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권여름 지음 / &(앤드)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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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한창 바디 프로필이라는 사진촬영이나

운동스타그램이 유행일 정도로

'날씬하고 멋진 몸' 만들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여겨질 만큼

몸에 대한 모두의 욕망이 커지고 있다.


사람들은 마르고 예쁜 몸을 만들기 위해

다이어트에 열을 올리고,

160cm를 훌쩍 넘는 몸무게에

40kg 남짓 나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식단을 관리하고 운동을 몇시간씩 하며

'유지어터'라는 통제로 스스로를 묶곤 한다.


이러한 신드롬은 단순히 건강을 쫓는 것을 넘어서

맹목적인 '마른 몸'에 대한 강박으로

위험한 부작용이 뒤따른다.


한창 기사로도 언급되었던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프로아나라는

'찬성'을 뜻하는 Pro-와 '거식증(Anorexia)'에서 딴

Ana를 합성한 단어가 유행이었는데

말 그대로 '거식증에 걸리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 책은 이렇게 다이어트와 몸이라는 주제로

타인의 시선 속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은 이야기로

제1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권여름의 장편소설이다.


건강하게 살을 빼준다는 유리 단식원,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의 절박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주인공 양봉희가 있다.


연달아 실패한 입시와 취업,

봉희에게 그 모든 원인은 뚱뚱한 몸에 있었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엄마의 설득으로 상고에 진학한 봉희는

'당연히' 합격할 거라 생각했던 은행 취업이

본인의 뚱뚱한 몸으로 인해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등수가 100등 넘게 차이 나는

다른 친구에게 밀려 탈락하게 되면서

실패를 맛보게 되고

결국 은행이 아닌 반도체 회사 생산라인에 들어간다.


2교대의 피로한 삶에서 유일한 낙은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80kg였던 봉희의 몸은 서서히 불어

100kg에 육박하게 되었고

이 숫자가 주는 무게감은 봉희를 압박한다.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은 생각에

봉희는 그 즉시 사직서를 내고

굳은 결심으로 유리 단식원을 찾았다.


봉희에게 유리 단식원은 안전한 곳이다.

살을 빼면서 처음으로 자신을 인정해 주었고,

코치로서 또 다른 성취감을 맛보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리 단식원에서 'Y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봉희의 이 안전한 세계는 점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봉희의 팀원인 운남이 주인공으로 뽑히면서

코치인 봉희에게도 앞으로 승승장구할 날만

다가올거라 생각했는데,

운남이 첫 촬영을 앞두고 사라진 것이다.


봉희는 갑자기 사라진 운남을 찾아 헤매는 과정 속에서

건강하게 살을 빼준다던

유리 단식원을 향한 의심을 가지게 되고

그 의심은 시간이 갈수록 커진다.


주인공인 봉희가 갑자기 사라진 팀원인

운남을 쫓는것으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처음에는 '도망친 운남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가'

하는 호기심과 숨겨진 사연에 대한 궁금증으로

따라가게 되었다.


나 역시 일주일에 두 번 몸무게를 재며

몸무게가 늘어난 날에는 조금 덜 먹거나

운동을 하며 관리하기도 하고,

몸무게가 줄어든 날에는 약간의 간식으로

치팅을 하기도 하는 만큼

나름 꽤나 다이어트에 진심이기도 하며


연예인들의 다이어트 사연으로 많이 언급되었던

단식원이라는 장소 자체가

직접 경험해 보지는 않았지만 익숙했고

또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봉희를 따라 운남의 흔적을 쫓으며

다이어트를 '할 수밖에' 없었던 두 여성의 사연과

그 안에 담긴 상처를 마주하고 비로소 진실을 알게 되니


더 마르고 더 예쁜 것을 추구하는 시대,

드러나는 존재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요즘의 문제가 고스란히 눈에 들어오면서


누구나 그리고 나 조차도

'보이기 위한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회의감에 씁쓸한 마음과 동시에

나의 숨겼던 치부를 들킨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타인의 시선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이 시대에

어쩌면 인간이 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몸이 자기 자신을 대변하고 있다는 말도

어쩌면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책 속에서나마

몸이 변하면 자신의 삶도 달라질 것 같다고

생각하던 봉희가

운남을 쫓으며, 자신의 과거를 바라보며,

안나의 모습을 통해 맞이한 진실은


외모로 평가당하는 요즘의 시대에서

그녀를 당당히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게 해주었을 뿐 만 아니라

그로인해 새로운 세계로

용기 있게 입장할 수 있게 되었기에

스스로 깨닫고 발전한 그녀의 성장이

굉장히 의미있게 다가왔다.


'왜 살을 빼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이렇다할 정확한 답을 하지 못한 채

'요즘은 다들 날씬하니까, 나도.'라며

말끝을 흐리게 하는 스스로에게도

반성의 마음도 들었고 말이다.


결국 건강한 다이어트는

남에게 존중받고

더 나은 '사회적' 신분을 갖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먼저 내 몸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거라고,


자신을 존중하여 이 시간을 통과해,

새로운 삶을 만끽하며 스스로 당당해지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요즘의 세태를 향한

울림있는 메시지를 얻을 수 있는 독서였다.


책을 덮으며 운남의 곁에 봉희가 있어서,

봉희가 운남을 쫓으며 새로운 세계를 열고

진실을 마주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꼭 소설 속의 사건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일상에서 타인을 보이는 모습으로

판단하고 치부하는 시선에서 이만큼 떨어져

'있는 그대로 타인을 존중하고 바라볼 줄 아는'

태도를 가지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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