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미술관 - 다정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그림과 인생 이야기
이진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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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 가면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도슨트라는 안내인을 만날 수 있다.


'가르치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docere에서 유래한 용어로,

소정의 지식을 갖춘 도슨트는

일반 관람객을 안내하며 전시물 및 작가 등

작품에 대한 설명을 제공함으로써

전시물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여기에 따스한 시선으로

우리의 인생에 대한

도슨트를 자처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

《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을 쓴

철학자 이진민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힘든 일이 있을 때

하찮아 보였던 사소한 일상이

나를 버티게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의 힘'을

말하고 싶을 때마다

빵 냄새와 아침 햇빛의 온기가 느껴지는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작품

〈우유 따르는 여인〉을 본다고 했다.


조용하고 평온한 부엌 풍경 속

제법 아름답고 묵직해 보이는 주전자,

투박하고 거친 빵을 닮아

소박하고 단단해 보이는 여인,

쓸모없을 법한 것에 손길을 더해

보드랍고 따뜻하게 바꾸는 모습이 담긴

이 미술 작품을 통해

부엌 노동의 아름다운 가치와

소박한 일상 속 묵묵한 노동의 찬란함을

느낄 수 있었노라고 말이다.


이런 깨달음을 자신만의 것으로 그치지 않고

세상 모든 딸들에게

엄마로서 혹은 인생 선배로서,

그녀가 미술작품들을 통해 발견한

아홉 개의 단어에 철학과 문학을 곁들여

그림과 인생 이야기를 토닥이듯 써 내려간 책이

바로 《언니네 미술관》이다.


평상시 미술작품이나 그림이 낯선 나에게도

말랑하고 따스한 언어로 차근차근하게

작품을 설명하고 풀어가는 그녀의 글은

금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했는데,


단순히 그림에 대한 해석을 넘어서

책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그 작품에 담긴 선과 색채는 물론

물감 아래 가려져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며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고정관념,

부여되는 역할이나 이미지는 물론

충분히 고민해야 할 인간관계나 삶의 태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건네는 따스한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그녀의 사유가 담긴 이 특별한 시선은

새로운 시야를 틔울 수 있는 기회이자

굉장히 신선한 자극이 되어,

미술에 문외한인 나에게도

그동안 어렵게만 생각했던 미술에 대해

한걸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


여러 미디어 등에서 미의 표준이나

상징 같은 의미로 많이 언급되었던

〈비너스의 탄생〉이라는 작품에 대해서도


아름다움의 상징이자 풍만한 몸매 등

'보이는 몸'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비너스의 복근에 초점을 맞춰

'기능하는 몸'으로 풀이하였는데


그런 해석을 통해 그동안 고정된 이미지로

각인되어 온 여성의 몸과 삶에 대해

한껏 최선을 다해 다양한 '동사'로

살아보길 바란다는 바람을,


〈마녀 키르케〉 3부작을 통해서는

오랜 역사 속에서 변화해 가는

여성의 모습을 조명하며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길 당부하는

당찬 메시지를 담아내었다.


신체적인 능력이나 시간이 지나면

저물 수밖에 없는 젊고 아름다운 것에

권력을 부여하는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여성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조언은

예술작품을 바라볼 때 느끼는 감동

그 이상의 울림을 주었다.


이 밖에도 가장 본질적이고 무해한 감정이지만

일상 속에서 잃어버리고 살기 쉬운

슬픔, 서투름, 사소함 같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감정에 대해

크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새끼를 잃은 어미 양을 그린 〈비통함〉을 통해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에 공감하며,

본질적으로 슬픈 존재인 인간에 대해

그렇지만 함께 기대면서 아픔을 나누다 보면

또 살아갈 수 있다는 위로를 건네기도 했고


밀레의 〈첫걸음〉과 이를 모사한

고흐의 작품을 통해서는

아이의 첫 발자국을 보며

아직은 미숙하고 서투르지만

찬란하게 아름다운 가능성을 기다리는

시간의 기쁨과 즐거움,

상대를 신뢰하고 북돋아 주는 힘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무미건조한 매일을 살아가며 잊고 지내던

