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박상영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6월
평점 :
품절


한창 일 속에 파묻혀 있다 보면 휴식이 절실해진다.
이 힘들고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 훌쩍 먼 곳으로 떠나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싶은 건 모두 그럴 터.

나 또한 몇 주 째 이어지는 주말 출근과 야근에 지쳐
오매불망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드디어 그런 시간을 갖게 되었으나 그렇다고
대단한 여행이나 외출을 단행하는 것은 아니고,
읽고 싶었으나 바빠서 펼쳐보지 못한 책 몇 권을 들고
방 한켠 편한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내거나
도서관의 한적한 자리를 찾아 책을 펼치는 게 전부다.
혹은 미루어두었던 포스팅을 쓰거나,
작업실에 가서 나중에 필요한 제반 작업을 하기도 했으니
누가 보면 이게 무슨 휴식이야 싶을 것이다.

이토록 '쉰다'라고 대단한 듯 결심을 해놓고도
제대로 쉴 줄 모르는 내가 우스워 피식하다가
그 휴식의 시간에 펼쳐든 책에서
'나 같은 사람 여기 또 있네.' 하며 동질감을 느꼈다.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믿음에 대하여》라는
전작을 통해 호쾌하면서도 재미있는 글로
나에게 '믿고 보는 작가'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
박상영의 신작 에세이다.

이 책은 제대로 쉬는 데 영 소질이 없는 박상영의
‘쉼’과 ‘여행’에 관한 기록한 책이다.
1부는 광주, 강릉 등을 여행하며 20대 시절 힘들 때마다
유럽과 뉴욕으로 도망치듯 떠났던 추억들을 회상하고,
2부에서는 슬럼프 극복을 꿈꾸며 찾았던
제주 최남단의 섬 가파도에서의 이야기를,
3부는 여행 예능 도전기와 그에게 삶의 쉼표가 되어준
‘사람’ 이야기까지, 그의 삶에 존재했던 쉼의 전부를
담아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동안 읽어온 그의 작품의 영향인지
박상영 작가에 대해 굉장히 털털하고 수더분한
그러면서도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사람으로,
일을 할 때도 고민 없이 쉽고 과감하게 글을 써 내려가고
쉴 때는 확실하게 일에서 벗어나 자신을 내던지는
워라밸이 확실한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보니 대도시의 워커홀릭인 그는
온전한 쉼에 이르지 못하고 헤매는
유약한 현대인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휴식과 충전을 벼르고 들어간 가파도의
아티스트 레지던시는 끝없는 벌레와의 전쟁이
이어지는 곳으로 때때로 태풍에 발이 묶이는가 하면
지긋지긋한 불면증으로 낯선 방에서 잠을 설치기 일쑤다.
하필 친구들이 방문하는 날 나타난 코로나 증상으로
20여 분을 걸어 PCR 검사까지 받았던 일은
그나마 가볍게 웃을 수 있는 해프닝이다.

도통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그 쉼에서도
그는 매번 코앞에 다가오는 마감을 마주하고,
어찌어찌 글쓰기를 이어가는 속에서
그럼에도 또다시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을 꿈꾼다.

그의 시간을 따라 전국 이곳저곳, 그리고 타국까지
타인의 시선으로 담은 다양한 여행지를 다녀오는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서울살이가, 글쓰기가, 삶이 버겁다는 이유로
매번 그는 어딘가로 향하고,
완벽한 여행과 휴식에 끝내 실패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

자주 아프고 탈이 나는 예민한 컨디션의 소유자이자
유리 멘탈인 그이지만,
곁에 늘 있어주는 든든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비록 완벽한 100퍼센트의 순도를 가진 휴식이 아니라도
그를 충분히 충전시켜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가 일상의 빈틈에서 채워나간 그리고 앞으로 채워나갈
소소한 휴식은 다시 삶을 내달릴 수 있는 힘이 되기도,
잊고 있던 마음과 감각을 되찾아줄 테니
그 순도를 따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작가는 이 여행의 기록을 갈무리하며 마지막에
다시 한번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곱씹었다.
그리고 삶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실은 누구보다 열렬히 생을 사랑하는 자신의 모습과
겹쳐 보며 또 다른 여행과 휴식을 꿈꾸는 포부로
이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제대로 쉴 줄 모르는 자신에 대한 고백을 시작으로
그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던 여행 이야기를 따라가며
특유의 유쾌하고 즐거운 유머 코드에 웃기도 하고,
마감에 쫓기고 스스로에게 가진 강박과 불안을
극복하고자 애쓰는 그에게 연민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여행 이야기를 담았어도 끝끝내 책의 말미에서조차
그는 여전히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지만 실은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어떤 형태 로든의 '휴식'을 통해
다시금 일상을 살아낼 힘과 양분을 얻고,
열심히 생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그의 여행기가
실은 모두가 여행을, 휴식을 꿈꾸는 이유를
제대로 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긴 격무를 끝내고 쉬며 펼친 책 속,
그 안에 담긴 그의 여행을 따라 절로 마음이 편해졌다.
휴가 속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의 애씀으로
책을 읽는 나의 휴식이 완벽해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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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심리학 카페 - 흔들리는 삶의 중심을 되찾는 29가지 마음 수업
모드 르안 지음, 김미정 옮김 / 클랩북스 / 202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여기 한 사람이 있다.
일곱 살에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뒤
탁아소에 맡겨져 외로웠던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어른이 된 이후에야 비로소
온전히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며 행복한 장밋빛 미래를 꿈꾸게 되었다.

