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p.
..나는 느긋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얼마간 노력도 기울인다. 이를테면, 만나자는 친구의 연락을 거절하기도 한다. - P-1

45p.
..이사를 앞두고 가구를 보러 다니는 중이다. 예산 안에서 원하는 물건을 고르는 일은 소풍 가서 먹을 간식을 고르는 어린 시절처럼 즐겁다. - P-1

56~57p.
..물건을 잔뜩 소유하는 것은 왠지 서글프게 느껴진다. 왜 그럴까? 자신에게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 모르는 것만 같아서 불안해진다. - P-1

87p.
..좋아, 심어보자.
..근처 쇼핑몰에서 화분과 흙을 사서 알뿌리를 묻고 베란다에 쭉 놓았다. 봄이 되기까지 반년 가까이 남았으니 정신이 아득해지는 이야기다.
..그러다가 퍼뜩 놀랐다. 나는 내가 내년 봄에도 건강히 여기 살아있으리라고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건강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 행복을, 나는 자꾸만 잊고 산다. 몇 달이나 지난 후의 튤립을 기대하는 마음은 사실 대단한 행복이다. 알뿌리가 잠든 화분에 물을 주며, 가만히 고마움을 느끼는 나다. - P-1

105p.
..자, 내년의 나는 대체 뭘 배우고 싶어 할까? 꾸준히 하는 것은 대단하지만, 시작하는 것 또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P-1

114~115p.
..내 젊음을 자랑했고, 내 인생에는 성장만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비로소 인생은 늙어가는 것도 한 세트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 ‘노화‘를 존귀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누구나 다 늙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노화를 완수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이 있으니까. - P-1

157p.
..아무튼 나는 아주 건강하다. 그래서 예전에는 종종, "몸 하나는 건강해요~"라며 우스갯소리처럼 말하곤 했는데, 요즘은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건강을 농담 삼아 말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은 구내염 하나만 생겨도 하루 종일 우울해지니까. 그 몇 배나 되는 아픔과 투쟁하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고, 나 자신에게 충고하고 다짐한다. - P-1

194p.
..나는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진 않았지만, 역시 속으로는 ‘다시는 못 올지도 몰라‘라고 생각하며 동물을 봤다. 최대한 즐겨야 한다는 생각에 초조했다.
..언젠가, 언젠가는, 이라고 생각만 하다가 시간이 흐르는 것을 나도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했다. 서른일곱 살은 아직 젊지, 이렇게 말하며 내 어깨를 두드리고 웃는 사람도 있지만, 서른일곱 살인 나 나름대로 늙어가는 불안이 있다.
..인기 만점 동물원을 여행하며 문득 그런 감정을 느꼈다. - P-1

199p.
..일부러 말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고맙다는 말을 듣고서 비로소 깨달았다. - P-1

209p.
..싫은 사람이 처음부터 싫었던 게 아닐 때 특히 곤란하다. 그 차이가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 P-1

216p.
..나를 크게 보이려고 하면 나중에 반드시 힘들어진다. - P-1

223p.
..디자인이 단순한 물건을 살 때면 내 마음속에 ‘아까워‘라는 감정이 차곡차곡 차오른다. 모처럼 돈을 쓰는데 디자인에 공을 안 들인 물건을 사는 건 너무 아깝다. 이왕이면 여기에 주머니가 달리고 저기쯤에 하늘거리는 레이스가 달려야 이득이지 않나? 또 단순한 물건이라면 대량생산하는 저가 매장에서 사도 되지 않을까…….
..그래서 디자인이 단순하고 가격이 좀 나가는 물건을 몸에 지닌 사람을 보면 감탄한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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