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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사이 - 나답게 살기로 한 여성 목수들의 가구 만드는 삶
박수인.지유진 지음 / 샘터사 / 2024년 6월
평점 :




세상에 그 어떤 것이라 하더라도
내 손으로 직접 만든 것에 대한 감정은
'물건' 그 이상으로 넘치는 애정을 듬뿍 담게 된다.
하나의 물건을 만들기까지
몇 번이고 손을 보고 일일이 매만지며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수많은 실패를 거듭했던
경험의 시간들이 모두 들어가 있기에
그렇게 만들어진 물건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따스함이 한가득 묻어난다.
여기 그렇게 인생을 꾸려 나가는 두 여자가 있다.
'목수'라는 직업을 떠올릴 때면
자연스럽게 수염이 덥수룩하거나 톱밥을 뒤집어쓰고
쉬는 시간에는 잠시 밖에 나가 담배를 태우거나
무거운 목재나 가구를 들기에 체격도 좋고
우락부락한 이미지의 남자를 떠올리게 되는데,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목수의 이미지에
여성이라는 성별을, 거기에 두 여자가 운영하는
목공방의 이야기는 생소하면서도 신기하기만 하다.
그들은 정성스럽게 만들어가는 가구처럼
나무로 이어진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자신들이 사랑하는 일을 즐겁게 '함께'하며
자신들의 삶을 따스하고 씩씩하게 이끌어 나간다.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단단한 결심으로
시작한 일은 처음부터 편견 어린 시선에 부딪혀
마음과 달리 녹록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고
前 직장동료이자 룸메이트로서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고 토닥이며
함께 힘을 내어 계속해나갈 수 있었다고 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 해도
이를 業으로 삼다 보면 부딪치는 현실의 벽으로
마음이 사그라들기 마련이거늘
예상치 못한 사건들 앞에서도 즐거움을 잃지 않고
단 하나도 똑같지 않고 깎아 나가는 대로
다양한 모습과 두께를 가지게 되는 나무처럼
자신들만의 인생을 만들고 성장해 나갔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지만
'왜 지금 와서 이 일을 하려고 하세요?'라는
물음에도 굴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쫓는 용기 있는 결단력은
책을 읽는 나에게도
'그래, 나도 뭘 하기에 늦은 나이가 아니야.
지금도 뭐든 시작할 수 있어.'
하는 용기의 메시지로 다가왔고
가구를 만들며 브랜드를 키우고
돈벌이 수단으로 '직업인 목수'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70대에 백발이 되어서도 비니를 쓰고
나무를 다듬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로망,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 가구에 담아낸 의미와
섬세한 이유를 발견해낼 줄 아는
사람들과 가구로 소통하면서
그런 소중함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기특한 마음은 '일'을 바라보는 시각에
신선한 자극이 되기도 했다.
나 역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언니들과 '함께'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일하고 있기에
일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부딪치는 순간,
각자의 다른 일 하는 스타일로 힘들었던 점이나
실수나 문제에 대응하는 방법을 익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잘 맞물리는 톱니바퀴가 되기에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이 가족도 아니고
직장 동료로 만난 그녀들의 유대와
서로를 위하고 배려하는 섬세한 마음,
그리고 함께 잘 헤쳐나가고 싶은
그녀들의 모습에서는 내가 일을 하는 데 있어서도
참고하고 배워야 할 자세들이 많아
몇 번이나 되새기고 메모해두었는지 모른다.
"가구를 만드는 일처럼
오롯이 내 두 손으로 만드는 삶을 살기로 했다."라는
작가들의 결심처럼 일과 삶을 함께하며
만지고 깎고 다듬는 시간 속에서
길어올린 돈 그 이상의 시간과 가치는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일을 바라볼 것인가,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를 제대로 고민하게 된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쉽지 않았던 시작과 도전이 분명
글로 적어낸 것보다 더 어렵고 막막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시간들 중간중간
캠핑의자를 펼치고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믹스커피 한 잔에 털어낼 줄 알고,
터진 수도관을 수습하고 불어 터진 목재를 버리면서도
툭 털어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그녀들의 단단하고 심지 있는 마음을
나 역시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무거우면 같이 들면 되지!' 하고
서로 함께하는 어른 여성들의 성장기는
나이를 떠나 모든 일의 시작 앞에 망설이는,
혹은 좋아하는 일 앞에 현실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용기 있는 메시지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