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이곳이 좋아집니다 - 낯선 곳에서 나 혼자 쌓아올린 괜찮은 하루하루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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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이자 에세이스트로
수짱 시리즈 등을 통해 그 이름만으로도
최고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가, 마스다 미리.

스물여섯 살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무작정 오사카에서 도쿄로 상경해 벌써 28년째
'나혼산'의 삶을 살고 있는 싱글 여성이다.

유명인들의 혼자 사는 집과 생활을 소개하는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 덕에
독립생활에 대한 로망과 기대치가 높아졌는데,
좋아하는 작가의 혼자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니
더없이 큰 기대로 펼쳐보게 되었다.

30대이지만 학창 시절을 포함해
대학생 시절에도 집에서 통학을 했고,
완연한 어른인 지금까지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
'나만의 취향이 담긴 내 집'에서 살아가는 삶이 어떤지
실제 겪어보지 않았기에 참 궁금하던 찰나였다.

독립생활이라고 하면 마냥 자유롭기만 하고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좋기만 할 것 같았는데
그 안에 담긴 나름의 고독과 외로움,
낯선 곳에 혼자 동떨어져 있다는 쓸쓸함이라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새삼 알 수 있었다.

본가에서 한참 먼 곳으로 터전을 옮기는 그 시작부터
아직 고정된 직업이 없는 그녀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어찌어찌 작고 소박한 상점가 앞 멘션,
낡았지만 볕이 잘 드는 그 집에 처음 들어선 날
'바로 이 집이다'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으리으리하지는 않지만 그 소박한 집에서
오히려 포근함과 안도감 같은 걸 느꼈으리라
글을 통해서나마 인생 첫 '혼자 사는 집'을 맞이한
작가의 기분을 짐작해 보았다.

낯섦으로 시작하는 타향살이,
나였다면 '어서 직장을 구해서 안정된 삶을 살 거야' 하고
부담 어린 생각에 사로잡혔을 텐데
그녀는 특유의 느긋함과 태평함으로
냉동실 속에 쟁여둔 맛있는 빵 하나와
푹 자는 낮잠에 행복해하며
새로운 도화지를 선물받은 아이처럼
미래를 내 손으로 하나하나 색칠해나갈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온통 삶을 채워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도 방범을 위해 남성용 트렁크 팬티를 하나
베란다에 널어놓기도 하고,
때로는 아래층으로 번진 누수에 사과하러 가는
쩔쩔매는 사건들을 처리하기도 하며
점점 혼자 살아가는 삶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기댈 곳 없이 상경해 오로지 혼자 힘으로 사귄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고독하지만 외롭지만은 않은 이 도시에서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

나를 시험해 보고 싶은 기분,
한편으로는 가족과 떨어지기 싫은 기분.
그 양가의 기분 속에 결심한 독립생활에서
그녀는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해 자기다움을 발견하고
비로소 '진짜 나'를 스스로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쌓아간 스물여덟 해의 생활이
지금 발표하는 작품마다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바탕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녀의 기억을 따라 스물여섯 살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혼자 사는 삶을 엿보며 독립생활에 대한 대리만족,
겪어보지 않은 그 안에 담긴 희로애락을
이렇게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된 책이었다.

혼자 사니까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고 챙겨야 한다,
내가 가장이자 보살펴야 할 대상이라는 책임감으로
하루하루의 삶을 꾸려가며 비로소 찾은
본인의 모습이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 것은
어쩌면 긴 시간 애써온 노력을 생각하면
당연한 마음이 아닌가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보낸 반 년여,
그 시절의 한마디를 지나 아르바이트를 하고
일러스트 영업을 위해 출판사를 오가는 그녀.
얼핏 태평해 보이지만 사실은 간절하면서도
주도면밀하게 자신을 기억하게 하기 위한 노력이
한편으로는 애잔하고 일명 웃프게(웃기면서도 슬픈)
느껴지기도 했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해 환상은 이만큼 덜어내고
있는 그대로의 '혼자인 삶'을
제대로 체감하고 생각해 본다.

짐짓 어설프게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한 도시살이,
평온하게 매일을 잘 살아내는 듯싶지만
이따금 한 번씩 찾아오는 고독과 걱정스러움.
그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낸 '나'라는 결과물이
한 번씩 얼마나 애틋하고 기특하게 느껴질까 싶다.

이제는 척척 익숙하게 나만의 호흡과 리듬으로
오히려 더 익숙한 도시생활.
그녀의 성장을 따라가며 한 사람의 인생 흐름과
설렘, 위로, 한 조각의 위로가 스며든다.

독립생활의 좌충우돌을 보며 피식 웃으며 시작해서
한 사람의 인생의 시간을 엿보며 마음이 몽글해졌다.
그녀의 시간을 따라 혼자서,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계속해서 나를 알아가고 나와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배웠다.

마냥 단꿈 같게만 느껴지던 독립의 현실과
그로 인해 성숙해질 스스로에 대한 모습까지
또 다른 의미로 독립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더 가지게 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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