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 지구를 살리는 최고의 선택
조슈아 S. 골드스타인.스타판 A. 크비스트 지음, 이기동 옮김 / 프리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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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 혹은 모습을
떠올리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핵무기부터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마치 지구의 종말이나 죽음을 연상시키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이야기해왔던 게 사실이다.

원자력의 효율이라던가 비용, 안전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마주할 생각은 해보지 않은 채
우리가 생각할 때 안전하면서도 자연 친화적이라
생각이 드는 풍력이라던가 태양열
그리고 천연가스 같은 게 더 좋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것이다.

이 책은 위에 언급했던 것처럼
나와 비슷하게 원자력에 대해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거나
혹은 우리 지구가 직면해 있는 이산화탄소,
메탄가스로 인한 환경오염으로 발생하는
지구온난화에 관심이 많은 일명 에코주의자에게
그동안 제대로 알지 못했던 에너지원들의
다양한 시선과 사실을 깨우칠 수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요의 85%를 담당하고 있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청정에너지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것이다.

청정에너지라 하면 다양한 여러 에너지원을
머릿속에 떠올릴 텐데
책에서는 원자력을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선택한 스웨덴의 사례와
풍력 및 태양광 발전 설치를 통해 녹색 에너지 전환
정책을 실행한 독일의 사례를 통해
각 나라에서 선택한 대체에너지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량을 비교해 보여줌으로써
이런 노력만 가지고는 신속한 탄소 배출 저감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따끔한 문제의 지적과
그렇기 때문에 원론적인 관점에서
더 '깨끗한'에너지의 필요성에 대해 지적한다.

실제 비교를 통해 원자력의 이점이 많다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도 '아무리 그래도 원자력은'
하고 망설일 수 있는 마음에 대해서도 인정하며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갖고 있던 막연한 두려움을 내려놓고,
탄소 배출이 없는 원자력이 지금 우리의 주력
에너지원인 석탄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하게 이야기한다.

안전하다는 것에 꼬리처럼 따라오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인간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실제 질병 발병의 비율도 꺼내어 보여주면서
'사실은 믿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닐까' 하는
마음 한구석의 원자력에 대한 거부를
들킨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무조건 원자력을 써야 한다,
안전합니다 하는 식의 푸시형 메시지가 아닌
우리가 우려하는 핵 폐기물이나 원자력 폐기물
처리나 보관에 대한 정보뿐 만 아니라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사용하는
스웨덴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들의 예를 통해

새로운 원자로 모델을 설계하고,
탄소 오염에 비용을 부과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기후변화를 해결해나가고 번영을 누릴 수 있을 거라는
기후 위기에 대한 긍정적인 해결을 제시함으로써

이 모든 것이 후손에게 물려줄 지구이기에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원자력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부드러운 제안이 거부감 없이 다가왔던 것 같다.

원전과 신 재생에너지를 동시에 활용하는 나라들은
빠르게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경제적, 사회적으로 얼마든지 번영하고 있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와 수치로 살펴보며
마냥 두렵다고 생각했던 원자력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나라들이 이렇게 많았음을
새삼 알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깨끗한 공기, 경제적인 성공,
그리고 부유한 나라에서는 사회적 정의,
가난한 나라에서는 사람들에게 풍부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게 가능하는 원자력.

기후 위기 시대 지구를 구하기 위한 고민에서 시작해,
원자력이라는 에너지원에 대한 편견은 내려놓고
마냥 두렵고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 에너지가 기후 위기에 빠져있는
지구를 구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더 넓은 시야와 시각을 가지게 해 준 독서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원자력은 이제 어떤 것 같아?라고 묻는다면
바로 '안전하고 믿음직한 에너지원이야' 대답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는 이점과 효율성이 많은
에너지원이라는 점은 분명히 인지했기에
뭔지 모르지만 무조건 거부하는 무지성 편견이 아닌
이제는 제대로 고심해 고민하고 결정하자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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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를 위한 마음 훈련 - 풍요와 번영을 부르는 12가지 사고방식
조이스 마터 지음, 정지인 옮김 / 김영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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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고 싶은 것은 막연할지언정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꿈이자 희망일 것이다.

