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월요일 아침 낯선이들과 몸을 밀착시키는 급행열차 안. 평소에는 1미터 이상 누군가와 떨어져서 있어야 맘이 편한데 왜 여기서는 이렇게 몸을 밀착시키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까. 몸은 불편하지만 타자의 몸이 그저 사물로 느껴져서 일까? 그런 몸은 견딜 수 있지만 숨이 섞이는 것은 끔찍이 싫다. 그것도 나와 비슷한 키의 남자의 공기를 느낀다는 것은 정말이지 불쾌하다. 낯설고, 젊고 이쁜 여자애들의 가슴이 팔뚝에 닿는 것, 얼굴의 알수 없는 남자의 성기 어디쯤에 닿는 나의 엉덩이 느낌도 찜찜하긴 하다. 그러나 균형을 잡지 않고 서로의 육체에 기대어 서있는 11분이란 그 시간은 친밀하고도 낯선시간이다.
유리에 비친 나의 음영진 얼굴과 그 와중에도 핸드폰을 놓고 있지 않는 사람들을 구경하다보면 어느새 내릴 타임. 뛰어가진 않지만 우르르 토해져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은 또 하루의 피곤하고 불유쾌함과 세상의 향한 짜증 섞인 얼굴. 특히나 불쾌해 보이는 아가씨를 보며 '다들 힘들어요. 아가씨' 속으로 그녀를 나무래본다.
그렇게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온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요가와 대출과 식당의 전단지를 건네는 사람들이다. 전단지를 받을 때만다 '요가해야지' 받을 때마다 그 생각을 하고 있다. 지상으로 올라와 아무리 빨리 걸어도 20분정도 걸리는 사무실에 가면서 핸드폰을 여러분 열어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생각을 하면서 걸어간다.
이제 사무실 도착.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체크하고 커피를 마시고 화장을 하고 일을 하는데 까지 시동이 꽤 길다. 최대한 짧은 순간을 투입해서 일을 마치고 다시 알라딘 서재에 들락거리면서 뭔가를 써볼까 고민한다.
그리고 또 밀려드는 상념에 괴로워하면서 비밀일기를 미친듯이 적다가 보면 어제 똑같은 내용과 고민이 벌써 6개월째 인것을 알 수가 있다. 다만 고통의 조금 담담해지고 어떻게 고통을 주무르고 바라볼 것인가에 조금씩 배운것 같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고통을 끊기 위한 시도해 본다한들 오롯이 고통은 고통인 것이라고 이것을 반드시 겪고 지나가야 할 내 몫의 고통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한숨을 몰아쉬고 쇼핑사이트를 뒤젹거린다. '정말 마음에 드는 것이 나타난 다면 난 뭐든지 살 수 있어'라는 마음으로 뒤져보지만 나의 맘에 딱 드는 것은 없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무것도 결국 사지 않지만 나는 또 내일 어제 못산 그 무언가를 사야한다야는 찜찜한 욕망으로 모니터를 째려본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오후시간 두어번 화장실에가고 전화통화를 하고 접수를 하다보면 세시가 훌쩍 넘어 있다. 매순간이 떠나지 않는 잡화점같은 생각들이 충동적으로 밀려오기도 하여, 또 다른 일거리를 찾거나 다른 생각을 하려고 또 참다보면 여섯시. 오늘은 바로 집에 가야지 결심을 한다. 하지만 문밖을 나서는 순간 다시 단골바로 발걸음은 옮겨지고, 맥주 한잔만 해야지 하는 것이 세잔정도 먹어줘야 집에 갈 마음이 생긴다.
한잔도 안마신척 급하게 집에 도착해서는 밥을 차리고 설겆이, 빨래 등 집안일을 하다보면 11시가 되고, 그 후 또 핸드폰을 들여다 본다. 읽어야 할 책도 많고 해야할 일도 많은데 하루하루를 이렇게 보내고 있다. 오늘은 그래도 이렇게 페이퍼라도 쓰니 어제 보다 낫다고 해야할까...
어제보다는 나은 하루로 만들기 위해 나는 무슨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일까...
오늘은 바로 집에 가는 것이다. 곧바로 가서 운동하고 읽어야 할 책들을 정리해야 겠다.
환상보다 강한 실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