그러나 그 행복도 잠시,
아이를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갑작스레 뇌출혈로 남편이 세상을 떠나게 되며
그녀는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된다.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고통 속에서
매일을 보내던 그녀는 자신만을 바라보는
아이를 보며 용기 내어 자신에게 닥친
이 고통의 깊은 늪으로부터 빠져나오기로 결심한다.

그녀가 선택한 것은 정신분석 치료와 심리학.
10년여의 긴 시간 동안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온
자신의 상처와 우울을 제대로 마주했고,
마침내 그 끝에 자신의 삶을 새로운 방향으로
성장하도록 이끌게 된다.

스스로의 상처를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그녀처럼 마음이 아픈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주는 심리학자로서의 역할까지 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바로 이 책을 쓴 작가 모드 르안으로,
프랑스 파리의 한 지하 카페에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심리학 카페를 열고
마음에 상처 있는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 책은 그녀가 심리학 카페를 운영하며 만난
5만여 명의 심리 상담 내용을 하나로 모아
현대인들이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끌어안고 있는 문제를 마주하고 극복하기 위한
처방전을 담아낸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무탈하게 평범한 매일을 살아가는 사람도
유난히 어떤 날에는 마음이 지쳐 힘든 날이 있다.
평소엔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던
일과 사랑, 인간관계에서의 뾰족한 상처가
하루는 너무 크게 다가와,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아프다' 표현하지 못한 채 속마음을 외면하고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한 가면을 겉으로 드러내는
그런 날 말이다.

이 책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그런 날
일상, 상처, 사랑, 인간관계, 인생에서
우리가 쉽게 가지는 고민에 대해
제대로 진단하고 마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조언과 위로의 말을 건넨다.

혼자 있을 때조차 마음껏 울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결정하는
상처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설령 그 사람이 부모일지라도
당신을 상처 주게 하지 말라는 단호한 조언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로 인해
스스로를 형편없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당신은 여전히 괜찮은 사람이며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에도 분명 힘이 있다고
따뜻하며 잔잔한 마음을 건네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통해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간관계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

인생에 완벽한 선택은 없지만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자신뿐이니,
이제는 흔들리지 않고 삶의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때로는 멈추어 쉬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인생 선배 같은 마음까지 담았다.

책의 서두에서 작가는 자신의 카페를 방문한
한 손님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여기까지 오느라 그동안 많이 힘드셨죠?
이젠 이곳에서 잠시나마 실컷 울고 가셔도 됩니다."

그 말 한마디에서
어딘가에 기대어 어려움을 토로하고 도움을 받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였던 자신의 마음을
모두 헤아려준듯해 눈물을 쏟았던 손님의 사례처럼,

책을 몇 장 넘겼을 뿐인데 나의 속내를 모두 꺼내어
그녀에게 이야기하고 공감받는 듯한 기분에
한참 울고 난 뒤의 개운함 같은
알 수 없는 후련함에 휩싸이기도 했다.

다른 이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
내가 이렇게 말하면 타인이 상처받을지,
사실은 나도 힘들지만 그렇게 말하면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비칠까 두려워
크고 작은 형태로 다가오는 상처와
뾰족한 마음의 생채기를 외면하느라
스트레스가 많은 나였는데

이렇게 일상, 일, 사랑, 인간관계에서 경험한
다양한 형태의 마음에서 오는 고민들을
올바르게 바라보고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된
독서가 아니었나 싶다.

