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이세요? 창비청소년문학 133
표명희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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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창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학교 다니던 시절을 돌이켜 보면

엄마는 가정주부, 아빠는 회사원인 게

모두에게 당연한 기정사실로

때로 엄마가 일을 하는 맞벌이 가정이나

편부, 편모 가정은 '다르다'는 이유로

아이들 입에 오르내리곤 했었다.


얼핏 다 똑같은 모양으로 사는 것 같지만

한 발짝 다가가 그 안을 들여다보면

집마다 각기 다른 사정, 이유로 제각각이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지만

이렇게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각자의 일상을 통해

생생하게 한국 사회의 면면을 그려낸

표명희 작가의 《당근이세요?》를 보며

낯설지 않은 우리의 과거와 오늘을

청소년의 시선으로 엿볼 수 있었다.


각기 다른 사연으로 얼핏

'정상가족'의 모습을 이만큼 비켜난

아이들의 이야기를 따라 읽어가다 보면

막상 우리의 가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들의 삶에 많은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1980년과 2002년,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 사회에 벌어진 다양한 사건을

청소년의 시선에서 바라보며,

사회에서 발생한 일들이 각자만의 일이 아니라

'나의 가족과 우리 이웃의 일'이라는 것을,

서로에게 베푸는 작은 선의와 배려, 어우러짐은

개인주의가 만연한 요즘이

마냥 삭막하지만은 않다는 기대를 품게 한다.


책은 월드컵 4강 신화의 기적으로

온 국민이 열광했던 2002년을 배경으로 한

〈딸꾹질〉로 시작한다.


386세대인 지완의 부모님은

월드컵이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정치문화적으로 업그레이드가 안될 것 같으니

스포츠로 승부하려는 모양'이라며

회의적인 모습이었는데

한국의 첫 승리를 기준으로 태도가 돌변해

같은 경기를 반복해서 보거나

응원 티셔츠를 사고, TV를 바꾸는 등

축구 결과처럼 '이변'에 가까운 변화를 보인다.


이해할 수 없는 부모님의 이변 아래,

한 번도 한 적 없는 술 심부름을 가는 지완은

슈퍼마켓을 비워두고 축구에 몰입하는

아저씨를 기다리다가 맥주에 손을 대고

슈퍼마켓의 음식을 먹는 '이변'을 저지른다.


모든 국민과 나라가 통째로

'이변' 그 자체였던 그때의 분위기,

강자를 이기며 짜릿했던 감정을

100%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함께 휩쓸렸던

그 시대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이어지는 〈당근이세요?〉는

편모 가정 아래에 살고 있는 나라가

엄마의 심부름으로 용돈을 벌기 위해

'당근 거래'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당근 거래에 응한

외국인 노동자에게 물건을 건네고

오랜만에 예전에 살던 동네로 가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데,

한 명은 다문화 가정, 나머지 한 명은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시설에서 지낸다.


각자의 고충을 가진 '가정 사정'을 생각하면

편모 가정일 뿐 나쁘고 힘든 기억이 없는

자신은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하는

나라의 모습을 보며,


다양한 가족의 형태로,

여러 문화가 뒤섞인 것이 익숙한 시대로 바뀐

요즘의 현실을 엿볼 수 있는 시선이었다.


세 번째 이야기 〈오월의 생일 케이크〉는

조금 묵직한 소재를 담았다.

큰아빠의 생일을 맞이해 엄마의 심부름으로

할머니 댁에 '도시락 찬합 생일상'을

가지고 가는 민서의 이야기로,


군 복무하던 1980년 5월 이후

시간이 멈춰버린 채 현실을 살지 못하는 큰아빠와

이를 안타깝게 여기는 할머니,

큰아빠와 부딪치며 갈등하는 아빠를 보며

국가가 자행한 폭력이 한 가정과 가족에게

어떤 상처를 남기게 되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정확하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도통 입을 열지 않는 큰아빠,

일도 무엇도 하지 않고 '그저 사는'

큰아빠가 부끄러운 날도 있었지만

길에서 우연히 목격한 사건의 충격으로

두려워하는 자신을 보듬어 안아주고

품어주는 큰아빠의 모습을 보며

그들의 내일은 좀 더 평온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이 되었다.


