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두콩의 비밀
오가와 이토 지음, 이지수 옮김 / 더블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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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매일의 풍경에서 벗어나

훌쩍 다른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평상시와는 다른 모습의 일상,

그곳에서만의 루틴이 생기게 된다.


활발하고 적극적인 사람도

낯선 풍경 속에서 조금은 차분하게

그곳의 정취를 만끽하기도 하고,

내성적인 사람이 되려 나를 아는 이가 없는

이 분위기에 한껏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내가 살아온 곳과 다른 계절, 풍경,

다른 날씨를 온몸과 마음으로 겪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나의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시간이 흐르며 차곡차곡 쌓이는 날들 속에

더없이 알찬 경험과 행복이 쌓인다.


인생 후반전을 코앞에 두고

남편, 반려견과 함께 떠난 낯설고 먼 타국,

베를린에서 보낸 일 년의 일상을 담은

오가와 이토의 에세이 《완두콩의 비밀》.

2017년의 일기를 엮은

전작 《두둥실 천국 같은》에 이어

2018년 그녀가 써 내려간 일기들을 엮었다.


낯선 타국에서의 생활은

어린아이의 매일처럼 좌충우돌투성이다.

하지만 아이가 발걸음을 떼고

부모에게서 한마디씩 말과 단어를 배우듯

라디오를 들으며 독일어를 배우고,

또 동네를 산책하며 새로운 이웃을 사귀거나

추운 겨울에 이불 속에서 반려견과 꼭 끌어안아

온기를 나누는 소소한 매일의 일상,

때로는 떠나온 고국과 음식을 그리워하며

추억 어린 음식을 만들어 먹는 하루는

특별하지 않지만 잔잔한 행복을 안겨준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행복하고 '어쩐지' 즐거운

작가의 매일을 따라가다 보니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독일 베를린의 생활이

그녀의 것을 넘어 나의 경험이 되는 기분이었다.


어떤 날에는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고,

물에서 둥실둥실 몸을 띄운 채

우주에 내던져진듯한 느낌을 만끽한다.

시장에서 파는 신선한 재료로

몇 가지는 부족하지만 그리운 맛을 찾거나

된장을 만들고 나누며 정을 나눈다.


한 번씩 남편이나 작가 당사자가

집을 비우고 일본에 다녀올 때면

반려견 유리네와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며

다시 만났을 때 마주하는

가족과의 사랑, 단단한 안정감까지

평범하지만 더할 나위 없는 행복한 하루가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사실 인생이란 게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누군가에게 보이는 내 모습에 신경 쓰거나

무언가 이뤄내고자 하는 성취를 덜어내고

그냥 하루하루의 작은 즐거움만 있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


한 해의 시작인 1월 1일부터

이듬해를 앞둔 12월까지

1년 사계절, 계절의 변화를 따라

꽉 채워 그 순간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작가의 일상을 통해

잊고 있던 행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들여다보면 모두의 삶에

이만큼 가득한 행복이 있다고,

작가처럼 삶을 긍정하고 아름답게 바라볼 때

일상의 스트레스는 저 멀리,

조이풀하게 둥실둥실 떠오르는 기분으로

매일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 한구석에 있는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스르륵 녹여주었다.


다정하게 매일을 바라보는,

또 특별하지 않은 하루들을 어여삐 여기며

어느 날에는 주름 없이 잘 삶아진

완두콩에 행복을 느끼는 인생.

누구에게나 걱정과 불안은 있겠지만

거기에 침잠하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그저 오늘을 살아내자는 마음이 잔잔한 감동,

롤 모델 삼고 싶은 마음이었다.


유유히 흘러가는 매일을 애정하는 마음을

일러주는 책 속의 문장들을 잘 새겨

나의 하루를, 일상을,

슈퍼 조이풀하게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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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가 - 서른에 다시 읽는 어린 왕자
김진하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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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오후 네시에 네가 온다면,

난 세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기다림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우와 어린 왕자의 대화.