감정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하나의 미술작품을 보는 데 있어서도

인간의 가장 본질적이고 무해한 감정에서부터

이분법의 경계를 넘어 보이지 않는 곳까지

바라보는 익숙한 듯 낯선 감각을 깨우는

작가만의 특별한 시선을 통해


'이 그림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미처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지나치던 발걸음이 여러 차례 멈춰

그의 글을 따라 깊이 있게 사유하고

몰랐던 근육을 찾아내듯 새로운 감각을

깨워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그림 속 요소를 촘촘히 관찰하고 살펴보며

또 그만큼이나 스스로에 대해

몸에 있는 모든 감각을 온전히 느껴보자는

작가의 따스한 제안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충만하게 만들어줄 것이란

기대에 부풀게 하였다.


철학과 미술, 문학이 한데 어우러진

그녀의 글을 읽고 나니

분명 글임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에서 다채로운 작품을 보고 온 듯

시각적인 풍요로움이 느껴진다.


어렵게만 느껴지고,

'예술'을 아는 사람만 그림을 해석하고

그 의미를 깨우칠 수 있을 거라는 편견으로

미술작품에 먼저 거리를 두고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눈에 들어오는 시선을 따라

그림 속 요소들을 쫓아 새로운 세계로

생각을 확장하고 마음을 열어

보이지 않는 곳은 바라본 이 경험은,


아기가 첫걸음을 떼고

자신의 손과 발을 움직이며

두렵지만 즐거움을 찾아가는 것처럼

미지의 세계에 대한 경험,

어렵지만 재미있고 즐거운 감정을

느끼게 해준 기회가 된 독서가 아니었나 싶다.





※ 본 포스팅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9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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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의 일 - 11년간의 모든 기록이 담긴 29CM 카피라이터 직업 에세이 닻[dot] 시리즈 1
오하림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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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를 전공한 나에게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을 꼽아보자면 '카피라이팅'을 들 수 있다.


현업에서 아직 일하고 계셨던 노 교수님은

교재를 바탕으로 개론을 설명하고

사례를 통해 깨우침을 주는 다른 교수님과는 달리


실제 현업에서 일을 진행하듯,

우리에게 매주 '무얼 요구하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었던 과제들을 툭툭 던지며

'글 밥'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사용하셨다.


아직 '카피를 쓴다는 것'에 익숙지 않고,

그저 독특하거나 눈에 튀는 표현만 쓰는 게

광고 카피라고 생각했던 그때의 우리에게

A4용지 세 장씩 각자 카피를 써와

'쓸만한 것'이 있을 때까지 컨펌하겠다며

강의실을 비웠던 교수님으로 인해

정말 '쓸 수 있는 모든 문구'를 동원해

카피를 써 내려갔던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다.


혹여나 통과할 만한 카피를 쓰지 못할까 봐

걱정되는 마음으로 교수님께 가면

무심한 듯 휙휙 넘겨보시다가

통과한 문구에 동그라미를 쳐주시곤 했는데,


내가 써 내려간 카피를 들여다보며

몇 개의 카피에 동그라미를 치다가

그제야 비로소 내 얼굴을 보시며

(그전까지는 한 번도 얼굴을 보신 적이 없었다)

"너는 좀 쓴다?" 툭 던져주신 말에

마치 뭐라도 된 양,

광고를 할만한 능력이 되는 사람이 된 듯한

기분에 으쓱했던 기억이 난다.


무사히 수업을 이수하고,

수없이 많은 전공과목을 듣고

좋은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했지만

'과연 내가 광고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조금 다른 길로 빠져나와 살았고,

그렇게 광고는 '과거의 배움'으로만 남았다.


광고 일은 아니지만

마케팅을 하고 디자인을 하면서도

'글 좀 쓴다'는 그때의 칭찬은 나에게

자신감을 주고 위안이 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카피라이팅'이 주는 어려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은 시간이 지나도

참 막막하고 두렵기만 하다.


그러니 현업에서 11년 동안,

그리고 회사에서 유일한 카피라이터로

모든 문구를 써 내려가야 했던

한 카피라이터의 그동안의 시간에는

얼마나 많은 어려움과 성장,

눈물과 기쁨이 공존할까 싶다.