마지막 이야기 〈개를 보내다〉는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받고

게임에만 빠져 지내던 진서가

어느 날 생일선물로 아빠가 데려온

유기견 '진주'를 만나며 달라지게 된

이야기를 담았다.


충분한 준비나 상의도 없이,

아빠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데려온 입양은

가족 사이를 삐걱거리게 만들기도 했지만

어느덧 강아지를 가족으로 인정하고

돌보게 된 진서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미 노견에 접어든 강아지

진주는 기력을 잃기 시작하고,

개를 데리고 동물 병원으로,

여기저기 검색과 도움을 얻어 가며

개를 돌보고 보내는 과정을 겪게 된다.


반려동물과의 추억과 작별을 담아낸

이 이야기를 통해 애틋한 마음과 동시에

이러한 과정 속 '성장'하는 주인공을 보며

뭉클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어디에나 있을법한'

평범한 청소년들의 이야기이기에

가볍게 슥슥 읽기 좋은 네 개의 사연은

얼핏 커다란 의미로 와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사회적 참사나 역사적 사건, 이슈를 되새기며

공감하고 추억을 되짚는 시간을 가졌고,

그 소통 아래 각자가 가진 상처 나 아픔을

극복하고 성장해나가는 아이들을 통해

조금은 더 나아진 미래를 꿈꿀 수 있었다.


그렇기에 혹여 내가 가진 '평범하지 않음'으로

조금은 주눅 들거나 위축된 청소년들이라면,

책을 통해 '말하지 않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을'

무언가로 받아들이고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읽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재미,

공감과 위로를 안겨줄 수 있는 책이라

온 가족이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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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지키는 여자
샐리 페이지 지음, 노진선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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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다산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수많은 사람을

스치고 함께 생활하며,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때로 우연히 버스나 지하철에서

대화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심취해

'궁금해서 내리고 싶지 않네' 싶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흥미를 자극하는 이야기에

귀를 쫑긋거리며 몰입하기도 한다.


그렇게 누군가가 하는 이야기를

수집하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유능한 청소 도우미'라 칭찬받으며

매일같이 정해진 고객의 집을 오가며

청소를 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재니스가 그 주인공이다.


자신의 본업인 '청소 도우미'일 외에도

그녀는 스스로를 '이야기 수집가'라 칭한다.

누구에게도 이를 입 밖으로 내지 않지만,

청소를 하며 만나는 고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하며 토닥이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친절을 베푸는 따뜻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는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뿐,

자신의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하지 않는다.

매일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거의 반백수와 다를 바 없이

집안일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남편

마이클이라는 걱정이 있고,

그로 인해 사이가 멀어진 아들은

저 멀리 다른 지역에 따로 떨어져 산다.


그리고 마음 한편에는 누구에게도

꺼내놓지 않은 비밀,

그로 인한 죄책감으로 인해

타인을 헤아리기만 할 뿐,

내 안의 상처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관심을 갖거나 헤아릴 생각을 하지 못한다.


책은 그녀가 수집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그녀가 만나는 고객들의 사연이 이어진다.

'왜 자신의 이야기는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만 할까?'라는

재니스에 대한 다소 미심쩍은

호기심과 궁금함이 이어지던 찰나


새로 일하게 된 B 부인의 집에서

우연한 계기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게 되며

재니스는 그동안 애써 외면해왔던

스스로의 감정, 상처를 마주하게 되고

그 안에 숨겨진 재니스의 비밀이 드러나게 된다.


열심히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지만

그런 자신을 '고작해야 청소 도우미'라고만

생각하며 제대로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는

남편 마이클을 떠나지도 못하고,

동생과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을 가진 채

'그저 나는 이야기가 없는 사람'이라

스스로를 낮추는 재니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궁금했는데


무언가 비밀을 알고 있는 듯 그녀를 자극하는

B 부인의 교묘하고 능숙한 독려는

쉴 새 없이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했다.


