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변기의 역학 TURN 3
설재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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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방 한 칸짜리 집을 얻으려 해도

월세며 전세 금액이 어마어마한 요즘 시대에

국가에서 진행하는 청년 임대주택 사업은

참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세에 비해 한참은 저렴한 금액의 보증금에

월마다 약간의 월세만 내면

최장 거주 기간 10년 동안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짜릿한 행복인지 모른다.

안 그러면 다달이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집세와

생활비로 인해 손에 쥔 돈을 고스란히

쏟아부어야 하는 현실에 쫓기게 되니 말이다.


책 속 주인공인 아정도 마찬가지이다.

바닥을 자주 드러내는 잔고를 가진 소설가로,

30대 후반이지만 크게 모아둔 돈도 없고

그렇기에 가족들 사이에서도 늘 떳떳하지 못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행운이 찾아온다.

중위소득 100퍼센트 이하의 청년에게만 주어지는

청년 주택 지원 사업에 당첨되어

투룸의 신축빌라에 입주하게 된 것.


번듯한 직장인이 아니라

'정상 사회인'으로 자립하기엔

벼랑 끝에 서있는 것 같았던 아정은

비로소 인생 그 어떤 시기에도 없던

여유롭고 자유로운 삶을 만끽할 기대에 부푼다.


행복도 잠시, 그녀의 집에 문제가 발생한다.

아무도 없는 새벽 우르릉 소리를 내며 내려가는

변기 물소리를 듣게 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변기 문제는

고여진 물이 말라 심한 악취가 풍기는

봉수 파괴 현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원센터에 요청하지만

무책임한 공무원은 아정의 문제를 외면하고,

연간 시행되는 자체 평가에 의해

불량 입주자로 평가되면 퇴거된다는 원칙이 있기에

혹여나 밉보여 집에서 쫓겨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비참함을 꾸역꾸역 참으며 직접 윗집 입주자

이상기와 문제를 해결하려 나선다.


위층 세대에서

계속 변기에 무언가를 버려 배수관이 막혀

봉수 파괴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아무리 찾아가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

윗집을 추적하던 중,

그가 등록된 세대원만 거주할 수 있다는

규칙을 어기고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변기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자

이 사실을 빌미로 불법 거주자인

그의 어머니를 직접 붙잡고 대화를 시도하고,

윗집 거주자인 이상기와 가까워지며

노인의 소름 끼치는 비밀과 상기가 근무하는

회사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되는데……


한겨레출판과 리디가 손잡고 론칭한

장르소설 TURN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인

《그 변기의 역학》은 현실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청년 임대주택을 배경으로

현실감 있고 공감 있는 소재를 담아

이야기에 더 쉽게 몰입하게 되었다.


나이는 먹었지만 충분히 자립하지 못하는

청년 아정의 모습,

딸에 대한 솔직하고도 기이한 가치관을 가져

감정 쓰레기통처럼 온갖 소리를 쏟아내거나

그녀를 옥죄는 엄마의 에너지는 물론

상기의 추천으로 입사한 회사에서 마주한

따뜻한 것 같지만 묘하게 냉기가 흐르는

개인적이고 냉소적인 직원들의 대화나

무책임한 지원센터 공무원의 무심함까지


작가가 펼쳐낸 상상력의 세계이지만

이 현실과 아정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해

감정을 더욱 이입하게 하였는데,


그렇기에 갑자기 집으로 들이닥쳐 방을 차지한

엄마로 인해 흔들리게 된

'자유롭고 여유로운 1인 가구의 삶'을 되찾기 위해

아정이 홀린 듯 선택하게 되는 '그 행위'가

굉장히 자극적이고 반인륜적인 금기임에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게 만드는 탄탄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랫집, 윗집과의 인간관계,

엄마와 함께 산다는 것을 알게 되면

집에서 내쫓기게 된다는 공권력의 두려움,

당장 이만큼의 돈을 줄 수 있는 회사도 없으며

이곳을 나가면 다시 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벼랑 끝의 상황과 그녀를 아쉽게 만드는 돈은

그녀를 한계까지 내몰아 어쩔 수 없이

그 행위를 선택하게끔 만든 것 같아

서럽고 안쓰럽게까지 느껴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도대체 어떻게 자기 엄마에게 이럴 수 있지?'