이 책은 광고대행사 TBWA와 무신사를 거쳐

29CM의 헤드 카피라이터가 된

오하림의 직업 에세이로,


브랜드에 '굳이' 담긴 이야기를 찾아

큰 소리로 외치는 전달자이자,

쓰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간 속에서 느낀

행복과 절망 사이에서 그를 지탱해 준 문장과

딴짓의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그저 '글을 쓰는 사람'이라 생각하기 쉬운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에 대해

다양한 업무에 대한 소개는 물론

현업에서 고민하는 직업인으로서의

다양한 마음을 현장감 있게 담아내어

광고업계에서의 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도,

그저 '멋있고 감각 있는 힙한 직업'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위에 썼던 것처럼,

한낱 수업에 불과했음에도

광고 지면 한 장에 들어가는 한 문장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문장을 써야 하는 것이

큰 부담이고 걱정이었는데,


실무에서는 얼마나 많은 것을 고려하며

더 많은 문장을 써 내려가야 할지

하루에 200여 개의 배너 문구를 쓰며

매일 손으로 쓰고 발로 뛰는

카피라이터의 '진짜 일과 일상'은

그저 '멋'과 '감각'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치열한 매일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많이 쓰는 만큼 지워야 할 수 있는,

제품과 브랜드에 담긴 저마다의 장점을

크게 외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수면 아래에 가려진 그들의 업무와

진정성을 이만큼 가까이 느낄 수 있어

오랜만에 전공 가까이 다가간 듯

설레는 마음이기도 했다.


카피라이터의 업뿐만 아니라

11년째 직업인으로서의 먹고사는 일에 대해,

누구나 느낄법한 번아웃, 좌절, 희망 등을

솔직히 고백하는 내용은 일의 종류를 떠나

현실을 일개미처럼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많은 공감과 위로를 주기도 했는데


나와 일 사이에 거리를 두고

스스로를 지키고 보듬어

'좋아하는 일을 더 오래 좋아할 수 있도록'

나름의 깨우침을 겪고 성장해 나간

작가의 경험을 통해

직업을 마주하고 일을 대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내 인생은 누구도 구해주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내 마음의 날씨는 내가 지켜야 한다는 것,

한 직업인이 써 내려간 일터에서의

숱한 고민과 나름의 해답은

비단 광고업계나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보통의 우리들에게도

좋은 인생 조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한 직업을 선택에 긴 시간 달려온

그 열정 이면에 담겨있는

수없이 울고 웃으며 즐겁고 화났던

희로애락의 순간들,

그럼에도 더 잘 하고 싶어서

오래 좋아하고 싶어서 고민한

오하림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카피에 담겨

지금에 이르지 않았나 싶다.


유쾌한 듯 진지하고, 무겁지는 않지만

쉬이 흘려보내지 않은 시간 속에 담긴

이 이야기들이

직업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점들이 많아

참 많은 밑줄을 그었다.


생소한 듯 흥미로운 광고 업계,

카피라이터의 시선이 담긴 일을 바라보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져야 방향성을 짚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독서였다.





※ 본 포스팅은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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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뜨는 숲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승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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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별다를 바 없는 오늘,

같은 일을 하며 엇비슷한 하루를 보내지만

유독 가라앉는 기분으로

세상에서 이만큼 동떨어진 섬처럼

고독한 기분이 휩싸이는 날이 있다.


이제껏 아무렇지 않았던 감정이 와르르 무너져

갑자기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무너짐의 순간을 겪게 되면

반사적으로 나를 보호하기 위함인 건지

이런 마음을 달래주는 무언가를 찾아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한다.


나 역시 이럴 때면 유튜브를 열어

'위로가 되는 노래 모음'이라던가

'눈물 나올 때 위로가 되는 노래' 같은 걸

검색해 보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혹은 스스로 생채기 낸 마음에

빨간약을 발라본다.


사람마다 이런 고독감과 외로움,

슬픔의 감정을 달래는 방법은 각기 다르다.