이 문장뿐 아니라 어린 왕자 속 명대사들은

사랑하는 연인들 사이에서,

혹은 동심을 잃은 어른들에게

순수함을 일깨워 주며 회자되었다.


여섯 살 남짓의 금발머리를 한 작은 남자아이,

조종사를 깨워 양을 한 마리 그려달라거나

모자처럼 보이는 그림을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이라 일컫는 모습은

나에게도 흐릿하지만 오랜 여운으로 남았다.


순수함을 상징하는 존재,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어린 왕자 이야기.

조금은 엉뚱한 듯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내뱉고

때로 떼쓰는 어린 아이 같은 그는

내 눈에는 마냥 착하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명확한 기승전결이나 권선징악의 구조를 가진

다른 이야기들과 달리,

분명 동화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렵기만 했다.


생텍쥐페리의 대표작 《어린 왕자》를

해설해달라는 질문을 받고,

오랜만에 책을 다시 펼치며

'어른이 된다는 것'의 본질을 성찰한

김진하의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가》.


나이나 사회적 역할에 매여

숫자와 계산으로 세상을 보고,

관계를 기능과 역할로 환원하며

상상력을 잃은 어른들에게

이 책은 진정한 성숙의 의미를 되묻는다.


작가 역시 《어린 왕자》를 다시 읽으며

어린 시절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문장들이

어른이 되어 비로소 이해되었다고 했다.


그의 시선을 따라 추억의 동화를 다시 읽다보면

책의 제목인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가?'

라는 질문은 결국 '우리는 언제 다시

어린이가 될 수 있는가?'로 변모한다.


책은 어린 왕자와 그가 여행한 소행성들,

여우와 장미꽃, 바오밥 나무와 조종사 등

책 속의 에피소드를 풀이하고 있지만

원문 소개, 원작자의 관계나 결핍,

그가 살았던 시대의 사회적 상황을

함께 맞물려 해설하면서

단순히 이것이 어린이를 위한 동화가 아닌

어른들을 위한 소설임을 일깨운다.


나 역시 어린 시절에는

장미꽃과의 사랑, 여우와의 길들임,

조종사와의 교감만을 기억했지만,

다시 읽으며 사랑의 불안정성,

권력과 허영, 탐욕의 가치,

길들임이 말하는 책임,

그리고 어린 왕자의 죽음을 통해서

성숙의 과정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이런 내용을 읽었었던가' 싶을 만큼

익숙했던 이야기가 낯설게 다가오며,

지금 나는 어떤 방식으로 세계와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가 스스로 질문하게 되었다.


책은 진정한 성숙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과정에 있음을 강조한다.

어린 시절의 감각과 호기심을 찾는 것이야말로

어른에게 필요한 덕목이라는 것.


관계는 효율이나 이익이 아니라

책임과 유대를 통해 깊어지고,

그때 비로소 '나만의 한송이 장미꽃'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어린이에 대한 동화 같던 이야기가

책의 후반부를 갈수록

어린 왕자의 죽음, 조종사의 상실감을 다루며

동화가 아닌 어른들을 위한 묵직한 소설로 변모한다.


지구를 떠나 작은 별로 돌아간다 말하며

자신이 남긴 껍데기에 너무 슬퍼하지 말라는

어린 왕자의 말은

더 이상 그를 어린이로 두지 않는다.


여러 소행성을 돌고, 지구를 거쳐

자신만의 작은 별로 돌아가는 어린 왕자를 통해

성숙은 목표가 아닌 여정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을

마음으로 발견하는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어렸을 때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다시 마주하며,

같은 문장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한 경험은

지금의 나를 성찰하게 만들었다.

여전히 불안정한 나날들이 이어지지만,

다시 어린이가 되는 용기를 가지고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이 동화에 이렇게나 인생과 사랑,

삶에 대한 의미가 담겨있었나 싶다.

이 책의 메시지를 발판삼아

매일을 다시 어린이가 되는 마음으로,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는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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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둥실 천국 같은
오가와 이토 지음, 이지수 옮김 / 더블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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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비슷한 매일이 반복되는 일상,

그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고

즐거움을 만끽하기란 쉽지가 않다.