하고 이해가 가지 않던 윗집 이상기의 행동을

똑같이 반복하게 되는 아정의 모습은

'내가 마주한 고통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몸부림치고

버둥거리는' 나름 삶에 대한 발악으로도 보여

공포가 아닌 애잔함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래서 윗집 이상기와 아정의 행동은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금기임에도

어느 순간 자연스레 그들의 편에 서서

'어떤 형태로든 그들의 삶에 평화가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게 해주었고,


그 행위를 하면서 느끼는 마음속 망설임으로

결국에는 멈추기로 한 상기와

그럼에도 앞으로 더 나아가기를 선택한 아정

그 누구의 옳고 그름을 따질 수도

또 비난할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변기에 버린 무언가가 뭉쳐

나타나게 된 크리처는

소름 끼치는 두려움과 공포의 느낌보다는

상기와 아정 마음속에 담겨있는 본질적인 고민과

마음을 마주하게 만들어주는 하나의 매개체로

이들을 쫓아 전개되는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며

알 수 없게 쫄깃해지는 긴장감과 음침한 즐거움,

그런 마음 안에 담긴 찜찜한 가책과

많은 여운을 불러일으켰다.


이상기의 추천으로 회사에 입사하게 되지 않았더라도

아정은 다른 형태의 행위라도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이렇게 처절한 상황까지 이어지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내몰리는 그가 처한 현실이

어쩌면 더 씁쓸하고 잔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늪으로 빠져 헤어 나올 수 없음에도

더 나은 삶을 위해 어떻게든 조용하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아정이 되려 시간이 갈수록

더 큰 문제로, 감당할 수 없는 현실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게 되는 전개가


실존 불가능한 소재를 표현하고 상상해낸

판타지임에도 그 어떤 이야기보다 리얼리즘으로

다가온 독서였다.


책을 읽고는 자연스레 휴대폰을 들고

봉수 파괴 현상을 검색하는 스스로를 발견하며,

서늘하고도 서러운 인물들의 어긋난 관계와

통념의 허를 찌르는 이야기를 탄탄하게 만들어낸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에 새삼 감탄하게 되었다.


세대 간의 갈등, 현실의 청년문제부터 시작해

인간관계와 개인의 다양한 가치관까지

많은 부분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뒷맛이 가득한 책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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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되어 줄게 문학동네 청소년 72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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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자식의 관계는

세상 그 무엇보다 끈끈함과 동시에

때로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불통 그 자체이다.


나를 누구보다 믿고 사랑해 주는 존재이자

낳고 키워준 그 시간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핑 도는 마음이 들지만

그러다가도 한순간 쏟아지는 잔소리나

'이런 엄마가 어디 있니' 하면서

라떼는 말이야, 하는 타령을 하는 엄마를 볼 때면

더 이상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아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날도 참 많았다.


한창 입시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던 고3 시절,

0교시부터 시작해 밤 10시가 되어서야 끝나는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그야말로 몸과 마음 모두 녹초가 되곤 했다.


하루 종일 갑갑하게 입고 있던 교복 대신

편안한 옷을 입고 늘어지고 싶고,

책상 앞 의자에 종일 앉아있느라

퉁퉁 부어있는 다리의 피로를 풀거나

눈이 아프고 시리도록 쳐다보던

책과 문제집 대신에

친구가 보낸 메일을 보거나

인터넷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야속하게도 그때의 엄마는

"무슨 애가 고3이면서 집에서 공부를 안 하니?"라며

마음에 비수가 되는 말을 했었고

"학교에서 내내 공부하고 왔는데…" 하고 말끝을 흐리면

"공부에 끝이 어디 있니?" 하면서

도대체 어떻게 대학을 가려고 그러냐며,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혀를 차고 홀겨보는 통에

마지못해 책상 앞에 앉게 만들고는 했었다.


