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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대문 집에 편지가 오면
정임조 지음 / 세상모든책 / 2002년 9월
평점 :
아이들에게 은근한 감동을 주는 동화책을 읽어주고 싶었다.
호흡이 길고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위하여 고른 책.
결과는 대성공이다.
120여쪽의 책을 1시간에 반에 걸쳐 읽어주는 일은 조금 힘이 들었지만 눈을 빛내는
아이들을 보니 오홀~하는 생각이 들며 힘든 마음이 날아갔다.
동네의 집배원 형을 짝사랑?하는 아이의 마음과 초록대문집에 편지가 올까? 하는 긴장감이 어우러진다.
형은 마음이 따뜻한 우편 배달부. 초록대문집에 군대간 막내아들이 할머니에게 편지를 보내기를 바라는것은 모두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형과 친해져 마음을 나누고 형의 시골집에도 찾아가고, 마지막 무렵 우편배달부 일을 그만두는 형으로 인해 슬퍼하지만, 헤어짐이 끝이 아님을 알려준다. 형과 편지를 주고 받기도 하고 형이 보낸 편지 말미에 초록대문집에 편지가 왔니?로 끝나는 형의 마음들이 고스란히 우리에게도 전해져 온다. 결국 초록대문집에 편지가 오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초록 대문집 할머니에게 직접 편지를 쓴 아이.(아이의 순수한 편지 내용이 재밌으면서도 찡하다) 형이 떠나고 새로운 집배원 아저씨는 초록대문집 할머니에게 아들에게서 편지가 왔다는 것을 전해준다. (아이는 자신의 가짜 편지가 도착한 것으로 생각하고 좋으면서도 찔려하지만) 할머니가 편지를 받고 덩실덩실 춤을 추셨다는 말을 듣고 기쁨을 감출 수 없다. 그런데 편지가 한통이 아니란다. 그것도 세통이나. 한통은 진짜 아들이 군대에서 사진과 보낸 편지. 나머지 두 통은 누구에게서 왔는지 짐작이 가지 않는가?
어른인 나에게 이책은 뒤의 내용들이 살짝 짐작이 가기도 하고, 쉬운 문체여서 가독성이 좋았다. 이것은 장점으로 작용을 해서 듣는 아이들이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었고, 중간에 잠깐 쉬는 타임에는 아쉬운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책의 새로운 장이 시작될 때 어떤 내용이 이어질 것 같은지 상상해 보게 한것도 즐거움 중의 하나였다. 초록 대문집의 할머니에게 편지를 보낸 소년의 마음처럼 지금 이순간 편지로 힘을 주고 싶은 사람에게 편지 써보기를 해보는것도 좋은 활동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속에는 사람을 좋아하면 좋아하는 만큼 때로는 미워지기도 한다는 것, 가난하다는 것은 물질이 없어서 가난한 것이 아니라 행복을 모른체 살아가는 것이 가난한 것이라는 아빠의 말씀, 팔려간 새끼소를 그리워하는 어미소의 마음, 오토바이를 팔아 팔려간 소를 되찾아 온 형의 모습, 나의 일은 아니지만 내 이웃의아픔을 함께 걱정하는 마음들이 녹아있다..읽는 아이가 이마음들을 모두 이해할 수 없다해도 이런 예쁜 생각들은 마음속에 남아 아이를 성장시키는 거름이 될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좋은 책을 늦게 만나서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