누군가는 그저 방에 들어가 끝도 없이

잠을 청하며 복잡한 생각을 잊기도 하고

누군가는 라디오 DJ가 전하는 나긋한 목소리,

다양한 사연과 그에 어울리는 노래를 들으며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하는 마음에

삐뚤어졌던 감정선이 바로 잡히기도 한다.


여기 5명의 사람이 있다.

오랜 세월 근무한 병원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찾고 있는 전직 간호사,

택배 직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개그맨이라는 꿈을 포기할 수 없는 청년,

갑자기 임신과 결혼을 알린 딸과의 사이에서

갑작스레 정서적 거리감을 느끼며

고민하고 갈등하는 아버지,

이혼한 부모님 사이에서 겪는 감정으로

빨리 자립을 꿈꾸는 고등학생,

일에서는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일과 가정의 균형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액세서리 작가 등

우리의 일상에서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만나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얼핏 보면 별다를 것 없어 보이고

평범한 그들이지만, 한 뼘 가까이 다가가

그들 마음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면

각자의 삶에 얹어진 고민들로 힘들어하고 있다.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자신을 긍정할 수 없는 사람이기도,

또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고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그런 어려움과 고민 속에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으로

〈달도 끝도 없는 이야기〉라는 팟캐스트를

챙겨듣고 있다.

인간관계의 변화나 사람과 사람과의 거리감을

태양, 달, 지구의 천체 위치와 변화를 겹쳐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이 팟캐스트의 특징이다.


누구에게나 흥미진진하거나

화려하고 말솜씨가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되려 소박하게 달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며

팟캐스트를 듣는 사람들은

각자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고 또다시 인생의 한 걸음을

내딛는 용기를 얻게 된다.


갈등을 겪었던 관계를 제대로 마주하거나,

그런 성장을 바탕으로 자신과 연결된

타인에게 도움을 베풀며

우리의 일상이 누군가에 의해

도움받고 도와주고 있음을,

또 보이지 않고 서로의 관계를 의식하지 못하지만

그 이면에 연결되어 있는 그들의 관계,

그리고 여기에 존재하는 위로와 사랑의 감정은

삭막하게만 느껴지는 현대 사회에서

'고독감'을 느끼는 누구에게나

큰 감동과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각각의 사연을 따라 읽어가며

나도 모르는 새에 누군가의 도움과

그들의 베푼 위로와 사랑으로

매일의 일상을 살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자

힘들 때 세상에 나 혼자 동떨어진 느낌,

이따금 마주하는 외로움과 고독감,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괴로움이 조금은 희석되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팟캐스트를 통해 깨달은 사랑이

또 다른 누군가의 일상을 구원한다는

책의 메시지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실체하는 사랑에 대해

실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대단한 사건이나

혹은 심각한 문제까지는 아니어도

충분히 일상을 살아가며 마주할 수 있는

가정과 사회, 커리어 등에서의 다양한 고민을

각 등장인물의 사연에 녹여내어

마치 '실제 누군가의 사연을 듣는 듯'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고,


결국에는 이 세상에는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우리를 지탱하고 있는

'서로'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운

고마운 책이 아니었나 싶다.


작은 계기를 통해 새로운 시작,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 새로운 발돋움을

내딛게 된 등장인물들의 성장을 보며

사람과의 보이지 않는 연결과

그들이 나누는 위로와 사랑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 나의 마음이

또 누군가를 돕고 구제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작은 기적이 주는 책임감이

과제처럼 남기도 했다.


또한 꼭 대단하지 않더라도,

그냥 내가 여기에 있어도 된다는 포근한 마음은

누군가 괜찮다 토닥이는 손처럼

따뜻한 응원이 되어 힘든 순간마다

곱씹게 되는 독서였다.


정말 소중하지만 놓치고,

때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작은 일상 속의 행복을 상기시킬 수 있었다.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방향성을 잃을 때마다 나침반처럼

이 책을 찾게 될 것 같다.




