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밑줄 - 나와 일 모두 함께 크는 사람의 성장법
김상민 지음 / 더퀘스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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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홍보학을 전공하며 마케팅을 배우고

디자이너이자 기획자, 마케터로서

직장 생활의 전부를 채웠던 나이지만

마케팅은 매 순간 어려웠고,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마케팅이 뭐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과연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아무리 고민해 봐도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는다.


구인구직 사이트나 직원 모집을 하는 회사의

'마케팅'이라는 업무를 들여다보면

영업부터 시작해 고객상담 및 응대 업무까지

포함되어 있기도 할 만큼 마케팅의 범주는 폭넓다.


그래서일까, 현업자의 입장에서도 마케팅은

뭐라 정의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고

워낙 많은 범주의 일을 포함하고 있는

이 행위에 대해 '확신'을 갖기란 쉽지가 않다.


마케터로 일하던 순간을 돌이켜보면

늘 순간순간마다 내가 기획하고 판단 내린

이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수도 없이 던지고

또 그 답을 찾느라 모든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런 시간들을 쌓아가며 때로는 성공,

혹은 실패 등 다양한 경험을 했음에도

'뭘 좀 알겠다' 싶은 생각보다는

마케팅은 참 어렵고 그 흐름과 분위기를 읽는 일은

막막한 과제처럼 느껴지기만 한다.


늘 헤매는 것 같은 나와는 달리

다른 마케터의 결과물을 보면 그야말로 참 기깔난다.

군더더기 없는 메시지와 기발한 아이디어,

고객들의 반응이나 활동으로 척척 이어지는

그들의 마케팅은 부러움과 질투의 감정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 책은 일명 B급 감성 마케팅과 기발한 접근법으로

마케터들 사이에서도 손꼽는 사례로 불리는

배달의민족에서 10년여간 마케터이자

팬덤과 소통하는 뉴스레터 팀장으로 일한

저자가 일을 하며 생각이 복잡해지는 순간마다

현자에게 답을 구하듯 밑줄을 그은

문장들을 그러모은 책이다.


수시로 변해가는 트렌드를 앞서가야 하고,

말과 글을 '맛있게' 다뤄야 하는 마케터의 숙명은

때론 크리에이티브의 늪에 빠져

스스로를 '뒤처진 사람, 감 없는 사람'으로

작아지기 일쑤인데,


일에 있어서도 퇴근 후 일상에 있어서도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법 등

마케터의 일과 생활, 인간관계에

현타가 오는 순간마다 그를 붙잡고 다독여준

인사이트이자 더 나은 직업인으로 만들어주는

태도와 감각이라 할 수 있겠다.


스스로의 일에 대해 고민하고 헤매면서도

그 답을 찾기 위해 길어올린 문장들에 담긴

여러 위로와 조언을 쫓아가며


내가 부족한 마케터라서 혹은 일을 잘 하지 못해서,

아니면 흘러가는 트렌드를 읽지 못해서

이 일이 어렵게 느껴지는 걸까

때로 좌절하고 작아지던 그때의 내 모습이 오버랩되며

나만 느끼는 감정은 아니었구나,

다들 같은 고민을 하고 때로 실패하면서도

서로를 믿고 일어나 다시 또 도전하고

이따금 성공했던 거라는 걸 알게 되며

조금은 안도감이 들기도 했고


수시로 변해가는 세상의 불확실성,

한계가 있는 마케팅 비용,

그리고 혼자서 하는 혹은 녹록지 않은 인력 등

수많은 제약에도 불구하고

그런 제약 안에서 탄생하는 창의성의 힘을 믿으며

한걸음 한걸음 미래를 향해 내딛는

내공 있는 마케터의 태도에서 자극을 받기도 했다.


프로 마케터에게도 어려운 業인 마케팅이지만

그럼에도 이 일을 좋아하고 오래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본인의 일과 생활, 인간관계, 미래에 관해

기댈 수 있는 문장들을 꾸준히 모아오고

자신의 인사이트를 덧대온 그의 매일은


'일 잘하는 사람'으로서의 성취감뿐 만 아니라

삶에서도 심지 있게 '나다움'을 지니게 하고

성장을 이끄는 좋은 밑거름이 되어줌으로써

이를 읽는 나 역시 더 나은 직업인이자

선명한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본받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해 주었다.


