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스 킹!!!
김홍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 중에서도 손꼽히는 곳이자

많은 사람들이 애정 하는 책을 출간하는

문학동네에서 진행하는 〈문학동네소설상〉


지난 수상작들 역시 어마어마한 인기는 물론

드라마화, 그리고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 등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기에


일단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이라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을 펼칠 이유가 충분했다.


어떤 내용인가 궁금해서도 있고,

연일 온라인 서점과 북플루언서들의 리뷰가 이어져

자칭 책 좀 읽는다 하는 나도 빠지고 싶지 않은 기분.


우연히 책을 읽기 전 이 책을 먼저 읽어본

어떤 사람의 후기를 보았었다.

'정말 또라이 같은 소설이다.'라며

간단하게 평한 이 책, 과연 어떤 내용을 담았을까

궁금증이 한가득이었다.


이 책은 한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한 청년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의 이름은 구천구, 잘하는 것 하나 없는

스물일곱 살의 평범한 사람이다.


그는 전국구로 명성이 높은 무당

억조창생 여사의 막내아들로,

이복형제인 이구와 칠구 쌍둥이 형제와 함께 살고 있다.

동네에서 불량배 짓을 하며 용돈벌이를 하는

이구와 칠구는 이복동생인 천구를 늘 괴롭히지만,

엄마인 억조창생 여사는 이 사태를 방관할 뿐

그에게 애정 어린 손길을 뻗은 적이 없다.

그 역시 그런 기대를 한 적도 없고,

그저 때리면 맞고 때로는 피해 가며 매일을 살아간다.


그러다 어느 날, 어머니의 소개로

동네에 새로 생긴 〈킹 프라이스 마트〉에

취업하게 되며 그의 인생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킹 프라이스 마트의 사장인

'프라이스 킹' 배치 크라우더는

동서울터미널 앞 노점 장사로 시작해

세상의 모든 물건을 사고파는 전설적인 장사꾼으로

'절대로 팔 수 없는 것을 절대로 사지 않을 사람에게

팔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사들이지 않고

모든 것을 팔아내는' 신화적인 존재이다.


어머니가 천구를 취업시킨 데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

배치 크라우더의 금고에 숨겨진,

어떤 선거에서든 53퍼센트의 득표율로

승리하게 해준다는 전설의 성물

'베드로의 어구'를 손에 넣어

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


과연 천구는 어머니의 임무를 성공하고

베드로의 어구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첫 출근을 한 천구가

맞이한 마트의 풍경은 우리가 상상하던

모습과는 천차만별 다른 모습이다.

마트의 매대는 텅 비어있고,

물건이라고는 사장인 배치 크라우더가 앉아있는

의자와 책상, 그리고 금고가 전부이다.


설상가상 배치 크라우더는 천구에게

출근했으니까 퇴근하라고 하거나,

물건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손님을 모두 돌려보내곤

동네에서 〈미륵 떡볶이〉를 운영하는

기우란 할머니가 주문한 신라면 다섯 박스와

대상이 누군지도 알 수 없지만

누구도 피해 받지 않는 복수를 주문하는

두 건의 주문만 받고는 그날 영업을 종료한다.


사장 배치 크라우더는 너무 어려운 주문인

라면 발주는 본인이 담당할 테니,

한결 쉬운(?) 복수는 천구에게 구해오라며

업무를 지시하는데…


이 말도 안 되는 마트의 일을 계속해나가야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품으면서도

그의 지시에 따라 열심히 일을 하는 천구.


그 가운데 어머니의 '취업 제안'이 천구에게만

해당되어 화가 난 이복형제 이구와 칠구의

폭행으로 맞고 왔다는 것을 알아챈

배치 크라우더가 '감히 내 직원한테 손을 대?

어딨어 그 자식. 앞장서.' 하며 난생처음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모습에 점점 더 그와

일을 넘어서 인간적인 유대로 가까워지며


서로에게 하나뿐인 유일한 동료이자

의지할 수 있는 동지로 거듭나게 되고,

그 유대 앞에 베드로의 어구를 가져오라는

어머니의 요구에 의문을 품게 되고

이 어구를 쫓는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게 되며

더욱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배치 크라우더를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지,

그의 금고 안에 정말 베드로의 어구가 있는지,

그 어구는 정말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

수많은 의문점과 물음표를 따라

천구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쫓다 보니

어느덧 '보물 찾기' 같은 결론을 넘어서

우주 저 멀리까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버리는

전개에 할 말을 잃게 되었다.


