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비실
이미예 지음 / 한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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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딱딱하고 건조한 사무실의 공기 속,

잠시 긴장을 풀고 '진짜 나'를

잠시 꺼내어 볼 수 있는 공간이

탕비실이라는 점에 공감할 것이다.


커피나 차 한 잔을 타러,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간식을 꺼내거나

사용한 컵을 잠시 닦기도 하며

조금은 풀어진 마음으로 있을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럿이 같이 사용하는 공간이다 보니

때로는 이곳에서 타인과 부딪치며

불쾌감을 느끼곤 한다.


공용 얼음 틀에 커피나 콜라를 얼리는 사람,

인기 있는 커피믹스를 몽땅 혼자 챙겨가는 사람,

전자레인지 코드를 뽑고 충전하는 사람도

싱크대에 안 씻은 개인 텀블러나 컵을

몇 개씩 늘어놓는 사람도 있다.


그뿐 만인가.

자기가 사용한 종이컵을 버리지 않고

물통 옆에 그냥 쌓아두고 가는 이도,

탕비실이 대나무 숲인 양 온종일 그곳에서

중얼중얼 떠드는 사람은 물론,

가뜩이나 좁은 냉장고에 케이크 박스를

몇 개씩 넣어두고 손도 대지 않거나

싱크대에서 가글 하는 사람까지

탕비실 빌런들은 '질량 보존의 법칙'처럼

어딜 가나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은 위에 나열된 각자의 이유로

같이 일하는 동료들로부터

'함께 탕비실을 쓰기 싫은 사람'으로 뽑힌

이들이 7일간의 합숙 리얼리티 쇼에

섭외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로,


다른 사람들의 이유에 비하면

나를 '고작 그런 이유로 추천했단 말이지'하며

탕비실 빌런들 사이에 숨어있는

술래를 찾으면 상금을 얻는 게임에서

오직 내가 뽑힌 구체적인 이유를 알기 위해

촬영에 임하게 되는

'탕비실 얼음 빌런'의 관점에서 진행된다.


마치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할 법한 프로그램을

연상시키는 이 소설의 설정과 등장인물은

실제로 일상에서 만날법하기에

친숙하면서도 흥미롭게 느껴지는 시작이었다.


과연 이들 중 술래는 누구일까?

어떤 사람의 탕비실 행위가 더 불편하고

싫은가를 따지며 재미있게 쫓다 보니,


이상한 사람들만 모아둔 듯한 그들의 면면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각자의 입장에서는

'나는 정상'이지만 나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이상한' 느낌으로 느껴지는 상황이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정상과 평균의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했던

나의 모습도 누군가에게는 이상하고 불쾌한

'빌런'의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게 되기도 했다.


그런 감정을 깨닫게 되는 것은

책을 읽는 나만의 감정은 아니었다.

등장인물인 '얼음' 역시

자신이 친절이나 배려라고 생각했던 행동이

동료들은 더없이 불쾌하고 오싹한 소름으로

전달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이야기의 흐름은 그때부터 다른 방향으로 흘러

더 이상 '술래'를 쫓는 본래의 게임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된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 역시 그랬던 것 같다.

나에 대해 타인이 잘못 알고 있거나

혹은 오해하는 것에 대해서는

'나의 진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라며 서운한 감정을 쏟아내고는 있지만,


정작 나 역시 타인의 진심이나 의도를

이해하려고 제대로 애써본 적도 없이

그저 '보이는 그 순간의 모습'을

그 사람의 전부인 양 오해하며

타인을 쉽게 평가하고 있지는 않았나 하는

반성의 마음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런 깨달음의 뒤에서야

각각의 인물들을 다시금 제대로 되돌아보며

온통 이상한 사람투성이인 것 같았던

합숙 리얼리티쇼의 참가자들은

사실은 각자의 입장과 시선에서 바라보면

어느 하나 '이상할 것 없는' 사람들뿐이다.