책의 첫 장을 펼칠 때만 해도
내 얘기를 하는 듯 전부 공감이 되어 뜨끔하던 마음이
책을 덮을 때쯤에는 '이제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하는 단단한 결심으로 마무리된다.

나의 삶과 내 인생인 만큼
누구 보다 내 마음에서 내는 불안과 고민에
제대로 귀 기울여 외면하지 않는 자세를
의식적으로 가져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세상이 뭐라 하든 휘둘리지 않고
당신을 지킬 힘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는 사람이 아닌,
그저 당신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입니다."

삶에 무엇을 채울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은
그 삶을 살아가는 나의 권한이다.
타인의 기준과 잣대에 맞춰 그들이 채워 넣은
인생을 살면 진짜 내 인생이 될 수 없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마음에 울린다.

내 삶에 무엇을 채워 넣을지
스스로 고민해 결정하는 주체적인 노력으로
'진정한 내 삶의 주인'으로서 나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한 번씩 멈추어 서서 스스로를 찬찬히 돌아보는
시간을 꼭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 흔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주저 없이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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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이곳이 좋아집니다 - 낯선 곳에서 나 혼자 쌓아올린 괜찮은 하루하루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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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이자 에세이스트로
수짱 시리즈 등을 통해 그 이름만으로도
최고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가, 마스다 미리.

스물여섯 살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무작정 오사카에서 도쿄로 상경해 벌써 28년째
'나혼산'의 삶을 살고 있는 싱글 여성이다.

유명인들의 혼자 사는 집과 생활을 소개하는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 덕에
독립생활에 대한 로망과 기대치가 높아졌는데,
좋아하는 작가의 혼자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니
더없이 큰 기대로 펼쳐보게 되었다.

30대이지만 학창 시절을 포함해
대학생 시절에도 집에서 통학을 했고,
완연한 어른인 지금까지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
'나만의 취향이 담긴 내 집'에서 살아가는 삶이 어떤지
실제 겪어보지 않았기에 참 궁금하던 찰나였다.

독립생활이라고 하면 마냥 자유롭기만 하고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좋기만 할 것 같았는데
그 안에 담긴 나름의 고독과 외로움,
낯선 곳에 혼자 동떨어져 있다는 쓸쓸함이라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새삼 알 수 있었다.

본가에서 한참 먼 곳으로 터전을 옮기는 그 시작부터
아직 고정된 직업이 없는 그녀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어찌어찌 작고 소박한 상점가 앞 멘션,
낡았지만 볕이 잘 드는 그 집에 처음 들어선 날
'바로 이 집이다'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으리으리하지는 않지만 그 소박한 집에서
오히려 포근함과 안도감 같은 걸 느꼈으리라
글을 통해서나마 인생 첫 '혼자 사는 집'을 맞이한
작가의 기분을 짐작해 보았다.

낯섦으로 시작하는 타향살이,
나였다면 '어서 직장을 구해서 안정된 삶을 살 거야' 하고
부담 어린 생각에 사로잡혔을 텐데
그녀는 특유의 느긋함과 태평함으로
냉동실 속에 쟁여둔 맛있는 빵 하나와
푹 자는 낮잠에 행복해하며
새로운 도화지를 선물받은 아이처럼
미래를 내 손으로 하나하나 색칠해나갈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온통 삶을 채워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도 방범을 위해 남성용 트렁크 팬티를 하나
베란다에 널어놓기도 하고,
때로는 아래층으로 번진 누수에 사과하러 가는
쩔쩔매는 사건들을 처리하기도 하며
점점 혼자 살아가는 삶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기댈 곳 없이 상경해 오로지 혼자 힘으로 사귄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고독하지만 외롭지만은 않은 이 도시에서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

나를 시험해 보고 싶은 기분,
한편으로는 가족과 떨어지기 싫은 기분.
그 양가의 기분 속에 결심한 독립생활에서
그녀는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해 자기다움을 발견하고
비로소 '진짜 나'를 스스로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쌓아간 스물여덟 해의 생활이
지금 발표하는 작품마다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바탕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녀의 기억을 따라 스물여섯 살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혼자 사는 삶을 엿보며 독립생활에 대한 대리만족,
겪어보지 않은 그 안에 담긴 희로애락을
이렇게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된 책이었다.