아마도 이런 전개에 먼저 읽은 누군가가

'또라이 같은 소설'이라 평하지 않았나 싶으며,

헛웃음과 함께 결말까지 나아가게 되었다.


이야기의 전개를 떠나

태어나 인간으로서의 대접,

누군가의 신뢰를 받지 못한 한 청년이

가족은 아니지만 유대감을 갖게 된

사장 배치 크라우더와의 동료애와 신뢰 아래


처음에는 '엉뚱하고 말도 안 되는 것'이라

생각했던 주문을 처리해 가는 방식,

또 늘 당연하게 맞고 때로는 그 폭행 앞에도

'미안하다'라며 이복형제인 이구와 칠구에게

반항하거나 대들지 않고,

또 이들의 폭행에도 외면하던 어머니의 태도를


점차 용기를 내어 그 상황과 마주하고

싸우며 또 다른 인격체로서 나아가게 된

성장의 모습은 형태가 다를 뿐

'세상에 적당히 순응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울림의 메시지로 와닿지 않았나 싶다.


사고팔지 못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를 비틀어내는 듯한

킹 프라이스 마트의 영업방식은

의미를 캐며 읽어가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블랙 코미디 느낌으로,


그 의미를 뒤로 한 채 가볍게 읽을 때에는

웹툰 원작이자 드라마화되기도 했던

〈쌉니다 천리마마트〉를 떠올리게 해서

의외의 재미성과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모두 벗어나

독자들을 이끌고 끝까지 읽게 하는

작가의 흡입력 있는 전개와 문장도 무척 매력적이었고,


태어나 한 동네에서 평생을 살아오며

'우물 안 개구리' 혹은 알 속 세상에 살던 천구가

배치 크라우더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와

진정한 자신의 뜻을 펼쳐가는 과정은

한 사람의 성장담이라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난해한 부분도 분명 있었으나,

그 안에 담긴 의미들을 생각해 보면

그저 어이없게 '뻘하게 터지는' 재미만을

담아낸 것이 아니라 각각의 의도에 따라

두 번, 세 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간세탁소 -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
하이디 지음, 박주선 옮김 / 북폴리오 / 2024년 4월
평점 :
품절








어느 집에나 세탁기는 다 있으니

대부분의 옷가지들은 집에서 직접 세탁을 하지만

한 번씩 꼭 세탁소를 찾아 세탁을 맡기는 일이 생긴다.


아무리 집에서 빨래해도

얼룩이나 오염이 지워지지 않는 옷이나

추억이 담겨있어 어떻게든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주고 싶은 경우 돈이 더 들더라도

세탁소에 찾아가 '이 얼룩 지울 수 있을까요?'

하고 간절한 눈빛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요즘은 패스트패션이라던가 저렴한 옷 가격으로

구멍이 나든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생기면

'버리고 새걸로 하나 사지 뭐' 하기 쉽지만


아무리 저렴한 가격에 산 옷이라 해도

사연과 추억이 담겨있으면

이를 쉬이 버리지 못하고

어떻게든 보관하고 싶은 마음이 드니

그냥 '옷'이 아니라

내 시간과 추억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어느 막다른 골목에 위치한

한 세탁소의 이야기를 담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일반 세탁소 답지 않게

원목 책장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고,

세탁을 마친 옷을 비닐에 씌워 걸어둔

벽면만 제외하고는 책이 잔뜩 꽂혀있으니

얼핏 보면 도서관이나 서점 같은 느낌이다.


더욱이 40대 남짓의 사장님은

묘하게 철학적인 분위기는 물론,

세탁물을 맡기는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따뜻한 조언을 건네기도 해

이곳을 찾는 손님들에게는

단순히 '옷을 세탁'하는 곳이 아니라

마음에 담긴 어떤 시간과 추억을

새롭게 입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입소문이 나있다.


좋아하는 선배가 준 손수건 한 장부터 시작해

바쁘게 살아가는 커리어 우먼의 잉크 얼룩이 묻은 셔츠,

세상을 떠난 아이가 좋아하던 속싸개,

엄마와의 이별이 담겨있는 가방끈이 끊어진 배낭이나,

떠나는 딸의 캐리어에

제멋대로 엄마가 넣어둔 스웨터 등

손님들이 맡긴 다양한 세탁물 속에 담긴

사연과 이야기를 끄집어내며


손님들은 더러워진 추억을 씻고,

또 구겨진 감정을 펴며,

찢어진 관계를 이어붙이는 과정을 겪는다.


