 아버지가 어떤 존재인지를 몰랐다. 열대 지방의 아이들이 얼음의 존재를 모르듯이, 네안데르탈인이 컴퓨터의 존재를 알 까닭이 없듯이, 그렇게 나는 아버지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했다. - P-1

...아버지가 일찍이 자신의 존재를 내게서 거두어갔던 것처럼, 이제 어머니도 내게서 자신의 존재를 지우기 시작했다. 그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 삶은 오리무중이었고, 모든 것이 심드렁했다. 아무것도 분명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신비롭거나 감격스러운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 P-1

...그 야릇한 눈길들 속에서 그는 무엇인가를 깨달았다. 자신이, 적어도 그 순간, 거기 모인 사람들에 의해서, 매우 특별한 존재로 구별되고 있다는 인식이 그것이었다. 그는 그들과 달랐다. 그들은 그와 달랐다. 적어도 그들의 표정은 그렇게 선언하고 있었다. 너는 우리가 아니다. 우리는 네가 아니다…… 살아가면서 그가 종종 경험하곤 했던, 세계로부터 이탈되어 나가는 듯한 걷잡을 길 없는 소외감이 그때 처음으로 그를 찾아왔다.
..그는 온몸을 빠르게 관통하는 전율에 사로잡혀 한동안 몸을 움직이지 못했는데, 그것은 세계를 상대로 맞서 있는 한 왜소한 개체의 외로움이 그를 덮쳤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에 그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조용히 떨어졌다. 그 한 방울의 눈물을 타고 몸속의 기가 모조리, 순식간에 빠져나가버렸다. 그는 맥없이 자리에 쓰러졌다.... - P-1

..현실이 평범하지 않으면, 의식도 평범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평범하지 않은 현실을 의식의 겉면에 그대로 노출해 보이는 평범함을 극도로 증오했다. - P-1

..그는 거의 항상 가난했다. 어머니가 주고 간 돈은 언제나 턱없이 모자랐다. 그는 그 때문에도 밖으로 나가기가 어려웠다. 예나 지금이나 움직이면 돈이 든다. 가난한 사람의 집은 그래서 거의 대부분 비지 않는다.... - P-1

..그러나 그는 자신의 그 참혹한 가난과 외로움을 극복해보려는 어떠한 시도도 해보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는 세상에 대해 비난할 권리가 없다. 그래서 그는 비난하는 대신(비난하는 것은 참여한다는 뜻이다) 혐오하거나 기피했다. 말하자면 초월하려고 했다. - P-1

..낭만주의자가 될 수 있는 기반이라는 것을 나는 갖지 못했다. 그런 기반이 따로 있다는 말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 어느 것도 허공에 뿌리를 내리지는 않는다. 요컨대 낭만주의자는 낭만주의라는 일정한 묘상苗床에서 키워져 모종된 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 묘상의 모종은 적어도 두 가지의 기관을 몸에 품고 있어야 한다. 하나는 아름다움을 취하는 기능이고, 다른 하나는 자유로움을 수용하는 기능이다. 내가 낭만주의자가 될 수 있는 기반의 부재를 말하는 것은 그 두 가지의 감각을 몸에 익힐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 P-1

...모든 과거는 기억된 과거일 뿐이며, 모든 기억은 검열된, 또는 취사선택된 기억일 뿐이다. 시간은 독하고, 나의 자아는 너무 많은 층으로 둘러싸인 거대한―작은 우주다. 층마다 진실이 있고, 그 진실은 그 층에서만 진실이다. 그 모든 층을 관통하는 작살과 같은 하나의 진실은 없을까?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가장 깊거나 가장 높은 층에 도달하지 않고는 그 진실이 무엇인지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깊은 층이나 가장 높은 층에 그것이 도사리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 뜻이 아니다. 그곳까지 이르러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지 그곳에 있다는 것은 아니다. - P-1

...생각이 많은 것은 무언가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 모자라는 부분을 보충하려는 욕망이 많은 생각을 만든다. 하지만 생각은 생산 능력이 없다. 그래서 결핍의 정도는 더욱 심해지고, 세상과의 불화는 더욱 증폭된다. 그 증폭된 불화감은 또 더 복잡한 생각의 밑천이 된다. 끝도 없는 악순환. 생각이 많은 사람은 세상을 쉽게 믿지 않고, 세상은 그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 따돌림의 대상이 된(되었다고 느끼는) 생각이 많은 사람은, 복수하듯 세상을 따돌릴 채비를 한다. 거기서 다른 사람에 비해 자기가 너무 크다는 생각이 돌출한다. - P-1