갑자기 주목받아 성공한 인플루언서나
작품이나 곡 하나로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한
유명인들의 모습을 볼 때면 부러움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 휩싸이고는 한다.

속된 말로 '부자 마인드'는 평범한 사람과는 달리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폭넓게 깨어있고 한계를 두지 않아서,
그들은 망설임 없이 자원과 시간을 투여해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성공을 쟁취하고 부를 얻는다고들 한다.

이 책은 부자들의 돈에 대한 사고방식과 감정,
행동방식으로 나를 변화시킬 수 있게끔
심리치료사인 저자가 임상 경험을 통해 입증된
다양한 심리치료 접근법과
셀프로 자신의 상태에 대해 점검해 볼 수 있는
휠 차트 시트를 그려봄으로써
무의식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진짜 부자가 될 수 있는 마음훈련을 돕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책은 <풍요와 번영을 부르는 12가지 사고방식>
이라는 소제목을 가지고 있고,
총 12장에 거쳐 주요 키워드를 선정해
그 주제에 맞는 치료 세션과 자기점검을 통해
새로운 '부의 마음'을 가지는 훈련으로 이끌어준다.

간단하게 그가 이야기하는,
부를 이뤄줄 12가지 사고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자신의 시야를 결핍에서 풍요로 전환하기
✔ 자신을 가두는 무의식적 습관과 믿음 바꾸기
✔ 원망에서 벗어나 자신의 재정적 미래 책임지기
✔ 마음챙김으로 건강하게 재정 문제 해결하기
✔ 성공을 가로막는 에고와 거리두기
✔ 재정적 자기돌봄을 통해 자신에게 투자하기
✔ 관용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행운 나누기
✔ 구체적이고 지속가능한 비전 실현하기
✔ 자신의 가치를 높여줄 지원자들 맞이하기
✔ 극한 상황이나 부정성에서 자신을 분리하기
✔ 열성과 긍정성으로 세상에 자신을 내어놓기
✔ 회복탄력성을 길러 난관 극복 능력 계발하기

보통은 '부자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 바램뿐 실제로 부자가 되기 위한,
부를 축적하기 위한 마음을 제대로 갖췄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우리의 경제적 삶을 어렵게 만드는 건
바로 우리의 마음이라고 지적하며,
돈 관리의 기본은 복잡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예산을 짜고, 버는 돈보다 적게 쓰고,
저축을 하고, 빚을 갚고, 투자를 하고,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우는 일이
돈 관리의 기본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며

내 스스로 나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고정관념과 부에 대한 시야를 넓게 깨고 나와
재정적인 문제와 현실을 파악해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한 후
발전과 해결을 위한 치료 세션을 통해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다.

각 세션마다 항목에 맞춰 그래프로 표시해 보는
휠 차트를 통해 내가 가진 생각이 어떤지,
내 현실의 점수가 어떤지 매겨볼 수 있고
이를 한 번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해봄으로써
나에게 어떤 변화가 있는지 체크해 볼 수 있고,
그러한 변화로 인한 발전과 성장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참 매력적이고
좀 더 동기부여를 이끌 수 있는 포인트라 생각한다.

부자가 된다는 것이 그저 가지게 되는
수중의 '돈'이나 자산을 늘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면적인 성장을 통해 스스로 '성장'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되고 일과 삶과 소비에 임하며
조화로운 삶을 만들어 갈 때
진정한 의미의 '부자'와 '성공'에 가닿는 것이라는
메시지도 얻을 수 있었다.

마냥 수입을 늘리고 저축을 늘려
부를 축적하는 것만 생각해왔던 삶이다.
그러기 위해 많은 즐거움을 내려놓고,
모든 것을 내가 떠안고 일에 매달리느라
때로는 건강을 놓치기도 하고
때로는 즐거움의 가치를 놓기도 하며
맹목적으로 달려왔던 것 같다.

한 번씩 그런 현실이 벅차게 다가올 때마다
'뭘 위해 이렇게 하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
일명 현타가 오기도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식의 마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겠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때로는 타인에게 일을 위임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
스스로를 아끼고 투자할 수 있어야 하며
때로는 다가오는 고난과 역경을 기회로 바꿀 수 있게
단단한 마음훈련의 기회가 되었다.

