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8p.
..바로 그렇기 때문에 또한 자신은 경계를 넘은 건지도 몰랐다. 절망이 또 하나의 세계를 바란 것이다. 마사코는 방금까지 몰랐던 야요이를 도운 자신의 동기를 처음 이해했다. 그러나 경계를 넘은 세계에서 뭐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걸까. 기다리는 건 아무것도 없다. 마사코는 아직까지 하얗게 질려서 소파를 잡고 있는 손끝을 쳐다봤다. 경찰이 와서 잡히든, 야요이를 도운 자신의 진짜 동기를 이해하든, 마사코의 마음에는 이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등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몇 번이나 들린다. 마사코는 고독의 한복판에 있었다.
421p.
..사타케는 텔레비전을 끄고 일어섰다. 정처 없이 거리의 뒷골목을 싸돌아다니자고 생각했다. 지키고 싶은 것도 잃어버릴 것도 지금은 이제 아무것도 없다. 간신히 깊은 강을 건넌 참에 다리가 무너져 떨어졌다. 등 뒤에 길은 없다. 그러나 봉인한 꿈으로 돌아간다기보다도, 지금의 이 생활이 커다란 꿈속에서 헤매던 것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사타케는 야쿠자의 부하로 있던 20대 무렵으로 돌아간 것 같아 흥분마저 느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고 방황하던 기분과,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달은 각오는 어딘지 모르게 닮았다. 해방된 것이다. 사타케는 웃음을 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