지나고 과거를 다시 돌아보며

그때 참 좋았는데 하며 아쉬워할 때도 있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행복을 체감하지 못하고

늘 뒤늦게 과거를 후회하며 사는 것 같다.


나 역시 하루의 조각들을 모아보고자

블로그에 매일의 일상을 기록하지만,

쓰면서도 그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과거의 오늘' 알림이 울려

지난 일상의 기록들을 되짚다 보면

문득 소소함 속에서 충만하게 느껴지는 행복,

잊고 있던 추억을 되새기며 즐거워진다.


《두둥실 천국 같은》은

일본 힐링 소설의 대표 작가인 오가와 이토의

2017년 한 해의 일기를 모은 책으로,

그녀가 일상에서 캐낸 소소한 순간과 감각을

소설 속 문체처럼 따뜻하고 잔잔하게 담아냈다.


대단한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고,

행복하고 즐겁지 만은 않은 순간도 있지만

삶을 무겁게만 바라보지 않고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은 기쁨과 여유를 통해 마음을 치유하고

다시 하루를 살아내는 그녀의 기록을 보며

가볍게 살아가는 행복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삶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질 수 있었다.


책의 시작은 오랜시간 갈등했던 어머니와의 관계가

'글쓰기의 시작'이 되었음을 고백한다.

때로는 폭력과 상처를 안겨주었기에

마냥 행복하지 않았던 부모-자식 관계였지만,

어머니와의 작별을 경험하며

마냥 밉기만 한 감정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학창시절 부모님과의 마찰이나

행복하지 않은 내용을 일기에 그대로 쓸 수 없어서

주변의 풍경과 생활 속 작은 물건처럼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했고

그것이 본인이 작가가 된 시작이라 추억했다.


그리고 그녀만의 감성이 잘 녹아든

작품을 연상시키듯

거창한 목표나 성취보다는

일상 속에서 느끼는 작은 기쁨으로

하루하루가 풍요로워진 경험을 따라가며

단순하고 가볍게 사는 삶,

그것이 얼마나 편안한 행복을 주는지 일깨워 준다.


책은 그녀를 따라 일본에서 베를린으로,

때로는 혼자 어학원에 가서 언어를 배우는

초심자이자 낯선 외국인으로

또 어떤 때에는 남편 펭귄, 반려견 유리네와

소박한 가족 간의 정을 느끼며 일 년을 지나간다.


베를린에서 만난 낯선 이들과의 만남,

그리고 감사한 인연들과 함께 한 추억처럼

누군가의 하루를 들여다보면서

인생을 흘러가는 대로 받아들이는

가벼움의 미학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일본과 베를린의 생활습관의 차이,

고국을 그리워하며 만드는 음식이나

낯선 곳에서 만끽하는 새로운 즐거움 등

가벼이 스쳐 지나가기 쉬운

하루의 조각들 중에서 어떤 의미,

행복을 발견하며 이를 기록하며

그런 마음이 그녀의 작품의 씨앗이 되었음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고


때로는 정치나 사회 이슈에 분노를 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매일 속 자기 기분에 솔직하게,

하루하루를 자유롭게,

그리고 가장 자신다운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삶을 향한 그 긍정적인 태도와 맑은 에너지는

나의 기록을 되돌아보게 하며

마냥 닮고 싶은 행복한 시선이었다.


평범한 일상을 어쩜 이렇게 청량하게,

마음가짐에 따라 각별한 행복으로 만들 수 있는

그 태도가 참 부럽고 또 아름다웠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내가 체감할 수 있는 행복의 크기와 양이

달라질 수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고 나니,

일상의 순간은 각별한 행복으로 받아들이는

작가 특유의 감성을 본받아

나 역시도 밝고 행복한 매일을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더 나아가, 숙제처럼 오늘의 일을 나열하며

즐겁고 행복한 감정은 쉬이 휘발시키고

힘들고 속상한 기분만 자세하게 써 내려간

나의 기록과 일기를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무거운 현실을 살다 보면

일상에 지쳐 소소한 행복을 놓치기 쉽다.