일반적인 '부'를 다룬 자기계발서에서
대부분 이야기하는 '마인드 리셋'과는 또 다른 측면으로
심리치료의 측면에서 나의 부에 대한
그리고 재정 건강에 대한 점검과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기에 좀 더 신뢰감 있고
현실감 있게 받아들이며 글을 읽을 수 있었다.

무조건 앞으로만 나아가고
혁신적으로 마음을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보다
때로는 다가오는 문제에 후퇴하고
그 후퇴에 대처하는 방법까지 안내하며
우리가 시도를 하더라도
실패하고 좌절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이해받고 지지 받은 기분이라 더욱 용기가 생긴다.

이렇게 쌓아가는 마음훈련을 통해
시간이 흐른 뒤 내가 그려낼 휠 차트의 그래프가
어떻게 바뀔지 기대가 된다.

진짜 성공의 비밀은 '부'를 얻는 공식이나
투자조언이 아니라 이를 대하는 나의
마음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제대로 깨달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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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먼바다로 나갈 수 있을까 - 순천향대 소아응급실 이주영 교수가 마음으로 눌러쓴 당직 일지
이주영 지음 / 오늘산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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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소아과 폐원과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큰 감소는
출생률 저하에 따른 이유도 있겠지만
내 아이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진료 요구로 인한
일명 맘충 논란에 따른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연일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힘든 진료과정 대비 낮게 측정된 의료수가 부터
아이의 치료를 받아줄 병원이 없어 구급차에서
몇 시간을 헤매다 죽음에 이른 사건까지
그야말로 올 한 해 가장 뜨거운 뉴스가 아닐까 싶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 아이 또한 없지만
한 번 소아과 진료를 보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며
흡사 전쟁을 치르는 듯한 언니를 보며
또 동네 소아과가 있는 건물 앞에 차선 두 개를
꽉 채워 비상등을 켠 채 기다리는 부모들을 보며
어쩌다 이런 세상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에 휩싸이곤 한다

누군가는 의사들의 제 밥그릇 챙기기 위한
정원 증가 반대와 돈 되는 과만 선호하는 게 이유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기 아이만 생각해서
의사의 진료에 대해서도 서슴없이 지적하고
책임을 운운하는 요즘 부모들 탓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이 책은 세 아이의 엄마이자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두 입장의 역할을 모두 맡고 있는
한 의사선생님이 15년간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하며
겪고 또 써 내려간 한 조각의 일기를 갈무리한
글이라 할 수 있겠다

긴 시간 미숙한 신생아부터 성인보다 이만큼 큰
청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10대 끝자락의 청소년까지
다양한 환자들을 겪어내고 또 자신의 아이를 키워내며
비로소 양쪽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
한 명의 의사의 따뜻한 마음과 호소의 글이기도 하다

책에서 그는 자신이 만나왔던 환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아픈 아이들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그 아이를 지키고 기다리며 때로는 지치고 무너지는
엄마 아빠에게 시선을 가닿기도 했고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소아과 붕괴'와 관련되어
용기를 내어 의사로서의 소신을 이야기하며
요즘 부모들에게는 경각심 있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또한 우리가 미처 짐작할 수 없었던
다쳐서 내원한 어린 환자의 상태와 이력으로
가정폭력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그들이 가정과
분리되도록 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의사의 의견이라는 점 때문에
혹여 아이들이나 가정에 씻을 수 없는 상처나
2차 가해를 주게 될까 봐 신중해지고 망설이는
어쩌면 나약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기도 했다

늘 병원에 가면 의사를 만나는 시간은
기다리는 시간 대비 길어야 5분,
평균 2-3분여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환자를 바라보고 진료와 처방을 내리는 데 있어
얼마나 책임감과 사명감 그리고 애정을 가지고
임할까 의문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다못해 동네 맘카페에서도 병원 이름이나
특정 의사를 언급하며
'관상을 보고 약을 처방하는 것 같아요' 할 만큼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랄까 유대는
요즘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생각했고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그 어떤 감정이나
숨겨진 보살핌은 드러내지 못한 채
그런 말들은 의사가 쓸 수 없는 언어이기 때문에
때론 차갑거나 인색하다 느낄지언정
담백하게 기록해 내고 마음으로 삭이는 그들의 모습을
비로소 알게 되며 그동안 오해에 반성이 들기도 했다