재니스는 평범한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일을 하는 이야기,

그들이 용감하고 재미있고 친절하고

이타적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그런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래야만 삶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수 있고,

보통 사람에게도 비범한 힘이 있으며

그로 인해 희망이 존재한다고

믿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그런 '평범한 사람에게 있는 비범한 힘'이

자신에게도 존재하고 있음은 알지 못한 채

타인의 '현실'을 바꾸고 위로하는 데에만

도움을 주는 그녀였다.


하지만 그런 재니스가

스스로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자극하기 위해

B 부인이 꺼낸 '베키'이야기는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베키와 상반되는 스스로를 깨달으며

알을 깨고 나오듯 자신의 상처를

비로소 어루만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없을 것이라고

누구에게도 입을 열지 못한 채

마음의 짐을 혼자서만 지고 있던 재니스가

이야기를 한 것만으로도 변화가 일어나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또한 모든 것이 변했다'는 것을 실감하는 성장은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발견한

새로운 인생의 기회였다는 점에서

굉장히 울림 있는 의미로 다가왔고


누구에게나 마음 한편에 있는 상처,

완벽하지 않은 자신에 대한 불만족이나

혹은 실망감을 가지고 있다면

재니스가 그러했든 타인과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는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도

존재하긴 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자기 자신을 용서하고

포용하며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그렇게 홀로 외로운 싸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느낀다면

그녀에게 손 내밀어 준 따스한 이웃,

그들과의 상호작용으로 변화하는

재니스의 모습을 기회 삼아

자신의 마음에 담긴 얼룩을 지워내고

새로운 인생의 가능성을 찾아내는 데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면서 용기를 내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적극적인

'나다운 인생'으로의

변화를 향해 나아가는 재니스를 보며


결국 그녀의 인생을 바꾼 것은

그녀가 열심히 수집하고 모아온

타인의 이야기 덕분이 아니라

오롯이 그녀 자신의 이야기였음을,

그리고 그 이야기를 그저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전하고 나누는 '소통'의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그 힘을 발휘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속으로 끙끙 앓고 있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게 누구든, 나를 둘러싼 다른 사람과의

유대와 공감 아래 '상호작용'하며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이라는

깨달음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연결'이 주는 변화가 크기에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표현하고,

내 생각과 상처를 이야기하는 게

때로 어렵고 서툴더라도

담담하게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는 단단한 믿음이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큰 힘이 될 것 같다.


타인의 이야기만을 쫓던 재니스가

비로소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듯

책을 덮고 나니 '나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혹시 내가 외면하고 있던 나의 이야기,

감정이 있지는 않은가 하고

마음속을 다시 한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자존감이 떨어질 때,

내 의견보다는 타인의 의견을 따르는 게

오히려 편하다고 생각하는 우유부단한

너무 착하기만 한 사람들,

다른 사람을 헤아리며 배려하고,

내가 맡은 '역할'에만 집중하면서

내 삶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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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과 초콜릿, 경성에 오다 - 식민지 조선을 위로한 8가지 디저트
박현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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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10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지난여름, 《메밀꽃 필 무렵》을 쓴

이효석 작가의 고향이자 작품의 배경이었던

봉평에 다녀왔다.

이효석문학관에서는 그의 생애와 작품,

시대상과 삶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었는데

그 시대를 살아온 평범한 사람들과는 달리

유학 생활로 서구 문명에 일찍이 눈을 떠,

모카커피와 버터가 들어간 빵 같은 음식을

좋아하고 즐겼다는 얘기에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따금 '고종이 즐기던 간식'으로

가베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커피나

궁궐의 물건들 중 '까눌레 틀'이 나올 정도로

서양식 디저트를 즐겼다는 정보 역시

먼 과거, 치열했던 우리의 근대사 속에서도

새로운 맛의 매력에 빠진 선조들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한 끼니 말고

오직 맛이나 즐거움을 위해 찾는 디저트가

100년 전에도 있었다니

과연 어떤 간식들이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이 책 《호떡과 초콜릿, 경성에 오다》 을

펼쳐보게 되었다.


