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멀리왔지만 아무것도 변한게 없다. 



끝도 없이 반복되는 우리의 삶의 억척을 절단내는 것은 '휴식'이였다. 물론 이책에서는 죽음과 휴식은 같은 말이다. 타자적 삶을 반복을 눈치챈 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물리적 자살만 있겠는가. 그것이 가장 확실하겠지만, 자살 역시 타자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 소설의 역설이다. 이 소설의 여러인물들은 죽음충동에 이끌리는 자들이다. 주체에게서 타자를 감산하기 위해 자살을 택한다. 살아있으면서 죽어 있는 삶보다 죽음으로 완성되는 주체를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보자만 이들은 증상의 출몰을 환대하지 못한 자들이다. 내가 보기엔 그들은 이 세계에 대한 환상이 소멸하자, 죽음이라는 환상을 구성한다. 죽음은 죽음일뿐 별거 없는 거 아닌가? 츄파춥스를 빨면서 길고 지루한 섹스를 하는 것도, 예술을 창조하는 것도 그 어떤 것도 쾌락을 주지 못한다는 것에 절망한 사람들. 삶의 역겨움 속에서 그들은 그저 삶을 반복하면 알게되는 것이다. 멀리 왔지만 아무것도 변한게 없다는 사실을. 욕망의 대상이 변화하는 것은 변화가 아니다. 오히려 나의 결여를 두드려지게 만드는 마이너스의 상실이다. 

결여을 보상해주는 다른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 그것이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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