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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대하여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24년 5월
평점 :

누구나 매일 꿈을 꾼다고 하지만
유독 깨고 나면 기억하지 못해
'나는 꿈을 안 꾸는데' 하는 사람도 있고
매일같이 꿈속 이야기를 기억해
되려 꿈을 꾸지 않으면 이상하다 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꿈을 잘 꾸지 않는 편인데,
한 번씩 기억에 남는 특별한 꿈을 꾸면
이게 의미하는 바가 뭘까 궁금해진 마음에
눈을 뜨기 무섭게 꿈 해몽을 검색해 보며
수수께끼 같은 꿈의 세계가 보낸 메시지를
어떻게든 알아보려 애쓰곤 한다.
누군가는 꿈은 내 무의식의 반영이라고,
어느 측면에서는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알려주는 '예지몽'이라고도 한다.
꿈이 의미하는 바에 대한 논쟁은 다양하지만,
태몽처럼 대체적으로 누구나 믿기도 하는 것처럼
꿈은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이 가까운 존재다.
항상 삶과 죽음, 꿈에 대한 소재를
작품을 통해 다뤄온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꿈 이야기를 모아 기록한 에세이를 출간하였다기에,
어떤 내용일까 궁금한 마음에 펼쳐보았다.
그는 평소에도 '감촉마저 느껴지는 컬러풀하고
리얼한 꿈을 잘 꾸는 편'이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그다지 특이할 것 하나 없이
일상적이고 단조로운 나의 꿈과는 달리
그는 에이즈로 죽은 작가의 책을 읽고는
꿈속에서 죽어가는 느낌을
무섭도록 리얼하게 경험하기도 했고,
연인이 외도하는 꿈이나
너무도 그리운 죽은 친구와 재회하는 등
현실이라고 여겨질 만큼 다양한 상황을 마주했는데
그는 그런 꿈들이 대부분
현실의 어떤 부분을 함축하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껴
이러한 직감을 글로 담아 그가 쓰는 작품에
투영하게 되었다고 하니
어쩌면 바나나의 꿈은 그의 작품 그 자체이자
아름다운 삶을 살기 위한 또 다른 예감으로서
큰 의미를 지니게 된 것 아닐까 싶다.
바나나의 꿈 이야기를 따라 읽다 보니
문득 나의 꿈속은 어땠었더라 하고
지난 꿈들을 돌이켜보니
때로는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얼굴을 만나
애틋한 반가움과 그리움의 감정을 느끼는 것도 잠시,
그 즉시 '이것이 꿈이구나'라는 것을 깨닫고
꿈에서 깨면서도 한 번이라도 더 얼굴을 보고 싶어
아쉬움이 가득한 꿈을 꾸기도 했고
어떤 날에는 중요한 일을 앞두고
좋은 예감을 주는 꿈을 꾸고는
'좋은 꿈을 꿨으니까 분명 잘될 거야.' 하고
단단한 자신감을 가지는 날도 있었다.
비단 바나나의 꿈뿐만 아니라 나 역시,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꿈은
현실과 동떨어진 별개의 것이 아니라
어쩌면 그 무엇보다 현실과 끈끈하게 이어져 있고
꿈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영적 직감을 떠나
현실의 삶을 아름답게 살게 하고
내 이면에 있지만 나조차 깨닫지 못했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생명력이 가득한 꿈의 세계'가 가져다주는
힘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날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일기처럼
어젯밤의 꿈을 기록하는 그녀의 꿈 일기를 통해,
꿈에 담긴 마음속 이야기와 아름다움을
붙잡아 두는 노력이 언젠가 하나둘 이어져
나만의 우주가 탄생할 것 같다는 기대,
또 그녀처럼 '무한대의 이야기 재료'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엉뚱한 기록이라 할지 몰라도
이를 쉬이 흘려보내지 않고 나도 한 번
기록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꿈에서 본 어떤 모습이
과연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인지
혹은 가까운 사람의 걱정이 도착한 것이거나
그 공간이 나에게 호소하는 메시지인지
그건 알 수 없지만,
자신의 직관을 활짝 열어두고 현실과 꿈속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배워나간다면
나에게도 내가 믿고 또 안다고 여기는 것보다
더 너른 세상을 만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든다.
'이건 무슨 꿈이지' 하고 흘려보내던
수많은 밤의 꿈들이
내게 보내려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지나쳐버린 궁금증을 뒤로하고,
다가올 꿈의 세계는 그냥 흘려보내지 않으리라
기다리게 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