점점 줄어드는 아이들,
약 처방 또한 의사의 뜻대로 할 수 없는 현실,
낮은 수가와 의사를 믿지 못하는 부모들 앞에

그래도 여전히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아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치료하며
그저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도망치지 않고 우리 곁에 존재하는 한 명의 사람이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와 우리 모두에게
한 팀이 되어 서로 이해하고 함께하자며
내미는 따스한 손길이 느껴져
참 마음이 몽글몽글하게 벅차올랐다

아직은 이런 의사 선생님이 계셔서 다행이다
하는 생각과 동시에
그들이 포기하고 물러서지 않게
우리도 믿음과 신뢰로 또 지원과 응원으로
혹은 자녀 양육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태도로
함께 먼바다로 나아갈 수 있도록
나부터 생각을 바꿔야겠다는 마음이다

아이를 가진 부모의 입장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점점 현실화되는 의료 붕괴를 걱정하는 어른으로서
폭넓게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며
상대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진심으로 진료하며
매일의 최선을 다하는 작가에게
존경심과 감사함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꼭 아이를 둔 부모가 아니더라도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시끄러운 요즘,
모두에게 한 번쯤 읽어보고 제대로 알지 못했던
병원과 의사의 현실을 마주하면 어떨까 싶다

감성적인 사연들로 채워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양한 관점으로 시선을 두고
여러 가지 문제를 심도 있게 고민할 수 있어
참 의미 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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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에서의 일 년
이창래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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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개 한창 사춘기 시절에 그 고민을 하기 시작해
어른이 되면 자연스레 나의 정체성과 존재에 대해
깨닫고 중심을 잡게 될 거라는 기대를 하며
살아가게 되는 데,
막상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같은 고민을 계속 이어가게 될 때도 많다.

이런 고민이 들 때면
매일같이 똑같은 일상 속 배경을 벗어나
저 멀리 떠나 내 인생을 바라보면
조금은 '나'라는 사람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기도 하고
실제로 그런 시간들을 통해,
낯선 시간과 장소 속 이방인이 된 나를 통해
약간씩 성장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이 책은 바로 '자기 자신을 떠나서야
비로소 진짜 자기 자신을 찾게 된
한 사람의 여정'을 담아낸 이야기로,
겉으로는 평탄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20대 청년 틸러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자신이 속한 곳에,
심지어 가정에서조차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한 채
어디에서도 감정적인 애착이나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중국계 미국인 사업가이자
거대 제약회사 베이더가스의 실험실 화학자인
'퐁'을 만나게 되며 변화하게 된다.

틸러는 자신과 달리 부유하고 지적이며
모든 면에서 노련한 퐁에게 순식간에 매료된다.
그는 퐁에 대해 잘 몰랐지만
그의 말투와 움직임에 존재하는
충실함과 태도에서 확신을 느끼고는
자기 자신을 그냥 넘겨주고 싶다는 생각에까지
사로잡히게 된다.
삶으로부터 사라지는 게 아니라,
삶 속으로 사라지고 싶은 마음으로.

퐁 또한 틸러에게 미묘한 유대감을 느낀다.
그는 틸러에게 존재하는 절박함과 일종의 허기를
스스로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지며
그에게 함께 해외 투자여행에 동행하기를 제안한다.

자신의 초라한 현실, 어디에서 속하지 못해
둥 떠있는 것처럼 느껴져
현실이지만 현실을 살고 있는 것 같지 않았던 틸러는
큰 고민 없이 퐁의 조수로 그 여행에 따라나선다.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른 채
파도를 타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는,
바다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사람처럼
자기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면서 말이다.

퐁과 함께 하와이를 거쳐 중국, 마카오, 홍콩 등
동아시아의 다양한 무역도시들을 이동해가며
그들의 긴 여정이 이어지고
낯선 장소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틸러는
젊음이 가져다주는 특유의 고뇌와 혼란,
시공간적 경계를 허무는 자유로움의
요정을 모두 보여주며 이야기가 이어진다.