우리가 미처 들여다보려 애쓰지 않았던

타인의 진짜 모습을 외면한 채

편집자의 시선처럼

'보고 싶었던 모습만 보고'

누군가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만 보는'

시선으로 바라보았기에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 중

'누가 가장 싫은가?'에만 초점을 맞춰

그 사람에 대해 더 알아보려 한 적이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이 종료되고 난 뒤

달리는 수많은 댓글 가운데,

그들 중 '술래'로 밝혀진 사람 역시

누군가에게는 '빌런'으로 비췄다는 결말은


과연 '정상'과 '빌런'이라는 기준이

객관적으로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가?

나는 타인에게 싫은 사람,

이상하고 불쾌한 사람이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망설이고 고민하게 만들었다.


한창 이슈가 되었던 프로그램인

'나는 SOLO'의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보며

어쩜 이런 사람들만 모아놓았나 싶을 만큼

'역대급 빌런'이라며 쉽게 웃음 짓거나

혹은 비난하던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타인의 행동과

그를 비판하고 판단 내리는 그들의 모습도

타인의 시선 아래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 속 작은 공간인 탕비실에서

우리 모두의 현실을 보았고,

또 나의 비뚤어진 시선을 보았다.

정말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야기를 담아낸

하이퍼리얼리즘의 진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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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자의 사전
구구.서해인 지음 / 유유히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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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소속되어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는

직장인으로 일할 때에는 내가 담당하는 일과

업무가 명확하게 존재했었다.


디자이너로 일한 시간도 있었고

프로모션 기획자나 온사이트 마케터로서

각 직무에 맡는 역할을 해내는

충실한 톱니바퀴 역할을 해내는 한 명이었다.


그러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언니와 함께

사업을 하기 시작하면서 누군가

"혹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난감할 때가 많았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사업이지만

기획도 디자인도 상품개발도 하고

마케팅이나 물류(택배 포장)까지

어느 하나 내 손이 닿지 않은 일이 없으니

과연 내 일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애매한 미소로 한 단어로 말하지 못한 채

구구절절하게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이던

지난날의 시간이 문득 떠올랐는데,


'당장 수익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작업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 가능하며,

조직에 속해 있더라도 조직 바깥에서

자신의 일을 만들어가는 사람'을

작업자라 명명한 이 책의 서두를 보며


진작 이 책 《작업자의 사전》이 있었더라면

보다 내 일과 노동을 설명하는데

수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독서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구구와

대중문화 뉴스레터 발행자인 서해인이 써 내려간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작업자'들의

노동에서 길어올린 100가지 단어에

덧붙이는 풀이를 담아내었다.


나 역시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다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관습처럼 사용하는 '단어'인데,

정확하게 의미하는 바를 몰라

혼자 쩔쩔매며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누군가에게 물어보기에는 조금 난감하고,

검색창에 아무리 두드려봐도

사전적인 의미와는 뉘앙스가 다른

그 단어들의 뜻을 이해하고 비로소

사용하게 되기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기억이 난다.


꼭 비단 조직 내에서만

이런 단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조직 밖에서 일하는 작업자인 그녀들도

우리에게 꼭 맞는 일의 언어가

필요했다고 책을 통해 이야기했다.


일하며 자주 마주치게 되는 단어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고,

각자의 일의 형태가 제각각인데도

그것을 설명하는 단어가 동일해서 오는

혼선과 오해가 자주 발생했기에

이런 문제들 앞에 느껴지는

막막함과 답답함을 해결하고자

의기투합해 이 책을 펴낸 것이다.


