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6p.
...오늘날 가난해지는 사람은 자신만이 실패자라고 느낄 필요가 없다. 훨씬 더 포괄적인 과정의 일부로 가난해지는 것이며, 따라서 그의 운명은 역사적인 차원을 가진다. 이것에 위로를 느낄 수 있지 않겠는가.

25p.
..너도나도 욕심을 부리며 손을 뻗치는 곳에서 포기할 수 있는 능력, 다른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자신의 척도로 삼지 않는 자주성, 우리의 경제적인 쇠퇴는 전적으로 불행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의 생활 방식을 세련되게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인식이 바로 이런 올바른 태도에 속한다. 막스 프리슈에 따르면 "위기는 재앙의 씁쓸한 맛을 제거하는 경우에 엄청나게 생산적인 상태"이다.

28p.
...뭔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는 고백은 이미 항복이나 다름없다. 우리를 맹렬하게 덮치는 저속한 대중문화와의 싸움에서는 오로지 작은 승리만이 있을 수 있다. 그러한 승리는, 예를 들어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믿었던 것 없이 살아가는 데 있다.

40p.
...샤로스트 공작은 단두대로 가는 길에도 책을 읽었으며, 망나니를 향해 계단을 올라가면서는 읽다 만곳에 표시를 했다. 이런 식으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기로는 유럽에서 헝가리를 쫓아갈 나라가 없다.

50p.
...다른 말로 표현하면 영국인들은 지배자의 민족이다. ‘지배자라는 것‘이 항상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는‘ 의미를 내포하는 독일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헝가리인들과 영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자기 극기‘, 비록 상상의 세계라 할지라도 ‘자기 세계의 주인‘이라는 의미에서 지배자이다.

69p.
..놀이를 즐기는 소질은 여유를 부리는 능력과 일맥상통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여유가 신성한 것이라는 가르침을 받고 자랐다. 인간은 무엇보다도 여유를 부리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다. 오직 여유를 부리거나 재미 삼아 뭔가를 할 때에만 진정으로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다....

75p.
..그런 식으로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오로지 일을 통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가정 때문이다.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종교개혁에 이르기까지 분별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일이 본연의 삶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여겼다. 일의 의미와 목적은 여가를 즐기기 위한 데 있었다. 이제 다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수중의 돈은 줄어들지라도 일을 구원의 수단이 아니라 필요악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는 일이 인류의 역사상 오랜 기간 영예로운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정말로 영예로운 것은 인간을 도와주고 치료하고 가르치고 보호하는 것이었다. 부득이하게 필요하거나 아니면 돈을 탐하는 마음에서 일을 했을 뿐이다. 종교개혁 이후에야 처음으로 일은 도덕적인 의미를 부여받았다. ‘직업‘이라는 말을 ‘일‘과 동의어로 사용하는 중대한 실수를 범한 사람도 바로 루터였다.

79p.
...그러나 편안함에 대한 생각을 조금 포기할 경우, 그런 작은 집이 고층 건물 옥상의 아주 넓고 천박한 집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다. 편안함은 소파 세트를 요구하고, 우아함은 벽에 세워진 의자를 지정한다. 편안함은 양탄자를 사랑하고, 우아함은 비록 원목 마루 아닌 래미네이트일지라도 맨바닥을 사랑한다. 편안함은 늘어놓는 것을, 우아함은 치우는 것을 사랑한다. 편안함은 비좁음을, 우아함은 공간의 여백을 사랑한다.

113p.
...니클라스 마크는 우리가 차량의 대량 보급에 반대한다면, 그것은 자동차의 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자동차의 진실한 친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자동차를 단순히 이동 수단이 아니라 특별한 향락 수단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페트루스나 슈발 블랑 포도주를 날마다 마시지 않듯이, 자동차도 가끔 그리고 의식적으로 타야 하네. 그것도 인적 없는 해변 도로나 산악 도로에서 말일세." 니클라스 마크는 이렇게 설명했다. 마세라티나 애스턴 마틴은 분명히 향락 수단이며, 문제는 이러한 자동차들이 아니라 우리의 도로를 정체시키는 수백만 대의 오펠 코르사, 폭스바겐 골프, BMW 3시리즈라는 것이었다.

118p.
..오로지 여행을 위한 허무맹랑한 여행은 영국 부잣집의 하릴없는 셋째 아니면 다섯째 아들들의 발상이었다. 시민계급은 상류층의 모험가들이 헐렁한 반바지 차림으로 고원 목장을 이리저리 기어오르고, 손에 안내서를 펴들고 무너진 유적지를 배회하는 것을 보고 흉내 내었다. 오늘날 관광 여행이라 불리는 것은, 겉으로는 고상해 보였지만 사실은 기괴했던 영국 속물들의 세계 일주 여행이 발전한 결과이다. 그러므로 옛날의 젠틀맨 체험을 모방하려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짓이다.

153~154p.
..더 많은 것, 더 나은 것, 더 새로운 것을 향한 충동은 겔렌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가 느끼는 깊은 만족을 향한 욕구처럼 우리 본성의 일부이다. 타고난 본성을 거스르며 살 수는 없기 때문에 이것에 저항하는 사람은 불행해진다. 깊은 만족의 비결은 자신의 욕망을 인식하고—금욕주의자처럼 억누르거나 부정하려고 하는 대신—알맞게 제한하는 것이다. 라틴어에는 이것을 표현하는 산뜻한 낱말 temperantia가 있다. 이 낱말은 지나친 억제와 훈율보다는 올바른 배합의 기교를 암시해 산뜻하다....

155~156p.
..그러나 나는 여기에서 용기를 내 자녀 교육의 한 가지 규칙을 제시하려 한다. 우리는 자녀들을 자주적인 인간으로 키우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주적인 인간으로 키우는 것은 바로 자유로운 인간으로 키우는 것을 뜻한다. 그 목적은 아이들이 진정한 확신을 가지고 올바르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그것은 아주 간단하다. 우리 딸은 이를 ‘꼭 닦아야‘ 하거나 아니면 ‘누구나‘ 닦기 때문이 아니라, 이를 닦지 않으면 입 안에 박테리아가 우글거리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를 닦는다. 올바르게 행동하기가 더 쉬울수록 더 행복해진다! 보통 뛰어난 음악가라고 말하면, 즉석에서 ‘악보를 보고‘ 실수 없이 연주할 뿐 아니라 힘들이지 않고서 가볍고 능란하게 연주하는 음악가를 일컫는다. 그것이 바로 애를 쓰며 노력해야 하는 초보자와 다른 점이다. 특별히 애쓸 필요 없이 올바르게 행동하는 사람은 사실 이미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강요가 아니라 이해를 통해서만 도달 가능하다.

204p.
...부는 욕구의 문제이다. 이른바 우리의 욕구라고 하는 것들은 대부분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으며, 심지어 우리 본래의 욕구를 가로막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 누구나 부를 누릴 수 있다. 다만 광고 업계가 우리를 설득하려고 하는 것과 조금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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