반복되는 매일에 매너리즘에 빠져

따스하고 가벼운 위로 필요한 이들에게

소소한 행복을 일깨워 주고

매일을 긍정하게 해주는 책이 될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어

작은 것들에 집중하는 시간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나의 하루에, 그리고 일상에 지칠 때

두둥실 천국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이 책의 따스한 감성을

두고두고 아끼며 한 장씩 펼쳐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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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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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위탁가정과 보호시설을 전전하며

외롭게 살아온 막 열여덟 살이 된 루이사.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유일한 '내 사람'인

친구를 잃고는 상심에 빠진다.


친구와 언젠가 함께 보러 가자고 약속했었던

「바다의 초상」을 보러 갔던 미술관에서

작품을 해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고

도망쳐 나오다가 어떤 노숙자와 부딪친다.


그녀를 쫓는 경비와 경찰로부터

시선을 돌려준 노숙자와 우연히 대화를 시작하고,

푸념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다가

그와 함께 벽면에 그림을 그리게 된다.

함께 그림을 그리던 노숙자가 그린

해골 모양을 보고 그의 정체를 알아챈다.

그는 바로 작품을 그린 C. 야트.

루이사는 그와 만난 기쁨으로

벅찬 경험을 뒤로 한 채

다시 자신만의 길을 향해 나선다.


다음 날 들려온 작가의 부고.

화가의 작품에 숨겨진 이야기가 눈에 보이는,

또 그림 속의 아이들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그들이 유일한 '내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소녀는

전날 화가와 함께 했던 추억의 장소를 다시 찾게 되고,


운명처럼 그곳에서 화가의 친구이자

그림 속 아이들 중 한 명인 테드에게서

화가가 죽기 전 전 재산을 털어 다시 손에 넣은

「바다의 초상」을 선물로 받게 된다.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그림을 자신에게 넘긴 이유가 궁금한 루이사는

화가의 마지막을 지킨 친구 테드와 동행하며

기차 안에서 그림 속 아이들에 얽힌 사연을 듣게 된다.

과연, 이 그림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인터넷에서 '우정은 한쪽 성별만 바꾸면 사랑'

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었다.

인생에 있어 가장 일렁이는 사춘기 시절,

하루 종일 함께 부대끼며 시간을 보내고

대수롭지 않은 일들을 함께 하며

울고 웃었던 그 시간들 속에서

그 어떤 마음보다 깊고 진한 사랑이 샘솟는다.


성적에 대한 고민, 가정환경 등

각자가 짊어진 무게와 형태는 다르지만

그래도 친구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보듬고

구원해 준 그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난 후에도 '버틸 수 있는 힘'이 된다.


《나의 친구들》 속

잔교의 아이들도 서로에게 그런 존재이다.

가정폭력, 학대, 따돌림 같은 잔혹한 현실은

아이들의 삶을 퍽퍽하고 고달프게 만들지만,

그런 현실을 버티는 아이들에게

잔교와 바다는 유일한 안식처이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이 장소에서

서로의 비밀을 나누며 농담을 나누는

이 친구들과의 우정과 사랑은

서로에게 '내일을 살아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준다.


그런 마음에서 시작된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은

25년의 시간이 지나 지금의 루이사에게도

같은 감정과 위로로 다가온 것일 터.


그 그림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차린

루이사와의 만남을 이야기하며

화가는 친구 테드에게 '우리 과'라고 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다른 시간과 장소에 살고 있는 이들이

서로를 '내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이 아름다운 만남과 공감, 연대가

타인과의 따뜻한 접촉, 우정을 그리워하는

모든 세대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낼 것이다.


각자가 가진 상처, 바쁘게 사느라

나 하나만 지키기에도 벅찬 요즘이지만

가장 어둡고 비참한 시간 속에서도

서로를 붙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무너지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그리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이들일지라도

서로에게 기댐으로써 서로가 서로를 구원하고

또 삶을 인간답게 살아내게 만든다는 메시지가

친구 그리고 우정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 주었다.


