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편의점 - 전지적 홍보맨 시점 편의점 이야기
유철현 지음 / 돌베개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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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어디서든 쉽게 편의점을 만나볼 수 있지만
내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체인 형태의 슈퍼마켓이나
작은 개인 잡화점이 대부분이고
편의점은 거의 만나보기 어려울 정도로 드물었다.

일반 슈퍼마켓은 과자 겉봉에 쓰인
소비자 판매가 보다 다만 몇십 원씩이라도
할인 판매를 하는 게 일명 국룰이었기에
매정하게 정가 그대로 받는 편의점은
깍쟁이처럼 인간미 없고 '비싸게 파는 곳'이라는
편견으로 엄마는 '절대 가지 마'라며
단단히 일러두곤 했었다.

그런 편의점은 시간을 거듭하며
삼각김밥이나 김밥, 샌드위치 같은
즉석식품을 가볍게 살 수 있는 장소이자
거스름돈이 급할 때 껌 한 통을 사고
잔돈을 만들기 위해 들르는 장소로 발전했다.
자주 찾기엔 '꼭 편의점에 와야 할 이유'가 없어
여전히 거리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리고 또 한바탕 시간이 지나 이제 편의점은
내가 찾는 어떤 종류의 물건이든 있는 곳,
든든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식당 대신
혹은 시원한 얼음컵과 파우치 음료로 카페 대신
시간이 늦거나 주말엔 약국 대신 찾을 수 있는
내가 찾는 목적에 따라 다양한 장소로서의
역할을 해주는 고맙고 익숙한 장소가 되었다.

편의점이 생겨난 이후 긴 시간을 거쳐
이렇게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동안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던 그 변화의 이면에
편의점에서 일하며 땀을 흘리고
'편의점을 찾는 의미'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책은 편의점 회사를 첫 직장으로 선택해
인생의 3분의 1, 하루의 절반을 편의점이라는
세계에서 살고 있는 홍보팀 직원의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가 별 의미를 두지 않은 채 사고 즐기는
각종 편의점의 제품부터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들과의 에피소드까지,

몇 년여 전부터 편의점을 운영하거나 일하며
다양한 방문 고객과의 일화나
자영업자로서의 현실적인 고충을 담은
봉달호, 봉부아 작가의 에세이와 달리
본사 차원에서의 제품 마케팅이나
가맹점을 관리하며 느낀 감정들을 담아내
그동안 익숙하게 방문했던 편의점이라는 장소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저 발주가 들어온 제품을 납품하고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행위를 넘어서
'보통'의 결과를 내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최선을 다하는 작가의 매일에 쌓인
열정과 애정 어린 노력을 통해

우리가 평소 숨 쉬듯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마주하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이 돌아가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제대로 알 수 있었고,
'이런 부분까지 신경 쓰고 있구나' 하는
놀라움과 감탄 어린 감정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단순한 제품과 매출 이야기를 넘어서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일과 업을 진심을 다해
도전하고 시름하고 돌파해온 작가의 마음속에 담긴
애정 어린 메시지들은 장르와 업종이 다를 뿐
퍽퍽하고 삭막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직장인의 고군분투기라는 점에서도
많은 공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편의점에서 일한다'라는 말에서 떠올리기 쉬운
고정관념이나 무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자세,
자기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변화하는 의미를 찾으며
자긍심을 갖고 스스로 정체성을 부여하려는
그의 프로페셔널함에 존경스러운 마음과
'나는 내 일을 그런 눈으로 바라보고
또 임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내 일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좋은 기회가 된 독서였다.

그저 '다양한 물건을 파는 곳'이라 생각하며
쉬이 지나치는 편의점이라는 세계
그 이면에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향기와
문명의 발자국이 남겨져있다는 걸
작가의 입사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을 따라오며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삭막하고 깍쟁이 같은 곳이라 생각했던 편의점이
이제는 어두운 골목 한 켠에 밝게 불을 밝히고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든든하고 고마운 장소가 되어 우리 곁에 존재한다.

