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p. ...어쩌면 결국 그거야말로 어린 시절의 가장 강력한 힘일지 몰랐다. 그 절대적인 잠. 그렇게 잘 때는 우리에게 아무 일도 일어날 수 없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우리는 그런 능력을 잃는 걸까? 아마 14세나 15세쯤일 것이다. 사춘기의 위기는 어쩌면 거기서, 그러니까 완벽한 휴식을 잃는 데서 온다. 존이 그렇게 자본 지는 너무나 오래됐다. 이제 그는 낮에 겪었던 일을 모두 잊고, 고요한 밤에 잠겨드는 평온함을 더 이상 즐길 수 없었다. - P-1
71p. ...마틴도 분명 아버지와 비슷했다. 다른 곳에 정신이 가있고, 인생을 살아가는 대신 꿈꾸는 성향이 있었다. 그를 해리 포터와 닮았다고 보는 것도 당연했다. 마틴은 현실에서 어색해하고 상상의 세계에서 편안해하는 기질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그를 붙들었고, 마틴은 소리 죽여 울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위해서였다. 어머니의 등을 쓰다듬는 남자의 손 이미지가 계속 눈앞에 맴돌았다. 아무것도 아닌 몸짓이지만, 그 단순한 몸짓을 통해 마틴은 과거가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일이 됐음을 깨달았다. - P-1
72p. ..의도한 것도 아닌데 완벽하게 행동하게 되면 언제나 불안하다. - P-1
89p. ..그토록 사소한 것으로 이토록 크게 어긋난다면 미쳐버릴 수 있다. - P-1
98p. ...모든 인간의 삶은, 언제가 됐든, 다른 인간의 삶 때문에 망가진다. - P-1
155p.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은밀하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 어쩌면 그거야말로 가해자에겐 최고의 성과일 것이다. - P-1
195p. ..이런 식의 논리는 이상해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 마틴은 그저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었다. 기억하지 않고 산다는 생각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사람들은 종종 명석함이 감퇴한 상태를 일종의 낙원에 비유했다.... - P-1
202p.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렇게 목표와 가까운 곳까지 이뤄낸 여정에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빛을 스치기만 하느니 차라리 어둠 속에 남아있는 게 나았다.... - P-1
211p. ..폴란드의 시골 마을 몇 군데를 거치며, 그는 잠시 여기 ‘정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새로운 생활을 한다‘는 건 전형적인 현대의 슬로건이다. 생 자체를 송두리째 뒤집어엎어야 할 필요성이 이토록 생의 강력한 자양분이 됐던 시기는 없었다. 이전까지 운명은 거의 대체로 직선처럼 흘러갔다.... - P-1
217p. ...그는 호감을 산다는 기분, 심지어 인기 있다는 기분을 느꼈다. 그냥 즐길 수도 있었겠지만, 정반대였다. 이 가짜 호그와트에서 가는 곳마다 흥분을 일으키는 경험을 하니 진짜는 어느 지경이었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 이곳에 머무름으로써 그는 자기 것이 아닌 동화의 조각을 구경하게 됐다. - P-1
222p. ...이제 그가 말할 차례였다. 소피는 "그럼 너는? 넌 무슨 일을 해?"라고 물었다. 그러니까 언제나 스스로를 규정해야 하고, 자신에 대해 할 말이 있어야 하고, 현재를 받으려면 과거를 내밀어야 하는 것이다. 그는 아무런 구체적인 문제에도 좌우되지 않는 만남을 꿈꿨다. 플로베르가 루이즈 콜레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게 하는 만남이었다. .."내게 아름답게 보이는 것, 내가 쓰고 싶은 것은, 그 문체의 내면적 힘으로 유지되는 아무 주제도 없는 책입니다." ..그거야말로 그의 바람이었다. 자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는 만남, 오직 자기 스타일의 내면적 힘으로 유지되는 만남을 경험하는 것.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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