그저 작품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이유로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손에 넣은 그림을

루이사에게 넘긴 화가의 마음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무작정 자신을 따라오는 그녀를

친구인 화가의 말 한마디에

믿고 함께하는 테드, 그림 속 아이들의

단단한 우정을 보며

문득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 학교 선생님, 주변 어른 누구에게도

다정한 눈길 한 번 받지 못했던 아이들이지만,

이들은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가장 초라하고 고통스러운 순간까지

서로를 외면하지 않고 손을 붙들었다.


누군가를 지키고 책임지는 것,

그 사람을 위해 한 발 더 용기를 내는 것.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지키는 아이들의 우정은

그저 따스한 위로를 넘어

한 인간을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구원하는

숭고한 무엇이 되어 있었다.


그런 감정을 마주하고 나니

문득 나의 어린 시절 친구들의 이름을 떠올리며

힘들 때 나를 붙들어준 마음을,

오랜만에 그리움을 피워올렸다.


잊고 있던 과거의 추억을 되살리는 것을 넘어

배크만의 소설은 상처를 들키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단단히 감싸고 있는 등장인물들이

끝내는 혼자 외롭게 무너지지 않는 모습으로

마음을 몽글하게 만든다.


투덜대면서도 서로의 손을 잡고,

때로는 눈물을 닦아주거나 옆에 있어주는 식으로.

그저 동정이나 연민이 아니라

무엇보다 깊은 공감과 연대로

서로가 가진 고통을 함께 짊어지는 이 마음이

엉망이 된 누군가의 삶을 기어이 구원한다.


어둡고 막막하지만 초라하지 않고 청량한,

마냥 고통이 아닌 '절대 바꾸고 싶지 않은'

시절로 만들어주는 친구들과의 우정,

끊임없이 찾아오는 상심과 절망인 삶에서

견디는 힘이 되어주는 이 절절한 우정은

기적처럼 다가왔다.


해피엔딩이라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먹먹해지는 순간이 많았지만,

'슬픈 결말처럼 들리지만

우리의 이야기 속에서 웃음을 터뜨린 게

몇 번인지를 기억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테드의 말처럼 오랜 여운이 남는

따스하고도 아픈 이야기였다.


또 화가와 친구들, 루이사가 그랬듯이

나 역시 이런 친구가 되고 싶다는 바람,

나는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는가

질문을 던지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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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인의 말하기 수업 - 말수가 적어도 인정받는 사람들의 말하기 전략
김해리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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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대학시절 광고홍보학을 전공하면서

수업 시간에 발표할 일이 참 많았다.

기발한 생각이나 아이디어,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내는 전공의 특성 때문인지

대부분의 동기들은 거리낌이 없어 보였지만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내성적인 성격의 나는 발표가 참 어려웠다.


발표를 앞두고는 두근거림이 심해서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이야기를 이어갔지만

방망이질 치는 가슴으로 매번 긴장감이 뒤따랐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발표가 제법 익숙해지긴 했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할 때에도

늘 '말하기'를 앞두고 위축되는 마음은

지금도 여전히 변함이 없다.


분명 수도 없이 준비를 하고 연습을 했음에도

왜 이렇게 몸이 얼어붙고 목이 빳빳해지는지,

때로는 미처 준비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질문이 이어질 때면 머릿속이 하얘지며

말문이 막힐 때도 많았다.


덜덜 떨리는 내 목소리에 더 긴장했고

그런 경험이 기억에 남으면서

악순환이 반복되듯 발표를 피하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긴장하지 않고

내가 전하고자 하는 말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내향적인 성격의 내게

발표 내용을 준비하는 것보다 더 큰 과제였다.


내향적인 성격을 가졌음에도

15년간 스피치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해리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깨달은

말수가 적어도 인정받는 말하기 기술을

이 책 《내향인의 말하기 수업》에 담았다.


내향적인 사람들이 말하기 상황에서 겪는

두려움과 어려움에 공감함과 동시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억지로

외향적인 가면을 쓰지 않아도 괜찮다며

진심을 담은 한 문장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내향인은 말하기에 앞서 몸부터 얼어붙고

감정이 치밀어 오르는 경험을 자주 한다.