지금까지 오랜 시간을 거쳐 변모해온 편의점이
매일을 애쓰며 노력하는 '편의점 홍보맨'의
하루하루가 더 쌓여 이만큼 시간이 더 지나가면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남아있게 될지
그 변화가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오해하고 있던 한 사람의 진면모를 느끼듯
편의점에서 무심코 지나치던 삼각김밥 하나,
우유 하나가 이제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질 것 같다.
이제야 비로소 편의점의 의미를 제대로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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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의 아이
다케미야 유유코 지음, 최고은 옮김 / 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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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올해로 열일곱 살,
고등학교 2학년을 맞이한 소년 고타로가 있다.

방학 동안 한여름의 시골 뙤약볕 아래
수박밭에서 하루 여섯 시간 동안 고된 아르바이트를 하며
'평생 기억될 만한 추억' 하나 만들지 못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방학의 끝을 맞았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받은 수박 한 통을 손에 든 채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는 길,
그의 평범하고 '아무 일 없던' 삶의 어느날
어딘가 어색하고 괴짜처럼 행동하는
카무이를 마주치게 된다.

엉겁결에 엉키게 된 그에게서
알 수 없는 낯섦과 얽히고 싶지 않은 마음을 느낀 고타로는
적당히 가짜 이름을 둘러대고 자리를 떠나는데
새로 시작한 새 학기 학교에서 다시 그를 마주하게 된다.

평범한 것처럼 보이는 고타로에게는
사실 숨겨진 사연이 있다.
선천성 심장병을 앓으며 심장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여동생이 있고, 온 가족이 동생을 간병하는 일에
매달리고 있어 혼자 집안 일과 학업을 병행하지만,
힘든 내색을 하기는커녕 주변 친구들에게는
여동생의 존재와 투병 사실을 철저하게 숨긴 채
'평범한' 고등학생의 모습으로 지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연히 방학에 마주친 후 학교에서 다시 만난
카무이가 고타로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친구가 되어달라 조르고, 그의 뒤를 쫓던
카무이에게 아픈 여동생의 존재를 들키며
고타로의 평범한 일상이 뒤집히고 무너지게 된다.

시간을 더해가며 자꾸 얽히는 고타로와 카무이,
그리고 그들의 관계 속 폭발을 가져오게 되는
카무이의 정체와 한 사건은
열일곱 소년들의 삶을 뒤흔들게 되는데……

이 이야기는 누적 판매 부수 500만 부의 기록을 세운
《토라도라》의 저자 다케미야 유유코의 최신작으로,
출간 전부터 출판사 직원 및 서점 적원,
저널리스트 등에게 재미와 작품을 인정받은
압도적인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반짝이는 열일곱 청춘 속에서 겪는
두 주인공의 불안과 외로움, 우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반전으로 꽤 두께감 있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한번 펼치고 난 뒤에는 덮을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몰입감을 가져다준 책이었다.

일본 작품 특유의 서정적인 감성은 물론
학원물 특유의 순수하면서도 흔들리는 10대의
마음을 담아내었기에
고타로의 감정선을 따라 그 시절의 마음으로
되돌아간 듯 때로는 아찔하게 그리고 애틋하게
그들의 학교생활에 빠져들게 되었다.

알 수 없는 사연을 가진 듯한 카무이로
일상이 흔들리는 고타로의 혼란스러움은
그만의 감정이 아니라 나 역시도 이해 가지 않을 만큼
'저 아이의 정체는 뭘까? 왜 저러는 걸까?'
하는 호기심을 자아내기도 했는데

탄탄하고 디테일한 구성으로
1장에서는 고타로와 카무이의 만남,
2장에서는 학교에서 다시 만나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쌓아가는 그들의 우정,
마지막 3장에서는 갈등과 비로소 마주한 진실 앞에
방황하고 성장해가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순수한 학창 시절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일상의 싱그러움을 시작으로
잔혹한 성장통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씩
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비로소 깨닫게 되는 '구원'의 의미까지
다양한 감정을 만날 수 있었다.