책의 시점은 계속 널뛰듯 오가면서
주인공인 틸러의 시선으로 표현되는데,
사건들은 현실인지 그저 그의 상상인지 헷갈릴 정도로
굉장히 독특한 시점 이동과 문체여서
신선하게도,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틸러가 보낸 타국에서의 일 년이라는 시간이
그의 인생을 통째로 뒤흔들어 성장하고
바뀌게 만들지는 않았지만

낯선 경험이 그의 세상을 변화하기엔 미미하고
그런 경험을 통해 스스로가 우리 자신을
결정적으로 변화시킬 수도 없다고 하지만,
틸러가 퐁에게 얻었던 칼을 간직하고 있다가
밸의 행위를 막기 위해 전깃줄을 끊어낸 것처럼

그때 얻은 칼 같은 것(경험)을 간직하다 보면
언젠가 우리가 결정적인 행동을 해야 할 때는
그것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칼이라는 도구가 아닌
칼을 손에 쥐고 긋겠다는 결단을 할 수 있다는
'성장'시키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이야기의 진행과정에서
자기 자신과 가정, 그 어디에서도 쉽게
뿌리내리지 못하던 틸러가
아무 의심 없이 너무도 쉽게
퐁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신기하다 싶기도 했고,
어쩌면 그 여정이 너무도 무모한 것 같아
틸러라는 인물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그가 그 여정들을 통해 대단하게 의미 있는
성장과 발전을 했다고 보기는 어려워서
누군가에게는 씁쓸한 마음이 남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저 휩쓸리듯 이리저리 부유하다가
기존의 삶과 다른 또 어떤 삶에
갑자기 떨어져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결말이지만
그래도 그런 과정들을 통해 틸러가
자기 내면의 불안을 직면했을 때,
그것을 해결하고자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정도의 성장 또한
의미 있는 발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렇게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를 내던져
헤매고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결국엔 '나'를 찾기 위해 무한히 나아가는
틸러의 도전만큼은
아직 30대이지만 많은 것을 망설이고
여전히 부유하는 삶을 사는 나에게는
많은 자극과 울림을 주는 성장소설이었다.

각 장면을 설명하기 위한 서사와
수많은 등장인물, 그리고 여러 나라를 오가며
언급되는 다양한 문화권의 배경으로 인해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
그래도 이 자체도 '낯선' 세계에 나를 던져
당혹스러운 틸러의 감정선이라 생각하니
나 역시 완벽한 '이방인'이 되어
책을 읽는 동안 그와 같이
'타국에서의 일 년'을 함께 겪은 느낌이다.

한 번에 그 의미와 뜻을 모두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기에 시간을 두고,
다시 한번 또 한 번 그렇게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두렵지만 내디뎌 보는 한 걸음처럼
어렵지만 놓을 수 없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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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하는 법 - 당신의 돈과 인생에서 최대치를 뽑아내는 법
빌 퍼킨스 지음, 김준수 옮김 / 마인드빌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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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돈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롭게 살아가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자녀들에게 많은 것을 물려줄 수 있으면
얼마나 행복한 삶일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 삶에 최대한 가까워지기 위해서
누군가는 직장에서, 누군가는 사업으로 돈을 벌며
평생의 세월을 바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 중 하나였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여유 있는 언젠가의 삶'을 위해
20대 안에 1억이라는 현금을 모으겠다는 계획으로
대부분의 모든 수익을 저금으로 쏟아부었다.

그런 시간들을 보냈기에
많은 돈을 꽤 빠르게 모을 수 있었지만
아끼고 저금하느라 스물여덟 살이 되어서야
첫 해외여행을 가볼 만큼 오직 '돈'을 모으기 위해
다른 것은 다 나중으로 미루는 삶이었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고작 며칠의 해외여행으로 시야가 달라지고
기분이 달라지고, 동기부여가 되고
또 가치가 달라지는 걸 경험하게 되면서
문득 '진작 더 어릴 때 이 생각을 깨우쳤다면 좋았을걸'
하는 후회와 아쉬움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 책은 나처럼 '돈 = 행복한 삶'이라는
행복의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고정관념을 비틀어 설명하며
모여있는 돈은 윤택하고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늙어갈수록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기 때문에
젊음의 시간과 건강을 쏟아 마련한 돈을
살아있는 동안 다 쓸 수 없다면,
그리고 최후의 삶의 마지막에서 돈만 버느라
놓쳐버린 수많은 순간들을 후회하게 된다면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위해
돈을 모으는 것일까 하고 의문을 제기한다.