모든 일이 서로의 입장이 되어봐야

혹은 내가 직접 겪어봐야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있듯

뒤늦게 못다 한 학업을 이어가며 엄마는

이제야 그런 말을 한다.

"책상 앞에 앉아있는 것만 해도 너무 힘들구나.

눈도 아프고 계속 보고 있는다고 책에 있는 게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엄마 근데 우리 고3 때는 이랬었잖아 하면

푸념 아닌 푸념을 했더니 기억도 안 난다는 듯

"내가 그랬니? 몰라서 그랬어." 하며

뒤늦게 미안한 표정을 짓곤 하는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때로 서운하고 서러웠던 기분을,

아무것도 모른다며 마음의 문을 닫았던 과거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 책은 나와 엄마처럼,

절대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의 평행선을 가진

한 모녀가 특별한 일주일의 시간으로

서로를 비로소 이해하고 보듬게 되는

마음 따뜻한 기적의 순간을 담았다.


2023년의 중학생인 윤슬이는

별것 아닌 일로 엄마와 다툼을 하게 된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낯선 풍경 속으로 이동하게 된다.

엄마 최수일이 중학생이던 1993년의 어느 날로.

반대로 엄마는 남편을 데리러 운전을 하다가

가벼운 교통사고를 냈는데 깨어보니

딸의 몸을 가진 자신을 마주한다.


어떻게 해야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지,

또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하며

서로의 몸으로 서로의 시간을 살게 된 모녀는

일주일 동안 '절대 이해할 수 없었던'

서로의 삶을 살아보며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또한 새로운 환경에서 나도 몰랐던 나 자신을 발견하며

꼬인 시간 속 각자가 가진 문제의 매듭을 풀어내고

서로에게 가진 오해를 풀며,

동시에 서로를 향해, 진심을 향해

과거와 미래에서 각자의 자신을 기억하고

기다리며 그리워한 이들을 향해 달려나간다.


사실은 누구보다 서로를 많이 아끼고 사랑하며

필요로 하는 엄마와 딸이

오해로 소원해졌던 최절정의 순간,

자신의 삶으로 서로를 소환하며 공감하게 된

특별한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추억여행을 하듯 1993년의 엄마 최수일의 10대,

이해하기 힘든 2023년 딸 강윤슬의 10대를 쫓아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살펴보며

청소년기 별것 아닌 일들로 울고 웃으며

학창 시절을 보냈던 과거의 추억도 떠올랐고,

요즘의 '어른보다 바쁘고 해야 할 일이 많은'

청소년들의 삶을 보며

애잔한 안타까움과 예민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현실을 이해하고 헤아려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만약 내가 엄마의 10대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했는데,

엄마의 얘기를 통해 들었던

먹고 사느라 치열했던 그 시절,

가정 형편과 상황으로 여의치 않았던 현실 속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야 했던

엄마의 소녀 시절을 과연 내가 감당하고

또 살아낼 수 있을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


엄마의 과거로 가게 된 딸 윤슬이

다시 돌아올 엄마를 위해 연습장에 써 두었던 말처럼,

나 역시 그 시절의 엄마에게 한마디 말을 남길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해줄까 고민하다 보니

'나중에 다 잘 될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는데,

문득 엄마의 삶에 꼭 미래의 내가 아니었더라도

누군가 그런 따스한 말 한마디를 해주었더라면

엄마의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을까

혹은 더 용기 있게 걱정 없이 살 수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각각 다른 시간이지만

각자의 시간이 서로에 영향을 주며

과거에서 미래로만 흐르는 것은 아니라고,

때로는 과거에 몰랐던 의미를 미래에 깨달으며

멈춰있던 혹은 닫혔던 과거의 시간이

비로소 제대로 흐르게 된다는 메시지가

'지나갔으니 어쩔 수 없지' 하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늦게라도 지나친 마음을 후회 없도록

붙잡고 바로잡는 용기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다.