'밥 배, 간식 배는 따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간식,

인기 있는 빵을 사기 위해 몇 시간이고

줄 서는 것을 서슴지 않는 우리의 과거에는

어떤 간식들이 인기 있었을까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책에는 식민지 조선을 위로한

8가지의 디저트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에 얽힌 우리의 근대사를 살펴보는

'미식 역사'이기도 했는데


커피, 만주, 멜론, 호떡,

라무네, 초콜릿, 군고구마, 빙수까지

배고프고 고단했으며 사는 것 하나

녹록지 않았던 식민지 조선에서

각자의 삶을 위로하고 달래주는 역할을 했던

100년 전 인기 간식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식민 지배라는 안타까운 우리의 역사를

우리의 생활 속에 녹아든 디저트와

그에 얽힌 다양한 작품과 사회상을 통해

다시 읽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새로운 간식의 출현이

곧 문명이나 위생 등을 의미해

지금과는 다르게 먹는 방법이

'세련된 행위'처럼 보였다는 사실은

무척 신선한 접근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커피를 내리는 방법을 몰라

때로는 30분씩 끓이거나 농도를 맞추지 못해

'힝기레밍그레'한 맛을 가지기도 했지만

그 커피를 마시는 분위기 자체를 즐기기 위해

일반인 역시 카페라는 장소를 찾기도 했고,

때로는 문학인들의 아지트가 되어

그들의 작품 속 배경으로 등장하는 등

단순히 '먹거리'를 넘어서 우리의 사회문화에

영향을 주는 간식의 모습과 역할은

굉장히 크게 느껴지기도 했다.


언젠가 오래 방영이 되어 오면서,

만화 속 배경에 등장하는 가구배치나

가전제품을 통해 당시의 사회상이나

중산층의 삶을 유추할 수 있었다는

'아기공룡 둘리'의 경우처럼,


선조들이 즐긴 디저트나 간식,

작품에 드러난 간식의 가격 등을 통해

당시의 역사와 사회상을 역으로

추적하고 짐작하는 과정은

단순히 우리가 겪어온 아픈 식민 지배

역사를 넘어 '즐거운 추억'이기도 했다.


작가 이상이 죽기 직전까지 먹고 싶어 했으나

사실은 엄청난 가격으로 살 엄두를 내기

어려운 과일이었던 멜론을 보면서는

어린 시절에는 꽤 비쌌는데

지금은 가장 쉽고 싸게 살 수 있는

'바나나'를 떠올리게 하며 웃음 지을 수 있었고


비위생적이고 어두컴컴한 환경에서 파는

호떡의 경우에는 든든해서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는 '최적의 간식'이었지만

이곳을 드나드는 것을 부끄러워했다는

당시의 시대 상황은 지금의 인식과 달라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실제 위생이 떨어져서의 이유도 있지만

일본과 중국과의 관계 등으로 인해

중국에서 들어온 호떡을 더 지저분하고

'문명에서 뒤떨어지는' 표현을

해왔다는 설명을 보며 음식과 얽힌

역사, 시대적 배경도 함께 읽을 수 있었다.


탄산을 새어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구슬이 달려 있던 최초의 탄산음료 라무네나

한참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과거에도

여전히 '연인 간의 사랑'을 의미하는

디저트였던 초콜릿을 보면서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현대식 디저트'의

시작을 엿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


만주에 이어 호떡, 군고구마로 이어지는

'뜨끈한 겨울 간식' 유행의 변화,

어린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방정환 선생님이 무척이나 즐기며

그 '맛'을 극찬했다는 빙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학작품, 신문 등에 등장한

식민지 조선의 디저트들은

분명 글임에도 불구하고

어찌나 먹음직스러운 표현인지

몇 번이나 침을 삼키게 만들기도 했다.


