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뤄지, 네 생각이 틀렸다는 걸 이제 알았겠지. 이게 바로 평범한 작가와 문학가의 차이야. 문학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건 최고의 경지야. 그 경지에 다다르면 소설 속 인물이 문학가의 사상 속에서 생명을 얻지. 문학가는 그 인물들을 통제할 수 없어. 그들이 다음에 무슨 행동을 할지도 예측할 수 없어. 그저 호기심을 가지고 그들을 따라다니지. 관음증 환자처럼 그들의 생활 구석구석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거야."
.."문학 창작이란 변태적인 일이구나."
.."적어도 셰익스피어, 발자크, 톨스토이는 그랬어. 그들이 만들어낸 이미지는 모두 이런 식으로 그들이 상상한 자궁에서 태어난 것들이야. 하지만 요즘 작가들은 이런 창조 능력이 없어. 그들의 생각 속에서 만들어진 것은 하나같이 지리멸렬한 조각과 괴물들뿐이지. 그 짧은 생명으로 비이성적이고 난해한 경련을 일으킬 뿐이야. 작가들은 그 조각들을 자루 속에 쓸어 담아서 포스트모더니즘, 해체주의, 상징주의 같은 라벨을 달아서 팔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순간 고등학교 물리 선생님이 냈던 사고력 문제가 떠올랐다. 어떻게 하면 대리석 침대 위에 누워서 시몬스 침대에 누운 것처럼 푹신함을 느낄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은 대리석 표면을 사람의 뒷모습과 똑같은 형태로 파낸 뒤 그 안에 눕는 것이다. 그러면 몸의 각 부위에 균일한 압력이 전해지기 때문에 푹신함을 느낄 수 있다. 뤄지는 두 눈을 감고 자신의 체온이 철광석을 녹여 자기 몸에 딱 맞는 요철을 만들어내는 상상을 했다. 이런 방식으로 그는 천천히 냉정함을 되찾았다. 잠시 후 그는 눈을 뜨고 특별할 것 없이 수수한 천장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