책을 처음 펼칠 때만 하더라도

실무에 필요한 직접적인 노하우나 기술을

배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시작했는데


책을 읽어 내려갈수록 더 나은 직업인이기를 꿈꾸며

일을 해내고 자신의 삶을 이끌어가는

한 사람의 고민 어린 매일과 성장이 담긴 이 문장들은

그저 잘하고 싶다는 마음뿐 어떤 태도와 자세로

임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던 나의 오늘에

따뜻한 위로이자 따끔한 충고로 다가왔고,

잘 해내갈 수 있다는 용기로 이어졌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현실의 부족한 내 모습을 들킬까 봐 두려워

많이 망설이고 안주했으며,

수없이 확신을 찾고자 도전을 뒤로 미루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일단 해보는 것'의 힘,

그리고 성과가 있었을 때나 실패했을 때

모든 책임을 나에게 돌리지 않는 것 등

그동안의 일하는 태도와 자세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했으며,


인생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수많은 상황 속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태도를

되짚어준 좋은 가르침이자 본보기가 되어주었다.


맡은 일을 충실히 해내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결국에는 내가 가장 나답게 사는 것을 기본으로,

나답게 문제와 상황을 마주하고

내 주관과 단단한 심지에서 끌어올린 판단으로

그에 맞는 답을 찾을 때

비로소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일을 잘 해내는 능력만 키우거나

혹은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한 방법은

각기 다른 곳에 답이 있는 게 아니라

나와 일, 생활과 직장, 인간관계는

모두 연결되어 무한하게 영향을 주고 있으니


이를 대하는 태도와 감각을 달리한다면

일 잘하는 사람이자, 내가 주인인 삶을

이끌어 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믿음이 남은 독서였다.


비단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나답게 살고 싶고 제대로 성장하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내일의 선명한 윤곽선을 만들어주는

그의 밑줄 그은 문장들을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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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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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간 수없이 많은 작품들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작가, 박완서.

소설가로 알려져 있는 그녀이지만

그에게는 소설로써 말하고 싶은 것과

산문으로써 말하고 싶은 두 가지 욕구가 늘 같이 있었고,

그렇기에 이 두 가지를 같이 존중해왔다고 했다.

소설을 쓸 때와 똑같은 기쁨과 고통과 열성으로

써 내려간 그의 에세이를 감사한 마음으로 펼쳤다.


작가로서, 그리고 자녀들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20여 년의 시간 동안 그의 삶에서

인상적이었던 순간들을 기록한 이 책은


굴곡진 시대를 담은 증언 문학으로

감동을 주었던 작가의 소설 작품 외에도

자신의 삶으로서 생생한 기억의 역사를 풀이하였기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박완서의 면모를

깊이 있게 엿볼 수 있어 그 어떤 작품보다

따스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아직 전쟁이 일어나기 전 평화롭고 안온했던

유년 시절과 자연 풍경의 아름다움,

먼저 서울로 떠난 엄마와 오빠를 떠나

상경하게 된 시골뜨기의 기억은

한 번도 들은 적 없었지만 딱 할머니 연배인

그녀의 삶을 통해 할머니의 어린 시절을 짐작하고

추억하는 시간을 갖게 하기도 했고


대문과 담장이 있을 뿐,

한집 건너 한집의 사정은 다 꾀고 있고

각자의 방식으로 일상을 아름답게 가꾸며

서로를 챙기고 가족처럼 여기던 이웃 간의 情을

담은 글들을 보면서는

'맞아, 이랬던 시절이 있었는데' 하고

아쉬움의 마음으로 그때의 향수를 그리기도 했다.


조금은 엉뚱하지만 마라토너를 보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 차도까지 내려가

꼴찌에게 박수와 갈채를 보내는 따스한 마음에서도,

함께 흙장난을 한 손주의 손톱에 낀 흙을 보며

웃음 짓는 할머니의 사랑은

'작가'라는 모습에서 짐작했던 이미지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면모를 만날 수 있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라

참 반가운 마음이었다.