가볍게는 새로운 사람들과 만났을 때의 자기소개,

회의나 면접, 발표 등 타인과의 대화에서

중요할 때 말문이 막히는 경우가 많다.


작가는 이를 단순히 말하는 기술,

즉, 화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감정과 몸, 목소리가 얽혀있는

내향인의 특성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작가는 15년간 스피치 강사로 활동했지만

자신 스스로를 극내향인이라 소개한다.

'내향인인데 어떻게 강사를 할까' 싶지만

그녀는 말하기는 화려한 기술을 뽐내고

크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진심을 꺼내어 연결하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때로는 떨리는 작은 목소리,

혹은 많지 않은 적은 말로도

충분히 진심은 전달될 수 있다며

말할 때마다 긴장되는 내향인들에게도

응원과 격려의 마음을 아끼지 않는다.


책은 말하기에 앞서 위축되는 내향인들의

행동과 심리적인 특징을 이야기하며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며 시작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반복한 끝에

해결책을 찾아낸 자신의 경험을 전하며,

책을 읽는 내향인들에게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그리고 자기소개, 회의, 면접이나 발표 상황 등

각 상황에 따라 내향인이 준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말하기 방법을 다루며

각자의 상황에 맞는 실행법을 제안한다.


주요 실전 전략으로 '한 호흡 한 문장'을 강조한다.

중요한 순간에 필요한 것은

타고난 재능이나 큰 용기가 아니라,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정리해

한 문장을 꺼내는 힘이라는 것.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박자나

말이 이어졌다 끊어지는 속도,

멈췄다가 다시 이어가는 반복의 패턴 등

리듬을 통한 말하기 훈련법은

어렵지 않게 누구나 시도해 볼 만한 것으로

책을 따라 문장을 읽고 훈련을 하며

자신만의 말하기 비법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내향적인 성격은 항상 말하기나 발표에 있어

마냥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엄청 긴장하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긴장을 지우거나

외향적인 이들처럼 큰 목소리와 유쾌한 표현 등을

애써 연습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억지로 외향적인 척할 필요 없이,

내향적인 나 그대로도 충분하다는

작가의 다독거림이 큰 힘이 되었다.

진심을 담은 한 문장만으로도,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과

충분히 강력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문장은

발표에 대한 두려움을 지울 수 있게 도와주었고,


말하기는 상대를 설득하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차분히 정리해

연결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니

이제는 그럴듯한 말하기 보다

내실을 채우는 말하기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책을 읽으며 말할 때마다 긴장하는

내 마음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차근차근 연습을 쌓아가다 보니

어느덧 말하기에서 겪는 불안과 긴장을 지우고

'내 목소리는 작지만 진심은 충분히 강하다'는

단단한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챕터마다 지금까지의 나를 돌아보고

새로운 시선을 채우며,

한 호흡 문장 만들기로 생각을 정리하는

연습 노트가 준비되어 있어서 더욱 알차게 느껴졌다.


말하기는 화려한 언변이나 재치 같은

기술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마음을 담아

전달하는 것이라는 책의 교훈을 새기니

말하기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내향적인 성향은 집중력, 성실함,

깊은 사고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마냥 말하기에 '단점'이 아니라

차분함과 진정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은

위축되어 있던 마음에 위안이 되었고


거창한 훈련 없이도

내 호흡과 리듬을 의식하는 작은 습관만으로도

말하기의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는 기대는

앞으로의 '말하기'에 용기를 주었다.


떨리거나 느린 말투, 작은 목소리라는

불완전한 목소리도

오히려 상대에게는 진솔하게 들릴 수 있기에

먼저 위축되고 나를 폄하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나에게서 장점을 찾아

자신 있게 말하기를 시도해 봐야겠다는 마음이다.


우리의 삶에서 말하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말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수많은 이들에게

이 책은 '나도 충분히 잘 말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리라 생각한다.


덕분에 한 단계 레벨 업을 한 기분이 든다.

차분하게 말하지만 조용히 이기는 말하기,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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