..그날 밤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하늘은 시종 가느다란 비를 뿌리고 있었다. 국어 담당 선생은 안개보다는 굵고 이슬보다는 가는 비를 는개라고 분류했다. 그 분류에 따르자면 아마 는개비였을 것이다.... - P-1

..진실은 사실보다 훨씬 포괄적이다. 내가 어떤 글을 읽다가 붉은 볼펜으로 줄을 그었으며, 그 붉은 줄을 여태 머릿속에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무슨 뜻이냐 하면, 그 책의 저자가 조이스라고 할 때, 제임스 조이스를 빌려서 내가 발언한다는 뜻이다. 조이스를 읽음으로써 비로소 세상이 악몽임을 깨달은 것이 아니다. 나는 붉은 볼펜으로 줄을 그었다. 그것은, 그를 알기 전부터 이 세상에서의 나의 삶이 바동거리는 악몽에 다름 아님을 의식하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실은 제임스 조이스를 빌려 내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제임스 조이스에게서 내 말을 발견한 것이다. 그가 내 말을 먼저, 대신 해버린 것이다. - P-1

...이름은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름은 어떤 사물에 대한 가장 제한적인 정의이다.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할 때 우리는 편의적으로 이름을 붙인다. 이름을 쓰는 것이 인식의 방법이긴 하지만, 그것은 가장 허술한 방법이다. 이름을 붙이는 것은 구별하기 위해서이지 인식하기 위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 P-1

..—하지만 모든 인식은 파편이야. 중요한 것은 그것이 참된 파편이냐 아니냐이지. 그리고 모든 참된 파편들은 참된 인식인 거야. 파편을 쥐지 않고는 실체에 다가갈 수 없어. 내가 꼭 쥐고 있는 나의 파편이 소중한 거야. - P-1

..어머니가 다녀갔다. 돼지고기볶음과 한 달 치 돈봉투가 어머니의 흔적이었다. 그것들을 보자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나는 처음으로 돼지고기가 놓인 상 앞에서 울었다. 밥이, 밥을 먹어야 하는 인간이, 밥을 먹기 위해 비순수로 무장해야 하는 현실이 눈물을 흘리게 했다. 삶은 얼마나 쓸쓸한가. 얼마나 참혹하게 슬픈가. 그런 식의 어처구니없는 감상들이 ‘문학적’으로 솟구쳤다. 나는 숟가락을 들지 못했다. - P-1

..인연의 그물에 갇혀 사는 사람을 미개인이라고 부른다. 이 사람의 사는 방식은 본능적이고 비이성적이며 부자유하고 몰가치적이며 무원칙하다. 에고와 에고의 연장에 불과한 가족이 미개인의 세계이다. 문명인의 자유는 무엇보다도 우선 인연으로부터의 자유여야 한다. - P-1

..그의 게걸스러운 책 읽기의 습관은 세상에 대해 수줍음과 적의를 동시에 키워가던 유년 시절에 형성된 것이었다. 기름진 풀밭을 발견한 양들은 한곳에 붙어서서 께적거리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쪽에서 한입, 저쪽에서 한입, 하는 식으로 풀밭을 뛰어다니기부터 한다. 그 모습은 거기 있는 모든 풀들을 조금씩이라도 맛보고 말겠다 작정하고 설치는 것과 같다. 그 이치이다.... - P-1

...눈앞에 산이 있으면 그 뒤에 있는 산들은 보이지 않는다. 낮은 산도 높은 산을 가릴 수 있다. 산의 높이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눈과의 거리가 미치는 영향만큼은 아니다. 높이에 우선하는 것은 거리이다. 그에게는 하나의 산이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뒤에 있는 산들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했다. - P-1

...종교에 몰두한 자는 전부를 본다. 전부를 보는 자는 부분의 결함에는 눈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종교를 해부하는 자는 부분을 본다. 부분을 보는 자는 부분의 결함에 눈이 가면 끝내 전부를 인정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신봉자에게는 모든 것이지만, 해부자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 P-1