자신의 진짜 마음속 감정을 숨긴 채
'가짜 나'로 살아가고 있는 고타로가
카무이를 만남으로써
'태어난 의미'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는 계기를 가지게 된 것,

자기 자신을 전혀 돌보지 않은 삶을 살아온
카무이 역시 있는 그대로
자신을 알아주는 고타로를 통해
'살아가는 의미'를 처음으로 깨달으며

서로 감춰왔던 속마음과 비밀을 공유하며
처음으로 타인에게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고
우정을 나누며 한 단계 성장해나가는 모습은

비록 겉으로는 나약하고 이상한
청춘의 모양인 듯 보이지만
그것이 서로를 향한 구원이라는 것이
어쩐지 뭉클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반전처럼 다가오는 카무이의 진실,
그리고 그 아래 어둡고 심각하게 드러나는
반전과 다시 마주하기까지 걸리는 긴 시간은
숨을 턱 막히게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루뭉술한 결말이 아니라
충격적인 진실은 물론 하나씩 차근차근 회수되는 복선,
'인생의 쓸모'에 대한 질문은
청춘소설을 넘어 인생의 모든 시간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진지한 고민과 성찰의 시간을
가지게 해주어 많은 여운이 남는다.

평범한 일본 특유의 학원물 감성을 예상했다가
세게 뒤통수를 맞은 듯 얼얼한 느낌이지만
책이 남긴 메시지가 기대한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과 생각을 안겨준 독서여서
처음부터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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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권여름 지음 / &(앤드)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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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한창 바디 프로필이라는 사진촬영이나

운동스타그램이 유행일 정도로

'날씬하고 멋진 몸' 만들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여겨질 만큼

몸에 대한 모두의 욕망이 커지고 있다.


사람들은 마르고 예쁜 몸을 만들기 위해

다이어트에 열을 올리고,

160cm를 훌쩍 넘는 몸무게에

40kg 남짓 나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식단을 관리하고 운동을 몇시간씩 하며

'유지어터'라는 통제로 스스로를 묶곤 한다.


이러한 신드롬은 단순히 건강을 쫓는 것을 넘어서

맹목적인 '마른 몸'에 대한 강박으로

위험한 부작용이 뒤따른다.


한창 기사로도 언급되었던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프로아나라는

'찬성'을 뜻하는 Pro-와 '거식증(Anorexia)'에서 딴

Ana를 합성한 단어가 유행이었는데

말 그대로 '거식증에 걸리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 책은 이렇게 다이어트와 몸이라는 주제로

타인의 시선 속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은 이야기로

제1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권여름의 장편소설이다.


건강하게 살을 빼준다는 유리 단식원,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의 절박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주인공 양봉희가 있다.


연달아 실패한 입시와 취업,

봉희에게 그 모든 원인은 뚱뚱한 몸에 있었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엄마의 설득으로 상고에 진학한 봉희는

'당연히' 합격할 거라 생각했던 은행 취업이

본인의 뚱뚱한 몸으로 인해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등수가 100등 넘게 차이 나는

다른 친구에게 밀려 탈락하게 되면서

실패를 맛보게 되고

결국 은행이 아닌 반도체 회사 생산라인에 들어간다.


2교대의 피로한 삶에서 유일한 낙은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80kg였던 봉희의 몸은 서서히 불어

100kg에 육박하게 되었고

이 숫자가 주는 무게감은 봉희를 압박한다.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은 생각에

봉희는 그 즉시 사직서를 내고

굳은 결심으로 유리 단식원을 찾았다.


봉희에게 유리 단식원은 안전한 곳이다.

살을 빼면서 처음으로 자신을 인정해 주었고,

코치로서 또 다른 성취감을 맛보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리 단식원에서 'Y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봉희의 이 안전한 세계는 점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봉희의 팀원인 운남이 주인공으로 뽑히면서

코치인 봉희에게도 앞으로 승승장구할 날만

다가올거라 생각했는데,

운남이 첫 촬영을 앞두고 사라진 것이다.


봉희는 갑자기 사라진 운남을 찾아 헤매는 과정 속에서

건강하게 살을 빼준다던

유리 단식원을 향한 의심을 가지게 되고

그 의심은 시간이 갈수록 커진다.


주인공인 봉희가 갑자기 사라진 팀원인

운남을 쫓는것으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처음에는 '도망친 운남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가'

하는 호기심과 숨겨진 사연에 대한 궁금증으로

따라가게 되었다.