혼자 사니까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고 챙겨야 한다,
내가 가장이자 보살펴야 할 대상이라는 책임감으로
하루하루의 삶을 꾸려가며 비로소 찾은
본인의 모습이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 것은
어쩌면 긴 시간 애써온 노력을 생각하면
당연한 마음이 아닌가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보낸 반 년여,
그 시절의 한마디를 지나 아르바이트를 하고
일러스트 영업을 위해 출판사를 오가는 그녀.
얼핏 태평해 보이지만 사실은 간절하면서도
주도면밀하게 자신을 기억하게 하기 위한 노력이
한편으로는 애잔하고 일명 웃프게(웃기면서도 슬픈)
느껴지기도 했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해 환상은 이만큼 덜어내고
있는 그대로의 '혼자인 삶'을
제대로 체감하고 생각해 본다.

짐짓 어설프게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한 도시살이,
평온하게 매일을 잘 살아내는 듯싶지만
이따금 한 번씩 찾아오는 고독과 걱정스러움.
그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낸 '나'라는 결과물이
한 번씩 얼마나 애틋하고 기특하게 느껴질까 싶다.

이제는 척척 익숙하게 나만의 호흡과 리듬으로
오히려 더 익숙한 도시생활.
그녀의 성장을 따라가며 한 사람의 인생 흐름과
설렘, 위로, 한 조각의 위로가 스며든다.

독립생활의 좌충우돌을 보며 피식 웃으며 시작해서
한 사람의 인생의 시간을 엿보며 마음이 몽글해졌다.
그녀의 시간을 따라 혼자서,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계속해서 나를 알아가고 나와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배웠다.

마냥 단꿈 같게만 느껴지던 독립의 현실과
그로 인해 성숙해질 스스로에 대한 모습까지
또 다른 의미로 독립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더 가지게 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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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기록 - 내 인생을 바꾸는 작은 기적 기록
안예진 지음 / 퍼블리온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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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참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글을 모르던 시기에도 엄마에게 책을 내밀며
"엄마 책 읽어주세요" 하기도 했고,
스스로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부터는
"우리 누가 책 빨리 읽는지 시합하자." 하거나
친구네 집에 가면 안 읽어본 책을 빌려오기도 했다.

그렇게 책을 좋아하던 아이였던 나였지만,
본격적인 학업과 입시 생활을 하며 독서와 거리를 두고
더 이상 '책을 좋아한다'라고 말하기 어려운 사람이 되었다.

대학생 때는 전공서적은 열심히 들여다봤지만
나를 위한 독서라던가 즐거움을 위해 취미로
직접 책에 손을 뻗는 일은 드물었다.

그러다 문득, 회사를 퇴사한 후
시간적 여유를 가지게 되고
집 근처 단지 앞에 바로 도서관이 개관하게 되며
'다시 책을 좀 읽어볼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뒤늦게 다시 시작한 독서라는 습관은
충분하지 못했던 그동안의 독서를 반성하며,
나의 부족한 점을 책을 읽음으로 인해
조금씩 정보와 내용, 그리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세로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임하게 되었다.

독서습관을 가지게 되면서
읽은 책의 표지를 찍어 SNS에 올리곤 했는데
처음에는 '있어 보이는 느낌이 좋아'
감성적인 구절이나 책 이미지를 올렸다면

갈수록 '책을 읽는다는 행위' 그 자체보다
책으로 인해 새로이 깨닫게 된 것들이 더 크게 다가와,
책에 대한 감상과 기억하고 싶은 책 속 문장들을
이미지로 만들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런 시간들이 쌓이자,
책을 읽고 나면 서평을 남기는 것 역시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았고
조금씩 '독서'와 '기록'을 통해 달라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재미 위주의 소설이나 에세이,
그럴싸한 감성 어린 글로 채워진 책만 찾던
처음에서 업무에 도움이 되는 마케팅 서적,
환경이나 동물권, 개인의 권리 등
다양한 책도 읽어보게 된 것도
읽은 책을 기록하게 되며 얻게 된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더 나아가 블로그를 열어 읽은 책에 대해
생각을 길게 글로 풀어쓰는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성장하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독서기록을 쓰기 시작하면서
이걸 바탕으로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거나
수익을 얻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나보다 먼저 독서와 기록을 시작해
이만큼 성장하고 인생을 바꾸어나간 작가의 글을 보며
앞으로 내가 나아갈 수 있는 방향,
어떻게 책을 읽어나가고 기록해갈 것인가 하는
부분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책을 읽을 때면 다양한 상상의 나래에 빠진다.
소설에서는 주인공의 시점에 푹 빠져
결과를 예측하기도 하고,
책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부분의 정보를 알게 되거나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시선에서 다뤄진
이야기를 읽을 때면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편협한 나의 시각에
반성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한 감상을 단순히 읽은 '순간'에만 느끼지 말고
제대로 기록하는 방법을 익히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인생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걸음으로 만들 수 있도록
'계획성 있는' 독서와 기록이 필요하겠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독서라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책에 담긴
지식을 깨우침으로 인해 한 사람을 성장시켜 나간다.
그렇지만 이것을 또 기록함으로써 얼마나 더 성장하고
인생이 바뀔 수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 독서였다.

