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p.
..자신의 본능을 알았다는 것은 꿈을 봉인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사타케는 그 뒤 봉인을 풀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 그 고독과 자제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런데 사타케의 진짜 모습을 모르는 여자들은 무방비하게 사타케에게 몸을 맡기고 어리광을 피우는 것이다. 그래서 사타케에게 있어서 봉인한 꿈을 깨지 않은 여자들은 귀여운 동물에 불과하다.

368p.
..바로 그렇기 때문에 또한 자신은 경계를 넘은 건지도 몰랐다. 절망이 또 하나의 세계를 바란 것이다. 마사코는 방금까지 몰랐던 야요이를 도운 자신의 동기를 처음 이해했다. 그러나 경계를 넘은 세계에서 뭐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걸까. 기다리는 건 아무것도 없다. 마사코는 아직까지 하얗게 질려서 소파를 잡고 있는 손끝을 쳐다봤다. 경찰이 와서 잡히든, 야요이를 도운 자신의 진짜 동기를 이해하든, 마사코의 마음에는 이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등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몇 번이나 들린다. 마사코는 고독의 한복판에 있었다.

421p.
..사타케는 텔레비전을 끄고 일어섰다. 정처 없이 거리의 뒷골목을 싸돌아다니자고 생각했다. 지키고 싶은 것도 잃어버릴 것도 지금은 이제 아무것도 없다. 간신히 깊은 강을 건넌 참에 다리가 무너져 떨어졌다. 등 뒤에 길은 없다. 그러나 봉인한 꿈으로 돌아간다기보다도, 지금의 이 생활이 커다란 꿈속에서 헤매던 것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사타케는 야쿠자의 부하로 있던 20대 무렵으로 돌아간 것 같아 흥분마저 느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고 방황하던 기분과,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달은 각오는 어딘지 모르게 닮았다. 해방된 것이다. 사타케는 웃음을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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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6p.
...오늘날 가난해지는 사람은 자신만이 실패자라고 느낄 필요가 없다. 훨씬 더 포괄적인 과정의 일부로 가난해지는 것이며, 따라서 그의 운명은 역사적인 차원을 가진다. 이것에 위로를 느낄 수 있지 않겠는가.

25p.
..너도나도 욕심을 부리며 손을 뻗치는 곳에서 포기할 수 있는 능력, 다른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자신의 척도로 삼지 않는 자주성, 우리의 경제적인 쇠퇴는 전적으로 불행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의 생활 방식을 세련되게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인식이 바로 이런 올바른 태도에 속한다. 막스 프리슈에 따르면 "위기는 재앙의 씁쓸한 맛을 제거하는 경우에 엄청나게 생산적인 상태"이다.

28p.
...뭔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는 고백은 이미 항복이나 다름없다. 우리를 맹렬하게 덮치는 저속한 대중문화와의 싸움에서는 오로지 작은 승리만이 있을 수 있다. 그러한 승리는, 예를 들어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믿었던 것 없이 살아가는 데 있다.

40p.
...샤로스트 공작은 단두대로 가는 길에도 책을 읽었으며, 망나니를 향해 계단을 올라가면서는 읽다 만곳에 표시를 했다. 이런 식으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기로는 유럽에서 헝가리를 쫓아갈 나라가 없다.

50p.
...다른 말로 표현하면 영국인들은 지배자의 민족이다. ‘지배자라는 것‘이 항상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는‘ 의미를 내포하는 독일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헝가리인들과 영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자기 극기‘, 비록 상상의 세계라 할지라도 ‘자기 세계의 주인‘이라는 의미에서 지배자이다.

69p.
..놀이를 즐기는 소질은 여유를 부리는 능력과 일맥상통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여유가 신성한 것이라는 가르침을 받고 자랐다. 인간은 무엇보다도 여유를 부리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다. 오직 여유를 부리거나 재미 삼아 뭔가를 할 때에만 진정으로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다....

75p.
..그런 식으로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오로지 일을 통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가정 때문이다.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종교개혁에 이르기까지 분별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일이 본연의 삶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여겼다. 일의 의미와 목적은 여가를 즐기기 위한 데 있었다. 이제 다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수중의 돈은 줄어들지라도 일을 구원의 수단이 아니라 필요악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는 일이 인류의 역사상 오랜 기간 영예로운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정말로 영예로운 것은 인간을 도와주고 치료하고 가르치고 보호하는 것이었다. 부득이하게 필요하거나 아니면 돈을 탐하는 마음에서 일을 했을 뿐이다. 종교개혁 이후에야 처음으로 일은 도덕적인 의미를 부여받았다. ‘직업‘이라는 말을 ‘일‘과 동의어로 사용하는 중대한 실수를 범한 사람도 바로 루터였다.

