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한 로렌스의 책을 처음 읽고 있다. 생전처음 들어보는 낯선 지명 사르디니아의 여행기라고 한다.  가만있자.. 사르디니아가 어디인가? 스페인 어느쯤인 것 같다. 읽으면서도 어디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지중해의 그 하얀집과 파란바다를 상상했던 나에게 초반부터 로렌스는 적나라하고 실감있게  기차와 배의 멀미부터 선사해주시더니 이제 배에서 내려 항구에 도달했을 때는 현대화되지 않은 거리의 쓰레기와 오물의 풍경을 친절히 묘사해주신다... 역쉬 친절한 여행기는 아니였다. 하지만 애로물이라는 오명의 명작 북회귀선의 작가라는 나의 선입견을 금방 넘어버린다.   유머러스한 비유와 날카로운 관찰력, 인간들에 대한 직관과 통찰 등 그의 시크한 매력 빠져 열심히 읽어나갔다.




  읽으면서 내내 궁금했던 것이 어떻게 작가들은 이리도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프루스트도 마찬가지 이지만, 이것은 기억일까 창조일까.. 창조된 기억일까? 분명 그는 여장을 풀고 시간을 내어 곰곰이 기억을 떠올리면서 썼을 텐데 어찌 이렇게 세밀한 묘사가 가능할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니면서 그 많은 생각을 했다가 풀어놓는다는 것이 놀랍다.  그는 한장면 한장면 머리속에 사진을 찍어놓고 이렇게 앉아서 하나하나 그 사진들을 보면 아 그때 내가 느꼈던 것들을 묘사하고 비유하고 창조하는 것 같다. 마치 대사하듯이..

 여행 중 나는 풍경을 보면서 곧잘 내가 무엇을 좀 느껴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불안해한다. 나를 압도만큼의 풍경을 본적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감각이 무딘것인가? 어쨌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못느끼고 있다는 강박감 때문에 풍경들은 나에게는 특별한 의미와 재미가 없다. 오히려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이러저러한 인간이겠지? 내 그간의 편견들을 작동시켜서 상상하는게 생각의 고작일 것이다.  로렌스는 타인들을 들여다 볼때도 예리한 관찰력으로 꿰뚫어 본다. 타인들의 허세와 욕망을 읽어내고, 그에 알맞은 변명을 붙인다. 종종 웃지 않을 수 없었던 부분이다.  

 똑같은 9일의 시간을 보냈어도 나는 기억과 조우하는 수동적인 방식으로 밖에 감각하지 못하겠지만 로렌스 등 작가들은 능동적으로 시간을 감각하고 자기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9일간의 여행을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 버리지 않는가?  이것이 소위 밀도를 가지는 시간, 두께가 있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로렌스에게 하루란 긴 하루가 아닐까 싶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만큼 빠르다는 것은 여행을 갔을 때 1박2일을 지나고 월요일 출근길에 주말이 길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만 있었을 뿐인데 곰방 후딱 지나간 것 같이 느껴진다. 시간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그것은 영화를 보았을 때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있으면 금방 시간이 가는 것 같이 느껴진다. 아마도 그 차이는 의식적인 시간을 보내는지 수동적인 시간을 보내는지에 따를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생각은 나도 끊임없이 하지만 로렌스 같이 상황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상황과 거의 무관한 잡념들로 이루어져 있고, 뚝뚝 그 잡념속에 현실이 끼어드는 것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인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로렌스에게 하루란 긴 하루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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