'뭐 꼭 그렇게까지 되고 싶은 건 아닌데'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보자'의 마음으로
새로이 독서와 기록을 바라보게 되었다.

앞으로의 독서와 기록이 더 기대된다.
이렇게 쌓아간 나의 독서와 기록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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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이 신경 쓰입니다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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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를 시작으로 참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주말이고 평일이고 할 것 없이 매일을 남아
작업실에서 밥을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
눈뜬 직후 아침부터 저녁에 해가 지고,
밤이 되어 가로등의 불이 들어올 때까지
정신없이 일을 하느라 일상을 들여다 볼 틈이 없었다.

이럴 때면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먹고 사는 게 힘드네' 하고는 마음이 퍽퍽해진다.

무얼 위해 이렇게까지 내 일상도 들여다볼 새 없이
일에만 매달려야 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에
한 번씩 의식적으로 나를 위한 시간,
내 일상을 지켜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하기는 쉬워도
막상 실현하려면 참 쉽지 않은데,
애쓰지 않아도 일상의 사소한 조각에서
그런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바로 이 책에 담겨 있었다.

일본 작가들 특유의 '사건이 없는 슴슴한 이야기'가
취향에 맞지 않는 사람도 있는 반면,
개인적으로는 특유의 서정성 때문인지
일본 작가의 글들을 꽤 찾아 읽곤 했는데
그중에서 최근 몇 년여간 그의 저서를 여러 권 읽곤
푹 빠지게 된 작가가 있으니
바로 이 책을 쓴 마스다 미리 이다.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을 때면 독서를 한다는 느낌보다
나와 비슷한 처지인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
그리고 마치 내 마음속의 이야기를 대신 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 이름이 써진 책과 그림 만으로도
일단 마음이 편해지고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곤 한다.

그래서 바쁘고 피곤한 요즘이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내 일상을 즐거움과 행복 없이
'일'로만 가득 채울 수는 없어 하는 마음이 들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눕기 전 이 책을 펼쳐 들었다.

단숨에 책을 읽어내고는
어쩜 때 마침 이 책을 손에 들게 되었을까 하는
감탄어린 생각이 들었는데,
사소한 일상의 아름다움과 고단한 일상 속
'나만의 틈'을 발견하는 작가 특유의
서정적이면서도 장난스럽고 엉뚱한 시선이
조금은 삐딱해진 마음을 어루만져준 듯
편안한 하루 마무리가 되었다.

책의 서두에서 작가 마스다 미리는
인생에 별 필요없는 확인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내려 갈 수록
그녀가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별 필요없는 확인'이 결코 불필요한 것이 아님을,
그 시간들이 되려 대부분의 시간을 살아내는
나를 다독이고 위로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얼마전 바쁘게 일하다가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길,
신호등을 기다리다가 울타리를 타고 올라온
작은 담쟁이 덩쿨을 보고는 너무 귀엽다는 생각과
그리고 이렇게 자란 어린 잎이 기특하다는 마음에
사진을 찍어두었던 기억이 난다.

일상에 올리면서도 그런 글을 적었었다.

'바쁠수록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이나
사소한 행복을 놓치지 않고 챙기고 싶다.
세상에 중요한 가치가 많지만,
소소한 것들이 쌓여 완전한 행복이 되는거니까
일이나 돈, 물질 같은 것 말고도
이런 자연의 아름다움도 챙기고 싶다.' 하고.

어쩌면 내 마음 한 구석에서도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자리잡고 있었나 보다.

그런 마음이 결코 어리숙한게 아니라고,
이런 작은 소소함 속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만끽할 수 있을 때 일상과 인생을 살아가는
나만의 취향을 깨달을 수 있는 거라고
토닥여주는 기분이라 어쩐지 뭉클해지기도 했다.

문득 이렇게 피곤하지만 침대 머리맡에서
좋아하는 책 한 구절을 읽어내려 가며
마음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핑도는 이 순간 자체도
일상의 소소한 힐링이자
나를 살아가게 하는 작은 힘이 된게 아닌가 싶다.

의식적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을 만들려고
애쓰기보다는 일상속에서 내가 놓치지 쉬운
나만의 취향과 감성을 담은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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