그녀들이 수집한 100개의 단어를 쫓아

작업자가 생각하는 의미와 풀이를 읽다 보니

단순히 단어의 의미뿐 만 아니라

자연스레 그들의 일상과 노동을

마주할 수 있었는데,


과중한 업무로 인해 잃어버린 생체리듬이나

수도 없이 맞춰놓은 모닝콜,

주말 밤낮없이 일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1인 사업자의 고충이나

남들 눈에는 '백수'로 보이는 짠한 현실은 물론

비용이나 수정요청과 같이

'수익'과 연결되는 애환부터

나로부터 시작되지만 나에게서 끝나지 않는

평판처럼 인간관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콘텐츠가 되는 세상에서

작업자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누군가의 날 것의 노력과 시간이 보여

안타까움과 동시에

공감과 응원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일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본인이 져야 하는 책임감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직업을 널리 알리고

지속 가능하게 삶을 꾸려가기 위해 애쓴

매일의 애환이 담긴 이 사전은


때로는 '마냥 놀기만 하는 백수'로

비치며 오해되기 쉬운

작업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를 가져다주는 씨앗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


노동의 과정에서 마주하는

강박이나 예상치 못한 변수, 고충을 비롯해

책임감이나 의무감도 이야기하며,

'내 일의 고됨'뿐 만 아니라

다른 작업자에게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잔잔한 위로와 응원의 마음은

일의 종류는 다르지만 또 다른 작업자로서

살아가는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래 맞아, 하고 그들이 풀이해놓은 단어에

내 마음속에 담긴 뜻 한자락을

함께 보태가며 읽었다.


이렇게 나와 같은 마음으로 임하고 일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안도감,

각자의 자리에서 애쓰고 있다는 것을

서로 알아주고 그런 서로의 존재에 기대어

앞으로 또 내디뎌 보는 한 걸음은

혼자 외롭게 달려가는 느낌이 아니라

든든하기만 하다.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나를 사랑하기 위해,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정확하고 단호한

'일의 말'을 찾는 그녀들의 글은

내가 서있는 지점을 다시금 짚어보고

어떤 마음과 기준으로 일을 바라볼 것인가

앞으로의 나를 정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독서였다.


마음속 사전에 담긴 빈칸의 단어들을 찾아

하나씩 제대로 나만의 풀이를 더하며

매일을 살아가는 '작업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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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지옥 해방일지 - 집안일에 인생을 다 쓰기 전에 시작하는 미니멀라이프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박재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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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마음속으로는 꼭 필요한 것만 곁에 두는

간소한 삶을 살아야지 하면서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 사게 되는

옷이나 가방 그리고 신발,

수시로 쓰니까 떨어질 틈이 없게

잔뜩 넉넉하게 쟁여둬야

마음이 편해지는 생필품이나 화장품,

'가격이 싸니까, 있으면 두고 먹으니까' 하고

냉장고를 꽉 채우게 되는 식재료까지

미니멀리즘과는 먼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4인 가족이 사는 40평의 집,

인당 10평이 확보되는 꽤 널찍한 공간임에도

새로 물건을 들일 때마다 넣을 곳이 없어서

퍼즐을 끼우거나 테트리스를 하듯

틈을 비집고 서랍을 눌러가며 물건을 채워 넣는다.


이렇게 사들인 식재료를 꺼내

매일 요리를 해서 끼니를 챙기고,

화장품으로 화장을 하고,

옷을 꺼내 입고 빨래를 하고 개키고,

청소를 하고 치우고,

다시 물건을 사들이는 과정을 반복하며

'집안일 정말 보통 일이 아니네'

라는 생각을 한다.


만약, 그 모든 것들을 간소화해서

기존에 10개 사던 식재료를 5개만 사거나

혹은 매일 그날 쓸 재료만 사고,

옷의 개수를 줄여 빨래와 짐을 줄이고,

때때마다 바로 청소하고 치우면

여전히 집안일은 힘든 일이 될까?