..생각이 한쪽으로 몰리면 다른 출구들이 닫혀버린다. 이게 아닌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는데,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 길로 밀고 나가게 되는 절박한 상황이 있다. 그곳 말고는 달리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갈 길이 아닌 줄 알면서도 막무가내로 내달리게 되는. 그리하여 도무지 일어날 법하지 않은 일이 발생한다. 상식은 선 위에 있는 것이고, 그러므로 안전하다. 그러나 그 선을 벗어나면 아무것도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상식 밖에서는 상식에게 호소할 수 없다. 그곳에서는 파격이 상식이 된다. 편집적인 생각은 편집적인 길을 뚫는다. 그런 일이 발생하려는 순간에도 자각이 아주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어렴풋하지만,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다는(또는 하려 한다는) 걸 인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힘을 막으려는 희미한 반동도 일어나기는 한다. 그런 뜻에서 술꾼들이 경험하는 ‘필름이 끊어지는’ 상태와 이것은 다르다. 여기서는 필름이 돌아간다. 단지 필름을 중지시키기가 어려울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진짜 문제다. 길이 아닌 곳을 향해 몸을 던지는 난처한 상황을 빤히 목도하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 바로 절망이다. - P-1

..니그렌이라는 스웨덴의 루터교회 감독은 『아가페와 에로스』라는 희귀하고 소중한 책을 썼는데, 그 책의 앞부분에서 그는 사랑을 아가페와 에로스로 분류하고, 그것의 차이를 선명하게 도식화하였다. 그 가운데 이런 대목이 있다.
.."에로스는 그 대상 속에서 가치를 먼저 인식한다. 그래서 그것을 사랑한다. 그러나 아가페는 먼저 사랑한다. 그래서 그 대상 속에 가치를 창조한다." - P-1

..내 속으로 드디어 분명하고 되돌릴 수 없는 특별한 성찰이 찾아왔다. 결국은 이곳에서도 나는 적이고 이방인이다. 가능한 유일한 대극은 형식과 개혁, 또는 신과 인간이 아니라, 지상의 세계와 지하의 세계이다. 그대들의 세계와 나의 세계이다. 형식과 개혁, 신과 인간의 문제는 지상에 있는 그대들의 과제일 뿐이다. 지상의 세계에는 그런 갈등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런 갈등들에도 불구하고, 그대들은 하나의 세계에 속해 있다. 나는 어리석게도 그대들의 세계에 끼어들고자 했다. 그것이 가능하리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참으로 가당찮은 욕망이었음을 이제 나는 깨닫는다. - P-1

...그는 어둠과 급속도로 친해졌다. 자신의 몸이 어둠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그 신비스러운 합일의 경지가 그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상태였다. 그에게는 그런 신비를 체험한 경험이 있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어둠 속에 오랫동안 몸과 의식을 잠근 채 꼼짝하지 않고 있다보면 사물들이 나름대로의 형상을 빚어 스스로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런 뜻에서 어둠도 빛이다.... - P-1

..이제 그는 아버지의 엄연한 존재를 시인했고, 그리하여 아버지로 하여금 그에 대해 책임을 지게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아버지에 대한 새로운 신화를 쓰고자 했다.
..그가 해낸 것은 아버지와의 값싼 화해가 아니다. 그보다 훨씬 교묘한 것이다. 죄의식의 되돌림. 아버지는, 그가 그랬던 것처럼, 그에게 고통당하기 시작한다. 고통을 통해 그는 아버지를 이해하고, 아버지를 껴안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의 글쓰기는 감춰진 것의 드러내기이다. 그 드러내기는 그러나 감추기보다 더 교묘하다. 그것은 전략적인 드러냄이다. 말을 바꾸면 감추기 위해서 드러낸다. 그가 읽은 대부분의 신화들이 그런 것처럼. - P-1

(해설)
..그러면 이제부터 그 ‘밑그림’의 등장인물과 그들의 관계를 살펴본다. 프로이트는 어린아이가 유년기에 겪어내는 중요한 삶의 "정상적이고 보편적인 경험", 즉 소설 이전의 밑그림을 ‘가족 소설Roman familial’이라고 명명했다. 어린아이는 성장하는 과정에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자신이 맺는 삼각관계 속에서 전형적 위기를 만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상상력에 호소하여 어떤 "초보적 이야기"를 지어낸다. 마르트 로베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근원적 이야기가 곧 소설의 기원이라고 본다. 여러 예술 장르들 가운데서 ‘소설’은 "단번에 이야기로 만들어진 환상", 즉 "미래의 이야기들의 무궁무진한 저장고"인 동시에 소설이 기꺼이 그 구속을 받아들이는 유일한 규약인 이 ‘이야기의 밑그림’을 모방한다는 점에서 다른 예술 장르와 구별된다는 것이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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