얼핏 《시간세탁소》 라는 책 제목을 보고는

한창 유행했던 메리골드 시리즈나

편의점 시리즈처럼 시류에 편승한

판타지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이 소설은 현실에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를 담은 것이 아니라,

손님들의 세탁물을 받아든 세탁소 주인이

맡긴 옷과 관련된 손님들의 사연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야기를 나누며

스스로가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주는

상담가의 역할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심리 상담가로서 일을 하는 작가의 모습이

세탁소 주인에게 투영된 게 아닐까 싶어

사연 하나하나를 읽어 내려갈수록

마음의 아프거나 구겨진 마음이 해결된 듯

후련한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상담 일을 하며 '기억이 사람들의 삶을

풍부하게 하는 보물'이라는 깨달음 아래

이런 기억이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는 믿음으로

이 이야기들을 써 내려갔다고 하니

그의 의도가 충분히 전해진 책이 아니었나 싶다.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삶을 돌이키며

때로는 돌이키고 싶고,

때로는 후회하는 순간이나

그리운 순간을 되새길 수 있기도,

또 세탁소 주인의 한마디가

마치 나에게 건네는 따스한 조언처럼 느껴져

감동을 받기도 했다.


각 손님들의 사연을 쫓다 보니

자꾸만 마음이 쓰이는 한 소년의 이야기와

또 어딘가 미스터리한 세탁소 주인의

비밀이라는 숨겨진 반전에 다다르게 되었고,

이를 통해 비로소 세탁소 주인이

어떤 마음으로 손님들의 고민을 듣고

또, 조언을 건네게 되었는지

전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지우고 싶은 감정이나 아픔 앞에

마치 없었던 것처럼 얼룩을 지우는 것이

전부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여전히 남아있는 얼룩을 보며

추억을 되새길 수도 있고,

누군가를 떠올릴 수도 있으며

후회의 감정을 털어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할 테니


그 안에 담긴 진짜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헤아리는 과정 자체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시간세탁소를 통해 깨달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비키초의 복수
나가이 사야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 에도시대 후기

눈 내리는 어느 겨울의 정월 그믐날,

고비키초의 극장 뒤편에서 복수가 행해졌다.


열여섯 살의 한 소년이 전통 여성 예복을 입고는

우산으로 머리를 가린 채 서 있다.

소년을 여인으로 착각한 우락부락한

한 도박꾼이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자,

소년은 덮어썼던 옷을 내던지고 신분을 밝힌다.


"나는 이노 세이자에몬의 아들 기쿠노스케.

그대 사쿠베에는 내 아버지의 원수.

여기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자."


그리고 뽑아든 긴 칼.

상대 역시 망설임 없이 허리춤에서 칼을 뽑았다.

길 가던 사람들마저 가던 길을 멈추고

마른침을 삼키며 이들의 승부에 눈을 떼지 못하고,

소년과 사내의 진검승부가 펼쳐진다.


누가 보아도 질 것 같은 소년이었지만

마침내 소년 기쿠노스케는 사쿠베에를 베고

피가 튀어 흰옷이 새빨갛게 물든 그는

베어낸 사쿠베에의 잘린 머리를 들곤

구경꾼 사이를 빠져나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 일이 '고비키초의 복수'이다.


이 사건이 일어나고도 2년이 지난 후,

문득 이 사건을 쫓는 한 사람이 등장한다.

기쿠노스케가 사쿠베에를 벤 사건을 목격한

다섯 명의 사람을 만나 사건의 진상을 묻고

또 알 수 없게 목격자들의

과거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데…

과연 이 사건에는 어떤 숨겨진 진실이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책을 읽는 독자가

목격자들을 통해 이야기를 듣는

화자의 입장이 되도록 설정하여

이들의 진술을 따라 이야기를 쫓고

진실을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익숙하지 않은 타국, 시대적인 배경으로 인해

낯설게만 느껴지는 시작이었지만

사건의 발생과 이를 진술하는 목격자들과

소년 기쿠노스케의 얽힌 관계를 알게 되면서

성공으로 끝난 이 복수극의 이면에 숨겨진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으로

금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유곽에서 태어난 잇파치,

무사 신분을 버린 요이치로와 긴지,

고향을 떠나 화장터 지기의 손에서 자란 호타루,

아들을 잃은 소도구 담당 규조와 그의 아내 오요네.