나 역시 일주일에 두 번 몸무게를 재며

몸무게가 늘어난 날에는 조금 덜 먹거나

운동을 하며 관리하기도 하고,

몸무게가 줄어든 날에는 약간의 간식으로

치팅을 하기도 하는 만큼

나름 꽤나 다이어트에 진심이기도 하며


연예인들의 다이어트 사연으로 많이 언급되었던

단식원이라는 장소 자체가

직접 경험해 보지는 않았지만 익숙했고

또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봉희를 따라 운남의 흔적을 쫓으며

다이어트를 '할 수밖에' 없었던 두 여성의 사연과

그 안에 담긴 상처를 마주하고 비로소 진실을 알게 되니


더 마르고 더 예쁜 것을 추구하는 시대,

드러나는 존재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요즘의 문제가 고스란히 눈에 들어오면서


누구나 그리고 나 조차도

'보이기 위한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회의감에 씁쓸한 마음과 동시에

나의 숨겼던 치부를 들킨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타인의 시선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이 시대에

어쩌면 인간이 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몸이 자기 자신을 대변하고 있다는 말도

어쩌면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책 속에서나마

몸이 변하면 자신의 삶도 달라질 것 같다고

생각하던 봉희가

운남을 쫓으며, 자신의 과거를 바라보며,

안나의 모습을 통해 맞이한 진실은


외모로 평가당하는 요즘의 시대에서

그녀를 당당히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게 해주었을 뿐 만 아니라

그로인해 새로운 세계로

용기 있게 입장할 수 있게 되었기에

스스로 깨닫고 발전한 그녀의 성장이

굉장히 의미있게 다가왔다.


'왜 살을 빼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이렇다할 정확한 답을 하지 못한 채

'요즘은 다들 날씬하니까, 나도.'라며

말끝을 흐리게 하는 스스로에게도

반성의 마음도 들었고 말이다.


결국 건강한 다이어트는

남에게 존중받고

더 나은 '사회적' 신분을 갖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먼저 내 몸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거라고,


자신을 존중하여 이 시간을 통과해,

새로운 삶을 만끽하며 스스로 당당해지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요즘의 세태를 향한

울림있는 메시지를 얻을 수 있는 독서였다.


책을 덮으며 운남의 곁에 봉희가 있어서,

봉희가 운남을 쫓으며 새로운 세계를 열고

진실을 마주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꼭 소설 속의 사건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일상에서 타인을 보이는 모습으로

판단하고 치부하는 시선에서 이만큼 떨어져

'있는 그대로 타인을 존중하고 바라볼 줄 아는'

태도를 가지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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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엄마가 있었다
조유리 지음 / 바른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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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엄마가 있었다》는 책 제목을 보고는

어떤 내용을 담았을까 궁금한 마음에

슬쩍 펼쳐보았다가 치매를 앓다가 세상을 떠난

엄마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는 걸 알고는

할머니가 생각나 홀린 듯이 집어 들었다.


이 책은 자식이 배부르기만 하면 만사 OK였던 한 엄마,

자식들을 치열한 8학군 강남지역에 뚝 떨어뜨려 놓고는

정작 본인의 검정고시에 집중하거나

어릴 때 아이를 키우던 것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며

손녀들을 돌보는 데 마냥 둔하고

겁쟁이이기만 했던 엄마,


그런 친정엄마와 시종일관 툴툴대는 아버지 밑에서

그런대로 유복하게 지내왔다고 생각했던 작가가

둘째 출산 이후 맞물려 시작된

친정엄마의 뇌경색과 뇌출혈,

그 이후 치매로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무너지는 일상과

그리고 엄마를 '분실'해 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아직도 엊그제 같은 기억이지만

우리 가족 역시 일 년 반쯤 전

치매를 앓은 이후 요양병원에서 지내시던 할머니가

응급수술 이후 깨어나지 못하고 임종을 맞이했기에

'어쩐지 공감하는 내용이 많을 것 같다'라는

생각에 펼쳐보게 되었다.