79p.
...그러나 편안함에 대한 생각을 조금 포기할 경우, 그런 작은 집이 고층 건물 옥상의 아주 넓고 천박한 집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다. 편안함은 소파 세트를 요구하고, 우아함은 벽에 세워진 의자를 지정한다. 편안함은 양탄자를 사랑하고, 우아함은 비록 원목 마루 아닌 래미네이트일지라도 맨바닥을 사랑한다. 편안함은 늘어놓는 것을, 우아함은 치우는 것을 사랑한다. 편안함은 비좁음을, 우아함은 공간의 여백을 사랑한다.

113p.
...니클라스 마크는 우리가 차량의 대량 보급에 반대한다면, 그것은 자동차의 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자동차의 진실한 친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자동차를 단순히 이동 수단이 아니라 특별한 향락 수단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페트루스나 슈발 블랑 포도주를 날마다 마시지 않듯이, 자동차도 가끔 그리고 의식적으로 타야 하네. 그것도 인적 없는 해변 도로나 산악 도로에서 말일세." 니클라스 마크는 이렇게 설명했다. 마세라티나 애스턴 마틴은 분명히 향락 수단이며, 문제는 이러한 자동차들이 아니라 우리의 도로를 정체시키는 수백만 대의 오펠 코르사, 폭스바겐 골프, BMW 3시리즈라는 것이었다.

118p.
..오로지 여행을 위한 허무맹랑한 여행은 영국 부잣집의 하릴없는 셋째 아니면 다섯째 아들들의 발상이었다. 시민계급은 상류층의 모험가들이 헐렁한 반바지 차림으로 고원 목장을 이리저리 기어오르고, 손에 안내서를 펴들고 무너진 유적지를 배회하는 것을 보고 흉내 내었다. 오늘날 관광 여행이라 불리는 것은, 겉으로는 고상해 보였지만 사실은 기괴했던 영국 속물들의 세계 일주 여행이 발전한 결과이다. 그러므로 옛날의 젠틀맨 체험을 모방하려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짓이다.

153~154p.
..더 많은 것, 더 나은 것, 더 새로운 것을 향한 충동은 겔렌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가 느끼는 깊은 만족을 향한 욕구처럼 우리 본성의 일부이다. 타고난 본성을 거스르며 살 수는 없기 때문에 이것에 저항하는 사람은 불행해진다. 깊은 만족의 비결은 자신의 욕망을 인식하고—금욕주의자처럼 억누르거나 부정하려고 하는 대신—알맞게 제한하는 것이다. 라틴어에는 이것을 표현하는 산뜻한 낱말 temperantia가 있다. 이 낱말은 지나친 억제와 훈율보다는 올바른 배합의 기교를 암시해 산뜻하다....

155~156p.
..그러나 나는 여기에서 용기를 내 자녀 교육의 한 가지 규칙을 제시하려 한다. 우리는 자녀들을 자주적인 인간으로 키우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주적인 인간으로 키우는 것은 바로 자유로운 인간으로 키우는 것을 뜻한다. 그 목적은 아이들이 진정한 확신을 가지고 올바르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그것은 아주 간단하다. 우리 딸은 이를 ‘꼭 닦아야‘ 하거나 아니면 ‘누구나‘ 닦기 때문이 아니라, 이를 닦지 않으면 입 안에 박테리아가 우글거리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를 닦는다. 올바르게 행동하기가 더 쉬울수록 더 행복해진다! 보통 뛰어난 음악가라고 말하면, 즉석에서 ‘악보를 보고‘ 실수 없이 연주할 뿐 아니라 힘들이지 않고서 가볍고 능란하게 연주하는 음악가를 일컫는다. 그것이 바로 애를 쓰며 노력해야 하는 초보자와 다른 점이다. 특별히 애쓸 필요 없이 올바르게 행동하는 사람은 사실 이미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강요가 아니라 이해를 통해서만 도달 가능하다.

