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말야, 존엄사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 사람은 기억이 있기 때문에 미래가 있는 거야. 기억이 쌓이지 않으면 미래는 오지 않아. 미래가 오지 않는다면 나는 살아 있고 싶지 않아. 언젠가, 이런 것조차 생각할 수 없게 돼. 무엇이든, 전부 잊어버리게 돼….
..분명 그 녀석 안에는 타인이 들어갈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이 있으리라. 벤조만큼은 아니더라도 그것은 누구에게나 있고, 자신에게도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그 안을 조금은 내어 주면 좋으련만.
..사야카는 나스를 꼭 끌어안은 채로 잠이 들었다. 왜일까? 이렇게 하고 있으면 안심이 됐다. 떨어져 있으면 무서운데 밀착해 있으면 무섭지 않다. 이 모순된 감정과 감각은 자신밖에 모른다. 그러나 그 본질은 사야카 자신도 잘 모르고 있었다.
..[즐거웠던 추억과 행복했던 기억은 부스스 무너져 내리는데 그 사건만큼은 도저히 잊을 수 없다, 그렇게 말했어. 만약 최후에 이오 씨 안에 남은 기억이 그것뿐이라면 살아 있어도 괴롭기만 하지 않을까, 하고 나는 가끔 그렇게 생각하고 말아.]
..아무래도 인간은 강대한 벽을 맞닥뜨리면 잠에 취하는 모양이다. 틀림없이 방어 본능이 작동하는 것이리라. 정면으로 마주하면 마음이 부서져 버린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두서없이 여러 생각을 발동시켜 마음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현실의 고통을 견딜 수 있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