아픈 과거의 시간이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를 위로하고

매료시킨 달콤한 문명, 간식의 근대사는

색다른 관점에서 우리의 역사를

접근하고 재조명할 수 있게 만든

계기가 되어 굉장히 의미 있었고,


달콤한 그 맛으로 잊어낸 시름,

나라 잃은 비극 그 안에서도 찾은

각자의 낭만과 작은 즐거움이

먹는다는 행위가 가져다주는

위로와 문명으로의 발전까지

다양한 부분을 두루 살펴볼 수 있어

무척이나 뜻 싶은 독서였다.


겨울마다 즐기는 호떡이나 군고구마,

여전히 쉽게 만날 수 있는

만주나 초콜릿, 빙수의 시작이 어땠는지

맛있는 간식들의 시작을 짚어보며

우리의 근대사까지 살아본 기분이다.


그 힘들었던 나날들 속,

위로가 되는 간식이 있어서

그래도 참 다행이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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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식당, 사랑을 요리합니다 고양이 식당
다카하시 유타 지음, 윤은혜 옮김 / 빈페이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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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빈페이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곁에 함께 있을 때는 표현하지 못하다가

이승과 저승이라는 갈림길로 나뉘어

소중한 사람을 갑작스레 떠나보내고 나면

그제야 후회와 미안함의 감정이

물밀듯이 쏟아지곤 한다.


조금 더 잘해줄걸, 고맙다고 할걸,

내가 많이 사랑한다고 할걸…

아무리 마음속으로 그리고 입 밖으로

이미 늦은 말을 내뱉어보지만

전할 수 없는 이 말들은

응어리처럼 남을 뿐이다.


여기 이런 후회와 아픈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식당이 있다.

바닷가 한편에 위치한,

작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고양이 식당〉으로

작은 고양이와 후쿠치 가이라는 청년이

'추억 밥상'을 내어주는 곳이다.


식당을 찾는 네 명의 손님의 이야기를 따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

소중한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만들어낸

고양이 식당에서의 기적 같은 사연을

만나볼 수 있는 이 책은

《고양이 식당》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로

전작인 '추억을 요리합니다',

'행복을 요리합니다'에 이어

이번에는 '사랑'을 요리해 선사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갓 스무 살이 되자마자

결혼한 동갑내기 부부 다모쓰와 히마리,

친구 같은, 연인 같은 부부였던 그들은

사소한 말다툼을 벌인 어느 날

서로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도 하지 못한 채

사고로 남편 다모쓰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


남편에게 건넨 마지막 말이

"죽어버려"였다는 사실에서 오는 죄책감,

그에게 사과하지 못한 사실이 마음이 걸린

히마리는 우연히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고양이 식당을 찾게 된다.


본인이 만든 식빵과 비파잼을 곁들여 먹는 걸

좋아하던 남편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한 입 한 입 음식을 맛보던 히마리는

누군가를 마주하게 되는데…


유명한 밴드 가수를 꿈꾸며

일찍이 학업을 그만두고 도시로 상경한 미나토.

반짝반짝 빛나는 미래를 꿈꾸었으나

기대와 달리 현실은 만만치 않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20대 후반이 되도록 성공은커녕,

현실은 무엇 하나 손에 쥐지 못한

가수 지망생에 불과하다.


그래도 가수라는 꿈을 놓지 못해

공원에서의 버스킹을 이어가던 중,

'팬'이라며 다가오는 리코를 만나게 되고

운명처럼 사랑에 빠져 그녀와 만나게 된다.


사랑하는 리코를 위해 결혼을 결심하며

꿈은 접어두고 직장을 구하려던 미나토는

갑자기 이별을 고하며 사라진 리코로 인해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연락해온 리코의 부모님으로부터

그녀가 불치병에 걸려있던 상태였으며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소식을 듣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을 지키지도,

그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도 알지 못했던

미안함과 전하지 못한 마음으로

미나토 역시 고양이 식당을 찾는다.