204p.
...부는 욕구의 문제이다. 이른바 우리의 욕구라고 하는 것들은 대부분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으며, 심지어 우리 본래의 욕구를 가로막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 누구나 부를 누릴 수 있다. 다만 광고 업계가 우리를 설득하려고 하는 것과 조금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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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p.
..하지만 무슨 영문인지 나는 남자와 여자가 아이를 만드는 행위에는 생각이 미치지 않습니다. 젊은 동료들은 "저런 남자하고 끌어안는 것은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며 싫어하는 남자를 매도하곤 하지만, 나는 그런 생각은 나지도 않습니다. 섹스라고 하는 남자와 여자의 행위에 대한 상상은 건너뛰고, 태어날 아기의 모습밖에는 떠오르지 않는 것입니다. 어쩌면 나는 약간 비정상인 인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70p.
..가즈에도 그랬지만, 외부에서 들어와서 내부 학생을 흉내 내는 학생에게는 여유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내부 학생이 발산하는 부의 음탕함이 결정적으로 결여되어 있었거든요. 부富라는 것은 항상 과잉을 낳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롭고 음탕한 것입니다. 그것은 내부로부터 자연스럽게 줄줄 흘러넘치는 것입니다. 그 음탕함은 설사 겉모습이 평범하더라도 그 학생을 특별한 존재로 꾸밀 수 있는 것입니다. 부유한 학생들은 모두 음탕하고 향락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나는 여고에서 부의 본질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116p.
..나는 외할아버지와 생활하면서 절약을 몸에 익혀왔기 때문에 퍼뜩 감이 왔습니다. 그런 집은 빈틈이 없고 꽉 차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절도 없이 문란한淫靡‘ 공기가 감돌게 마련입니다. 절약하는 바지런함, 그 자체가 ‘절도 없는 문란‘ 입니다. 절약하여 무엇인가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 실은, 절도 없이 문란한 것입니다.

135~136p.
..내가 주택가의 모퉁이를 돌 때까지 아저씨는 틀림없이 내 등을 노려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4년 후, 가즈에의 아버지는 뇌졸중으로 허망하게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나에게는 이때의 만남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가즈에네 집은 급속히 무너져 내렸는데, 나는 붕괴 직전에 가즈에네 집의 무상한 행복을 목격한 셈입니다. 내 등에는 아직도 그때의 아저씨의 시선이 총탄처럼 깊이 박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아저씨가 대변하는 사회로부터 저격당한 상처가.

157p.
...나는 카알의 눈빛 속에 있던 경외나 동경이 관계한 뒤에 사라진 것을 느꼈다. 나와 관계한 남자들은 누구나 다 뭔가를 상실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이때였다. 그렇다면 나는 영원히 새로운 남자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내가 창녀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198p.
..요컨대,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노력이 무엇을 가져다주는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의 인내 끝에, 일시적인 자기만족을 얻는 것. 나는 노력 같은 것은 믿지 않는다.

230p.
..그렇습니다. 괴물 같은 미모를 지닌 유리코와 우리는, 여자라는 같은 생명체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믿기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타고난 모습과 외모가 이 정도로까지 다르다는 것을 실제로 보게 되면 미추美醜라는 상대적인 판단은 아무래도 좋게 되고, 단 하나뿐인 절대적인 미와 평범한 그밖의 것이라는 상황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유리코 앞에서 우리는 너무나도 하잘것없어, 단순히 생물학적인 의미로만 존재하는 여자 외에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립니다. 괴물은 본인 이외의 인간을 전부 무가치한 존재로 만들어버릴 정도의 힘을 가지는 것입니다.

288p.
..나와 미쓰루가 살아남기 위해서 각자 타고난 재능을 갈고닦으려고 노력하는 데 반해서, 가즈에는 자신을 너무나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모르는 여자는 타인의 가치관을 거울로 삼아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세상에 자신을 적응시킬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망가지도록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598p.
...이면의 인간은 양지 바른 곳에서 사는 인간이 만드는 그림자에는 민감합니다. 누구나 은밀히 숨기고 있는 검은 생각이 나를 공명케 하는 것은 내가 이면에 있어서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아니, 나는 양지 바른 곳에 있는 인간의 어두운 그림자를 양식으로 먹고 살아왔다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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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p.
..아이를 업는 건 아주 오랜만이었다. 이제는 아기가 아닌 딸이 무거워 힘에 부쳤다. 아이를 등에 업은 채 허리를 겨우 펴고 일어서니 순간 눈앞이 핑 돌았지만, ‘지금부터는 아빠가 해줘야 할 일도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아빠 되기 연습이라는 다짐과 함께 미끄러지지 않도록 발밑을 주의하며 언덕을 따라 내려갔다. 딸은 다시 꾸벅꾸벅 잠이 든 건지, 내 등이 뜨듯했다. 무겁고 예쁜 혹이었다.