과거와 현재의 타임슬립이라는 소재,

현실 속에서 이루어질 수 없기에

그렇게 해서 서로에 대한 애틋함과 사랑,

사랑하고 아껴주며 믿어주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듬뿍 담아낸 이 이야기가

되려 '실제로 그럴 수만 있다면' 하는

간절함으로 와닿게 된다.


한 번쯤 엄마도 읽어보았으면

그리고 한창 사춘기를 맞아 투닥거리는

언니와 조카가 서로를 생각하며 읽어도

참 좋겠다 싶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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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사이 - 나답게 살기로 한 여성 목수들의 가구 만드는 삶
박수인.지유진 지음 / 샘터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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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그 어떤 것이라 하더라도

내 손으로 직접 만든 것에 대한 감정은

'물건' 그 이상으로 넘치는 애정을 듬뿍 담게 된다.


하나의 물건을 만들기까지

몇 번이고 손을 보고 일일이 매만지며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수많은 실패를 거듭했던

경험의 시간들이 모두 들어가 있기에

그렇게 만들어진 물건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따스함이 한가득 묻어난다.


여기 그렇게 인생을 꾸려 나가는 두 여자가 있다.

'목수'라는 직업을 떠올릴 때면

자연스럽게 수염이 덥수룩하거나 톱밥을 뒤집어쓰고

쉬는 시간에는 잠시 밖에 나가 담배를 태우거나

무거운 목재나 가구를 들기에 체격도 좋고

우락부락한 이미지의 남자를 떠올리게 되는데,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목수의 이미지에

여성이라는 성별을, 거기에 두 여자가 운영하는

목공방의 이야기는 생소하면서도 신기하기만 하다.


그들은 정성스럽게 만들어가는 가구처럼

나무로 이어진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자신들이 사랑하는 일을 즐겁게 '함께'하며

자신들의 삶을 따스하고 씩씩하게 이끌어 나간다.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단단한 결심으로

시작한 일은 처음부터 편견 어린 시선에 부딪혀

마음과 달리 녹록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고

前 직장동료이자 룸메이트로서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고 토닥이며

함께 힘을 내어 계속해나갈 수 있었다고 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 해도

이를 業으로 삼다 보면 부딪치는 현실의 벽으로

마음이 사그라들기 마련이거늘

예상치 못한 사건들 앞에서도 즐거움을 잃지 않고

단 하나도 똑같지 않고 깎아 나가는 대로

다양한 모습과 두께를 가지게 되는 나무처럼

자신들만의 인생을 만들고 성장해 나갔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지만

'왜 지금 와서 이 일을 하려고 하세요?'라는

물음에도 굴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쫓는 용기 있는 결단력은


책을 읽는 나에게도

'그래, 나도 뭘 하기에 늦은 나이가 아니야.

지금도 뭐든 시작할 수 있어.'

하는 용기의 메시지로 다가왔고


가구를 만들며 브랜드를 키우고

돈벌이 수단으로 '직업인 목수'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70대에 백발이 되어서도 비니를 쓰고

나무를 다듬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로망,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 가구에 담아낸 의미와

섬세한 이유를 발견해낼 줄 아는

사람들과 가구로 소통하면서

그런 소중함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기특한 마음은 '일'을 바라보는 시각에

신선한 자극이 되기도 했다.


나 역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언니들과 '함께'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일하고 있기에

일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부딪치는 순간,

각자의 다른 일 하는 스타일로 힘들었던 점이나

실수나 문제에 대응하는 방법을 익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잘 맞물리는 톱니바퀴가 되기에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이 가족도 아니고

직장 동료로 만난 그녀들의 유대와

서로를 위하고 배려하는 섬세한 마음,

그리고 함께 잘 헤쳐나가고 싶은

그녀들의 모습에서는 내가 일을 하는 데 있어서도

참고하고 배워야 할 자세들이 많아

몇 번이나 되새기고 메모해두었는지 모른다.