직장을 그만두게 된

경제적인 측면의 이유가 가장 컸지만

집의 크기부터 가지고 있는 살림살이를 줄여

'미니멀라이프'를 살게 된 작가가

스스로에게 던진 이 질문과 호기심은


실제로 자신의 삶을 간소화하는 실행을 통해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고 줄이면

살림지옥에서 벗어나

쾌적하고 즐거운 '집안일'을 만끽할 수

있게 된다는 답으로 이어지며


늘 '물건, 살림과의 전쟁'을 치르며

맥시멀 라이프를 사는 나에게

기분 좋은 자극과 동기부여가 되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 그렇다.

이따금씩 여행을 갈 때면

먹을 식재료는 물론 입을 옷과 화장품 등

최대한 짐을 줄여 '최소한'으로 준비해 가지만

전혀 부족한 것이 없이 여행 기간 동안

충분한 하루를 보낸다.


매일을 그렇게 살 수 있고, 살면 되는데도

왜 '만약에' 혹은 '나중을 위해'라는 핑계로

무언가를 사들이고 쌓아두며

그로 인해 늘어나는 집안일을 떠안고,

그게 귀찮아 미루게 되는 걸까.


어떻게 보면 시작은 공간을 줄이는 것이다.

제일 먼저 공간을 줄이고 나면

나머지는 그야말로 자동으로 이어진다.

줄어든 공간에는 짐을 둘 곳이 없으니

가지고 있는 물건을 줄일 수밖에 없고,


그러니 가진 '조금'의 물건을 활용해

딱 지금 먹을 만큼의 요리를 하거나

그날 사용한 수건은 그 즉시 빨래하고,

청소 역시 그때그때 치울 수밖에 없으니

매일 해야 할 일이 자연스레 줄어들어

'집안일의 부담'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얻게 되는 쾌적한 삶은

어려울 것 없는 가장 간단하고

완벽한 해결 방법임에도,

손에 쥔 것은 하나도 놓지 않은 채

더 많은 것을 가지지 못해서

혹은 가진 모든 것을 먹고 쓰고 소모하지 못해

불행한 삶을 살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반성이 들기도 했다.


살림살이를 줄이기 시작한 뒤로

거짓말처럼 즐거워지기 시작한 집안일과

그런 집안일이야말로

'행복을 자급자족하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라는

그녀의 생각은 그동안 집안일을 귀찮아하고

몰아서 하는 게 당연했던 나의 일상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겨우 '본전'인 것 같은 집안일은

생산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잘 해낸다고 해서 칭찬이나 인정을 받는 것도

혹은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되지 않기에

그저 '마지못해 하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즐겁게 집안일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면

시도해 보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물건을 줄이고,

그 물건을 관리하는 도구를 줄이는 간소화가

살림지옥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 된다는 것,


한 사람이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몫의 집안일은 스스로 하는 것,


간소한 살림은

자기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과

내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각을 주기 때문에,

노후에도 버틸 수 있게 해준다는 메시지는


당장의 깔끔한 집안이나 쾌적한 생활,

하기 싫은 집안일을 줄이기 위한 꼼수가 아니라

먼 미래까지 내다보는

행복한 삶의 방식이라는 점에서

꼭 실행해 봐야겠다는 다짐을 들게 했다.


살림이라는 삶의 필수 활동을 즐겁게 함으로써

인생이 즐거워진다는 메시지와 실천법은

책에서 말하는 '미니멀라이프'처럼

간단하고 명료한 제안이었다.


무언가의 아쉬움을 해결하기 위해

자꾸 사들이고 '채우려'하는 행위가

오히려 나의 생활과 삶을 힘들게 하고 있음을,

비울수록 '여유'가 생겨 더 충만하게

살아갈 수 있음을 이렇게 또 깨닫는다.