※ 본 포스팅은 RHK 알에이치코리아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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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
김형민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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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말은

아무리 대항해도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로,

이는 불가능한 상황에 무모하게 뛰어드는

상황에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자칫 무모한 듯 무의미해 보이지만

생존을 위해 용기 있게 강자에 맞서

지혜롭게 대처하는 신념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


자신의 행위나 움직임이

세상을 뒤집거나 바꿀 수 없을지라도

바위를 깨뜨리지는 못해도 더럽히기라도 하고

약간의 균열을 만들어내기 위해

스스로를 내던진 사람들을 조명해

승자 중심으로 기록되고 해석되는 역사를

조금 다른 측면에서 바라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한계가 존재하는 세계사의 다양한 시대,

역사의 변곡점에서 세상을 바꾸고 뒤흔들고자 애쓴

총 30개의 사건들을 다뤘다.


1장 <생존을 위해선 못할 게 없다>에서는

거인에 맞서 살아남으려는 애썼던

생존 전략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련에 맞섰던 핀란드, 미국에 맞선 베트남,

나폴레옹에 맞선 스페인의 게릴라 투쟁,

수나라에 맞선 고구려를 통해

때로는 납작 엎드리거나 과감하게

뼈아픈 선택을 하는 등 자유와 승리를 위한

지혜로운 모습을 보인 역사 속 약자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고


2장 <용기 있는 자만이 역사를 바꾼다>에서는

아우슈비츠로 자진 입소한 비톨트 필레츠키,

3만의 중공군을 상대한 600명의 영국 대대,

똥물 뒤집어쓴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를

촬영한 이기복 사진사 등

세계사 속 역사를 바꾼 용기 있는 선택은 물론

우리의 근현대사에서 목소리를 냈던

언더독의 모습을 보며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과연 무의미한 것인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3장 <한목숨 바쳐 강자에 맞선 약자>에서는

은혜를 갚으려 몽골과의 전투를 불사한

시씨 가문 사람들,

생을 걸고 민중을 격동시킨 혁명가 등

자신의 희생을 각오하면서도

개인적인 이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사회나 역사의 빌런에 대항하고

민중을 격동시킨 열정을 담아내었는데,

책 속의 사례는 나만 생각하고

이득을 셈하며 행동하기 쉬운

요즘의 사회 분위기에 경종을 울린다.


4장 <지혜롭게 대처할 줄 알아야 한다>에서는

재능도 재능이지만 태도의 천재였던 칭기즈칸,

국방력을 강화하고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은

에티오피아의 메넬리크 2세,

브라이언트 앤드 메이 성냥 공장 여성 노동자 등

부당함을 바로잡기 위해 목소리를 높인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무책임과 무대책 속에서 속절없이 스러진

수많은 희생자들을 위해

희생양을 불사르며 직성을 푸는 것보다

사태의 진실과 책임을 명확하게 공유하고 파악하는

신중함을 가진 이들의 지혜는

지나간 역사는 물론 앞으로 다가올

우리의 역사에서도 끊임없이 필요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안겨주었다.


마지막으로 5장

<신념을 지니면 아무도 막을 수 없다>에서는

거대한 손 앞에도 굴하지 않고 작은 힘을

끊임없이 밀어붙인 자들의 이야기다.

나치 고위 관계자들 앞에서 세리머니를 한

오스트리아의 유대인 축구 스타,

간토 대학살 당시 ‘조센징’을 지키는 데

앞장섰던 일본인 경찰서장 등이다.

작은 힘으로 세상을 뒤집은

승리의 순간들을 마주하면서


작가가 프롤로그에 언급했듯

세상을 바꾸려는, 조금이라도 균열을 내려는

시도가 끊인 적은 없었으니

한번 힘을 내어 함께 뭐든 해보자는

용기 어린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다.


'나 하나 나선다고 뭐가 달라지겠어?'라고

생각하기 쉬운 시대의 흐름 앞에

자신의 뜻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더 나아가 목숨을 바치고 현명한 전략으로

그 불가능해 보이는 현실을

가능의 영역으로 끌어당긴 이들을 통해


우리가 그저 순응하고만 있는 시류 앞에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


역사에 남아있는 승자의 기록이 아닌,

역사에서 주목하지 않은

그 공을 치하하지 않는 노력에도

두려움 없이 그 길을 선택한

숭고한 그들의 발걸음이

수없이 변해가는 시대와 장소에서도

끊이질 않는다는 점은

굉장히 울림 있는 메시지로 다가왔다.