그들은 각기 다른 삶을 살아왔고

원래의 신분도, 사정도 제각각이다.

겉으로 볼 때는

일명 세간에서 말하는 낙오자들로 보이지만,

아픔을 겪고 좌절하면서도

'연극'에 의지해 삶을 이어나가고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홀로 외로운 복수를 결심한 기쿠노스케에게는

누구보다 따뜻한 지원군이자

든든한 위로를 안겨주는 따스한 또 다른 형태의

'가족'이지 않았을까 싶다.


시대적인 배경상 이들이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는 극장은 지배층에게는

'악처(악한 곳)'에 불과하지만

억압과 규제 속에서 지배층에게 시달리던

평민들에게는 '꿈을 파는 공간'이자

시름을 잊게 하는 곳이기에

복수의 배경이기도 한 극장이 주는

의미와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무사로서 살고자 두렵고 내키지 않음에도

복수를 고집하는 기쿠노스케였지만,

극장에서 만난 동료들을 통해

그들의 과거와 삶의 방식에 영향을 받고

또 고민하면서도 용기 있게 앞으로 나아가는

그의 성장담이기도 했던 이 이야기는


꼭 복수가 아니더라도

삶을 살아가며 맞이하는 다양한 위기 속에서도

주변인들의 도움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나아갈 지혜와 용기를 얻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많은 울림을 주었다.


그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복수극을 목격했고

이를 진술하는 것처럼 보이던

목격자들의 진심 어린 마음을 쫓다 보니

과연 이 복수극에 숨겨진 진실이 무엇이며,

기쿠노스케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

궁금하기도 했고


뜻을 관철하기 힘든 고난,

순리대로 흘러가는 것을 막는 갈등도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지만

그런 일들을 마냥 비웃거나 창피해하지 않고

유연하게 받아들여 살아가는 극장 사람들의 삶과


그리고 그들의 도움과 따스한 배려 아래

스스로 자신의 마음에 따를 힘을 얻게 된

기쿠노스케의 용기 있는 선택은

진정한 의미의 성장에 다다른 것 같아

후련함과 안도감을 가질 수 있었다.


나 하나만 생각하기 쉬운 요즈음의 사회에

부족하지만 타인을 보듬고 헤아리며 도울 줄 아는

에도시대의 복수극이 참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


목격자들의 하나같이 입을 모으던 진술처럼

훌륭한 복수였다고,

좌절을 끝내는 가장 인간다운 방법이자

성장담이 담긴 최고의 미스터리 극이었다는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르게 살지 마라 무섭도록 현명하게 살아라 - 불완전한 인간을 위한 완전한 지혜
발타사르 그라시안 지음, 김종희 옮김 / 빅피시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성공과 행복을 지켜나가기 위한
냉정하고도 현명한 조언들이 참 많다.

하지만 제아무리 똑똑한 머리를 가졌다 해도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기에 흔들림의 순간이 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고민될 때면
주변에 이야기하며 답을 얻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부모님들은
"옛말에 이런 얘기가 있는데" 하면서
어른들 말에는 틀리는 말이 하나도 없다고
척척 해답과 같은 현인들의 말을 전하곤 한다.

이 책은 400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일반인 뿐 만이 아니라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
쇼펜하우어나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수상 처칠도 머리맡에 두고 항상
되새기곤 했다는 발타사르 그라시안의 저서
《사람을 얻는 지혜》에 담긴 이야기 중
가장 중요하면서도 요즘 시대에 맞는 내용만을
엄선해 정리한 책이다.

처세나 성공을 위해 꿈꾸는 현대인들뿐만 아니라
남은 인생을 세상이나 타인의 기준이 아닌
오직 나만의 기준에서 행복한 삶을 만들기 위한
안내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정도로
400년 전의 메시지가 맞나 싶을 만큼

위선과 기만으로 가득 찬 세상,
마땅히 성공해야 할 자가 실패하고
이길 자격이 없는 자가 승리는 작금의 상황,
또 진실한 사람은 외명당하고 아부하고
기회를 엿보는 이들일수록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현실 속 성공을 이끌어내기 위해

반드시 신중해라,
세상의 모순에 섣불리 자신을 던지지 말라,
타인의 생각을 귀담아듣되 자신의 생각은 숨기라며
인생을 살아가는 큰 지혜를 전한다.