세 번째는 중년 남성 신지의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혼자 살아갈 어머니가 걱정되던 찰나

배려 있는 아내의 권유로 인해

어머니에게 자신들과 함께 합가하자며

손을 내밀지만, 무슨 연유에서인지

쌀쌀맞고 퉁명스러운 어머니는

그의 손길을 뿌리치고 애써 마음을 써준

며느리에 대해서도 좋지 않게 이야기한다.


그로 인해 소원해진 모자지간은,

'다시 찾아뵈어야 하는데…'하면서도

차일피일 시간을 미루게 되었고

어느 날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나서야 망연자실한다.


어머니의 짐을 정리하면서

본인이 알지 못했던 진실을 마주하게 되고,

뒤늦게 알게 된 진실 앞에

자식으로서 소홀했던 마음에

후회와 눈물로 가득 찬 신지는

어머니의 친구로부터 '고양이 식당'에

가보라는 말을 듣고는 용서를 빌기 위해,

이미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만날 수 있을까

싶은 기대로 고양이 식당을 찾게 된다.


마지막 이야기는 60년 전 세상을 떠난

첫사랑 약혼자 요시코를 잊지 못하고

홀로 인생을 살아온 순정남

시게루 할아버지의 사연을 담았다.


평생을 아버지 대부터 일궈온 안경점을 운영하며

'늘 그 자리를 지키며' 평온해 보이는 그였지만,

사실은 어린 시절부터 정혼자였던

요시코와의 결혼을 앞두고

그녀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며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지 못한 채

평생을 혼자서만 살아왔던 터.


인생의 막바지, 평생을 지켜온

안경점이 사라지게 되는 것도

세월의 흐름에 따른 변화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는,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거나

자신의 인생이 불행하다고 생각지는 않으며

그 어떤 미련이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인생을 마감한다고 생각했을 때

요시코와 부부가 되지 못했던 생이

허무하다고 생각이 든 그는

추억 밥상을 통해 그녀를 만나

미처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안타까움을

전하고자 하는데…


각각의 사연을 따라가며

어떤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절망과 슬픔 앞에 무너지는 등장인물들,

그리고 전하지 못했던 고마움과 사과,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 위해

고양이 식당을 찾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인생의 한 단면을

새삼 다시 깨달을 수 있었고,

나 역시 갑작스레 소중한 가족과의 이별을

겪어보았기에 그들의 감정에 더더욱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었다.


가족이나 연인, 소중한 관계의 지인 등

누군가와의 '작별'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이미 세상을 떠난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고양의 식당의 존재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가보고 싶은' 장소일까 싶다.


만약 그런 식당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어떤 메뉴를 준비해달라고 할까

그런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니

괜스레 마음 한편에 눌러두었던

그리움이 다시 살아나 먹먹해지기도 했다.


식당을 찾아 추억의 음식을 맛보며

이미 저세상으로 떠난 소중한 사람을

다시 만나는 등장인물들은

그 만남을 통해 아픔을 치유하고

슬픔을 넘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했고,

또 서로 미안했던 마음을 나누거나

사랑을 확인하며

따스운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

후회로 가슴에만 남긴 말들을 주고받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울컥하기도,

위로의 감동의 마음을 느낄 수도 있었다.


각각의 등장인물이 한 명도 빠짐없이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를 갖고 있기에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이별 앞에

우리는 매 순간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게

최선과 진심을 다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큰 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했고,


그저 한 그릇의 음식이지만

고인과의 추억을 되짚기도 하고

마음을 달래주며 위로가 되는 음식들은

살아온 인생 속 다양한 추억의 순간들을

충분히 곱씹을 수 있게 해주어

'맛'을 넘어선 '그리움'을 맛볼 수 있게 해주었다.


