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스 킹!!!
김홍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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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중에서도 손꼽히는 곳이자

많은 사람들이 애정 하는 책을 출간하는

문학동네에서 진행하는 〈문학동네소설상〉


지난 수상작들 역시 어마어마한 인기는 물론

드라마화, 그리고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 등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기에


일단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이라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을 펼칠 이유가 충분했다.


어떤 내용인가 궁금해서도 있고,

연일 온라인 서점과 북플루언서들의 리뷰가 이어져

자칭 책 좀 읽는다 하는 나도 빠지고 싶지 않은 기분.


우연히 책을 읽기 전 이 책을 먼저 읽어본

어떤 사람의 후기를 보았었다.

'정말 또라이 같은 소설이다.'라며

간단하게 평한 이 책, 과연 어떤 내용을 담았을까

궁금증이 한가득이었다.


이 책은 한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한 청년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의 이름은 구천구, 잘하는 것 하나 없는

스물일곱 살의 평범한 사람이다.


그는 전국구로 명성이 높은 무당

억조창생 여사의 막내아들로,

이복형제인 이구와 칠구 쌍둥이 형제와 함께 살고 있다.

동네에서 불량배 짓을 하며 용돈벌이를 하는

이구와 칠구는 이복동생인 천구를 늘 괴롭히지만,

엄마인 억조창생 여사는 이 사태를 방관할 뿐

그에게 애정 어린 손길을 뻗은 적이 없다.

그 역시 그런 기대를 한 적도 없고,

그저 때리면 맞고 때로는 피해 가며 매일을 살아간다.


그러다 어느 날, 어머니의 소개로

동네에 새로 생긴 〈킹 프라이스 마트〉에

취업하게 되며 그의 인생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킹 프라이스 마트의 사장인

'프라이스 킹' 배치 크라우더는

동서울터미널 앞 노점 장사로 시작해

세상의 모든 물건을 사고파는 전설적인 장사꾼으로

'절대로 팔 수 없는 것을 절대로 사지 않을 사람에게

팔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사들이지 않고

모든 것을 팔아내는' 신화적인 존재이다.


어머니가 천구를 취업시킨 데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

배치 크라우더의 금고에 숨겨진,

어떤 선거에서든 53퍼센트의 득표율로

승리하게 해준다는 전설의 성물

'베드로의 어구'를 손에 넣어

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


과연 천구는 어머니의 임무를 성공하고

베드로의 어구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첫 출근을 한 천구가

맞이한 마트의 풍경은 우리가 상상하던

모습과는 천차만별 다른 모습이다.

마트의 매대는 텅 비어있고,

물건이라고는 사장인 배치 크라우더가 앉아있는

의자와 책상, 그리고 금고가 전부이다.


설상가상 배치 크라우더는 천구에게

출근했으니까 퇴근하라고 하거나,

물건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손님을 모두 돌려보내곤

동네에서 〈미륵 떡볶이〉를 운영하는

기우란 할머니가 주문한 신라면 다섯 박스와

대상이 누군지도 알 수 없지만

누구도 피해 받지 않는 복수를 주문하는

두 건의 주문만 받고는 그날 영업을 종료한다.


사장 배치 크라우더는 너무 어려운 주문인

라면 발주는 본인이 담당할 테니,

한결 쉬운(?) 복수는 천구에게 구해오라며

업무를 지시하는데…


이 말도 안 되는 마트의 일을 계속해나가야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품으면서도

그의 지시에 따라 열심히 일을 하는 천구.


그 가운데 어머니의 '취업 제안'이 천구에게만

해당되어 화가 난 이복형제 이구와 칠구의

폭행으로 맞고 왔다는 것을 알아챈

배치 크라우더가 '감히 내 직원한테 손을 대?

어딨어 그 자식. 앞장서.' 하며 난생처음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모습에 점점 더 그와

일을 넘어서 인간적인 유대로 가까워지며


서로에게 하나뿐인 유일한 동료이자

의지할 수 있는 동지로 거듭나게 되고,

그 유대 앞에 베드로의 어구를 가져오라는

어머니의 요구에 의문을 품게 되고

이 어구를 쫓는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게 되며

더욱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배치 크라우더를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지,

그의 금고 안에 정말 베드로의 어구가 있는지,

그 어구는 정말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

수많은 의문점과 물음표를 따라

천구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쫓다 보니

어느덧 '보물 찾기' 같은 결론을 넘어서

우주 저 멀리까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버리는

전개에 할 말을 잃게 되었다.


아마도 이런 전개에 먼저 읽은 누군가가

'또라이 같은 소설'이라 평하지 않았나 싶으며,

헛웃음과 함께 결말까지 나아가게 되었다.


이야기의 전개를 떠나

태어나 인간으로서의 대접,

누군가의 신뢰를 받지 못한 한 청년이

가족은 아니지만 유대감을 갖게 된

사장 배치 크라우더와의 동료애와 신뢰 아래


처음에는 '엉뚱하고 말도 안 되는 것'이라

생각했던 주문을 처리해 가는 방식,

또 늘 당연하게 맞고 때로는 그 폭행 앞에도

'미안하다'라며 이복형제인 이구와 칠구에게

반항하거나 대들지 않고,

또 이들의 폭행에도 외면하던 어머니의 태도를


점차 용기를 내어 그 상황과 마주하고

싸우며 또 다른 인격체로서 나아가게 된

성장의 모습은 형태가 다를 뿐

'세상에 적당히 순응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울림의 메시지로 와닿지 않았나 싶다.


사고팔지 못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를 비틀어내는 듯한

킹 프라이스 마트의 영업방식은

의미를 캐며 읽어가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블랙 코미디 느낌으로,


그 의미를 뒤로 한 채 가볍게 읽을 때에는

웹툰 원작이자 드라마화되기도 했던

〈쌉니다 천리마마트〉를 떠올리게 해서

의외의 재미성과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모두 벗어나

독자들을 이끌고 끝까지 읽게 하는

작가의 흡입력 있는 전개와 문장도 무척 매력적이었고,


태어나 한 동네에서 평생을 살아오며

'우물 안 개구리' 혹은 알 속 세상에 살던 천구가

배치 크라우더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와

진정한 자신의 뜻을 펼쳐가는 과정은

한 사람의 성장담이라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난해한 부분도 분명 있었으나,

그 안에 담긴 의미들을 생각해 보면

그저 어이없게 '뻘하게 터지는' 재미만을

담아낸 것이 아니라 각각의 의도에 따라

두 번, 세 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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