"가구를 만드는 일처럼

오롯이 내 두 손으로 만드는 삶을 살기로 했다."라는

작가들의 결심처럼 일과 삶을 함께하며

만지고 깎고 다듬는 시간 속에서

길어올린 돈 그 이상의 시간과 가치는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일을 바라볼 것인가,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를 제대로 고민하게 된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쉽지 않았던 시작과 도전이 분명

글로 적어낸 것보다 더 어렵고 막막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시간들 중간중간

캠핑의자를 펼치고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믹스커피 한 잔에 털어낼 줄 알고,

터진 수도관을 수습하고 불어 터진 목재를 버리면서도

툭 털어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그녀들의 단단하고 심지 있는 마음을

나 역시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무거우면 같이 들면 되지!' 하고

서로 함께하는 어른 여성들의 성장기는

나이를 떠나 모든 일의 시작 앞에 망설이는,

혹은 좋아하는 일 앞에 현실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용기 있는 메시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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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김의 심리학 - 정신의학 전문의의 외모심리학 이야기
이창주 지음 / 몽스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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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에게 가장 스트레스를 주는 것 중 하나는

성별과 나이를 떠나 모두에게 '외모'일 것이다.


연예인이나 배우, 모델처럼 외모가 하나의 능력으로

業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하더라도

소소하게는 면접을 비롯해 소개팅이나

사회생활에서도 외모가 주는 이점이 크기에

누구나 할 것 없이 꽤나 신경 쓰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이다.

대단한 외모를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남들보다 작은 키나 스스로를 바라보며

아쉬운 부분들을 보고는 때로는 위축되고

또 속상한 마음에 자존감이 떨어질 때도 있다.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자고

다짐을 하면서도 인터넷에 유행처럼 떠도는

표준 몸무게, 미용 몸무게 등을 들여다보며

이왕이면 미용 몸무게에 가까워지고 싶어

부단히 애쓰고 노력하곤 한다.


한창 더 얇고 짧은 옷을 입게 되어

부쩍 더 외모 스트레스가 커지는 계절인 여름,

이런 외모 스트레스의 원인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 궁금하던 찰나


몽스북에서 정신신체의학 전문가이자

과거 외모 스트레스로 고통받았던 경험이 있는

이창주 선생님의 책 《못생김의 심리학》

가제본을 보내주셨다.


이번에 받아본 가제본에서는

책을 쓰게 된 이유가 담긴 들어가는 말부터,

정신과 의사가 외모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못생김은 단순히 외모 때문이 아니라는

1-2장의 이야기를 발췌하였다.


책의 서두에서는 전두 탈모로 고생했던

본인의 과거 경험담을 바탕으로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는지,

또 그런 외모 스트레스를 치료적인 측면에서

어떤 접근이 필요한지

'못생김'을 바라보는 우리의 닫힌 시각을

새로운 측면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신선한 자극이 되는 내용들을 담았다.


여태까지 외모 스트레스는 '못생겨서'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면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그 '못생김'의 기준 역시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느끼는 상대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신체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형성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외모 스트레스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이러한 신체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 역시

미디어나 주변 사람들, 소속 문화권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이 가진 신체상을 부정적으로 물들일 수 있는

주범인 이러한 요인들이 유래한 사고 오류를 교정해

신체상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제안까지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외모 스트레스에 벗어나기 위해서는

타인이나 사회, 미디어가 규정하는

고정적인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


뇌가 보내는 비교 신호 아래 나를 평가하지 말고

부당한 비교 경향을 바로잡아

타인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 마음을 가질 때

결과적으로는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은 물론,

외모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첫 발걸음 임을 알 수 있었다.


마음속 깊이에 자리 잡고 있던

외모 자존감이나 자신감이

객관적인 부족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타인과 사회의 시각에서 비롯되어

내가 스스로 규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한

아쉬움이라는 본질을 알게 되니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다.


외모 스트레스로 인해 위축되는 마음을 넘어

스스로를 미워하게 된 사람들에게 이 책이

작은 위로이자 제대로 이 감정을 마주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동안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내 마음의 진실을 열어보니 한결 후련해지고

이제 제대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든다.