실제로 이런 식당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판타지로나마 그리움과 후회를 녹여낸

히마리와 미나토, 신지와 시게루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실제로 각자의 가족, 연인을 만나

사랑을 확인하고 위로를 얻은 것인지

혹은 음식을 먹으며 빠져든 생각 속

'꿈과 같은 경험'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삶을 소중히 여기고

지금의 행복을 아낄 줄 알아야 한다는

책의 따스하면서도 묵직한 조언은

감동을 넘어 오래 마음에 새기고 싶은

그런 인생관이 될 것 같다.


《고양이 식당》시리즈를 즐겁게 읽어온

기존 독자들은 물론이거니와,

소중한 사람이 있는 누구에게든

따스한 위로와 힐링으로 다가올 것이기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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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한다는 착각 - 나는 왜 어떤 것은 기억하고 어떤 것은 잊어버릴까
차란 란가나스 지음, 김승욱 옮김 / 김영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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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영화 〈인사이드 아웃〉.
그중 본부를 이탈하게 된 주인공 라일리의 감정 기쁨과 슬픔이

원래의 자리를 찾아가는 길에서
라일리가 쌓아온 수많은 기억 구슬을 만난 장면이 기억난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 구슬들 중 일부는 폐기하게 되는데,
이 모습을 목격한 기쁨이는 '얼마나 소중한 기억인데…' 하며 안타까워한다.
정작 소중한 기억은 시간의 흐름을 이유로 버려지지만 

별 의미가 없어 보이는 CM송 구슬은
'이런 건 한 번씩 위로 올려보내야 한다'라며 버리지 않는 모습을 보며
'맞아, 어떤 기억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 떠오르지 않는데 

CM송같이 일부러 기억하려 애쓰지 않는
어떤 기억은 오래 마음에 남는다니까' 하며 피식 공감의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문득 궁금해진다.
왜 인간은 어떤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오래 기억되고, 어떤 기억은 금방 잊을까?
기억의 저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면 

시험이나 공부, 업무에 필요한 기억은 오래 붙들어두고,
의미 없는 것들은 지워버리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며 말이다.

《기억한다는 착각》은 이러한 궁금증을 시작으로
인간의 기억력에 대한 차란 란가나스의 탐구를 총망라해 담아내었다.

책에서 저자는 인간은 인생의 모든 경험을 모두 기억할 수 없기에 

본질적으로 기억은 선택적인 것이고,
이 선택을 결정하는 데 있어 '맥락'과 '도식'이 근거가 된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그 사건의 장소, 상황, 감정 등의 맥락을
'사건의 경계선'이라는 덩어리로 묶어 저장하고,
다른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면 뇌는 이를 새로운 맥락으로 인식해
이전 기억을 흐리게 하고 새로운 덩어리로 묶어 정보를 저장한다는 것.

그리고 익숙한 환경에서 쉽게 정보를 정리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반복되는 패턴이나 구조를 '도식'으로 묶어 

중요한 공통 요소로 미리 준비해두었다가 비슷한 상황에 재활용한다고 한다.

이러한 맥락과 구조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가 기억력이 나빠서 과거의 기억을 잊는 게 아니라 

특별할 게 없는 기억이기에 잊는 것이며,
라일리 기억 속에 남은 CM송처럼 '음악'과 같은 효과적인 도식이 있는 기억은
멜로디를 듣는 순간 손쉽게 사건의 경계선으로 진입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기억력은 지능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며,
망각은 오히려 뇌가 의도한 효율적인 정보 처리 방식이라는 

기억의 기본 작동원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기억의 기본 작동원리에 이어 기억한다는 착각이 밝혀내는

기억의 진실에 대해 심화한다.