가장 좋은 것, 순수한 사랑만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으로 자식을 바라보는 시선,

먼저 떠나간 자식을 그리워하는 애틋함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무엇보다 우선되는 모성을,


그러면서도 사회나 변해가는 시대에 대해

냉철하게 의견을 토로하는 당찬 글에서는

대장부같이 단단한 심지를 느낄 수도 있어


그 어떤 문장에서도 포장 없이

솔직하게 자신을 내보인 그녀의 진솔한 글을 통해

단단하게 심지 어린 곧은 시선,

그리고 깊은 혜안으로 보통의 일상을

따뜻하고 묵직하게 어루만지는

내공 있는 작가의 힘을 느낄 수 있어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긴 시간 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이 글들은

한 사람의 성장이자 인생의 일대기일 뿐 만 아니라,

30년대에 태어나 타계하기까지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 경제성장과 IMF 등

70-90년대 급변하는 시대의 모습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어서

굉장히 의미 있는 기록이지 않나 싶다.


따스한 시선으로 당신의 삶과

아이와 가정과 이웃을 바라볼 줄 아는 섬세함은 물론

지금 읽어도 다시 깊이 있게 생각해 볼 만한

그가 던지는 유의미한 질문들과 의견은

시대를 넘어 인생 선배로서 후대에 건네는

따스한 조언으로 다가와 더 좋았던 책이었다.


그가 남긴 삶의 단편을 마주하며

이렇게 시대와 세대를 넘어 힘 있는 울림을 줄 수 있는

작가가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니

새삼 이제야 더 이상 그녀의 새로운 문장을

마주할 수 없음의 아쉬움에 휩싸이게 된다.


이해인 수녀님의 추천사처럼

"작가는 우리 곁에 없지만,

변함없이 마음을 덥혀주는 그의 진솔한 문장을 통해

우리는 다시 따뜻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는 꿈을 꾼다."


늘 인자한 웃음으로 보듬어주는 할머니의 손길처럼,

멀고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며

자식의 매일을 살피고 챙기는 엄마처럼,

때로는 따끔한 잔소리로 정신을 번뜩 들게 하는

인생 선배의 조언처럼

오래 마음에 새기고 자주 찾고 싶은

그런 글이 될 것 같다.


부모의 보살핌이나 사랑이

결코 무게로 그들에게 느껴지지 않기를,

집이, 부모의 슬하가,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마음 놓이는 곳이기를 바랄 뿐이라는 그녀의 말처럼

뭉근하고 따스하지만 무겁고 부담스럽지 않게

세상과 삶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사랑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진심 어린 그의 마음이 이렇게 글을 통해 전해져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물론

삶에 대한 겸손과 용기를 배울 수 있는

뜻깊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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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대하여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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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매일 꿈을 꾼다고 하지만

유독 깨고 나면 기억하지 못해

'나는 꿈을 안 꾸는데' 하는 사람도 있고

매일같이 꿈속 이야기를 기억해

되려 꿈을 꾸지 않으면 이상하다 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꿈을 잘 꾸지 않는 편인데,

한 번씩 기억에 남는 특별한 꿈을 꾸면

이게 의미하는 바가 뭘까 궁금해진 마음에

눈을 뜨기 무섭게 꿈 해몽을 검색해 보며

수수께끼 같은 꿈의 세계가 보낸 메시지를

어떻게든 알아보려 애쓰곤 한다.


누군가는 꿈은 내 무의식의 반영이라고,

어느 측면에서는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알려주는 '예지몽'이라고도 한다.


꿈이 의미하는 바에 대한 논쟁은 다양하지만,

태몽처럼 대체적으로 누구나 믿기도 하는 것처럼

꿈은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이 가까운 존재다.


항상 삶과 죽음, 꿈에 대한 소재를

작품을 통해 다뤄온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꿈 이야기를 모아 기록한 에세이를 출간하였다기에,

어떤 내용일까 궁금한 마음에 펼쳐보았다.


그는 평소에도 '감촉마저 느껴지는 컬러풀하고

리얼한 꿈을 잘 꾸는 편'이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그다지 특이할 것 하나 없이

일상적이고 단조로운 나의 꿈과는 달리

그는 에이즈로 죽은 작가의 책을 읽고는

꿈속에서 죽어가는 느낌을

무섭도록 리얼하게 경험하기도 했고,

연인이 외도하는 꿈이나

너무도 그리운 죽은 친구와 재회하는 등

현실이라고 여겨질 만큼 다양한 상황을 마주했는데


그는 그런 꿈들이 대부분

현실의 어떤 부분을 함축하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껴

이러한 직감을 글로 담아 그가 쓰는 작품에

투영하게 되었다고 하니

어쩌면 바나나의 꿈은 그의 작품 그 자체이자

아름다운 삶을 살기 위한 또 다른 예감으로서

큰 의미를 지니게 된 것 아닐까 싶다.


