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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심리학 카페 - 흔들리는 삶의 중심을 되찾는 29가지 마음 수업
모드 르안 지음, 김미정 옮김 / 클랩북스 / 2023년 9월
평점 :
절판
여기 한 사람이 있다.
일곱 살에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뒤
탁아소에 맡겨져 외로웠던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어른이 된 이후에야 비로소
온전히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며 행복한 장밋빛 미래를 꿈꾸게 되었다.
그러나 그 행복도 잠시,
아이를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갑작스레 뇌출혈로 남편이 세상을 떠나게 되며
그녀는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된다.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고통 속에서
매일을 보내던 그녀는 자신만을 바라보는
아이를 보며 용기 내어 자신에게 닥친
이 고통의 깊은 늪으로부터 빠져나오기로 결심한다.
그녀가 선택한 것은 정신분석 치료와 심리학.
10년여의 긴 시간 동안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온
자신의 상처와 우울을 제대로 마주했고,
마침내 그 끝에 자신의 삶을 새로운 방향으로
성장하도록 이끌게 된다.
스스로의 상처를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그녀처럼 마음이 아픈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주는 심리학자로서의 역할까지 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바로 이 책을 쓴 작가 모드 르안으로,
프랑스 파리의 한 지하 카페에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심리학 카페를 열고
마음에 상처 있는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 책은 그녀가 심리학 카페를 운영하며 만난
5만여 명의 심리 상담 내용을 하나로 모아
현대인들이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끌어안고 있는 문제를 마주하고 극복하기 위한
처방전을 담아낸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무탈하게 평범한 매일을 살아가는 사람도
유난히 어떤 날에는 마음이 지쳐 힘든 날이 있다.
평소엔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던
일과 사랑, 인간관계에서의 뾰족한 상처가
하루는 너무 크게 다가와,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아프다' 표현하지 못한 채 속마음을 외면하고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한 가면을 겉으로 드러내는
그런 날 말이다.
이 책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그런 날
일상, 상처, 사랑, 인간관계, 인생에서
우리가 쉽게 가지는 고민에 대해
제대로 진단하고 마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조언과 위로의 말을 건넨다.
혼자 있을 때조차 마음껏 울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결정하는
상처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설령 그 사람이 부모일지라도
당신을 상처 주게 하지 말라는 단호한 조언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로 인해
스스로를 형편없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당신은 여전히 괜찮은 사람이며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에도 분명 힘이 있다고
따뜻하며 잔잔한 마음을 건네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통해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간관계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
인생에 완벽한 선택은 없지만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자신뿐이니,
이제는 흔들리지 않고 삶의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때로는 멈추어 쉬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인생 선배 같은 마음까지 담았다.
책의 서두에서 작가는 자신의 카페를 방문한
한 손님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여기까지 오느라 그동안 많이 힘드셨죠?
이젠 이곳에서 잠시나마 실컷 울고 가셔도 됩니다."
그 말 한마디에서
어딘가에 기대어 어려움을 토로하고 도움을 받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였던 자신의 마음을
모두 헤아려준듯해 눈물을 쏟았던 손님의 사례처럼,
책을 몇 장 넘겼을 뿐인데 나의 속내를 모두 꺼내어
그녀에게 이야기하고 공감받는 듯한 기분에
한참 울고 난 뒤의 개운함 같은
알 수 없는 후련함에 휩싸이기도 했다.
다른 이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
내가 이렇게 말하면 타인이 상처받을지,
사실은 나도 힘들지만 그렇게 말하면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비칠까 두려워
크고 작은 형태로 다가오는 상처와
뾰족한 마음의 생채기를 외면하느라
스트레스가 많은 나였는데
이렇게 일상, 일, 사랑, 인간관계에서 경험한
다양한 형태의 마음에서 오는 고민들을
올바르게 바라보고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된
독서가 아니었나 싶다.
책의 첫 장을 펼칠 때만 해도
내 얘기를 하는 듯 전부 공감이 되어 뜨끔하던 마음이
책을 덮을 때쯤에는 '이제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하는 단단한 결심으로 마무리된다.
나의 삶과 내 인생인 만큼
누구 보다 내 마음에서 내는 불안과 고민에
제대로 귀 기울여 외면하지 않는 자세를
의식적으로 가져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세상이 뭐라 하든 휘둘리지 않고
당신을 지킬 힘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는 사람이 아닌,
그저 당신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입니다."
삶에 무엇을 채울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은
그 삶을 살아가는 나의 권한이다.
타인의 기준과 잣대에 맞춰 그들이 채워 넣은
인생을 살면 진짜 내 인생이 될 수 없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마음에 울린다.
내 삶에 무엇을 채워 넣을지
스스로 고민해 결정하는 주체적인 노력으로
'진정한 내 삶의 주인'으로서 나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한 번씩 멈추어 서서 스스로를 찬찬히 돌아보는
시간을 꼭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 흔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주저 없이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