꽤나 익숙한 역사 속의 사건부터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혹은 가볍게만 알고 있었던 사건을

새로운 시선에서 재조명하여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숨겨진 세계사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어 의미 있었다.


'성냥팔이 소녀'라는 서정적인 동화로 알고 있던

성냥공장 노동자의 소녀들의 일화처럼

우리가 외면하거나, 혹은 안타깝게만 여기고

지나칠 수 있는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이를 겉으로 드러내고

때로는 부딪쳐 죽음에 이르더라도

약간의 '변화'라도 이끌어내고자

그들이 만들어 낸 '균열'이

지금 우리의 시간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싶다.


분명 역사를 담아내었음에도

여태껏 접해왔던 다른 책과는 달리

하나하나의 사건과 그 속의 인물들을

복합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때로는 그들의 마음에 이입해 해석해 내어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야를 틔워준

계기가 된 것 같다.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주관적이고

작가 개인적 측면의 시선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역사 속 하나의 사건과 세계사를 바라보는

누군가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세계가

내 기준에서는 꽤나 신선한 자극이었고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불가능하고

무모해 보이는 모든 움직임과 노력이

결국에는 무언가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씨앗이 된다는 점에서

내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도

대단한 발걸음이 아니더라도 목소리를 보태

힘을 실어야 할 일은 없는지

지켜봐야겠다는 마음을 일깨워 주었다.


어렵게만 생각했던 세계사와 역사를

30여 개의 사건을 통해 들여다보며

많이 공감하고 느끼고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런 역사가 있었다는 정도로만 생각되던

과거의 시간들을 끄집어내 되짚어보며

승자 중심의 역사를 약자의 시선과 입장에서

다시 풀이해 보았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발전의 서두가 아닌가 싶다.


히틀러에 저항한 평범한 노동자부터

죽음 앞에서 사랑을 택한 사우디 공주까지

한 명의 개인의 선택과 움직임이

세계사를 뒤흔들었듯,

이렇게 약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역사의 해석이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켜

그들에게 주목하고 작은 목소리에도

모두가 귀 기울여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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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 10년 차 망원동 트레이너의 운동과 함께 사는 법
박정은 지음 / 샘터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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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때에는 실감하지 못했던

체력의 한계를 자주 마주하는 30대이다.


누군가 신체의 무료 구독 기간은 20대 까지로

30대가 되면서부터 체력 부족이나

관리하지 않은 몸의 건강 문제가 나타난다며


젊은 날에 쌓아둔 운동은 적금처럼

4-50대 중년이 되면 만기 되듯

차곡차곡 쌓인 근육이 건강과 체력의

기반이 되어준다고 했다.


가만 보면 운동의 필요성은 항상 느끼곤 했다.

20대에는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일명 TV나 미디어에 나오는

예쁜 몸을 가진 연예인들처럼 되고 싶어서,


그리고 30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슬슬 느껴지는 체력의 한계라던가

건강수치들에 경고등이 들어오기 시작하니

'살기 위해서 운동이 필요하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마음으로는 조금씩 걷기라도 해야지

생각하고는 있지만

여름에는 늦게까지 햇빛이 너무 뜨거우니,

오늘은 비가 와서 길이 미끄러우니 등등

각종 이유를 붙여가며 운동을 건너뛰고


일 년에 한 번씩 하는 정기검진에서

몸무게가 많이 늘거나

혹은 건강지표에 지적을 받았을 때

잠깐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

운동에 임했던 것 같다.


TV나 유튜브 등에서는 심심치 않게

운동을 '생활'처럼 가까이하는 사람들이 많다.

매일같이 식단을 하고

하루에 몇 시간씩 운동에 시간을 쏟아부으며

자기관리를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하루에 몇 시간씩 어떻게 시간을 내겠어?

