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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 10년 차 망원동 트레이너의 운동과 함께 사는 법
박정은 지음 / 샘터사 / 2024년 9월
평점 :



20대 때에는 실감하지 못했던
체력의 한계를 자주 마주하는 30대이다.
누군가 신체의 무료 구독 기간은 20대 까지로
30대가 되면서부터 체력 부족이나
관리하지 않은 몸의 건강 문제가 나타난다며
젊은 날에 쌓아둔 운동은 적금처럼
4-50대 중년이 되면 만기 되듯
차곡차곡 쌓인 근육이 건강과 체력의
기반이 되어준다고 했다.
가만 보면 운동의 필요성은 항상 느끼곤 했다.
20대에는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일명 TV나 미디어에 나오는
예쁜 몸을 가진 연예인들처럼 되고 싶어서,
그리고 30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슬슬 느껴지는 체력의 한계라던가
건강수치들에 경고등이 들어오기 시작하니
'살기 위해서 운동이 필요하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마음으로는 조금씩 걷기라도 해야지
생각하고는 있지만
여름에는 늦게까지 햇빛이 너무 뜨거우니,
오늘은 비가 와서 길이 미끄러우니 등등
각종 이유를 붙여가며 운동을 건너뛰고
일 년에 한 번씩 하는 정기검진에서
몸무게가 많이 늘거나
혹은 건강지표에 지적을 받았을 때
잠깐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
운동에 임했던 것 같다.
TV나 유튜브 등에서는 심심치 않게
운동을 '생활'처럼 가까이하는 사람들이 많다.
매일같이 식단을 하고
하루에 몇 시간씩 운동에 시간을 쏟아부으며
자기관리를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하루에 몇 시간씩 어떻게 시간을 내겠어?
다 배부른 사람들이나 가능한 거야' 하며
운동하지 않는 스스로에 대한
합리화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일주일에 두 번씩 몸무게를 재고
손에 잡히는 군살이나
일 년에 1kg 남짓 슬금슬금 늘어가는
내 몸을 볼 때면 '운동해야 하는데'하고
말뿐인 다짐만 늘어간다.
이 책은 나처럼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뭔가 계획적으로 대단한 결심과 실행으로
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시작조차 못하는
운동 초심자, 작심삼일운동러에게
생활 속에서 운동을 가까이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하는
한 트레이너의 이야기를 담았다.
스포츠심리학을 전공하고
현재 트레이너로 일하는 그녀가 쓴 이 이야기는
'여러분 근력이 중요하니 하루에 몇 개씩
최소 몇 세트는 해야 합니다'하는
도전하기 어려운 운동의
중요성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생각이 너무 많고
그것에 흠뻑 빠져들지 못해
거리감을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운동에 빠진 삶이 인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또 얼마나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었다.
꾸준히 운동 좀 한다는 사람들은
'오늘 치 운동을 해냄으로써
내가 무언가는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그 성취감이 다른 무언가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다준다'는 얘기를
한결같이 해왔다.
운동을 늘 '숙제'처럼 해왔기에
성취감보다는 빚 청산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였던 나에게 운동이 주는 의미는
그들이 느끼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그녀는 몸으로 성장해 본 경험이 없기에
주저하고 포기하기 쉬운 거라며
이런 나 같은 사람에게는 운동을 편하게 여기는
법을 일깨워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자기 긍정감을 가지고 운동을 임할 때
어떤 몸을 가진 사람이든 간에
건강한 상태가 될 수 있다며
단순히 몸무게나 체지방률 같은 수치를 떠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다른 사람과의 비교 없이
마음가짐을 먼저 바꾸고 운동을 시작한다면
즐겁게 운동할 수 있다는 따스한 조언은
늘 금세 흐지부지되었던 운동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어주었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더 크게 체력적인 한계를 느낀다.
나름 체격이 좋다고 자부했던 부모님도
장년층을 향해가며 빠진 근육으로
팔다리가 가늘어지는 모습을 보니
나중을 위해서라도 운동을 해야겠다
생각은 하지만 실천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지치지 않고
다음날에는 회복할 수 있는 만큼의 운동으로
매일의 과정을 쌓아 속도를 조절하는
운동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말에
오늘이라도 한번 '일단 조금 걸어볼까'
하는 마음이 생긴 걸 보니
일단은 긍정적인 효과라 할 수 있겠다.
단순히 걷거나 뛰고 근력운동을 하는
일반적인 운동의 범주가 아니더라도
일상을 온전히 잘 보내고
지치지 않게 도와주는 작은 팁,
식물을 보고 나만의 초록 팔레트 만들기나
블루 라이트를 벗어나 햇빛 샤워하기처럼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작은 습관들까지 제시되어 있어서
금방 지쳐 포기하지 않는
'작은 성공'을 제안하기도 했고
운동의 필요성이나 장점뿐 아니라
트레이너이자 운동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신의 삶과 본인 역시 보디 프로필을 찍으며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힘들게 했던
솔직한 경험도 털어놓으며
트레이너라던가 운동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에게 가지는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해소하고 그들의 노력과 경험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살찐 몸은 죄라거나 게으름의 상징,
혹은 잘못되었다는 편견에 휩싸이기 쉬운데
내 몸을 제대로 마주하고
사회가 '일반적'이라고 제시하는 기준이 아닌
나만의 기준으로 생활 속에서
차근차근 쌓아가는 운동의 경험이
나를 진정한 성장으로 이끌어줄 거라는
기대를 가지게 해준 것이
가장 큰 소득이 아닌가 싶다.
일단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고
멀게만 생각했던 지난날의 내가
되려 운동으로부터 나를 너무 먼 곳으로
데려왔다는 생각이 든다.
트레이너로서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하며
경험으로 체득한 운동을 대하는 자세를
제안하는 이 글을 읽고 나니
비로소 '생활 속 운동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용기가 생긴다.
그럼 이제 그 힘으로 운동화 끈을 조여 묶고
바깥으로 나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