마음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다시 한번 비우기와 간소화하는 살림으로

물건은 비우고 행복은 채우는 삶으로

제대로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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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행복할 수밖에 없는 사람
달밑 지음 / 부크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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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24시간씩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이지만

어떤 날에는 즐겁고 행복한 기분으로,

어떤 날에는 세상에 혼자 떨어진 듯

외롭고 고독한 기분으로 보내곤 한다.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입거나 지친 날,

잔뜩 쏟아지는 일이나 과제에 치여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돌아왔을 때

문득 느껴지는 허탈감이나

그토록 바라던 목표를 위해 쉼 없이 달리며

최선을 다했지만 마음 같지 않은 결과로

조금은 울적해지는 날에는


분명 열심히 보낸 하루임이 분명함에도

뭔가 부족한 것 같고 작아지며

자존감이 떨어지는 스스로와 마주하게 된다.


대단한 것을 바라거나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행복하고 싶다'라는 소박한 꿈조차

녹록지 않아 우울해지는 날,

내 표정을 보고는 토닥여주는 친구의 한마디처럼

정성스레 손글씨로 꽉 채운 편지처럼

내 마음을 달래주고 위로해 주는

그런 따스한 글을 만났다.

10만 독자가 사랑하는 달밑 작가의

신작 에세이 《당신은 행복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행복이란 무엇이기에,

이렇게까지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일까

한 번씩 막연하게 꿈꾸는 행복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될 때가 있다.


보이지 않는 그 행복이라는 감정은

정말로 우리 곁에 존재하는 건 맞는지,

혹은 만져지거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형태를 가진 것이 아니기에

그 본질이 무얼까 의문이 들기도 하고 말이다.


달밑 작가는 행복하기 위해서

매일을 고군분투하는 우리에게

위로와 공감을 담뿍 담아

'당신은 행복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며

행복해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와

응원하는 마음을 글에 실어 보냈다.


책에서 그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스트레스를 잘 다스리는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순간순간의 작은 행복의 조각들을

잘 모아 두고 있는지 등


'행복'을 쫓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주며 내가 나와 더 친밀해지고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자이자

좋은 멘토의 말을 듣는 느낌을 받게 해주어

책을 읽어 내려 갈수록 점점 더

편안한 마음이 될 수 있었다.


치열한 경쟁 사회,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싶고

혹은 인정받고 싶어서 바쁜 하루를 사느라

정작 스스로를 소중히 여지기 못하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너라는 사람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잊지 말자."


"다가올 네 행복은 분명 누구보다 더 찬란할 거야.

지금의 우울과 슬픔이 충분하게

이해될 정도로 말이야.

분명하게 예정된 운명을 믿어보자."라며


나도 확신하고 믿지 못하는 나에 대해

단단한 믿음으로 응원을 보내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기대,

두려움을 덜어낼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었다.


어두운 가시밭길이라도 앞으로 한 걸음씩

천천히 발을 내디디면 언젠가는

볕이 닿는 곳에 도달할 수 있다고,


확실한 건 어디든 행복은 존재하기에

힘차게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눈부신 미래와 꿈꾸는 행복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확신,


내 곁에, 주변에서 부유하고 있을 행복을

놓치지 말고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진심 어린 마음은


'행복'을 바라보는 시야를 바꿔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항상 완벽하게 성취하고

많은 목표를 성공시키고

무언가를 많이 쥐어야 행복한 거라고

그래서 내 '행복'은 아직 멀었다고

그렇게 생각해왔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늘 만족스럽지 않은 매일,

감사보다는 걱정이나 고민이 많은 시간을 보내며

늘 조급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해왔다.


그러면서도 '이게 맞는 건가' 싶은 마음일 때

'급하게 가지 않아도 좋아.

편안하고 익숙한 네 길로 꾸준히 걸어봐.

분명 가까운 미래에 행복이 있을 거야.

그러니까 마음 편하게 행복을 누려.'라고

내 마음을 헤아려주는 한 문장의 글이

괜스레 울컥 마음을 자극한 것이다.


꽃은 저마다 피어나는 계절이 다르듯이

사람도 마찬가지로

각각이 눈부신 계절도 다른 법이라고.

