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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간식은 뭐로 하지 - 달달해서 좋은 만남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반니 / 2024년 6월
평점 :
'밥 배와 간식 배는 따로'라는 우스갯소리처럼,
간식이라는 단어가 주는 기분은 색다르다.
아직 밥때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뭔가 뱃속이 허전하고 아쉬운 기분이 들 때
한 입 깨물어 먹는 간식은 그야말로 천국 그 자체.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혹은 조금 울적한 기분이 드는 날이면
생각만으로도 마음을 들뜨게 하고 즐겁게 하는
달콤한 간식을 찾기도 한다.
간식을 먹을 때는 혼자 먹을 때도 있지만
보통은 '우리 간식 먹을까?' 하고는
누군가와 함께 먹으며 대화를 나누곤 하는데
그렇게 달콤한 간식, 디저트와 함께 하는 시간은
즐거운 추억으로 때로는 오래 마음에 남는다.
출출해서 살짝 쪼르륵 소리를 내던 배가 잠잠해지면
포만감과 함께 행복한 기분에 휩싸이고
사소하고 작은 만족의 순간이지만
'맛있는 것을 함께 먹는' 별것 아닌 이 순간이
어쩌면 큰 행복을 가져오는 것 아닐까 싶다.
사소한 일상의 빛나는 순간을 찾아내어
그 아름다움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 내는
작가 마스다 미리가 발표한 이번 신작은
'간식'과 관련된 일상의 반짝반짝 빛나는
찰나의 행복과 추억을 담아,
평상시 간식이나 군것질을 애정 하는 나에게
더없이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었다.
그가 펼쳐놓는 다양한 간식과 관련된 에피소드,
주변인들과의 추억을 따라 움직이며
소소한 일상에 불과하지만 그의 글을 통해
오랜 기억 속에 잠들었던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며,
사실은 꽤나 행복했지만 그냥 흘려보냈던
나날들을 다시 한번 곱씹을 수 있었다.
나에게 기억에 남는 간식이 뭐가 있었지 하고
머릿속 필름을 뒤적이다 보니
언니가 고등학교 3학년이던 시절,
아빠와 함께 먹었던 포장마차 어묵이 떠올랐다.
아무리 아파트 단지라고는 하지만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10시가 훌쩍 넘어서야
도착하는 딸이 걱정되었던 마음인지
아빠는 항상 언니가 통학차량에서 내리는 자리로
언니를 마중 가곤 했었다.
아빠가 이따금 '같이 갈래?'라고 해도
귀찮기도 하고 밤에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길고양이가 무서워서 '나는 안 갈래' 하는 날이 많았다.
그러다 어느 날은 기분이 내켜 '같이 갈래.' 하고
아빠를 따라 길을 나섰는데,
언니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아빠는 우리를 데리고
단지 앞 붕어빵이나 떡볶이 등을 파는
포장마차로 데리고 가서는 익숙하다는 듯
어묵꼬치 하나를 물고는 우리에게도 건네주었다.
그날이 처음 방문이었을 수도 있는데,
'아빠가 사실은 매일 어묵을 먹는 거였어!' 하고
진작 매일같이 따라나설 걸 아쉬움이 가득했는데
언니를 기다리며 먹는 어묵 한두 개,
뜨끈하고 자극적인 국물의 맛에 제대로 반해
그 뒤로는 아빠가 '언니 마중 갈래?' 하면
바로 따라나서곤 했던 기억이다.
지금에야 큰 딸만 마중 나가고 기다리면
우리들이 서운할까 봐 뭐라도 챙겨주고 싶던 마음,
그리고 간식을 매일같이 챙겨 먹을 수 있는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으니 이렇게라도
사주고 싶던 마음이 아니었을까 짐작하지만
그때의 엄마에게는 비밀로 하는 '간식타임'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꽤나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는다.
이렇게 사소한 '간식' 하나에 담긴 추억이
왜 이제서야 그녀의 글을 보며 떠올랐을까.
글마다 일상을 함께한 존재들의 소중함,
함께한 시간의 즐거움과 행복을 잊지 않고
하나하나 기록해놓은 정성스러운 마음 아래
잊고 있던 행복감을 새삼 깨우친 게 아닐까 싶다.
'일정과 일정 사이의 시간도 역시 인생의 한 부분'
이라 생각하는 그녀의 말처럼
식사와 식사 사이 정식의 '끼니'는 아니지만
허기짐을 달래고 마음을 위로하며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공감하며 위로하던
'사람'과 '순간'도 인생의 일부이기에,
이 소중한 시간을 일깨워 주는 그녀의 간식 이야기는
마음속에 커다란 울림이 되었다.
예전의 어느 날을 간식으로 추억하듯,
우리 일상을 특별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의 마음가짐일지도 모르겠다.
수없이 지나간 식사와 간식 시간 중
여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었는지에 따라 특별한 순간이 되기에
다정한 시선으로 일상의 매 순간을
행복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살아내고
또 그 순간을 충분히 만끽해야겠다는 마음이다.
대수롭지 않게 흘려보내는 매일의 시간 속,
나를 즐겁게 해주고 위로해 주는
간식 이야기를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삶의 자세와 시선을 배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간식은 뭐로 할지
즐거운 고민을 해봐야겠다.