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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뜨는 숲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승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0월
평점 :




어제와 별다를 바 없는 오늘,
같은 일을 하며 엇비슷한 하루를 보내지만
유독 가라앉는 기분으로
세상에서 이만큼 동떨어진 섬처럼
고독한 기분이 휩싸이는 날이 있다.
이제껏 아무렇지 않았던 감정이 와르르 무너져
갑자기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무너짐의 순간을 겪게 되면
반사적으로 나를 보호하기 위함인 건지
이런 마음을 달래주는 무언가를 찾아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한다.
나 역시 이럴 때면 유튜브를 열어
'위로가 되는 노래 모음'이라던가
'눈물 나올 때 위로가 되는 노래' 같은 걸
검색해 보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혹은 스스로 생채기 낸 마음에
빨간약을 발라본다.
사람마다 이런 고독감과 외로움,
슬픔의 감정을 달래는 방법은 각기 다르다.
누군가는 그저 방에 들어가 끝도 없이
잠을 청하며 복잡한 생각을 잊기도 하고
누군가는 라디오 DJ가 전하는 나긋한 목소리,
다양한 사연과 그에 어울리는 노래를 들으며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하는 마음에
삐뚤어졌던 감정선이 바로 잡히기도 한다.
여기 5명의 사람이 있다.
오랜 세월 근무한 병원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찾고 있는 전직 간호사,
택배 직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개그맨이라는 꿈을 포기할 수 없는 청년,
갑자기 임신과 결혼을 알린 딸과의 사이에서
갑작스레 정서적 거리감을 느끼며
고민하고 갈등하는 아버지,
이혼한 부모님 사이에서 겪는 감정으로
빨리 자립을 꿈꾸는 고등학생,
일에서는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일과 가정의 균형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액세서리 작가 등
우리의 일상에서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만나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얼핏 보면 별다를 것 없어 보이고
평범한 그들이지만, 한 뼘 가까이 다가가
그들 마음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면
각자의 삶에 얹어진 고민들로 힘들어하고 있다.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자신을 긍정할 수 없는 사람이기도,
또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고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그런 어려움과 고민 속에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으로
〈달도 끝도 없는 이야기〉라는 팟캐스트를
챙겨듣고 있다.
인간관계의 변화나 사람과 사람과의 거리감을
태양, 달, 지구의 천체 위치와 변화를 겹쳐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이 팟캐스트의 특징이다.
누구에게나 흥미진진하거나
화려하고 말솜씨가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되려 소박하게 달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며
팟캐스트를 듣는 사람들은
각자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고 또다시 인생의 한 걸음을
내딛는 용기를 얻게 된다.
갈등을 겪었던 관계를 제대로 마주하거나,
그런 성장을 바탕으로 자신과 연결된
타인에게 도움을 베풀며
우리의 일상이 누군가에 의해
도움받고 도와주고 있음을,
또 보이지 않고 서로의 관계를 의식하지 못하지만
그 이면에 연결되어 있는 그들의 관계,
그리고 여기에 존재하는 위로와 사랑의 감정은
삭막하게만 느껴지는 현대 사회에서
'고독감'을 느끼는 누구에게나
큰 감동과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각각의 사연을 따라 읽어가며
나도 모르는 새에 누군가의 도움과
그들의 베푼 위로와 사랑으로
매일의 일상을 살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자
힘들 때 세상에 나 혼자 동떨어진 느낌,
이따금 마주하는 외로움과 고독감,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괴로움이 조금은 희석되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팟캐스트를 통해 깨달은 사랑이
또 다른 누군가의 일상을 구원한다는
책의 메시지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실체하는 사랑에 대해
실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대단한 사건이나
혹은 심각한 문제까지는 아니어도
충분히 일상을 살아가며 마주할 수 있는
가정과 사회, 커리어 등에서의 다양한 고민을
각 등장인물의 사연에 녹여내어
마치 '실제 누군가의 사연을 듣는 듯'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고,
결국에는 이 세상에는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우리를 지탱하고 있는
'서로'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운
고마운 책이 아니었나 싶다.
작은 계기를 통해 새로운 시작,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 새로운 발돋움을
내딛게 된 등장인물들의 성장을 보며
사람과의 보이지 않는 연결과
그들이 나누는 위로와 사랑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 나의 마음이
또 누군가를 돕고 구제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작은 기적이 주는 책임감이
과제처럼 남기도 했다.
또한 꼭 대단하지 않더라도,
그냥 내가 여기에 있어도 된다는 포근한 마음은
누군가 괜찮다 토닥이는 손처럼
따뜻한 응원이 되어 힘든 순간마다
곱씹게 되는 독서였다.
정말 소중하지만 놓치고,
때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작은 일상 속의 행복을 상기시킬 수 있었다.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방향성을 잃을 때마다 나침반처럼
이 책을 찾게 될 것 같다.
※ 본 포스팅은 RHK 알에이치코리아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