이제는 당신이 피어날 차례라며

다시 찾은 행복과 함께 빛나는 오늘을

만끽하라고 이끌어주는 메시지는


내 가까이에서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는

행복을 눈치채지 못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행복의 기회도 움직여 잡지 못해

그 행복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던

지난날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해주었고,


소소한 행복을 수집하며 사는 매일,

사랑하는 것들을 더욱 사랑하며 지내는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게 해준

고마운 독서가 아니었나 싶다.


✔ 노력하되 억지로 애쓰지 말기

✔ 불편한 환경에 나를 오래 노출하지 않기

✔ 모든 힘듦을 혼자 짊어지려 하지 말기

✔ 큰 목표에 지치지 말고 오늘 할 일에 집중하기

✔ 열심히 사는 만큼 열심히 쉬기

✔ 타인과 비교하지 말기

✔ 나만의 분명한 행복이 있음을 믿어보기


달밑 작가가 스스로

더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다짐하고

자신을 다독이며 써 내려간 이 기록은

그의 마음뿐 아니라 책을 읽는 나의 마음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의미 있는 다짐이 되었다.


매일이 어렵기만 하고,

나만 유난히 힘들고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는

감정이 느껴질 때마다

그런 나를 일으켜주는 이 문장들을 펼쳐보며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어야겠다는 생각이다.


확실한 행복이 무엇인지,

다정한 가르침과 토닥임으로

긍정과 희망을 일깨워 주는 책 속의 문장들이

추운 마음속 온도를 몇 도는

끌어올려 준 것 같다.


그가 알려준 행복을 혼자서만 알지 말고,

주변 지인들에게 알려주고 전해주어

함께 빛나는 매일을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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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시간과 만나는 법 - 강인욱의 처음 만나는 고고학이라는 세계
강인욱 지음 / 김영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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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이라 하면 떠올리는 장면이 있다.

넓게 펼쳐진 공간 위, 여기저기 땅이 파헤쳐 져 있고

여럿의 사람이 가만히 그 앞에 앉아

섬세한 붓으로 흙을 털어내고 유물을 캐는 모습.


이따금 뉴스에 등장하는 유물 발견 뉴스나

인디아나 존스 같은 영화 작품을 통해 접하게 되는

고고학의 존재와 이미지는

'과거의 흔적이나 사용했던 물건, 보물을 찾는'

탐구 행위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한창 이슈가 되었던, 춘천 레고랜드 부지에서

유물 터가 나오며 잠시 개발이 중단되었던 일이나

우리나라의 오랜 유물들이 전쟁과 약탈로 인해

외국의 박물관으로 팔려가 다시 우리나라로

반입할 수 없게 된 것 같은 이슈로

미디어에 언급되는 잠시를 제외하고는

고고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일은 드물기도 했다.


그러다가 문득 고고학이 궁금해진 계기가 생겼는데,

여행지에서 방문한 박물관에서 마주한

고고학자들의 손놀림으로 찾아낸

과거의 어마어마한 유물을

눈으로 직접 마주했을 때 느껴졌던 경외심이

그 시작이 되었다.


그동안은 아무도 발견하지 못해 땅속에 파묻혀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던' 과거의 숨결이

고고학자들의 발굴과 해석으로 인해 비로소

우리가 마주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과거와 현대의 우리를 연결해 주는 연결고리,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우리가 아는 과거와 관련된 학문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문헌 등을 통해 과거의 사람들이 직접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 내용을 찾고

이를 해석하는 역사학과

과거의 사람들이 일부러 남기고자 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생활, 문화 등을 엿볼 수 있는

유적과 유물의 조사를 통해

과거의 삶을 해석하는 고고학이다.