156p.
..처음부터 오래 탈 생각이었다고 여기고 싶지만 역시 불편한 마음을 지우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같은 칸에 타고 있는 누군가에게 지금이라도 곧 내 부정을 들킬 것만 같았다. 내가 먼저 내리려 하지 않는 이상 전철은 언제까지고 계속 달려 나를 더 먼 곳으로 데리고 갈 것이다. 그런 당연한 일들을 생각하면서도 전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지 않는 나 스스로가 다른 승객들과는 달리 떳떳하지 못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어디론가 가고 싶다는 마음이 아니라, 조금 더, 조금만 더 버티며 어느 때보다 피곤하다는 듯이, 난방이 잘 된 좌석에 하릴없이 앉아 있는 것뿐이었다.

158p.
..아직 어려 아빠의 죽음에 대한 현실감각이 없었던 시절, 꿈을 꾸었다. 비록 이 세상에서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빠가 쓰던 방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인지, 함께 숨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아빠가 세상을 떠난 시기와 거의 비슷하게 태어난 아이였다. 마치 아빠와 삶을 교환이라도 한 듯.

186p.
...내 주변서 이어지던 연쇄적인 죽음이 내게 고하고 싶은 의미가 무엇인지 비로소 알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빛의 뜨거움과 힘. 내 안에도 뜨거움과 힘이 차 있었다. 지난밤, 어떤 죽음도 떠올리지 않고 그저 붉게 빛나는 하늘을 깊이 바라보기만 했던 나를 소환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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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p.
..그러던 어느 날 역 빌딩에 입점한 플라자 Plaza(구 소니플라자)에 다양한 색상의 수건이 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브랜드명은 ‘리틀 선샤인‘LITTLE SUNSHINE. 팝업 광고의 설명에 따르면 쓸수록 촉감과 닦는 느낌이 좋아진다고 한다. 과거 미국에서 유행한 ‘육성형 타월‘을 재현하고자 일본의 타월 메이커 핫맨Hotman과 플라자가 공동 개발했다고 한다.

77p.
..사는 건 간단하지만 버리는 것은 어려운 세상. 그렇기에 버리지 않고 현명하게 처분했을 때의 상쾌함이 세일로 좋은 물건을 건졌을 때의 기쁨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다.

97p.
...무슨 옷을 입을지는 본인의 자유지만 화학 섬유의 얇은 재질과 더 이상 젊지 않은 피부결의 상성이 그리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야시 마리코林眞理子 선생님의 명언 "대미지 가공된 청바지는 얼굴에 대미지가 있는 사람이 입으면 안 됩니다"에 동의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멋 내기는 나이를 고려해 가며 하는 게 기본이다.

145p.
..나 역시 오랫동안 얼토당토않은 잡화를 사는 것으로 마음의 균형을 유지해 온 사람 중 한 명이다. 잠깐 역 빌딩을 지나치면서도 머리끈이나 메모장이나 파우치 등을 꼭 산다. 기분을 끌어올리는 데는 옷이나 가방만 한 게 없겠지만 옷을 매일 살 수는 없다. 잡화는 이런 수요에 훌륭하게 맞아떨어진다. 액자도 좋고 다람쥐나 고슴도치가 그려진 마그넷도 좋다. 일단 가슴 설레게 하는 물건을 사지 않으면 집에 돌아와서도 마음의 구멍이 채워지지 않는다....

164p.
...앞으로도 영원히 입을 셈이었던 애착 청바지의 유행이 지났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순간의 충격은 크다. 하지만 청바지는 옷장의 중심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으니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그렇다, 새로 사야 하는 것이다!

193p.
..하우스 오브 로제는 주요 백화점이나 역 빌딩에는 꼭 입점해 있어서 지나는 길에 매장을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스킨 케어를 중심으로 하는 화장품 메이커지만, 항상 신상품을 개발하고 인기 있는 여배우를 내세워 화려한 광고를 하는 일반적인 회사들과는 다른 차원에 있는 것 같다. TV광고는 물론이고 잡지 광고조차 하지 않는데도 점포수는 상당히 많아서 지난 17년간 이사를 다녔지만 어디서나 하우스 오브 로제를 만날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 스타벅스가 없던 돗토리현에도 점포가 두 곳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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