책은 인간관계는 물론 성공과 동기부여 등
인생에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고민에 대해
수백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여전히 유효하고
마음을 울리는 답을 제시하는데

1장 '쉽게 속마음을 드러내지 마라'에서는
그의 빛나는 지혜가 가장 돋보이는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을 다뤘다.

나이를 거듭할수록 순수하게 타인을 바라보던
시선은 탁해지고 이해관계나 이득을 따지며
점점 어려워만 가는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은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는 초년생에게도,
갈등이 많아 타인과 소통이 어려운 사람에게
와닿는 내용이 될 것 같다.

2장 '실제보다 더 큰 존재로 보이라'에서는
성공을 위한 처세법에 대해 알려준다.
그저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성공한다는
대부분의 자기계발서와 달리

현명함을 들키지 말고 때로는 무지한 척하기,
맡은 것 이상을 하기,
때로는 계산적인 행동하기,
일의 방향을 읽어 무의미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라거나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등의
현실적인 메시지가 담겨있어 오랜 시간이 지난
현인의 메시지임에도 진부하지 않고
되려 깨어있는 시각을 배울 수 있는 장이었다.

3장 '피할 수 있는 것은 피하라'에서는
언젠가 올 인생의 기회를 알아보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더 나은 인생을 위한 지혜를 담았고,

4장 '아무리 긴 밤이어도 반드시 해는 뜬다'에서는
자신을 정확히 아는 법, 즉 그가 말하는
자기계발의 첫걸음이 무엇인지,
내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지혜를 소개하며
감정과 욕망, 유머, 긍정과 부정 등
일상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고
바라보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5장 '세상이 인정하는 것을 비난하지 마라'
에서는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즉 현명한 대화를 위한 지혜를 담았다.

내가 아닌 타인이기에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의견이 나뉘고
대립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대화할 것인지,
또 상대가 나를 바라보는 평판은
어떻게 해야 좋아지는지 통찰의 메시지가 담겨

어려운 순간, 고민의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다양한 연령대의 모든 독자들에게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하는 최고의 지혜를
안겨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길지 않게 짤막한 문장으로 담백하게 담아낸
그의 메시지는 불완전한 인간을 위한
완벽한 조언이기도 하고,

실행하기 어렵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구시대적인 발상이 아니라
현대의 어느 상황에도 적용하기 좋아
이따금씩 고민이 생길 때마다 내 고민에 맞는
장을 펼쳐 답과 위안을 얻는 귀한 말이 될 것 같다.

하루에 한 문장씩 필사를 하면서 읽으면
성공에 가까이 다가가는 마음과 태도를
자연스레 익힐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자주 펼쳐 그의 지혜를 읽고 또 읽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지만,
400년 동안 사랑받는 현인의 메시지를
나침반 삼아 그의 지혜를 익히고 잊지 않는다면
성공에 가까워지는 것은 물론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하기보다는 스스로 행복해지고
나만의 기준과 시야를 가진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더욱 든든한 마음을 들게 한다.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해 만족하지 말고,
나보다 위에 있는 사람을 쫓으라'라는
뻔한 동기부여의 글이 아니라

'자신보다 빛나 보이는 사람을 가까이 두면
상대방이 주목받고 영예로울 때,
나는 그의 그림자에 가려질 뿐이니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사람과 같은 시험대에 서지 말고,
나보다 빛나지 않은 사람과 사귀어
평범한 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으라'라는
그의 메시지가 나를 일으켜 세우고
더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불러일으켜 주었다.

읽다 보면 '성공'에만 집중해 펼쳤던
처음의 기대는 사그라들고
나만의 기준에서 스스로 행복한 삶을 만들기 위한
단단한 마음 안내서를 얻어 충만한 만족감에
웃음 짓게 되었다.

바쁘고 삭막하게 성공만을 쫓는
요즘의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마음과
인생의 자세를 오래전 현인의 말을 통해
다시금 이렇게 배운다.
역시 옛 어른들 말은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폭염 살인 - 폭주하는 더위는 어떻게 우리 삶을 파괴하는가
제프 구델 지음, 왕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전에도 인도 한 지역의 최고 기온이 50도를 넘어 수돗물이 끓는물 같았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더이상 그냥 더운게 아니라 ‘기후위기‘가 우리를 더 살기 어렵게, 두렵게 만들고 있다는걸 깨닫고 있는데요
그동안 외면해왔을지 모를 이 문제들의 진실을 제대로 마주하고 싶어요. 너무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