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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식당, 사랑을 요리합니다 ㅣ 고양이 식당
다카하시 유타 지음, 윤은혜 옮김 / 빈페이지 / 2025년 4월
평점 :
※ 본 포스팅은 빈페이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곁에 함께 있을 때는 표현하지 못하다가
이승과 저승이라는 갈림길로 나뉘어
소중한 사람을 갑작스레 떠나보내고 나면
그제야 후회와 미안함의 감정이
물밀듯이 쏟아지곤 한다.
조금 더 잘해줄걸, 고맙다고 할걸,
내가 많이 사랑한다고 할걸…
아무리 마음속으로 그리고 입 밖으로
이미 늦은 말을 내뱉어보지만
전할 수 없는 이 말들은
응어리처럼 남을 뿐이다.
여기 이런 후회와 아픈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식당이 있다.
바닷가 한편에 위치한,
작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고양이 식당〉으로
작은 고양이와 후쿠치 가이라는 청년이
'추억 밥상'을 내어주는 곳이다.
식당을 찾는 네 명의 손님의 이야기를 따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
소중한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만들어낸
고양이 식당에서의 기적 같은 사연을
만나볼 수 있는 이 책은
《고양이 식당》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로
전작인 '추억을 요리합니다',
'행복을 요리합니다'에 이어
이번에는 '사랑'을 요리해 선사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갓 스무 살이 되자마자
결혼한 동갑내기 부부 다모쓰와 히마리,
친구 같은, 연인 같은 부부였던 그들은
사소한 말다툼을 벌인 어느 날
서로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도 하지 못한 채
사고로 남편 다모쓰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
남편에게 건넨 마지막 말이
"죽어버려"였다는 사실에서 오는 죄책감,
그에게 사과하지 못한 사실이 마음이 걸린
히마리는 우연히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고양이 식당을 찾게 된다.
본인이 만든 식빵과 비파잼을 곁들여 먹는 걸
좋아하던 남편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한 입 한 입 음식을 맛보던 히마리는
누군가를 마주하게 되는데…
유명한 밴드 가수를 꿈꾸며
일찍이 학업을 그만두고 도시로 상경한 미나토.
반짝반짝 빛나는 미래를 꿈꾸었으나
기대와 달리 현실은 만만치 않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20대 후반이 되도록 성공은커녕,
현실은 무엇 하나 손에 쥐지 못한
가수 지망생에 불과하다.
그래도 가수라는 꿈을 놓지 못해
공원에서의 버스킹을 이어가던 중,
'팬'이라며 다가오는 리코를 만나게 되고
운명처럼 사랑에 빠져 그녀와 만나게 된다.
사랑하는 리코를 위해 결혼을 결심하며
꿈은 접어두고 직장을 구하려던 미나토는
갑자기 이별을 고하며 사라진 리코로 인해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연락해온 리코의 부모님으로부터
그녀가 불치병에 걸려있던 상태였으며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소식을 듣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을 지키지도,
그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도 알지 못했던
미안함과 전하지 못한 마음으로
미나토 역시 고양이 식당을 찾는다.
세 번째는 중년 남성 신지의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혼자 살아갈 어머니가 걱정되던 찰나
배려 있는 아내의 권유로 인해
어머니에게 자신들과 함께 합가하자며
손을 내밀지만, 무슨 연유에서인지
쌀쌀맞고 퉁명스러운 어머니는
그의 손길을 뿌리치고 애써 마음을 써준
며느리에 대해서도 좋지 않게 이야기한다.
그로 인해 소원해진 모자지간은,
'다시 찾아뵈어야 하는데…'하면서도
차일피일 시간을 미루게 되었고
어느 날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나서야 망연자실한다.
어머니의 짐을 정리하면서
본인이 알지 못했던 진실을 마주하게 되고,
뒤늦게 알게 된 진실 앞에
자식으로서 소홀했던 마음에
후회와 눈물로 가득 찬 신지는
어머니의 친구로부터 '고양이 식당'에
가보라는 말을 듣고는 용서를 빌기 위해,
이미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만날 수 있을까
싶은 기대로 고양이 식당을 찾게 된다.
마지막 이야기는 60년 전 세상을 떠난
첫사랑 약혼자 요시코를 잊지 못하고
홀로 인생을 살아온 순정남
시게루 할아버지의 사연을 담았다.
평생을 아버지 대부터 일궈온 안경점을 운영하며
'늘 그 자리를 지키며' 평온해 보이는 그였지만,
사실은 어린 시절부터 정혼자였던
요시코와의 결혼을 앞두고
그녀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며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지 못한 채
평생을 혼자서만 살아왔던 터.
인생의 막바지, 평생을 지켜온
안경점이 사라지게 되는 것도
세월의 흐름에 따른 변화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는,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거나
자신의 인생이 불행하다고 생각지는 않으며
그 어떤 미련이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인생을 마감한다고 생각했을 때
요시코와 부부가 되지 못했던 생이
허무하다고 생각이 든 그는
추억 밥상을 통해 그녀를 만나
미처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안타까움을
전하고자 하는데…
각각의 사연을 따라가며
어떤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절망과 슬픔 앞에 무너지는 등장인물들,
그리고 전하지 못했던 고마움과 사과,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 위해
고양이 식당을 찾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인생의 한 단면을
새삼 다시 깨달을 수 있었고,
나 역시 갑작스레 소중한 가족과의 이별을
겪어보았기에 그들의 감정에 더더욱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었다.
가족이나 연인, 소중한 관계의 지인 등
누군가와의 '작별'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이미 세상을 떠난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고양의 식당의 존재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가보고 싶은' 장소일까 싶다.
만약 그런 식당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어떤 메뉴를 준비해달라고 할까
그런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니
괜스레 마음 한편에 눌러두었던
그리움이 다시 살아나 먹먹해지기도 했다.
식당을 찾아 추억의 음식을 맛보며
이미 저세상으로 떠난 소중한 사람을
다시 만나는 등장인물들은
그 만남을 통해 아픔을 치유하고
슬픔을 넘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했고,
또 서로 미안했던 마음을 나누거나
사랑을 확인하며
따스운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
후회로 가슴에만 남긴 말들을 주고받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울컥하기도,
위로의 감동의 마음을 느낄 수도 있었다.
각각의 등장인물이 한 명도 빠짐없이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를 갖고 있기에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이별 앞에
우리는 매 순간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게
최선과 진심을 다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큰 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했고,
그저 한 그릇의 음식이지만
고인과의 추억을 되짚기도 하고
마음을 달래주며 위로가 되는 음식들은
살아온 인생 속 다양한 추억의 순간들을
충분히 곱씹을 수 있게 해주어
'맛'을 넘어선 '그리움'을 맛볼 수 있게 해주었다.
실제로 이런 식당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판타지로나마 그리움과 후회를 녹여낸
히마리와 미나토, 신지와 시게루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실제로 각자의 가족, 연인을 만나
사랑을 확인하고 위로를 얻은 것인지
혹은 음식을 먹으며 빠져든 생각 속
'꿈과 같은 경험'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삶을 소중히 여기고
지금의 행복을 아낄 줄 알아야 한다는
책의 따스하면서도 묵직한 조언은
감동을 넘어 오래 마음에 새기고 싶은
그런 인생관이 될 것 같다.
《고양이 식당》시리즈를 즐겁게 읽어온
기존 독자들은 물론이거니와,
소중한 사람이 있는 누구에게든
따스한 위로와 힐링으로 다가올 것이기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