기억을 떠올릴 때 우리는 앞서 배웠던 맥락과 도식을 활용해 정보를 재구성하는데,
과거의 경험에 대한 소량의 맥락에 되살려낸 정보를 출발점으로 삼아 

여기에 살을 덧붙여 상상한다고 한다.
이런 기억의 특징은 저장된 데이터를 있는 그대로 꺼내는 것이 아니라,
결국 기억을 꺼내는 현재 시점의 내가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기억을 왜곡시키기도 하고,
'다시 쓰기' 과정을 통해 거짓 기억을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정확하게 기억한다고 믿는 정보가 사실은 일부의 기억 맥락을 바탕으로
내가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결과물'이라는 사실은 다소 충격적이기도 했다.
군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났던 기억을 얘기할 때 

'무용담'으로 변하듯, 우리의 기억은 100% 사실만을 담지 않고 

새로운 정보를 추가해 갱신하는 유동적인 것이라는 진실은
조금 혼란스러운 기분이 들게도 했다.

하지만 이것이 무조건적인 단점이 아니라 기억 갱신으로 앞으로의 행동을 조정하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 역시 존재하기에,
기억 갱신과 유동 기억 시스템은 오히려 개인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회피하고
미래에 대처하기 위해 인류가 진화시킨 가장 적극적인 생존방식임을 배울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우리가 더 효과적으로 

기억하고 학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조언이 이어진다.

처음 기억과 관련된 궁금증에서 '기억을 선택적으로, 

혹은 내게 필요한 기억만 더 오래 가져갈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조금 어렵기는 했지만 이 파트가 특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뇌과학적인 측면으로 살펴보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동물이 보이는 정향 반응처럼,
우리 역시 예상 가능한 정보보다는 예상치 못한 정보에 우선순위를 부여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싶은 것 사이에 

정보격차가 발생할 때 호기심이 자극되며,
호기심이 자극되면 자연스럽게 이 격차를 해소하고자 어떤 노력을 행하게 되고,
호기심이 충족될 때 뇌는 보상으로 도파민을 분비해 

다시 학습의욕과 동기부여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즉, 어떤 정보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습득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기억 역시 자연스럽게 강화되니
결과적으로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정보'가 지루한 정보보다 머릿속에 더 남는다.
이러한 작용을 이용하면 우리가 원하는 학습과 기억능력의 향상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매 수업 시간마다 보는 쪽지시험과 같이 

도전과 실수에서 배운다는 간단한 원칙이지만 정답을 맞히기 위해 애쓰며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학습한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보관하게 된다는 '실수 기반 학습'과
수면을 통해 낮에 있었던 일을 정리하고 기억을 응고화하는 시간을 가지며 

스스로 '시험을 치르는 효과'를 주는
'수면'을 이용한다면 학습과 기억에 더 큰 도움을 준다는 것.


어디선가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익숙한 것보다는 낯선 것, 

해보지 않았던 것이 인지에 도움이 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었는데 이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기억이 어떻게 작동되며, 우리가 알고 있는 '기억'이 100% 사실이 아니라

상상력으로 인해 '다시 쓰기'된 것이라는 진실을 알게 되고 나니 

그럼 어떤 기억이 진짜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구별해야 할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그런 생각은 기억의 작동 방식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기억은 진실도 거짓도 아니고 본질적으로 '상상력이 가미된 재구축'이기에
각자의 경험이나 해석에 따라 같은 사건에 대해서 

다르게 재구성된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그렇기에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는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본질 자체를 이해하면
이를 활용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제안한다.

기억과 망각이 뇌의 한계나 개개인에 따른 능력이 차이라고 생각해왔던 기존의 고정관념,
'왜 잊어버리는지'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고 변화 가능한 기억을 활용해
창의적이고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미래에 대처하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다.
'기억하는 자아'를 잘 알게 되면 기억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과거의 족쇄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킨 뒤
오히려 과거를 안내인 삼아 더 나은 미래로 향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나는 기억력이 안 좋아서라는 이유로 학습이나 공부를 놓아버리거나
혹은 상대에 대한 좋지 않았던 기억을 다시 해석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채 

관계를 단절시킨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과거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기억하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기억력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한 그의 심도 있는 탐구를 통해
우리가 기억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새로운 시야와 방법을 배웠다.

불완전하게 기억하는 과거에 묶여있거나 갇혀있을 필요 없이,
'나만의 해석과 재구성'으로 더 멋진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새로운 자신감, 기대를 부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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