그 마음을 깨닫고 나니

가지고 있던 외모에 대한 고민은 물론

왜곡된 생각의 가지치기로 이어지는

책의 뒷부분이 더욱 기대되어

꼭 완독해 봐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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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마인드셋 - 세상을 바꾸는 기업은 무엇이 다른가?
일리야 스트레불라예프.알렉스 당 지음, 이영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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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참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어제까지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던 기업이었는데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기도 하고,

어제까지는 작은 스타트업에 불과했던 기업이

어느덧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세계를 주름잡는

탑 테크 기업이 되어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

급변하는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다면

나름 견고히 자리 잡은 기업도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기업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실패를 회피하고 예측이 어려운 것은 버리며,

한 가지에만 집중해 올인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그냥 방치할 뿐이다.

그리고 때로는 실패를 감추고,

의사결정에 많은 시간을 들이다가 기회를 놓치거나

자신에 반대하는 의견에 껄끄러워 한다.

이런 소극적이고 현실을 외면하는 자세 앞에

결국 사람들의 외면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 책 《벤처 마인드셋》은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벤처 캐피털리스트라 불리는 VC의 사고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광고홍보학과 마케팅을 전공하였지만

순식간에 변해버린 시장과 트렌드 앞에

요즘은 '어떤 마인드를 가져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확신이 서지 않고 많은 궁금증을 가진 찰나에

좋은 자극이 되는 책을 만날 수 있었다.


책에서는 총 9가지의 원칙으로

큰 성공을 거두는 벤처 캐피털리스트의

사고방식을 전하였다.


실패를 당연하다고 여긴다,

무수한 실패 사이에서

이 모든 것을 만회할 수 있는

거대한 성공 기회를 찾는다는 것은 물론


기회를 좇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늘 일하는 사무실(내부)를 벗어나

다양한 인맥 네트워크로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여

생소한 사람들과의 만남에 시간을 들이라는

제안은 자칫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는

소극적인 태도에 경종을 울렸다.


또한 하나의 사안에 대해

만장 일치되는 분위기보다

오히려 반대 의견을 장려하고,

다양한 아이디어와 의견들 가운데

적은 정보를 갖고도 밀어붙일지 그만둘지

빠르게 판단하는 방법,


절차보다는 사람을 우선시하고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판을 키우되

모든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장기적인 시야를 가져야 한다는 책 속의 내용은


단순히 스타트업 회사뿐 만 아니라

기업의 의사결정자나 혁신을 꿈꾸고

트렌드를 읽고 싶어 하는 누구에게나

좋은 시각 전환, 자극의 기회가 될 것 같다.


벤처 마인드셋의 9가지 원칙을 소개하면서

각 장의 말미에는 마인드셋을 점검해 보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이에 스스로 대답해 보며

그들이 제안하는 유용한 인사이트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벤처 캐피털리스트가

어떤 경로로 기업을 발굴하는지,

또 어떻게 기회를 포착하고

그들의 투자와 손길 아래 보잘것없던 스타트업이

어떻게 빅 테크 기업으로 성장하는지

다양한 사례와 함께 살펴보며

'의사결정 과정의 중요성'과

시야의 전환, 마인드 셋의 변화가 가져오는 결과가

얼마나 크게 달라질 수 있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세상을 바꾼 기업은 단순히 설립자의 노력과

혹은 마케팅이나 기술 개발의 혁신이

주를 이룬다고 생각해왔던 게 사실이다.


그들의 기술과 업에 비용을 투자하는

벤처 캐피털리스트의 역할과

그들이 기업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마인드셋을 통해

혁신이라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짚어본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내용 자체가 '세상에 다시없을' 이야기는 아니지만,

알고도 실행하지 않는 수많은 기업과 사람들 사이

다음 스텝을 위해 과감하게 움직이고

기회를 만들어내는 그들의 마인드셋을 배운다면

그 누구라도 혁신의 주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모든 혁신의 시작과 출발은

결국에는 새로운 사고방식과 이를 받아들이고

실현하는 사람에 있는 것 같다.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나의 삶을 운영해나가는 주인으로서,

벤처 캐피털리스트의 마인드셋을 통해

혁신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시각을 본받아

변화하고 성장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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