바나나의 꿈 이야기를 따라 읽다 보니

문득 나의 꿈속은 어땠었더라 하고

지난 꿈들을 돌이켜보니


때로는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얼굴을 만나

애틋한 반가움과 그리움의 감정을 느끼는 것도 잠시,

그 즉시 '이것이 꿈이구나'라는 것을 깨닫고

꿈에서 깨면서도 한 번이라도 더 얼굴을 보고 싶어

아쉬움이 가득한 꿈을 꾸기도 했고


어떤 날에는 중요한 일을 앞두고

좋은 예감을 주는 꿈을 꾸고는

'좋은 꿈을 꿨으니까 분명 잘될 거야.' 하고

단단한 자신감을 가지는 날도 있었다.


비단 바나나의 꿈뿐만 아니라 나 역시,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꿈은

현실과 동떨어진 별개의 것이 아니라

어쩌면 그 무엇보다 현실과 끈끈하게 이어져 있고


꿈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영적 직감을 떠나

현실의 삶을 아름답게 살게 하고

내 이면에 있지만 나조차 깨닫지 못했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생명력이 가득한 꿈의 세계'가 가져다주는

힘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날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일기처럼

어젯밤의 꿈을 기록하는 그녀의 꿈 일기를 통해,

꿈에 담긴 마음속 이야기와 아름다움을

붙잡아 두는 노력이 언젠가 하나둘 이어져

나만의 우주가 탄생할 것 같다는 기대,

또 그녀처럼 '무한대의 이야기 재료'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엉뚱한 기록이라 할지 몰라도

이를 쉬이 흘려보내지 않고 나도 한 번

기록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꿈에서 본 어떤 모습이

과연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인지

혹은 가까운 사람의 걱정이 도착한 것이거나

그 공간이 나에게 호소하는 메시지인지

그건 알 수 없지만,


자신의 직관을 활짝 열어두고 현실과 꿈속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배워나간다면

나에게도 내가 믿고 또 안다고 여기는 것보다

더 너른 세상을 만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든다.


'이건 무슨 꿈이지' 하고 흘려보내던

수많은 밤의 꿈들이

내게 보내려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지나쳐버린 궁금증을 뒤로하고,

다가올 꿈의 세계는 그냥 흘려보내지 않으리라

기다리게 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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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간식은 뭐로 하지 - 달달해서 좋은 만남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반니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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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배와 간식 배는 따로'라는 우스갯소리처럼,
간식이라는 단어가 주는 기분은 색다르다.
아직 밥때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뭔가 뱃속이 허전하고 아쉬운 기분이 들 때
한 입 깨물어 먹는 간식은 그야말로 천국 그 자체.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혹은 조금 울적한 기분이 드는 날이면
생각만으로도 마음을 들뜨게 하고 즐겁게 하는
달콤한 간식을 찾기도 한다.

간식을 먹을 때는 혼자 먹을 때도 있지만
보통은 '우리 간식 먹을까?' 하고는
누군가와 함께 먹으며 대화를 나누곤 하는데
그렇게 달콤한 간식, 디저트와 함께 하는 시간은
즐거운 추억으로 때로는 오래 마음에 남는다.

출출해서 살짝 쪼르륵 소리를 내던 배가 잠잠해지면
포만감과 함께 행복한 기분에 휩싸이고
사소하고 작은 만족의 순간이지만
'맛있는 것을 함께 먹는' 별것 아닌 이 순간이
어쩌면 큰 행복을 가져오는 것 아닐까 싶다.

사소한 일상의 빛나는 순간을 찾아내어
그 아름다움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 내는
작가 마스다 미리가 발표한 이번 신작은
'간식'과 관련된 일상의 반짝반짝 빛나는
찰나의 행복과 추억을 담아,
평상시 간식이나 군것질을 애정 하는 나에게
더없이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었다.