다 배부른 사람들이나 가능한 거야' 하며

운동하지 않는 스스로에 대한

합리화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일주일에 두 번씩 몸무게를 재고

손에 잡히는 군살이나

일 년에 1kg 남짓 슬금슬금 늘어가는

내 몸을 볼 때면 '운동해야 하는데'하고

말뿐인 다짐만 늘어간다.


이 책은 나처럼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뭔가 계획적으로 대단한 결심과 실행으로

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시작조차 못하는

운동 초심자, 작심삼일운동러에게

생활 속에서 운동을 가까이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하는

한 트레이너의 이야기를 담았다.


스포츠심리학을 전공하고

현재 트레이너로 일하는 그녀가 쓴 이 이야기는

'여러분 근력이 중요하니 하루에 몇 개씩

최소 몇 세트는 해야 합니다'하는

도전하기 어려운 운동의

중요성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생각이 너무 많고

그것에 흠뻑 빠져들지 못해

거리감을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운동에 빠진 삶이 인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또 얼마나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었다.


꾸준히 운동 좀 한다는 사람들은

'오늘 치 운동을 해냄으로써

내가 무언가는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그 성취감이 다른 무언가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다준다'는 얘기를

한결같이 해왔다.


운동을 늘 '숙제'처럼 해왔기에

성취감보다는 빚 청산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였던 나에게 운동이 주는 의미는

그들이 느끼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그녀는 몸으로 성장해 본 경험이 없기에

주저하고 포기하기 쉬운 거라며

이런 나 같은 사람에게는 운동을 편하게 여기는

법을 일깨워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자기 긍정감을 가지고 운동을 임할 때

어떤 몸을 가진 사람이든 간에

건강한 상태가 될 수 있다며


단순히 몸무게나 체지방률 같은 수치를 떠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다른 사람과의 비교 없이

마음가짐을 먼저 바꾸고 운동을 시작한다면

즐겁게 운동할 수 있다는 따스한 조언은

늘 금세 흐지부지되었던 운동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어주었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더 크게 체력적인 한계를 느낀다.

나름 체격이 좋다고 자부했던 부모님도

장년층을 향해가며 빠진 근육으로

팔다리가 가늘어지는 모습을 보니

나중을 위해서라도 운동을 해야겠다

생각은 하지만 실천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지치지 않고

다음날에는 회복할 수 있는 만큼의 운동으로

매일의 과정을 쌓아 속도를 조절하는

운동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말에

오늘이라도 한번 '일단 조금 걸어볼까'

하는 마음이 생긴 걸 보니

일단은 긍정적인 효과라 할 수 있겠다.


단순히 걷거나 뛰고 근력운동을 하는

일반적인 운동의 범주가 아니더라도

일상을 온전히 잘 보내고

지치지 않게 도와주는 작은 팁,

식물을 보고 나만의 초록 팔레트 만들기나

블루 라이트를 벗어나 햇빛 샤워하기처럼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작은 습관들까지 제시되어 있어서

금방 지쳐 포기하지 않는

'작은 성공'을 제안하기도 했고


운동의 필요성이나 장점뿐 아니라

트레이너이자 운동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신의 삶과 본인 역시 보디 프로필을 찍으며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힘들게 했던

솔직한 경험도 털어놓으며


트레이너라던가 운동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에게 가지는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해소하고 그들의 노력과 경험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살찐 몸은 죄라거나 게으름의 상징,

혹은 잘못되었다는 편견에 휩싸이기 쉬운데

내 몸을 제대로 마주하고

사회가 '일반적'이라고 제시하는 기준이 아닌

나만의 기준으로 생활 속에서

차근차근 쌓아가는 운동의 경험이

나를 진정한 성장으로 이끌어줄 거라는

기대를 가지게 해준 것이

가장 큰 소득이 아닌가 싶다.


일단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고

멀게만 생각했던 지난날의 내가

되려 운동으로부터 나를 너무 먼 곳으로

데려왔다는 생각이 든다.


트레이너로서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하며

경험으로 체득한 운동을 대하는 자세를

제안하는 이 글을 읽고 나니

비로소 '생활 속 운동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용기가 생긴다.


그럼 이제 그 힘으로 운동화 끈을 조여 묶고

바깥으로 나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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