먹고 사느라 바빠서 자식들에게 애정을 쏟거나

세심한 정성을 기울일 새도 없이

떼어두고 장사를 나가느라 바빴던 친정엄마,


어린 시절에는 그렇게 매정한 손끝이

아쉽고 서럽기만 했지만

비로소 같은 입장이 되어

자식을 떼놓고 직장에 나가고 보니

그제야 아이를 둘이나 키웠음에도

'도무지 육아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던'

엄마의 말과 입장이 이해가 되었다고 했다.


그런 엄마와의 공감과 이해도 잠시,

두 번의 뇌경색과 뇌출혈로

엄마의 인지 기능과 활동에 문제가 생기고

결국 치매를 앓게 되면서

그들의 평범한 일상이 무너지게 되는 과정은


이미 할머니를 통해 경험했음에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그저 글만으로는

짐작하거나 헤아릴 수 없을' 고통이기에

몇 번이나 책 읽기를 멈추고

숨을 내쉬었는지 모른다.


요즘은 워낙 주간보호 센터 등의 시설이 많아

하루의 일부 혹은 24시간 내내

어르신들을 돌봐주는 곳이 많고

나라에서 요양보호사 비용 지원을 해주기도 하니


그들의 손을 빌리지 않는 나머지 시간에

가족들이 돌보는 일이 얼마나 된다고 힘들겠어,

다 늙고 병들고 나니 싫어진 거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하루 중 길지 않다고 생각할 그 시간 동안

(주로 모두 자야 하는 밤이나 새벽시간)

인지 기능이 떨어진 노인이 불쑥불쑥

다른 가족의 평온을 깨뜨릴 때

이를 감수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음에도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와 피로감,

마음의 무거운 짐이 되는지

겪어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이따금씩 '분실'했던 가족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때 느껴지는 미안함과 애틋함,

그리고 다시 '분실'되는 과정의 반복에서 찾아오는

부양인의 정서적 무너짐은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러서야 끝이 난다는 게

너무도 길고 힘든 여정이랄까.


무언가 아쉬운 사회적인 제도와

치매나 인지장애의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관리하기 좋은 식으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고려하지 않는 요양센터의 운영,


사고나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직접 어르신을 모시지 않은 죄책감'으로

큰소리치지 못한 채 그저 입을 닫고

눈물만 흘렸던 건


작가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했고,

아직 겪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언젠가 겪게 될 이야기이기도 해서

치부를 들키거나 정곡을 찔린 듯

죄책감에 아프기도 했다.


할머니의 치매를 겪으면서도 느꼈지만

우리나라 사회적 돌봄 체계에는

여전히 많은 허점이 있고

철저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공자 중심으로

시스템이 꾸려져 있다.


맡기는 가족들의 기대를 충족하거나

서비스를 받는 당사자는 오히려 소외되어 있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 듯싶지만 그게 현실이다.


현대 사회에서 노인이 죽음에 이르는 길은

참 복잡하고 인위적이라서

남은 가족들은 자연스레 죄인이 되게 하고

그로 인해 감당할 수없이 복합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한다.


할머니의 죽음 이후 따지고 싶은 게 많았지만

그저 '아쉬움'의 전화 한 통이었을 뿐

아직 그곳에 남아있을 어르신들은

'내 가족이 아니라 남이니까'

오지랖이 될 수 있고 그런다고 달라지는 게 없기에

그저 거기에서 멈췄을 뿐,

이게 사회적인 문제라는 생각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용기 있게 이를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해

'다른 이의 부모, 그리고 노인'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작가의 용기가 멋지기도 했고

그런 움직임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과정에 있어서

이들을 보살피고 책임져야 할

가족들의 입장뿐 만 아니라


아무리 인지가 떨어지고

이따금 본인을 '분실'하는 사람이라 해도

각 돌봄의 과정에 필요한 선택의 시간에서는

반드시 본인의 의사를 확인해

어떤 돌봄과 처치와 연명치료를 할지

미리 결정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한 준비가 조금이나마

죽음에 이르는 길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알게 해 주어

언젠가 다가올 부모님의 마지막,

그리고 나의 마지막을 제대로 준비해야겠다는

가르침을 얻을 수도 있었다.