책을 쓴 저자 빌 퍼킨스는
돈 버는 일에만 몰두하고 과하게 돈을 아끼며
현재의 만족을 무한정 지연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큰 낭비라고 설명하는데,

건강이 쇠락한 노년에 이르면
두둑해진 통장을 보고 만족하는 일 외에
실제로 '돈을 사용하는데'에도 한계가 있으며
되려 소비가 줄게 되어 힘들게 번 돈을
끝내 다 쓰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다 쓰지 못한 돈'을 벌기 위해 일하며
인생을 허비했다는 허탈감만 남고 말이다.

결국엔 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인생 낭비를 막고 돈과 시간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경험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지나가버린 인생의 시간에서 놓칠 수 있는
중요한 경험들을 놓치지 않고
삶의 각 단계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통해
인생의 만족도를 높이라는 조언을 건넨다.

책에서 그는 삶을 최적화하고
돈과 인생에서 최대치를 뽑아내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총 9가지의 법칙을 제안하였다.

✔ 인생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최대한 늘려라
✔ 최대한 일찍부터 경험에 투자하기 시작하라
✔ '다 쓰고 죽기'를 목표로 삼아라
✔ '다 쓰고 죽기'를 도울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라
✔ 가장 효과가 좋을 때 증여하고 기부하라
✔ 자동 조종 모드에 인생을 맡기지 마라
✔ 경험마다 적절한 때가 있음을 유의하라
✔ 재산 증식을 멈출 때를 파악하라
✔ 잃을 것이 적을 때 가장 크게 베팅하라

삶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마다
이전 단계의 나와 그 시간은 돌아오지 않으니
그때만 가능한 경험들,
그때를 놓치면 다시는 할 수 없을 경험들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 경험의 타이밍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인데

경험의 타이밍을 설계하기 위해
현재 내 상태와 미래의 내 상태를 제대로 파악해
청년기 / 중년기 / 노년기에서
돈과 시간, 건강의 그래프가 어떻게 변화할지 파악하고
각 연령대에서 실현 가능한 최고의 경험들을 배치하고
또 여기에 과감히 투자할 때,
인생의 자동 조종 모드를 끄고
단 한 번 주어진 삶을 내 뜻대로 완전히 즐길 수 있다며
설득력을 높였다.

그의 솔루션은 경험에 돈을 무조건 탕진하라는
무책임한 조언이 아니라
돈을 제대로 쓰고 경험을 누릴 시기를
스스로 결정하여 경험의 투자량을 조정하는
아주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조언이라 더 와닿았다.

돈은 목적이 아닌 수단,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명제를 잊지 말고
내가 힘들게 번 돈을 다 쓰고 죽을 수 있는 용기,
내 삶을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포부를
가져야 한다는 자극이다.

관성과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인생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최선의 효율,
최대의 효용으로 설계하도록 독려하는
그의 글을 읽어 내려가며 큰 용기를 얻었다.

그동안 '내가 나중에 일하지 않고 편히 살려면' 하고
마냥 먼 미래로 모든 것을 미루고
현실이 괴롭고 불행할 때가 많았는데,
중간중간 적절히 지금에만 만끽할 수 있는
경험들을 배치하고 여기에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면
결국에는 인생의 모든 순간을 행복과 즐거움,
충만한 만족감으로 채우며
진정한 의미의 '부'와 행복으로 가득 찬
진짜 나를 위한 삶을 만들 수 있겠다는 기대가 든다.

옛 어른들의 "인생의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라는 말처럼
20대의 주머니 사정이 가벼웠던 때
늘 꿈꾸던 경험과 도전이
30대인 지금은 할 수 있어도 망설이게 되듯,
인생의 남은 시간들에 있어서는
그 타이밍이 늦지 않게 수시로 들여다보고
때에 맞는 경험을 내게 스스로 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이제라도 이렇게 '돈'과 '인생의 시간'을
제대로 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어서
참 다행이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이 마음을 잊지 말고 수시로 스스로에게 되새기며
역전하는 삶으로 이끌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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