그가 펼쳐놓는 다양한 간식과 관련된 에피소드,
주변인들과의 추억을 따라 움직이며
소소한 일상에 불과하지만 그의 글을 통해
오랜 기억 속에 잠들었던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며,
사실은 꽤나 행복했지만 그냥 흘려보냈던
나날들을 다시 한번 곱씹을 수 있었다.

나에게 기억에 남는 간식이 뭐가 있었지 하고
머릿속 필름을 뒤적이다 보니
언니가 고등학교 3학년이던 시절,
아빠와 함께 먹었던 포장마차 어묵이 떠올랐다.

아무리 아파트 단지라고는 하지만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10시가 훌쩍 넘어서야
도착하는 딸이 걱정되었던 마음인지
아빠는 항상 언니가 통학차량에서 내리는 자리로
언니를 마중 가곤 했었다.

아빠가 이따금 '같이 갈래?'라고 해도
귀찮기도 하고 밤에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길고양이가 무서워서 '나는 안 갈래' 하는 날이 많았다.

그러다 어느 날은 기분이 내켜 '같이 갈래.' 하고
아빠를 따라 길을 나섰는데,
언니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아빠는 우리를 데리고
단지 앞 붕어빵이나 떡볶이 등을 파는
포장마차로 데리고 가서는 익숙하다는 듯
어묵꼬치 하나를 물고는 우리에게도 건네주었다.

그날이 처음 방문이었을 수도 있는데,
'아빠가 사실은 매일 어묵을 먹는 거였어!' 하고
진작 매일같이 따라나설 걸 아쉬움이 가득했는데

언니를 기다리며 먹는 어묵 한두 개,
뜨끈하고 자극적인 국물의 맛에 제대로 반해
그 뒤로는 아빠가 '언니 마중 갈래?' 하면
바로 따라나서곤 했던 기억이다.

지금에야 큰 딸만 마중 나가고 기다리면
우리들이 서운할까 봐 뭐라도 챙겨주고 싶던 마음,
그리고 간식을 매일같이 챙겨 먹을 수 있는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으니 이렇게라도
사주고 싶던 마음이 아니었을까 짐작하지만

그때의 엄마에게는 비밀로 하는 '간식타임'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꽤나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는다.

이렇게 사소한 '간식' 하나에 담긴 추억이
왜 이제서야 그녀의 글을 보며 떠올랐을까.

글마다 일상을 함께한 존재들의 소중함,
함께한 시간의 즐거움과 행복을 잊지 않고
하나하나 기록해놓은 정성스러운 마음 아래
잊고 있던 행복감을 새삼 깨우친 게 아닐까 싶다.

'일정과 일정 사이의 시간도 역시 인생의 한 부분'
이라 생각하는 그녀의 말처럼
식사와 식사 사이 정식의 '끼니'는 아니지만
허기짐을 달래고 마음을 위로하며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공감하며 위로하던
'사람'과 '순간'도 인생의 일부이기에,
이 소중한 시간을 일깨워 주는 그녀의 간식 이야기는
마음속에 커다란 울림이 되었다.

예전의 어느 날을 간식으로 추억하듯,
우리 일상을 특별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의 마음가짐일지도 모르겠다.

수없이 지나간 식사와 간식 시간 중
여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었는지에 따라 특별한 순간이 되기에
다정한 시선으로 일상의 매 순간을
행복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살아내고
또 그 순간을 충분히 만끽해야겠다는 마음이다.

대수롭지 않게 흘려보내는 매일의 시간 속,
나를 즐겁게 해주고 위로해 주는
간식 이야기를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삶의 자세와 시선을 배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간식은 뭐로 할지
즐거운 고민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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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 - 관계 지옥에서 해방되는 개인주의 연습
쓰루미 와타루 지음, 배조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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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늘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 부분은

바로 '인간관계'였다.


가정, 학교, 직장 등 내가 속한 여러 공동체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마냥 행복하고 즐겁지 않았고,

때로는 힘들고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상대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은 마음에,

혹은 불편하고 언짢은 상황에서도

'매일 마주해야 하는 사람이니까' 하는 생각으로

내 마음은 외면하고

어쩔 수 없이 내 곁에 그들을 두며

'괜찮다고 하는 가짜 나'를 꺼내두기도 했다.