만약 할머니가 치매를 앓기 전

혹은 임종을 맞이하기 전에 이 책을 만났다면

조금 더 할머니를 위한 길을 선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혹은 좀 더 남은 가족들이 덜 힘들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단순히 누군가 한 사람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이를 옆에서 지켜보고 겪은

한 가족의 기록을 담은 글을 넘어서

많은 것을 되짚어 생각하게 해주고

울림과 변화의 마음을 일깨워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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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물건 고르는 법 - 현명한 소비생활을 위하여
박찬용 지음 / 유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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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무언가를 사면서 살아간다.


어릴 때만 하더라도 직접적인 소비보다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을 고르는 선택은

부모님을 통해 이루어지는 듯싶지만


용돈을 가지고 슈퍼마켓에 가서

과자 한 봉을 고르거나

문방구에서 원하는 디자인의 수첩이나

지우개 따위를 고르는 것 역시

개인의 기호와 취향, 의견이 들어간

선택적 소비라 할 수 있으니


소비생활은

우리의 삶의 시작과 함께해

죽는 날까지 계속 이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평생 이어지는 소비생활에 있어

'어떤 물건을 사는 게 좋은가'라는 고민은

정해진 예산을 두고 특정 품목을 고를 때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질문이기도 하다.


한창 다이어리 꾸미기가 유행하면서

'이달의 물건'이나 '이달의 소비' 등

한 달을 주요 키워드에 따라 정리하면서

이달에 소비한 물건 가운데

어떤 것이 가장 좋은 소비였는지

혹은 의미 있는 소비였는지를 기록하는

다꾸러들을 보기도 했다.


나 역시 수많은 매번의 소비에

심도 있는 고민을 하지는 않지만

이따금 어떤 물건을 구입한 소비에 대해서는

'이건 진짜 잘샀다템'이라며 이 물건을 선택한

스스로에게 기특함을 느끼고

뿌듯함에 두고두고 만족하기도 한다.


이 책은 긴 시간 라이프스타일 잡지 에디터로

일해온 박찬용이 써 내려간 이야기로


그가 후디, 백팩, 볼펜, 스니커즈,

니트, 야구모자, 안경, 청바지, 의자,

손목시계, 손톱깎이 등의

다양한 카테고리의 크고 작은 소비를 통해 깨달은


좋은 물건은 어떤 물건이고

그런 물건은 어떻게 고를 수 있는지

다양한 브랜드와 정보, 문화에 관련된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나와 함께 나이가 든 청바지들은

옷감으로 만든 내 일기 같은 기분이 든다."라며

우리의 매일을 채우는 물건 중

어떤 것은 정말 나를 그대로 담고 있다고,

그렇기에 내가 고르는 물건이 곧 나의 삶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물건을 고를 때 '그냥' 구매를 결정하는 사람은 없다.

값이 싸 든 혹은 품질이 뛰어나거나

브랜드가 마음에 들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그 물건을 '소비'하기로 '선택'하는

이유가 분명히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내가 고른 물건이 내 삶임을

소비를 되돌아보며 깨달을 수 있었고,

하나의 물건에도 얽히고설켜있는

세상을 보는 방법을 보는 즐거움을

몸과 눈으로 직접 느끼게 해준 기회가 되었다.


저자의 소비를 살펴보며

물건을 살 때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이나 정보를

얻을 수 있기도 했고

또, 그의 제안으로 새로이 알게 된 부분도

물론 있었지만


그와는 다른 기준으로 소비하는

나의 기준을 떠올리기도 하며

'나'라는 사람은 어떤 것을 중요시하는 사람인지

생각해 볼 수 있기도 했다.


물건을 고를 때 '무조건 싼 것' 혹은

'무조건 명품으로 비싼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거나

어떻게 물건을 선택해야 할지

스스로 중심과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제대로 된 물건의 가치를 셈해보고

물건을 고르는 기준을 성립하게 도와주는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소비를 하는 사람으로 살 것인가,

물건을 구매할 때 어떤 가치에 중점을 둘 것인가,

이것이 정말 필요한 것인가

혹은 그냥 갖고 싶은 것인가 하는 질문으로

'소비'를 마주하는 스스로에게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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