이 중 문헌으로 남겨진 역사학의 경우에는

그 당시 사용했던 언어나 글을 알고

그 시대상을 추측할 수 있다면 해석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저 장소와 물건으로만 남은 과거의 숨결에

어떤 의미와 뜻이 담겨있을까

스스로 질문을 하고 답을 찾는 고고학은

굉장히 매력적이면서도 그 과정이 고독하고

또 어려운 학문인 것도 같다.


이렇게 현대를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과거를 쫓고

광대한 시간을 뛰어넘어 옛이야기를 찾는

고고학의 본질, 이를 찾고자 하는

고고학자들의 숙명은 무엇인지,

그리고 고고학이라는 학문이 지금의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궁금하던 찰나

여러 저서와 미디어를 통해

고고학이라는 학문을 소개하는데 앞장서 온

강인욱 교수의 책을 만날 수 있었다.


선사시대부터 청동기와 철기,

그리고 더 먼 시대를 건너

다양한 생활을 추측하고 삶 속 유물을 캐내어 내는

저자의 다양한 체험과 유물에 숨겨진 이야기는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고고학의 본질과 의미를 되새기게 되면서

'옛것을 찾아내는 고루한 학문'이라는

편견으로 바라봤던 고고학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가지게 해 준 독서가 아니었나 싶다.


늘 유물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보더라도

유명한 왕릉이나 '보물'처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물건이 아니고서는 '그냥 토기네' 정도로만

생각해왔던 부끄러운 과거였다.


대단한 관광수입을 가져올 수 있는 건축 부지에

유물이 나왔다고 해서 모든 개발을 멈추고

'과연 이 유물을 캐는 것이 맞는 것인가'

갸우뚱했던 마음이 들기도 하면서 말이다.


꼭 지금이 아니라더라도

언젠가의 미래에 캐낼 수 있는 유물을

굳이 지금 꺼내서 해석하는 것이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쉬운

요즘의 '가치 중심, 물질 중심'의 시대에,


과거의 삶을 통해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밝히고

그들이 기후와 환경에 적응해왔음을,

즉, '살아있음'을 밝히고자

본질적인 가치에 초점을 맞춘 그 우직한 발걸음은

무엇이 중요한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어렸을 때 매일같이 숙제로 쓰느라

별로 의미 있게 느껴지지 않던 일기가,

시간이 지나고 펼쳐보았을 때

흐릿해진 기억 속 추억을 자극하고

또 그저 흘려보냈을 하루의 의미와 시간을

나만의 역사로 만들어주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듯


책을 덮을 때 즈음에는 고고학에 대해,

누군가 일부러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더라도

과거의 생활과 삶을 쫓는 고고학자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가 그동안 정확히 알지 못했던 과거의 시간들을

제대로 마주하고 기억하게 해주었기에

무엇보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현대의 우리가 쌓아 올린 수많은 것들이

언젠가 땅 밑으로 가라앉게 되면,

지금의 고고학자들이 그래왔듯

후대의 고고학자들에 의해서 미래의 후손들이

지금의 우리의 삶을 유추하고 해석할 것이다.


끊임없이 과거를 쫓는 고고학자들의 손길 아래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는 시간에서도

우리는 미래의 그들과 만나 맞닿고

소통하게 되는 아름다운 만남을 이뤄내,

시대를 넘어선 소통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든다.


침묵으로 남겨진 과거의 파편들을 그러모아

그것을 현재와 더 나아가 미래로 연결하고자 하는

고고학자들의 노력은 그렇기에 그 어떤 것보다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렵지 않게 쉽게 풀이하는 저자의 노력으로

그동안 무지했던 고고학에 대한 관점을

바꿀 수 있어 의미 있는 독서였다.


지나간 것은 낡고 진부한 것이라 생각하며

마냥 미래를, 발전만을 쫓기보다는

과거를 통해 오늘과 미래를 연결하고자 하는

고고학자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박물관의 유물 하나, 혹은 뉴스에서 마주할

유적지의 발견이나 개발 앞에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 판단할 수 있는

단단한 주관을 가지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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