내가 아닌 타인이기에

서로가 서로의 마음이나 생각을 전부 다

오롯이 이해할 수는 없지만,

타인과 함께 있는 시간 속

누군가와의 비교, 집착, 간섭, 대립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열등감은 되려 그 관계로 인해

삶을 고독하고 힘들게 만들었던 것이다.


한 번씩 이런 관계들에 지칠 때면

'다 내려놓고 혼자서 있고 싶어' 하다가도,

일반적으로 보이지 않는 그 고립과 고독은

내가 문제 있는 사람처럼 비칠까 봐

생각으로만 그친 적이 많았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인간관계의 모든 문제는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에서 비롯된다며

이런 관계 지옥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조금 떨어져서 관계를 맺는

'개인주의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개인주의란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이라는 편견이 있다.

그렇기에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만을 내세우는 사람에 대해

"너는 참 개인주의가 강하구나."라며

'나'를 우선으로 두는 가치에 대해

옳지 않은 마음이라 치부하는 분위기이다.


그래서 작가가 이야기하는 '개인주의'가

과연 인간관계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 걸까

알쏭달쏭한 의문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는 유년 시절부터 형의 잦은 폭력에 시달리며

10대 때부터 사회불안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을 만큼,

자신은 누구보다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진심이고 열심인 사람이라고 했다.


더 성실히 살고, 열심히 노력하면

그가 느끼는 고통이 해결될 거라 믿었지만

그럴수록 삶은 더 괴로워졌고,

프리랜서가 되면서 의도적으로

'느슨한 관계 맺기'를 실천하면서부터

삶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개인주의 삶'을 살기 시작한 이래로

타인의 시선이 더는 그에게 구속이 되지 않았고,

자신이 무엇을 할 때 기쁘고

또 어떤 사람을 만나면 불행해지는지

명확하게 깨달을 수 있게 되면서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었노라고 고백했다.


자신이 시달린 고통의 원인은

'사회가 강요하는 무책임한 인생 조언에

지나치게 귀를 기울인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는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개개인을 숨 막히게 하는 공동체 속

희생이나 비교의 감정들을 꼬집으며,

이런 감정들로부터 멀어져

나의 존엄과 자존감을 지키며

불안을 야기하는 타인과 세상으로부터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보다 선명한 나를 찾는 길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나 역시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나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보편적'이라는 기준에

미치지 못해서 오는 고통과 열등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으려 애썼던 것 같다.


관계에서 오는 불편함이나

공동체 안에 있을 때 느껴지는 불안감,

혹은 연애나 결혼, 취업 등의 문제는

정답처럼 시기나 모습이 정해진 것도,

또 내가 타인과 사회의 기준에'

일방적으로 맞춰야 하는 게 아닌데도

맞춰가면서 말이다.


그런 보편적인 성취나 타인의 기준이

정작 나에게 중요한 가치가 아닐 수도 있는데,

이를 당연한 듯 수용하고 맞추고자 고군분투하며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이르게 되니,


그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거리 두기'를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기준점을 다시 설정하면

그동안 삶을 살아오며 허비했던

관계에 소모했던 수많은 에너지를 줄이고,

나를 미워하거나 소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들기도 했다.


내가 누구에게, 혹은 누군가가 나에게

열심히 주입하고 강요하는

사상이나 선입견에 내 삶을 빼앗겨왔다는 걸

이제야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내 삶이니까 '나'를 중심으로,

내가 중요하게 느끼는 가치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당연한 건데,

왜 사회의 통념이나 타인의 시선을

더 먼저 생각하고

그들의 기준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걸까

이제서야 안타까운 후회의 마음이 들었다.


늘 부족하게 느껴지던 열등감,

타인의 시선과 기준이라는 불필요한 것들에 묶여

가두고 있던 지난날의 나를 떠나보내고,

여태껏 타인의 삶을 수시로 들여다보며 비교했듯

이제는 내 마음의 소리와 내가 중요한 가치에

더 집중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단단한 다짐을 하게 된 독서였다.


불안과 집착, 타인의 시선에서 이만큼 떨어져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 질문을 하고 답을 찾으며

좀 더 '현명한 개인주의'로

이제부터라도 행복한 삶으로,

명료한 인간관계로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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